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59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13 18:00
조회
70
추천
0
글자
12쪽

잊지 마라

DUMMY

“저 마부가 데려다줄 텐데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네 알겠습니다...”


단순히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뿐인데 마치 비밀 작전이라도 하는 것 같은 카일의 말투에 하룬델은 의아해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럇”


히잉


마부 채찍질에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마차가 출발했다.


시야에서 마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카일은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면 이제 내 할 일을 마저 해야지”


하룬델을 태운 마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카일은 말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뭐?! 그 자식이 또 왔다고?”


“네”


애딘은 누가 봐도 불안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었다.


“응접실로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집사가 나가고 애딘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분명 그때의 일을 다시 캐물으러 온 거겠지”


벌레라도 본 것 같이 얼굴을 구겨져서는 금방이라도 욕을 내뱉을 것 같이 입술이 달싹거렸다.


“후우~ 진정하자 여기서 흔들리면 안 돼”


깊게 숨을 몇 번 내쉬고 나서야 진정이 된 듯 애딘은 힘들게 방을 나섰다.


끼익


“어서 오게나 카일”


“안녕한가?”


애딘은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지만 카일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늦어서 미안하네 하고 있던 일이 있어서 그걸 처리하느라 늦었네”


“아니네 저번도 그렇고 갑자기 찾아온 내 잘못이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 때문에 왔는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침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저번에 마녀의 저택에 마녀척살단이 습격한 것에 대해서 말했지?”


“그랬었지”


“극비 상황이지만 며칠 전에 마녀척살단이 다시 마녀의 저택을 급습했었다네”


“그런 일이 있었던가?”


몰랐던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극비 사항을 굳이 알려주는 이유에 대해 불안해했다.


“신기하게도 이게 언제 일어난 지 아는가?”


“아니”


“저번에 내가 이곳에 와서 마녀척살단의 습격을 자네에게 알려줬던 날이지”


상대방을 비꼬고 뭔가 아는 것 같이 말하는 카일의 말투에 애딘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것 참 대단한 우연이군”


애딘은 애써 자신의 불안감을 무시하려 했다.


“그리고 보니 말을 안 한 것 같은데 그날 자네 나하고 만난 뒤 급하게 어디론가 가는 것 같던데 어딜 가고 있었나?”


설마 그날 카일이 그때까지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애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그게 급히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그런 외진 곳에서 누굴 만난다는 거지?”


“설마 날 미행한 건가?”


원래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더 무겁게 가라앉았고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그랬다네”


“뭔가 걸린다는 거지?”


“자네가 마녀척살단과 내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는 카일의 말에 할 말을 잃은 애딘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설명을 좀 해주겠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처음에는 그저 감이었지”


“감? 단순히 감만으로 날 의심한다는 건가?”


애딘은 일부러 언성을 높여 자신의 불안감을 숨기려 했지만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이었지만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가더군”


“그게 무슨 소리지?”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지 않나?”


둘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고 꽤 오랜 시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데앵데앵


이번에도 둘 사이의 침묵을 깨주는 것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괘종시계의 알림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 마녀척살단하고 내통했지 하지만 그게 문제 있나?”


결국 궁지에 몰린 애딘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며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시겔 때문인가?”


“시겔? 아~ 그 마녀의 기사?”


모를 리 없을 텐데 마치 몰랐다고 안 것처럼 행동하며 비꼬듯이 말했지만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왜 그딴 애송이 때문에 마녀척살단하고 내통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시겔과의 대결에서 져서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지 않나?”


“대결 결과에 대해서 승복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아닌가?”


“하하하”


대뜸 애딘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자네가 이렇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인지 몰랐네”


살짝 애딘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카일은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들은 다 잘못된 거라네”


“과연 잘못됐을까?”


이번에는 카일이 살짝 미소 지었고 보기 드문 모습에 애딘은 미간을 찡그렸다.


“예전에 친선대회에서 자네가 신참 기사에게 졌을 때, 앞에서는 승리를 인정하고 넘어가고 그 뒤에는 기사를 못살게 괴롭히지 않았나?”


“그건 그냥 그 녀석이 잘못 했으니 선임 기사로서 주의 준 것뿐이지 별다른 의도는 없었네”


“주의 주었다 치고는 다른 동료 기사들 앞에서 모욕적인 말들을 서슴지 않게 해서 치욕을 주지 않았나?”


“말을 심하게 하기는 했던 것 같네”


“그러고 나서 그 기사는 그만두었지”


“그 녀석이 끈기가 없음을 내 탓이라고 하는 건가?”


카일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은 잘못 없다는 식으로 애딘은 어물쩍 넘어갔다.


“그때도 그런 태도로 일관했지”


“굳이 예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깨닫게 해줄 생각이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군”


조금 전부터 짓고 있던 카일의 미소는 이제 비웃음으로 변해 있었고 그걸 보는 애딘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내가 어떤 인물이지?”


“자존심이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앞서는 자지 그리고 그 자존심으로 인해 남에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고”




“적당히 해라 카일!”


애딘은 탁자를 강하게 치며 분개했지만 카일은 입가는 더욱 휘어있었다.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지? 네 제자를 건드려서 그런가?”


“무슨 소리지? 나는 변절자를 처단하려 하는 것뿐이라네”


“변절자?”


책상을 내려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깟 마녀의 기사 때문에 동료를 변절자라고 하는 건가?”


“기사의 신념을 저버린 자를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로 애딘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눈빛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이지?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날 고발 할 셈인가?”


“자네 말대로 증거가 없으니 고발은 할 수 없지, 하지만”


말을 끝맺지 않고서 카일은 정면에 서서 자신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애딘을 바라보았다.


“네 놈을 항상 지켜보고 있을 거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베어 버릴 거고”


어느새 입가의 여유로운 웃음을 지운 채 본래의 무표정을 한 카일이 협박과 경고가 섞인 말을 했다.


“뭐라고?!”


완전히 무시당하고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진 애딘은 검의 손잡이 손을 올렸다.


“죽여 버리겠어”


타앗


손잡이를 움켜쥐고서 검을 뽑으려 하기 직전 카일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검을 목에 겨누었다.


“읏...”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순식간에 다가와 자신의 목에 검까지 겨눈 카일을 눈알만 굴려 겨우 보았다.


“건방 떨지 마라 애딘,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너쯤은 아무렇지 않게 베어버릴 수 있으니까”


“이 자식...”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카일의 검이 목으로 파고들려 했기에 애딘은 몸을 굳힌 채 침음했다.


상대가 반항을 포기하는 듯 보이자 카일은 검을 내리고 뒤로 물러났다.


“잊지 마라 언제나 내 검은 너를 향하고 있음을”


카일은 검을 뻗어 그 끝을 애딘에게 향한 뒤 검을 집어넣고는 뒤돌아서 저택을 나왔다.


“빌어먹을!”


대상을 잃은 악의가 허공에 울렸고 자신의 분을 못 이긴 애딘은 검을 뽑아서 탁자에 분풀이했다.


한참을 죄 없는 탁자를 베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날카로운 눈빛을 풀지 않았다.


평소라면 뭔가 다른 계획을 세웠겠지만 카일이 자신을 경계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제기랄!”


타인에 의해서 행동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아악”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괴성을 질렀지만 그럴수록 더욱 처량할 뿐이었다.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애딘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저기 여기로 가는거 맞나요?”


길이 좋지 않아 덜컹거리는 마차에 맞춰 하룬델의 몸이 흔들거렸다.


“이 길이 맞아요?”


저택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고는 해도 지금 가는 길이 저택으로 가는 길이 아님은 잘 알고 있었다.


“저기요?”


그래도 자신보다는 마부가 길을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어보려 했지만, 마부는 어찌 된 일인지 대답은커녕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안 들리세요?!”


마차가 시끄럽기도 했고 마차의 벽에 대고 얘기하는 거라 안 들렸을 수도 있다 생각한 하룬델은 더욱 큰 소리로 말했지만, 마부는 반응이 없었다.


“뭐지?”


아무 말도 없이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마부의 행동에 하룬델은 이상함을 느꼈다.


“설마 나 납치당한 건가?”


그럴 수도 있었지만 이 마차는 카일 소유였기에 긴가민가했고 출발 하기 전 해준 말이 신경 쓰였다.


마부를 믿으라는 의미심장한 말


“믿어야 하는 건가?”


카일이 준비해준 마차고 마부를 믿으라는 말까지 했으니 믿는 게 맞았지만 어째서 마부가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믿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마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하룬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아내야겠어”


하룬델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우선 마차의 벽에 한 손을 대고는 눈을 감았다.


“보여라”


마차의 벽에 작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초록빛으로 빛났다.


“음... 일단 말을 멈추게 해볼까?”


눈을 감고 마차의 벽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 보여야 정상이지만 하룬델은 뭔가 보이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좋아 그러면”


무언가를 결심한 것인지 남은 한 손도 마차의 벽에 댔고 똑같이 초록빛이 나는 마법진이 생겼다.


“잠깐 멈춰 줘”


히이잉


“이게 왜 이래?”


말이 갑자기 울부짖으며 멈추었고 여태까지 한마디도 안 하던 마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럇!”


말은 완전히 멈추었고 마부의 채찍질에도 꼼짝도 안 했다.


“무슨 문제 있나요?”


하룬델은 어느새 마차에 내려서 마부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


슬쩍 하룬델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이 살짝 움직였지만 이내 멈추었다.


“도와드릴까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친근한 척 했지만, 마부는 애써 무시하며 말을 다시 움직이려 노력했다.


“이럇!”


하룬델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가 마법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데 한번 해볼까요?”


슬쩍슬쩍 하룬델을 보며 마부는 진땀을 흘리며 말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히이잉


“아프니까 그만 좀 때리라는데요?”


마부는 한 번 더 채찍질하기 위해 든 손을 멈추고는 하룬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원하는 걸 알려주시면 말이 다시 움직이게끔 말해 볼게요.”


마부는 침만 꼴깍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싫으시면 계속 여기 있어야죠”


하룬델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마부는 눈이 살짝 흔들렸다.


“저기...!”


마부가 보지 못하게끔 하룬델은 미소를 지은 뒤 표정 관리를 하며 다시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시죠?”


“뭘 원하시나요?”


마부의 말에 숨겨두었던 미소를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사는 이-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잊지 마라 21.02.13 71 0 12쪽
64 숲속의 오두막 21.02.12 60 0 12쪽
63 다시 시작하다. 21.02.11 61 0 11쪽
62 배웅 21.02.10 62 0 12쪽
61 둘 중 하나는 끝이 난다. 21.02.09 63 0 13쪽
60 버텨야 한다. 21.02.08 66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7 0 11쪽
58 주인의 의무 21.02.06 61 0 11쪽
57 사건의 행방 21.02.05 61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1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7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6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0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51 의외의 선물 21.01.30 71 0 12쪽
50 특이한 선물 21.01.29 67 0 11쪽
49 목걸이 21.01.28 73 0 13쪽
48 우리는 적이다. 21.01.27 74 0 11쪽
47 특별한 만남은 의외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21.01.26 77 0 12쪽
46 미끼가 되자 21.01.25 8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