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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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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3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3.0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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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흉계

DUMMY

경천동지할 굉음이 제단을 울렸다. 하지만 흑검단이 막아 놓은 바위는 꽤나 크고 단단한 것이었고 그 뒤로도 막대한 양의 토사가 쌓여 있었기에 쉽사리 뚫을 수는 없었다.


태화군은 만약을 대비하여 자신이 빠져 나오고 난 뒤 수하들에게 봉인을 보강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비록 봉인이 열리진 않았지만 굉음은 출구 뒤의 흑검단에게 전달 되기 충분했다. 굴 속의 흑검단은 바로 사람을 동원해 봉인을 강화 하면서 태화군에게 전령을 보낸 것은 당연했다.


“흥, 태화군이 제법 공을 들였군. 우리 차륜으로 공격합시다.”


황산세가의 이세영이 먼저 뜻을 밝히자 동조하는 사람이 나왔다. 이세영은 강호에서 제법 덕망과 영도력을 인정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삼절과 화무백 다음으로 나와 바로 강력한 공격을 가했고 또 그 다음 무리가 나와 재차 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흑검단이 막아 놓은 바위와 그 뒤에 보강해 놓은 토사들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고 다시 삼절이 나서자 바위가 파괴되며 그 뒤에 있던 흑검단까지 쓸어버렸다.


“와~”


함성이 터지며 강호의 영웅들이 물밀듯 동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흑검단이 산 아래에 뚫어 놓은 굴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최선의 경공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태화군은 동부에 갇힌 고수들이 기진하고 죽고 난 뒤 다시 들어가 보물을 차지하고 자부선인을 만날 속셈이었기에 굴을 무너뜨릴 생각은 전혀 없었고 굴을 무너뜨리라는 지시도 전혀 하지 않았다.


태화군은 자부선인이 고수들을 붙잡아 놓을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부선인이라 믿었던 원영이 그들을 모두 모아 제단 밖으로 내보내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다.




*****



장지태가 목숨을 내어 놓고 펼치는 공격은 강맹했으나 귀영십검이 펼친 귀영검환진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엔 그 엄청나게 패도적인 기운이 쏟아지자 잠시 당황해 하던 귀영십검은 이내 안정을 찾고 검진의 위력으로 막아내고 있었고 심지어 장지태의 빈틈을 찾아 날카로운 반격까지도 퍼붓고 있었다.


그것이 공격과 방어를 나눠 동시에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검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고’ 목숨을 도외시 한 채로 공세만 퍼붓는 장지태에겐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때 우혁은 장지태가 얼마나 위험한 초식을 펼치는 줄 알았기에 가장 먼저 곁에 다가서 쏟아지는 검기들을 받아냈다. 아직 절정의 문턱을 넘지 못한 그에게 절정고수들이 펼친 검진의 위력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두 번의 공격을 받아 넘겼을 때 금마상단의 고수들이 가세하였고 손각은 장완상과 함께 겨우 검진을 벗어 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중으로 펼쳐진 검진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고 검진 안에 남겨진 장지태를 비롯한 금마상단의 고수들은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다. 특히 아들이 검진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한 장지태는 긴장이 풀리며 기진해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흠. 혼원검이 당하고 나면 검진이 나를 노릴 것인데···.’


태화군을 몰아쳐가던 소연복은 불리해져 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검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선 금마상단이 당하기 전에 자신이 태화군을 죽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 그는 가까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태화군의 인상이 잔뜩 구겨지는 것을 보고 곧 전세가 뒤바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부선인···. 어째서 저를 버리신 겁입니까?’


태화군은 자부선인을 원망하며 다급하게 사자후를 터뜨렸다.


“흑검단은 들으라. 최후의 계획을 실행한다. 모두 흑죽통을 꺼내라.”


그의 사자후는 가까이 있는 소연복과 금마상단의 고수들뿐만 아니라 이제 막 굴을 빠져 나오던 군웅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들은 굴을 무너뜨리지 않은 태화군을 비웃었으나 그가 마지막 흉계를 꾸미고 있음을 듣게 되자 더욱 속도를 올렸다.


검진을 이루고 있던 흑검단은 모두 일사불란하게 품에서 한 자 가까이 되는 대나무통을 꺼냈다. 태화군의 말대로 그야말로 마지막 계획인 듯 왼손에 대나무통을 쥔 흑검단의 얼굴에선 비장함과 긴장감이 묻어있었고 두 눈은 소연복을 막아내고 있는 태화군에게 머물렀다.


소연복과 장지태 등은 동부에서 나온 군웅들이 지척까지 왔음을 알았으나 뜻을 알 수 없는 흑검단의 행동 때문에 극심한 긴장상태였다.


태화군은 동부에서 나온 군웅들이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연복의 날카로운 공격을 겨우겨우 받아 넘기면서도 바람과 쌍방의 위치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마침내 수세에서 단 한번의 기회를 포착 한 듯 검을 공세로 전환하자 양쪽 소매에서 암기가 쏟아지며 소연복을 향했다.


“지금이닷!”


흑검단은 어느새 칠십이지살진을 또 다른 진법으로 변형시킨 후였고 태화군의 외침에 그대로 검은 죽통을 꾹 쥐고 부수더니 달려오는 군웅들과 소연복, 금마상단을 향해 던졌다.


“암기다!”


앞장서 달려오던 이세영이 소리치자 달려오던 고수들은 황급히 회피했다. 살아남은 칠십여 흑검단이 던진 검은 죽통에선 붉은 연무가 지옥의 악귀처럼 뿜어져 나왔고 그 사이엔 수십 개의 철침이 숨어있었다.


산바람을 타고 붉은 연무가 고수들의 눈을 가렸고 무수히 많은 침이 그들을 덮치자 제아무리 고수들이라 하여도 많은 연기와 바늘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훕, 독이다!”


누군가 중독의 위험을 감수하고 경고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고수들이 독무를 들이마시고 독침에 박힌 채였다.


“하하, 남해검선. 승부는 다음에 냅시다.”


암기를 피한 소연복은 태화군의 작별인사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의 상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방금 전까진 태화군과의 싸움에선 승기를 잡은 채였으나 그의 수하들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동부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은 나오자 마자 태화군의 암습에 의해 대부분이 중독된 상태가 된 것이다.


소연복은 태화군이 쓴 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또 어떤 암수가 숨어 있을지 몰랐기에 차라리 그가 떠나게 두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부에서 나온 여의검제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이놈! 어딜 간단 말이냐?”


그는 중독을 피한 듯 달아나는 태화군을 쫓았다.


“허허, 역시 여의검제. 만독불침에 이른 것인가? 하지만 제자가 중독 된 듯한데 나와 싸울 때는 아닌 듯한데.”


태화군의 어르는 말에도 여의검제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해약을 내놓거라.”


“하하하. 해약을 가지고 협상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가진 해약은 이미 우리가 삼켰다.”


“뭣이라? 이놈. 기어코 천하영웅들을 원수로 돌리려는가?”


“하하하. 언젠가 천하를 내 발아래 둘 것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서라. 무슨 독인지 밝혀라.”


천하제일검이라 불리우는 여의검제도 흑검단주와의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태화군은 천하제일의 경공대가였기에. 또한 그를 따르는 흑검단의 고수들도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칠십이지살진을 펼쳤던 일류고수들도 경공만은 이미 일류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절정고수들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미 대부분이 중독되거나 사문의 누군가가 중독되어 위중한 상태라 그들을 도와줘야 했다.


“하하하, 사천당가와 오독교에 물어보시지. 내가 만든 독은 그들의 것을 섞은 것이니.”


태화군이 남긴 마지막 사자후를 듣고 여의검제는 추격을 포기했다. 도망치겠다 마음먹은 태화군을 잡을 수도 없었고 흑검단의 졸개들을 벤다고 중독이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중한 것은 중독된 군웅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중독 되어 위중한 군웅들이 많았기에 서둘러 사천당가의 고수들을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흑검단이 쓴 독이 얼마나 강했는지 강호 영웅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당리는 자신을 찾아온 여의검제를 보고 단번에 까닭을 알았다.


“해독제 때문에 오셨군.”


“그렇습니다. 태화군에게 듣기로 사천당가의 독을 썼다 하니 해독제가 있겠지요?”


“쥐새끼 같은 놈들이 우리 문중에서 천음절명향(天陰絶命香)의 조제법을 훔쳤을 줄이야.”


당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해약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천음절명향은 워낙 지독하고 그 조제 과정도 위험천만하여 당가에서도 오랫동안 만들지 않았지. 당연 해약도 지니지 않았소. 거기다 흑검단이 쓴 독은 한 가지가 아니니 그것은 나도 알 수 없는데다 그 독들의 해약이 있다 한들 서로 충돌 할 수도 있으니 함부로 쓸 수도 없는 것이오.”


말을 마친 당리의 낯빛은 어두웠다. 한 평생 독을 만드는데 바쳤고 그의 육신은 이미 만독불침의 독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뜻 밖에 자신의 독에 의해 수많은 군웅들이 중독될 줄이야. 거기다 그를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오독교의 독에 그도 중독됐다는 사실이었다.


‘오독교 이 망할 놈들···.’


당리는 속으로 원망을 삼켰고 여의검제는 오독교의 군웅들을 찾아갔다. 오독교와 사천당문은 강호의 양대 독종(毒宗)이었고 서로 종주를 자처했기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여의검제가 본 오독교도 상황은 당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독교와 당문은 동부에 들어갈 때도 앞에 섰고 나올 때도 앞에 섰기에 독에 정통했음에도 흑검단의 암계에 크게 당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들은 독에 내성이 있는 독인이었기에 다른 이들보다 독기운을 잘 누르고 있었다.


“흥. 이놈들이 우리의 오행상극무(五行相剋霧)를 쓸 줄이야. 이 독은 지금 해독제가 없습니다.”


여의검제를 본 오독교주는 그가 무슨 일로 찾아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화군이 남긴 마지막 사자후는 온 군웅들에게 울려퍼졌고 그 뒤로 당가와 오독교는 군웅들의 원망섞인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원망하고 싸우게 만드는 것, 사실 그것도 태화군의 간계라 할 수 있었다.


“그럼 만들 수는 있습니까?”


“만들 수야 있지만 시일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당가의 이 독은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는 독이니.”


“흥, 오독교의 독이야 말로 기운의 순환을 막고 있으니 천하영웅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요.”


어느새 다가온 당리가 오독교주의 말에 대꾸했다. 그들은 서로 노려보며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으나 주변에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중독된 군웅들의 심기는 더욱 나빴다.


“중독되지 않은 영웅이 있습니까? 저를 좀 도와주시지요.”


여의검제 화군악은 상무련주답게 영도력을 발휘했다. 그는 중독을 피했거나 증세가 미약한 사람들을 모아 당리와 오독교주가 일러준 약초를 찾았다. 그것은 완전한 해독제의 처방은 아니었으나 비록 임시방편이라 할지라도 시간을 버는 것은 중요했다.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은 많지도 않았으나 그들도 제자나 다른 문중의 사형제들을 보살펴야 했기에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그나마 사절은 심후한 내공으로 중독을 피했으나 제자들의 심맥에 침투한 독을 내공으로 밀어내느라 진력을 크게 소모해야 했다.


다만 남해검선은 혼자 온데다 흑검단의 암기가 동부를 빠져 나온 고수들에게 집중 된 탓에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남해검선을 뵙습니다.”


“오랜 만이네.”


남해검선은 화무백과 어린 시절부터 지기였기에 그의 아들인 여의검제를 편안하게 대했다.


“천하영웅들을 대신하여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천하 영웅들의 안위가 달려있으니 어찌 수고를 마다하겠나. 내가 북방의 약초는 다 안다고 할 수 없으나 아는 한 다 찾아오지.”


그때 마침 제자들의 독기운을 눌러놓고 일어난 홍운선자와 태산도제, 화무백이 다가왔고 남해검선은 아쉽다는 듯 말 했다.


“그 녀석만 빼곤 다 있었군.”


“천산설표 모용우의 소식을 들은 지는 삼 년쯤 됐군요.”


천산설표는 그들과 함께 이름을 날린 오절 중 하나였는데 그는 워낙 중원과 멀리 떨어진 천산이 은거지였고 여의검제와 같은 연배였다. 강호 오절이라 부르기엔 중원과 교류가 적은 편이었으나 그의 독특한 무학과 높은 기개는 일세의 천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오절로 일컬어지기에도 충분했다.


작가의말

주말에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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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산설표(天山雪豹) 모용우 22.03.05 146 1 12쪽
» 흉계 22.03.02 122 2 13쪽
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30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6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24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23 거도방 22.01.29 164 2 12쪽
22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2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2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3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5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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