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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7.09 08:42
최근연재일 :
2015.11.03 01:07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103,977
추천수 :
1,266
글자수 :
682,490

작성
15.07.23 13:46
조회
1,136
추천
25
글자
11쪽

거복이 흑응회에 도착하다

DUMMY

8 월 3 일 오후, 거복이는 먼지가 더덕더덕 온몸에 붙은 채로 흑응장원의 문 앞에 우뚝 섰다. 물어물어 찾아서, 이제야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도중에 맛있는 먹을 것을 만나면 하루씩 더 머물기도 하면서 걸었기에 시일이 많이 걸렸으며, 별다른 사고없이 먼길을 왔다는 것만 해도 용하다고 할 것이었다. 그동안 거복이는 객점에 들어 잠을 자야할 돈까지 먹을 것을 사먹느라고, 비만 오지 않으면 그냥 저냥 야숙을 하며 지내왔었기에, 가끔은 지나는 길 옆에 있는 시냇물 속에 풍덩 들어가 씻기도 하였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 것을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 아니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자면 되지, 왜 잠자는 것에까지 돈을 쓰냐구 글쎄, 난 차라리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먹고 말지. - 한달 사이에 거복이는 얼마나 날마다 배불리 먹었는지 키도 한 뼘이나 더 큰 것 같았고, 몸뚱이는 건장한데다 양 볼딱지도 살이 두툼하게 올라서, 옷차림은 허름해도 그가 거지 출신이라고 하면 믿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만큼 그런 모양새였다.


거복은 커다란 문 앞에서 안을 기웃 기웃하면서, 누군가가 나오면 대형의 심부름을 왔다고 말을 하려고 하였으나 좀체로 누가 나오는 기미가 없었다. 흑응장원은 이미 동창부에 돌아갈 수재민들을 일차로 보내고, 다시 이차로 보낼 사람들을 오늘 출발시키려고 장원 가운데의 큰 운동장에서 갈 사람을 모아놓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던 차였는지라 정문은 오히려 한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출발하여 마차에 이런 저런 물건들과 아녀자들을 싣고서 정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재미있다는듯 구경을 하다가, 마침 대열을 따르던 흑응회주의 눈에 뜨이게 되었다. 주위에는 수 일내로 뒤따르게 되어있던 3차 출발자들 중 배웅을 나선 사람들도 많아서 왠만하면 그냥 넘어갔을 터인데, 그 생김새와 목적없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달라 보였던지라, 흑응회주는 말을 건네었다. 거복이는 씻지않았을 망정 신기하게도 얼굴만은 잘씻고 기름칠을 한 것처럼 뻔질하였다.


"야, 너?"


그러고 보니 나이가 어려보였지만, 등치로 보아서는 어른 만하였는지라 대뜸 해라를 하기에도 뭐하여서 말을 멈추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잘 살펴보니 나이는 어려보이지만 해라는 하는 것은 예가 아님으로 말을 고쳤다.


"여보시요. 혹시 흑응회에 무슨 볼 일이 있는 것인지요?"


"예, 저는 흑응회주 님을 찾아왔습니다."


"아? 제가 흑응회주입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이제야 제대로 찾았네요. 저는 거복이라고 합니다. 형이 편지를 전하라고 심부름을 보내서 왔는데요. 한 달이 걸렸습니다."


"형이라니 그 분은 누구신지요?"


"예, 편지를 보면 아실 겁니다."


거복이는 옷을 벗어서 옷깃의 한 쪽을 뜯어내고 편지를 꺼내었다. 그리고 땀에 절어 먹이 번진 편지를 흑응회주에게 전달했다. 흑응회주는 편지를 펼쳐 읽고서, 거복이를 바라보았다. 낙양에서 이곳까지 한 달이 걸려서 왔다니, 어린 것이 참 대단히 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고생이 많았구려. 들어갑시다. 가서 좀 씻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흑응회주는 지난 한 달 간, 사실 시간이 어찌 지나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뛰어다녔다. 또 흑응회주 뿐 아니라 아린 총관도, 서 서기도, 마 서기보, 선이 아가씨도 역시 하루 하루를 정말 정신없이 지냈고 그래서 8 월 초일에 해야 할 회의도 재대로 하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회의를 소집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편지를 함께 읽고, 상의를 해야할 그런 내용이 상당하였기 때문이었다.


흑대형의 편지가 도착하였다는 말에 모두들 당장에 손에 든 일을 그만 두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에 회주의 손님방(賓室)으로 모여들었다. 회주는 거복(巨福)이도 몸을 씻게하고, 옷을 갈아 입히고, 밥 두 그릇을 먹인 다음에 회의에 참석시키게 되었다. 회주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거복이라 하였지? 거복이는 형과 만나게 된 과정을 처음부터 천천히 자세하게 말해보거라. 빼먹지 말고, 알았지?"


이렇게 하여 흑응회의 간부 4 명은 거복이의 입을 통해, 때로는 논리적 연결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흑대형 진원성이 낙양단이라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알수 있게 되었다. 흑응회주가 말했다.


"흑대형은 낙양에 계시는데, 여기 거복이라는 아이에게 편지를 들려보냈습니다. 먼저 제가 대형의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볼테니 들어보세요. 그 다음에 돌려 드릴테니 다들 한번 씩 읽어보길 바랍니다."


"......"


"나는 지금 낙양에 있는데 모종의 일을 추진하고 있으며, 끝나는대로 제남으로 돌아가겠다. 여기 일이 아마도 년 말까지는 가야할 것 같으니 내년 1 월 말에나 볼 수 있을 것이다 ...... (중략) 아린 총관에게는 말없이 그냥 떠날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주라."


"......"


"그리고 거복이 너에게 관한 말씀도 있는데 잘 들어보아라. ... 편지 심부름을 하는 아이는 이름이 거복이라 하는데, 거복이는 먹을 것을 많이 주겠다고 말하고, 글자와 권술을 배우도록 권해보고, 본인이 좋다면 제남에 머물도록 하라. 아니면 낙양으로 돌려보내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


거복이는 낙양에 돌아가면 또 다시 배고플 것만 같은 생각에 얼른 대답을 하였다.


"정말 먹을 것을 많이 주는 거지요?"


"그렇다. 글을 배우고 권술을 배우는 것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배고플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예, 저는 여기 남아서 글을 배우고 권술을 배우겠습니다."


"좋아. 그럼 여기에서 살도록 하거라. 이 편지를 드릴테니 한번씩 읽어보세요. 자 아린 총관님. 그리고 선이 님은 거복이를 저쪽 끝에 있는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앞으로 그 방에서 살도록 해야할 것 같네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복이 동생은 날 따라 오거라."


아린 총관은 잠시 삐뚤빼뚤 대형이 쓴 편지를 읽었고 마지막에 - 아린 총관에게는 말없이 그냥 떠날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주라. - 라는 것을 읽었다. 그러면서 왠지 눈에서 물이 핑하고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 무정한 사람 같으니라구... 겨우 이 한마디 뿐이야 - 라고 중얼 거렸다. 이 말의 속 뜻은 - 그럼 그렇지 그래도 나를 잊지는 않고 있었구나, 내 말을 따로 글 한 줄로 적을 줄도 알고... - 이런 뜻이었다. 그리고 서기에게 편지를 넘겼다. 서기는 편지를 읽고 다시 마 서기보에게 넘겼다. 마 서기보는 편지를 읽고 선아 아가씨에게 넘겼다. 이즈음에 선아는 회주에게서 천자문을 개인교습 받고 있던 중이었지만 편지를 해득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래서 편지를 읽지 않고 다시 회주에게 돌려주었다. 흑응서기가 입을 열었다.


"편지의 내용을 보니 대형이 이번 일을 겪고서 꽤나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형편에 꼭 필요한 그런 일들을 말씀하셨으니, 내일부터 명령을 실천해가야겠지요."


"예, 대형이 하신 말씀대로 저는 우선 순검을 통해서 추관님을 날(日)잡아 먼저 뵙고 그 건을 상의드려야 하겠습니다. 비룡방의 상향주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우리가 결국 그것을 하게 되었네요."


"에 ... 거복이 건에 대해서 한가지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들 혹시 어떤 책에서 거인(巨人)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지요? 아니면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요?"


"거인이라니 ... 무슨 말씀 입니까?"


"제가 거복이를 살펴보니 혹시 거인족(巨人族)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어떤 책에서 본 글인데요. 실제로 거인족이 있다고 합니다. 거인 족은 옛날 천국이란 나라에서 천국성(天國城)의 경비를 책임지던 커다란 몸의 족속이라고 합니다. 키는 보통 사람보다 한 자나 그 이상 더 크고요, 몸은 튼튼하고 단단하여 왠만한 칼이나 창도 몸을 상하게 하지 못하고요, 힘이 세서 능히 큰 나무를 뿌리채로 뽑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성격은 온순하고 충성심이 강해서 한번 충성을 맹세하면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


"생김새는 지금의 거복이처럼 아주 통통한 모양의 대추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저는 대추열매처럼 생겼다는 그 글을 읽었을 때에는 어떤 모양인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모양인데 대추처럼 생겼다고 말하나 하였더니 오늘 거복이를 보니 대추열매 모양이 무엇을 말하는지 확실히 알겠네요. 거인족은 사람 여자와 결혼하면 거의 거인족 아들만을 낳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쩌다 딸을 낳으면, 그래서 그 딸이 다시 아들을 나으면, 그들이 몸집이 큰 유명한 장군(將軍)이 되거나 력사(力士)가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옛날의 관우(관운장 關雲長)나 장비(장익덕 張益德)도 그런 아들일 것이라는 짐작이 됩니다."


"......"


"우리 주군께서 복이 있어서, 하늘이 그런 인물을 주군에게 내려주셨는가 보네요."


"아니, 서기님도 대형을 주군이라고 부르십니까?"


"예, 지금부터 저는 대형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난 한 달 간 거의 잠도 못자고 고생을 하였는데, 아니지 사실 대형을 처음 본 그날 이후로 하루도 맘편하게 잠들지 못하였지요. 이제는 고생한 댓가를 대형한테 내놓으라고 할려고 하다보니, 주군이라고 불러야 그 댓가를 확실히 챙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렇게 할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회주님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 말이 맞아요. 사실 나도 한 손과 한 발을 잃어버렸는데, 그 댓가를 대형에게 내놓으라고 할려면, 주군으로 모시고 어떻게든지 흑응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만 하겠기에 말이지요. 예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서기님 지금 혼자서 고생했다고 자랑하는 것입니까? 저도 사실 입회 이후로 하루도 맘 편히 쉰 적이 없어요. 이러다 마누라가 도망가게 생겼어요."


"하 하 하, 홀몸이 되셨다 그러면 흑대형은 아마 얼른 다른 여자 하나를 골라 맞아들이라 하시겠네요. 대형이 다른 것은 몰라도 남자가 홀 몸으로 사는 것은 질색으로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회주 님이 요즈음 선이 아가씨가 옆에 있다고 아주 여유가 많아지셨습니다."


흑응회의 내부는 어느 새 농담도 오가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그동안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흑대형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 다들 마음 한 켠에는 무거운 돌맹이 하나처럼 담아져 있었으며, 오늘의 편지로 그 돌맹이를 저 멀리 팔매질로 내던져버린 그런 기분이 되었던 것이다. 누구의 소식을 안다는 것과 소식도 모른다는 것의 차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삶과 죽음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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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흑응장원 토지 이용 계획 15.07.30 1,410 15 14쪽
17 이정진(李正進)은 낙양 경가장(耿家莊)에 있습니다 +2 15.07.29 1,137 13 16쪽
16 적목귀(赤目鬼) 출현(出現) 15.07.28 1,169 14 17쪽
15 심의파 제자와 비무하다 +2 15.07.27 1,011 12 14쪽
14 낙양의 일곱 세력 15.07.25 1,169 12 12쪽
13 낙양의 땅부자 3 명 15.07.24 1,065 14 11쪽
» 거복이 흑응회에 도착하다 15.07.23 1,137 25 11쪽
11 수재민(水災民)을 받아들이다 15.07.22 1,086 16 12쪽
10 양두구육(羊頭狗肉) +2 15.07.21 986 14 15쪽
9 잔칫날 쓸 살찐 돼지 15.07.20 1,062 17 16쪽
8 하남지부(河南知府)의 비밀회의(秘密會議) +2 15.07.18 1,197 18 16쪽
7 산동성 동창부(東昌府)의 수재민을 구하라 +1 15.07.18 1,032 23 11쪽
6 난정 흑응반점 부총관이 되다 15.07.17 1,367 20 11쪽
5 일만 량 잘 쓰는 방법 +1 15.07.16 1,213 17 10쪽
4 입단의례(入團儀禮) 거치고 부행수(副行首) 되다 15.07.15 1,121 18 17쪽
3 구걸을 잘할수 있는 거지 15.07.14 1,507 23 15쪽
2 개방(介幇) 낙양단(洛陽團) +1 15.07.13 1,784 23 14쪽
1 낙양성(洛陽城)에 들다 +3 15.07.11 2,03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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