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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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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64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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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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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다시 시작하다.

DUMMY

마차는 어느덧 숲속을 벗어났고 사람이 없는 처음 보는 길을 쉬지 않고 달렸다.


덜컹덜컹


아무래도 계속 인적이 드문 길로 다니다 보니 길 자체가 좋지 않았기에 마차의 덜컹거림이 심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이런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타고 있는 사람은 지칠 수밖에 없었고 에밀리는 한계가 오고 있었다.


“아직 먼 것 같아”


“이미 꽤 달리지 않았나?”


“그렇지...”


저택에서 마력을 다 소비할 정도로 힘든 일이 있음에도 얼마 쉬지도 못하고 이런 길을 달렸으니 그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좀 쉬었다 가면 안 되나?”


특히나 에밀리는 마력에 의존하는 마법사이다 보니 마력이 거의 고갈 된 상태였기에 더욱 힘들어 보였다.


“한번 말해볼게”


시겔과 에밀리가 마차에 탈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자였기에 말이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었다.


히이잉


뭐라 말하기도 전에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마차가 스스로 멈추었다.


“뭐지?”


어리둥절하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마차 문이 열렸다.


“설마 도착한 건가?”


이유가 뭐가 되었든 둘은 일단 내렸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집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런 곳에 멈춘 거지?”


어찌 된 것인지 물어보려 마부를 찾아봤다.


“저기요”


무엇을 하는 것인지 마부는 마차 뒤쪽에서 부스럭거리고 있었고 시겔이 인기척을 내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긴 어디인가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마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만 했다.


“엇?!”


무안한 시겔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마부는 무심하게 무언가 두 개를 쥐여주고는 다시 마차 뒤에서 부스럭거렸다.


황당해서 멍하니 마부를 쳐다보다가 시겔은 시선을 내려 마부가 준 것을 살펴봤다.


“담요?”


마부가 준 것은 두터운 담요였고 그걸 본 시겔은 이곳에 왜 멈추었는지를 깨달았다.


해는 저물어 가고 있었고 한참을 쉽지 않고 달렸기에 말도 쉴 필요가 있었다.


“에밀리”


“응?”


“이거 받아”


“담요 아니야?”


“맞아”


“이건 어디서 났어?”


“마부가 줬어.”


“마부가?”


담요를 받아든 에밀리는 당황한 듯 보였다.


“설마, 우리가 살 곳이 여기야?”


에밀리는 아주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인 것 같은데?”


“아~ 그렇구나”


부스럭거리던 마부는 장작을 한 아름 들고 와서는 능숙하게 모닥불을 짚였고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담요를 깔고 바로 잠을 청했다.


“우리도 자자”


시겔은 마치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마부의 행동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일단 자야 할 시간이었기에 모닥불 근처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잘자”


“응 너도 잘자”


에밀리의 인사 대답해주고는 시겔은 별이 어지럽게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우”


인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시겔은 살짝 고개를 돌려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하루 새에 겪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오니 지쳤던 것인지 에밀리는 깊게 잠들어 있었다.


“잘 자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에휴~ 나도 자야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잠이 쉽게 오지 않았지만 시겔은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해보았다.


한참을 뒤척이던 시겔은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마녀척살단이 습격했다?”


일렁이는 촛불이 니콜라스의 얼굴을 비췄다.


“네, 제가 갔을 때 마녀척살단이 침입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촛불과는 거리가 있는 카일의 얼굴은 조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마녀는 어떻게 됐지?”


“다행히 제가 갔을 때는 살아있었기에 마녀척살단을 몰아내고 제가 직접 처리했습니다.”


“시체는?”


“숲속에 옮겨놨으니 지금쯤이면 짐승들에게 찢겨 흔적조차 없을 겁니다.”


“당연히 그 기사도 처리했겠지?”


“네”


카일의 모든 보고가 끝나고 대장군 니콜라스는 만족한 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피곤할 테니 가서 쉬어라”


“네”


방을 나온 카일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별이 많이 떴네”


살짝 한숨을 쉬고는 카일은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 드디어 처리했다고?”


“네, 전하”


니콜라스의 보고에 왕은 굉장히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아들이 이번에 아주 큰 일을 해주었다네”


“전하가 기쁘시다니 다행입니다.”


“좋아 그러면 확실히 하기 위해 예언가를 불러 확인을 받아야겠군”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니콜라스가 왕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문을 열고 밖에 나온 순간 흠칫 놀랐다.


“안녕하십니까? 대장군”


“안녕하십니까?”


흰 머리와 흰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서 있었다.


“마침 잘 됐습니다. 전하께서 찾고 계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안으로 드시죠”


“감사합니다.”


니콜라스가 턱을 까딱하자 문 옆에 기사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예언가가 왔습니다.”


“들라 해라”


끼이익


문이 열리고 예언가와 니콜라스는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 내가 자네를 찾을 걸 알고 미리 온 건가?”


“운명이 인도한 것뿐입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예언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어 왔습니다.”


“오~ 이럴 수가 정말로 운명이 인도하는가 보군 나도 마침 예언 때문에 할 말이 있다네”


예언가와 자신의 생각이 일치하는 듯 보이자 왕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할 말이 무엇인가?”


“전하께서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제가 먼저 말을 하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말해 보아라”


“그럼 제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이미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하는 왕은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예언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예언이 변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 내려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새로 내려왔다?”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살짝 다른 모호한 말에 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불의 마녀가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예언은 똑같지만 어찌 된 것인지 똑같은 예언이 다시 내려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처음의 예언이 무효화 되고 지금부터 예언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왕은 물론이고 옆에 서 있던 니콜라스마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마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둘의 표정이 이상하니 예언가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마녀를 죽였다.”


“결국, 마녀를 죽인 겁니까?”


막상 이유를 들은 예언가는 그리 놀라지 않고 오히려 침착했다.


“놀라지 않는군”


“사실 예언이 이렇게 됐을 때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예언이 다시 시작됐다는 거는 여전히 불의 마녀가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건가?”


“네, 맞습니다.”


왕은 표정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불의 마녀를 죽였다면 당연히 예언이 사라져야 정상 아닌가?”


“저도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분을 못 이기고 책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예언하나 못 피하다니!”


예언가도 니콜라스도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장군”


“네?”


“불의 마녀를 죽인 게 확실하겠지?”


“네 확실합니다.”


자신의 아들이 일을 그르쳤을 리 없다는 믿음에 니콜라스의 목소리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전하 불의 마녀가 죽었든 안 죽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예언이 다시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똑같은 예언이 새로 내려왔다는 것은 불의 마녀를 죽임으로써 예언을 무효화시켰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째서 예언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불의 마녀가 다시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생겨난다고?!”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언성을 높였다.


“그럼 우리가 이대로 손 놓고 있다면 불의 마녀가 생겨나서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건가?”


“예언대로라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표정이 구겨진 왕의 모습은 누군가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알겠다 나가봐라”


“네 그런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간신히 한계점을 넘기지 않으며 왕은 최대한 화를 억눌렀고 예언가가 나가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전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른 방법이 없지 다시 다른 불의 마녀 소재를 찾는 수밖에”


“다시 처음부터 키우는 것입니까?”


“그래야겠지”


거의 자포자기 한 듯 왕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저희가 아무리 불의 마녀를 만들고 죽이더라도 예언은 이번처럼 다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불의 마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소 비장한 목소리로 니콜라스가 말했지만, 왕은 고개를 저었다.


“난 이 나라의 왕이다. 그런 내가 이 왕국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 없지”


왕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착잡함은 니콜라스에게도 느껴졌다.


“대장군 다시 한번 수고해 주게”


“알겠습니다. 전하”


“나가 보게나”


니콜라스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어두운 표정을 하는 왕을 뒤로한 채 그곳을 빠져나와 자신의 마차로 향했다.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자”


“네 알겠습니다.”


함께 온 비서에게 재촉하듯 말했고 비서는 마부에게 서둘러 줄 것을 당부했다.


“이럇!”


평소보다 난폭하게 달리는 마차는 크게 요동쳤지만, 니콜라스는 의자 한가운데에 앉아 조금의 움직임조차 없었다.


“카일! 어디 있나 카일!”


니콜라스는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카일 부터 찾았다.


“오셨습니까? 아버지”


“카일 한 가지만 묻자”


“무엇입니까?”


“정말로 불의 마녀를 죽인 거겠지?”


“네 정말로 죽였습니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거겠지?”


“분명히 숨이 끊어졌습니다.”


카일의 일 처리에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니콜라스는 안도하면서도 착잡함을 동시에 지닌 얼굴을 했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처음 보는 아버지의 초조함이 섞인 모습에 카일은 뭔가 큰일 난 게 아닌가 싶었다.


“예언이 다시 시작되었다.”


“예언이 다시 시작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니콜라스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전 예언이 무효화 되어 사라지고 불의 마녀가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예언이 다시 내려왔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다. 예언가가 그리 말했으니 믿는 수밖에”


니콜라스의 설명을 듣고 지신을 알고 있는 카일은 조금 의아해했다.


불의 마녀가 살아있는데 어째서 이전 예언이 무효가 되고 다시 예언이 내려왔는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난 다시 새로운 불의 마녀 소재를 찾으러 가야겠다.”


“불의 마녀를 또 만들 생각이십니까?”


“그래, 예언이 그대로 임을 안 지금에는 이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다.”


“또 만들고 또 죽인다 한들 다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항의가 섞인 듯한 말에 니콜라스는 고개를 돌려 카일을 바라보았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카일은 자신을 쏘아보는 것 같은 그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왕국을 지킬 수만 있다면 몇 번이든 만들고 죽일 것이다.”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니콜라스의 말에 카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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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버텨야 한다. 21.02.08 66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7 0 11쪽
58 주인의 의무 21.02.06 61 0 11쪽
57 사건의 행방 21.02.05 61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1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7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6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0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51 의외의 선물 21.01.30 71 0 12쪽
50 특이한 선물 21.01.29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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