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65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1.30 18:00
조회
71
추천
0
글자
12쪽

의외의 선물

DUMMY

“또 요?”


“네 에밀리 님”


자신들을 부른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왕의 호출이 왔다.


이번에는 카일이 전하지 않고 왕궁에서 온 다른 기사가 들고 온 서신을 케르디가 대신 전했다.


“내일 와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쩌겠어요. 가야죠”


귀찮고 껄끄럽지만 어쩌겠는가? 왕이 부르는데 가야지


“네 그럼 가겠다고 전달해달라 하겠습니다.”


케르디가 서신을 가져온 기사에게 대답을 전해주기 위해 방을 나가고 에밀리는 시겔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자나?”


똑똑


“나야 자?”


이번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자 에밀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없네?”


방안에 시겔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닫고 나와 어디에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방에 없으면 또 검이라도 휘두르러 갔나?”


밖으로 발걸음으로 옮기던 중 돌아오는 케르디와 마주쳤다.


“에밀리 님 어디 가십니까?”


“시겔을 찾고 있어요.”


“마치 잘 됐습니다. 저도 찾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내일 왕궁을 가는 걸 알리려 했습니다.”


“제가 알려줄게요. 어차피 그것 때문에 찾고 있었으니까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거짓이라도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겠지만 케르디에 한해서는 그런 일 따위는 없었고 오직 무표정을 유지했다.


“괜찮으니 사양 마세요.”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케르디를 지나쳐 밖에 나왔지만 시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쪽에 있나?”


다시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하앗!”


에밀리는 바로 시겔을 부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시겔의 검을 봐왔지만 검술 수업을 받고 나서 확실히 더욱 매서운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검술 수업이 끝났음에도 매일 같이 검을 휘둘렀기에 당연히 그 매서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갔다.




단순히 허공을 베는 것뿐이었지만 앞에 적이 있기라도 한 것같이 강하게 휘둘렀다.


“시겔”


“응?”


평소 에밀리가 자신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익숙한 목소리로 들리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


“할 얘기가 있는데 바빠?”


원래라면 막무가내로 내 사정을 묻지 않고 얘기했을 에밀리였지만 바쁘냐고 물어보다니 이것 또한 낯설었다.


“괜찮아 무슨 일인데?”


“왕이 또 우릴 불렀어.”


“또?”


에밀리와 똑같이 시겔 역시 왕의 호출이 그리 달갑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래?”


“모르겠어”


저번에도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역시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가야 해?”


“아니 내일”


“그래도 이번에는 바로 부르지는 않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찾아온 거야?”


“그것도 있고 그냥 뭐하나 궁금해서 와 봤어”


“궁금증이 해결됐어?”


“그래”


시겔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서 있자 에밀리가 손수건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받아”


건네진 손수건을 시겔은 멀뚱히 서서 쳐다보았고 자신의 손이 무안해지자 에밀리가 조금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어... 고마워”


마지못해 받아든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서 그대로 돌려주려다가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빨아서 다시 돌려줄게”


“흐음”


에밀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며 시겔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난 분명히 그대로 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라서”


“그대로 돌려줬으면 뭐라 할 생각이었지?”


“당연하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칭찬했다.


“예전이랑 다르게 많이 변했네”


뜬금없는 에밀리의 칭찬은 칭찬으로 들리기보다는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는 동안 너도 많이 변했어.”


“변해? 어떻게?”


“어... 그게...”


이런 질문이 되돌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시겔은 우물쭈물했다.


“예전보다 얌전해졌다고 할까?”


“뭐야 그 말은 예전에는 얌전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렇지”


표정이 험악해지기는 했지만, 에밀리는 그 이상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또?”


“그래, 많이 라고 했으니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닐 거 아니야?”


“어... 음... 또”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것이 아닌, 그냥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기에 설명하기 어려웠다.


“성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성숙? 내가?”


“응 그런 것 같아”


뭐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느낌을 그나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성숙이었다.


“그렇구나”


지어낸 말은 아니었지만,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에밀리는 나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셨군요.”


에밀리가 그다음을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 때쯤 케르디가 나타났다.


“식사 시간이십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어느샌가 해는 산을 불태울 것같이 붉게 타오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돌아가자”


고개를 까딱이며 말을 하는 에밀리의 모습이 친숙했기에 시겔은 피식 웃었다.


“그래”


자신을 보며 웃는 시겔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에밀리는 돌아서서 앞장섰다.


“음~”


당연하지만 저택에서 나온 모든 식사는 귀족만큼이나 고급스럽기 때문에 맛있었다.


하지만 그 맛있는 음식을 10년 이상 먹게 되면 적응되기 마련일 텐데 에밀리는 여전히 처음 먹는 것처럼 감탄했다.


“맛있어?”


“당연하지!”


왕의 호출에 관해서 얘기할까 했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모습을 보니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아우 너무 많이 먹었다.”


결국, 제대로 된 대화는커녕 폭식만 하고 와서 배가 빵빵해진 채로 방에 돌아왔다.


“내일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지금 고민해도 아무 소용없었기에 시겔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는 잘 준비했다.




잠옷으로 갈아입던 도중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아... 이건”


장신구 가게에서 어쩌다 보니 사게 된 목걸이가 들어있는 상자였다.


“이거 어떻게 하지?”


사기는 했지만 역시나 목걸이를 할 생각 없었기에 지금의 시겔에는 아무 쓸모 없었다.


“에밀리 줄까?”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자는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포장지로 예쁘게 감싸져 있었기 때문에 선물로 준다 해도 손색없었다.


“아직 안 자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으니 서둘러서 에밀리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에밀리 자?”


끼익


에밀리도 잘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 잠옷을 입은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야?”


“줄 게 있어서”


“줄 거?”


시겔은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넸고 에밀리는 받아든 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게 뭐야?”


“장신구 가게에서 산 거”


“목걸이?”


“응”


“이걸 왜 나 줘? 네가 쓸려고 산 거 아니었어?”


“그렇게는 한데 나보다는 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급하게 생각해낸 변명에 에밀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고마워”


“그럼 나 가볼게”


계속 있다가는 추궁당할 수도 있었기에 시겔은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 했다.


“잠깐만”


뒤돌아서 가려는 시겔의 손을 황급히 붙잡고서 에밀리가 안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럽게 끌어당겨지는 바람에 균형을 잃으며 빨려 들어가듯이 에밀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왜 그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시겔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에밀리는 대답 대신에 포장지를 뜯고서 상자를 열어 목걸이를 꺼냈다.


“예쁜 거 골랐네”


다행히 에밀리의 취향에 맞았던 것인지 살짝 미소 지었다.


“자”


에밀리는 목걸이를 시겔의 손에 쥐여주었고 뒤돌아서서는 뒷머리를 잡아 올려 목덜미가 보이게 했다.


“뭐해 안 하고?”


“뭘 해?”


“목걸이 채워주라고”


“뭐?!”


떨리는 눈동자로 에밀리의 하얗고 깨끗한 목덜미를 바라보았다.


“어서 해 빨리 자야지”


에밀리의 독촉에 천천히 다가갔고 혹시나 숨결이 닿을까 숨도 쉬지 않은 채로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앞으로 한 다음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겨우 목걸이를 채웠다.


“됐어”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내린 에밀리는 손바닥에 펜던트를 살펴보았다.


“이거 열리는 거네?”


“응”


안을 열어보았지만, 당연히 그 안은 비어있었다.


“여기에 뭘 넣지?”


말도 하지 않고 에밀리는 빈 공간에 무엇을 채울지에 대해서 고심하는 듯 진지한 얼굴을 했다.


“난 이만 가볼게”


“응 목걸이 고마워”


“어... 어...”


밝게 웃으며 말하는 에밀리와는 반대로 시겔은 어색하고 딱딱하게 말하고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방으로 돌아와서는 가쁜 숨을 내쉬며 조금 전까지 목걸이가 들려있던 손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젓고서 침대로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붉은 꽃 한 송이였다.


그 꽃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여 손가락 톡 하고 건드리니 붉은빛이 눈을 멀게 했고 앞이 다시 보였을 때는 붉은 머리 여자가 서 있었다.


“에밀리?”


아니었다.


에밀리와 같은 붉은 머리,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에밀리는 아니었다.


그 여자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그 눈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켠이 아렸다.


“넌...”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뻗어서 붉은 눈동자로 갔다 대자 어두웠던 주위가 밝아지며 시야가 하얘졌다.


“시겔?”


“어?”


다시 앞이 보였을 때 먼저 보인 것은 나를 붉은 눈동자로 내려다보고 있는 에밀리였다.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아직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 시겔은 눈물이 맺힌 눈만 멀뚱멀뚱 뜨고만 있었다.


“괜찮아?”


“어... 괜찮아”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 시겔은 대답하고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왜 울고 있었어?”


“모르겠어”


“몰라?”


뭔가 슬픈 꿈을 꾼 것 같았지만 정확히 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근데 넌 내 방에 왜 있어?”


“왕궁 가야 하니까 빨리 준비하라고 얘기 해주려고 왔어.”


“아 맞다.”


꿈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정신을 차린 시겔은 그제야 왕궁에 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빨리 준비하고 나와”


에밀리가 나가고 기지개를 켠 뒤 시겔은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가자”


저번처럼 카일이 데리러 온 것이 아닌 왕궁에서 마부와 마차만 보내왔다.


“근데 도대체 우릴 왜 부른 걸까?”


마차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나서야 에밀리는 다시금 왕의 호출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다.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


시겔이라고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고민해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야 하지”


원래부터 왕의 호출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던 에밀리는 바로 의문을 거두었고 바깥 구경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


시겔은 바람을 쐬며 희미한 꿈을 어떻게든 기억해내려 애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고 왕궁에 도착할 때까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도착했습니다.”


마차에서 내려서 보이는 왕궁은 전에 본 것과 다름없이 위용이 넘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원래라면 카일이 항상 함께했기에 따로 안내인이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카일이 없으니 안내할 다른 사람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문 앞을 지키는 병사 말고는 안내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만이야 시겔, 에밀리”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둘은 동시에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둥그런 챙이 달린 남색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하룬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사는 이-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잊지 마라 21.02.13 71 0 12쪽
64 숲속의 오두막 21.02.12 60 0 12쪽
63 다시 시작하다. 21.02.11 62 0 11쪽
62 배웅 21.02.10 62 0 12쪽
61 둘 중 하나는 끝이 난다. 21.02.09 64 0 13쪽
60 버텨야 한다. 21.02.08 66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7 0 11쪽
58 주인의 의무 21.02.06 61 0 11쪽
57 사건의 행방 21.02.05 61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1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7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6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0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 의외의 선물 21.01.30 72 0 12쪽
50 특이한 선물 21.01.29 67 0 11쪽
49 목걸이 21.01.28 74 0 13쪽
48 우리는 적이다. 21.01.27 74 0 11쪽
47 특별한 만남은 의외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21.01.26 77 0 12쪽
46 미끼가 되자 21.01.25 8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