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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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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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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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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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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징악(懲惡)

DUMMY

홍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맞았다. 하지만 소영과 소혜를 본 장완상과 졸도할 지경이었다. 장완상은 원래 조검이 없다는 거도방주의 말에 조검만 나타나지 않으면 모든 것을 그에게 뒤집어 씌울 요량이었다. 하지만 한소영이 나타난 이상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고 자신의 거짓말도 들통날 것이 틀림 없었다.


“너희는 오늘 청란객잔에서 이 놈과 싸웠지?”


홍운이 인자한 눈빛으로 소영, 소혜에게 묻자 소영이 각오를 한 듯 답했다.


“제자들은 어제 저자를 만났습니다. 당시에 저자가 사존 뵙기를 청하였으나 저희는 저자가 상인인 것을 알고 거절 하였습니다. 사존께선 원래 상인을 상대하지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하도 간곡히 청하여 어떤 연유인지 물어보려 오늘 아침 저들이 묵고 있는 객잔에 갔습니다. 그런데 저 둘과 거도방의 조검이 저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며 희롱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소 거도방에 원한이 있었던 저와 사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저들과 겨루었습니다.”


“잠깐. 너희의 실력으로 저 녀석과 겨루었다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인데.”


홍운의 손가락이 우혁을 가리켰다.


“저자는 다른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다 중간에 나갔습니다. 때문에 2층에 있던 우리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와 겨룬 것은 저 사람과 거도방의 조검입니다.”


“그 둘과 너희는 어떻더냐?”


그녀는 제자들의 성취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저희는 한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저들에게 변을 당할 뻔 했습니다.”


순간 홍운의 미간이 찌푸려졌으나 금방 안정을 찾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 저들의 마수를 벗어났단 말이냐?”


“제자들이 궁지에 몰려 사존의 계율을 깰까 고민하고 있을 때 김형이 나타나 구해주었습니다.”


홍운은 원영을 바라보았다. 때문에 장완상은 원영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는 아침에 한가주를 진맥하고 약재를 구하러 나왔다 돌어가는 길에 검울림과 한소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싸움에 참견하게 되었습니다.”


“인연인가..··· 두 번이나 내 제자들을 구해줬구나. 고맙다.”


홍운은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인자한 표정으로 원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금 조검을 기다리신다면 이미 늦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눈치 빠른 원영의 말에 홍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오는 길에 그를 만났는데 선자께서 거도방에 드시는 걸 보고 달아났습니다.”


“뭣이라? 이 놈들이 정말 겁도 없구나. 감히 빈도를 능멸하는가?”


대로한 홍운의 호통이 거도방 전체에 울려퍼졌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거도방주가 있었다. 그때 마침 한 사람이 달려와 그를 향해 부복했다.


<금의위 왕대인은 뭐라고 하시더냐?>


<지금 북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누구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며 우리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십니다.>


<이 돼지 같은 자식들! 우리가 20년 간 그렇게 많은 금을 쏟아 부었건만 모른 척 하다니.>


<이제 어떻게 할까요? 홍운선자가 기어코 살계를 범할 모양입니다.>


<검이는 어디로 떠났느냐?>


<소주는 항주로 떠난다 했습니다.>


<우리의 복수는 그 놈에게 맡길 수 밖에.>


그들이 전음을 주고 받는 것을 바라보던 홍운이 마침내 사자후를 터뜨렸다.


“이 간악한 놈들아. 7년 전 너희들의 잔혹한 패악을 보고도 살계를 범하지 않았으나 오늘 내 제자를 희롱하였으니 그것은 빈도를 희롱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 살계를 깨고 인세의 도리를 깨우치려 하니 이것은 모두 무도한 무리의 업보니라.”


그녀의 불 같은 호통에 겁을 먹지 않은 이가 없었으나 원영은 심령전언(心靈傳言)을 이용해 홍운에게 뜻을 전달했다. 그것은 비현결이 5성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얻은 신통이었고 전음처럼 입술도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뜻만 전하는 것이었기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선자께서 저들을 죽이는 것은 어른이 아이의 손목을 꺾는 일입니다.>


그의 말은 원래 홍운도 경계하던 것이었다. 홍운 같은 이름난 도인이 강호의 조무래기들에게 직접 손을 쓰는 것은 스스로의 체면을 깎는 것이었고 자칫 세인들의 비난을 살 수도 있는 것이었다.


홍운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본 원영은 다시 뜻을 전했다.


<저들에게 뉘우칠 기회를 주시고 원래 한가장의 것이었던 재물만 거두시지요.>


홍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금 사자후를 터뜨렸다.


“본 도장은 천지의 뜻을 따르는 사람으로 마땅히 하늘의 의로움과 땅의 자애로움을 보여야 하는 바, 스스로 왼팔을 자르는 이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알고 목숨을 거두지 않겠노라.”


그녀의 말에 거도방의 무인들 중에선 입술을 깨물고 스스로 팔을 자르는 이가 하나 둘 나왔다. 아무리 강호의 삼류무사들이었으나 그들도 한 평생 칼을 쥐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사람들이라 놀라운 강단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홍운이 과거 강호에 떨친 위명은 그들 스스로 팔을 자르게끔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반대로 죽기를 각오하고 홍운과 맞설 것을 준비하며 거도방주 주위로 이미 30여명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두려운 듯 눈에 초점이 없었다.


원영은 천년 동안 사람들의 윤리관이 얼마나 크게 바뀌었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그가 홍운에게 뉘우칠 기회를 주라고 부탁한 것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홍운은 용서하기 위해 왼팔을 거두어야만 하는 사람이었고 평생 동안 악을 벌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사실 7년 전 거도방이 거사할 때는 홍운이 은거하며 살계를 지킬 때라 거도방의 운이 매우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거도방의 무리 중 자신의 왼 팔을 자르거나 서로의 왼팔을 잘라준 이는 절반 정도였다.


“지금부터 7년 전의 원한을 갚을 것이니 팔을 자른 놈들은 어서 거도방을 떠나거라.”


홍운이 다시 사자후를 내 뱉고는 제자들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소영과 소혜는 듣거라.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씌웠던 계를 파할 것이다. 묶은 원한을 풀고 죽은 식솔들의 원혼을 위로하거라.”


옆에서 듣고 있던 원영은 깜짝 놀랐다. 장님인줄 알았던 소영이 갑자기 눈을 떴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감각을 예민하게 기르기 위해 낮에는 눈을 감고 밤에 혼자 있을 때만 눈을 뜨고 생활 했으나 원영은 그녀가 지금까지도 장님인 줄 알았던 것이다.


반면에 소혜는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홍운의 말을 들어보면 분명 어떤 제약을 푼 것이 틀림 없었기에 원영은 그 변화를 찾으려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을 느낀 소혜가 빙긋 웃었다.


“저는 원래 왼손잡이랍니다.”


그녀는 어느새 홍운의 검을 넘겨 받아 양손에 검을 쥐고 비장한 눈빛을 흘리고 있었다.


“7년 전 내 어미와 조부모는 너희들의 간악한 패악질에 돌아가셨으니 오늘 한을 풀겠다.”


소영은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내뱉고는 거도방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단 삼 초 만에 앞을 막아선 이의 목이 잘렸다.


그것을 지켜본 원영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소영의 눈이 밝은 것을 보고 다행스러웠으나 한편으로 그저 가엾은 여인 인줄로만 알았던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것이 조금 후회 되었다.


‘진작에 눈을 뜰 것이지 그 고생을 시켰나.


소혜는 쌍검을 쥐고 날아올랐다. 거도방의 무사들은 방주를 중심으로 진을 짜고 소영, 소혜와 대치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사람이지만 멀리서 홍운선자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용기보단 두려움이 더욱 앞섰다.


그나마 거도방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방주와 조검이었으나 원영이 보기에 조검이 있다 해도 눈을 뜬 소영의 상대는 못될 것 같았다. 단지 문제는 오십과 둘이 맞붙는 것이라 실력으로만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터였다.


“너는 올해 몇 살이냐?”


홍운의 음성이 원영의 귀에 들렸다.


“저는 올해 스물일곱입니다.”


“하하하. 천수신의가 장성한 제자를 거둔 이유가 있었군. 그럴만해.”


하지만 원영의 귀에 그녀의 칭찬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피비린내 나는 강호의 비정함을 목도하고 있었다. 살육을 살육으로 갚는 원시적인 보복의 현장의 가운데 있었다.


주인을 잃은 왼팔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뿜어진 선혈이 섬뜩한 광경을 채색 하고 있었다. 원영은 지옥의 원혼이 내지르는 단말마가 들리는듯 했고 공포와 원한으로 물든 눈동자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는 당장 가서 소영을 붙잡고 말리고 싶었으나 원한을 품은 그녀의 아픔이 어느 정도 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눈앞에서 어미와 조부모가 피를 흘리며 죽고 숨만 붙은 송장이 된 아비를 모셔 온 그녀의 심정을 누가 알 수가 있을까?


수많은 식솔들이 함께 목숨을 잃고 대대로 모아온 집안의 재물은 흉수들이 차지하여 하루 밤새 모든 것을 빼앗긴 소녀. 그 모든 것이 이제 막 열넷 된 자신의 혼사에 관계된 일이었으니 어찌 제정신일 수 있었을까?


원영은 병원 안의 좀비들을 모아놓고 휘발류를 뿌렸던 것이 떠올랐다.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되었고 그의 가족들도 좀비에게 당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리 됐을 것이라 짐작 할 뿐.


당시 그가 좀비를 불태우려 했던 것은 단지 좀비들이 그를 좀비로 여긴다는 것이 서글퍼서였다. 하지만 만약 좀비들이 가족을 물어뜯는 것을 보았다면 원영 그 자신도 참지 못했을 것이 틀림 없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소영, 소혜를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소영의 한풀이를 더 이상 쫓지 못하고 홍운의 앞에 조아리고 있는 장완상과 우혁을 향했다.


원영은 오늘 객잔에선 우혁을 보지 못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궁금했다. 때마침 홍운의 야멸찬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너희들은 스스로 팔을 자르지 않았으니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선자, 저는 7년 전의 일과 관계가 없습니다. 비록 오늘 술기운에 실수를 했을지언정 어찌 저 무도한 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겠습니까? 한소저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을 수는 없겠는지요?”


장완상은 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세치 혀로 홍운을 달래려 했으나 그것은 그의 오만이었다. 홍운의 출발은 도인이었으나 요 몇 년 살계를 지키기 전까진 사실 강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무인인 것이다.


그녀가 강호의 수많은 사건에 참견하며 복잡한 시비곡절을 냉정히 가려 협객행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천하오절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너는 세치 혀로 거짓을 일삼으며 나를 기만하였으니 그 혀부터 뽑아야겠다.”


깜짝 놀란 장완상이 바닥에 엎드렸다.


“소인이 살고자 하는 마음에 실수한 것이니 선자께선 노여움을 푸시고 제 말을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제 부친께서는 금마상단의 주인인 장지태이고 저는 장손이라 상단의 일각단주(一脚團主)를 맡고 있습니다. 부친께서는 원래 추정풍대협의 셋째 제자이며 태항산 협검문 오장문의 사제이며 스스로를 상인이자 무림의 사람이라 생각하시어 해마다 상무련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고 강호의 선배를 만나면 공경하고 무림동도들에게 조건 없이 베풀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마침 어제 한소저를 만나게 되어 선자의 높은 이름을 들어왔던바 뵙기를 청하였으나······”


“잠깐, 이 놈이 정말 장지태의 장자인가?”


홍운은 장황한 설명으로 부친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장완상의 말을 끊고 우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마 우혁이 진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장제의 말이 사실입니다.”


“허허, 호부에 견자가 없다는데, 왜 이런···. 그럼 너는 금마상단과 무슨 관계더냐?”


우혁은 부끄러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입을 다물고 홍운의 화를 돋굴 수는 없었다.


“저는···. 수행을 위해 강호에 나왔다가 금마상단의 장사숙을 찾아 뵙고 잠시 몸을 의탁하여 장제의 호위를 맡고 있습니다.”


“흥. 협검문의 대제제가 겨우 상단의 호위나 하려고 하산했단 말이더냐? 내가 젊은 시절 추대협과 인연이 없었다면 너희들을 진작에 베었을 것이다. 감히 내 제자를 더러운 입에 올려 희롱하다니. 허나 추대협과의 인연을 생각해 이번만은 참겠다. 너는 장안으로 돌아가거든 장지태에게 내가 빚을 받으러 가겠다고 이르거라.”


“선자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홍운의 추상 같은 말이 끝나자 우혁과 장완상은 동시에 답을 하고 일어섰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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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산설표(天山雪豹) 모용우 22.03.05 146 1 12쪽
39 흉계 22.03.02 121 2 13쪽
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30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5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23 거도방 22.01.29 164 2 12쪽
22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2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1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2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5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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