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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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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70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05 18:00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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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건의 행방

DUMMY

“불의 마녀를 죽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왕명이다.”


왕명이라는 이 한 마디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왜 그러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카일이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자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더 무거워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 혼란스러워 그렇습니다.”


“혼란스러워할 필요 없다. 넌 언제나 그렇듯이 친위 대장답게 왕명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없었기에 따라야만 했다.


“그리고 불의 마녀와 함께 그 기사도 함께 죽여라”


“그자도 말입니까?”


“그래”


부디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속으로 빌었지만 쓸데없는 바램이었다.


“어째서 그자까지 죽여야 합니까?”


“마녀와 연관된 사람은 죽이는 게 당연한 거다.”


순간 카일은 머리가 새하얗지는 것을 느끼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언제 실행할지는 따로 지정하지는 않겠지만 마녀척살단에 의해 불의 마녀가 죽기 전에 실행하도록 해라”


마녀척살단이라는 말에 잠깐 잊고 있었던 하라즈가 떠올랐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한 뒤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고서 방으로 돌아왔지만, 도저히 머릿속을 정리할 수 없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마녀척살단에 하라즈가 있고 마녀가 왕국을 구한다는 예언은 사실은 그 반대였고 이제는 그 불의 마녀를 자신이 죽여야 한다.


“그리고 시겔까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니 자신의 검이 보였다.


“내가 죽여...”


카일은 고개를 돌려 검을 외면했다.


검에 모든 것을 걸고 검에 의해 살아왔던 그는 지금만큼은 검이 싫었다.


“하지만 왕명이다.”


싫어하고 부정하고 외면해도 자신은 왕국의 기사였고 친위 대장이었다.


왕명은 자신에게 있어 목숨보다 더 중요시해야 했다.


“가자”


카일은 검을 집어 들고서 마녀의 저택으로 향했다.


“잠깐”


마녀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기사가 카일의 마차를 멈춰 세웠다.


“누구의 마차냐?”


“친위 대장 카일 님께서 타고 계십니다.”


“잠깐 검문이 있겠다.”


“검문이요? 원래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똑똑


기사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렸다.


“카일 님 계십니까?”


상급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말과 함께


스르릉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마녀척살단이 위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 행동인 것 같았다.


벌컥


카일은 대답 대신에 직접 마차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냈다.


“카일 님?!”


기사는 황급히 검을 도로 집어넣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 됐는가?”


“네 됐습니다.”


다시 마차에 오르려다 멈칫하고는 아직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마녀의 저택이 급습당하던 날, 마차 검문은 확실히 했나?”


“네 당연히 했고 수상한 마차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마녀척살단이 타고 있는 마차가 저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거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때 당시 지나갔던 마차는 기억하느냐?”


“네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 어디서 온 마차지?”


“어디서 온 거지는 모르겠지만 마부가 기사의 증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사가 바쁘면 증표를 시종에게 내어주어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이런 식으로 마차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렇기에 마부가 기사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 그 마차는 기사가 보냈다는 건가?”


“네 맞습니다.”


그 마차를 보낸 기사를 찾으면 되지만 그 많은 기사를 일일이 다 조사할 수 없었고 기사의 증표는 다 똑같았다.


“기사의 증표만을 믿고 마차를 안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로군”


“죄송합니다!”


딱히 이들의 잘못은 아니었기에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기사의 증표를 내보이면 마차든 짐이든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사끼리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그걸 누군가 이번 일에 악용한 것이고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었는가?”


“네 그게 다입니다.”


아마 이 일을 조사하는 사람 역시 이 정도쯤은 알고 있겠지


마녀 기사 잠입 증표 악용


기사의 신념을 버리고 마녀척살단을 도왔다.


여러 가지의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하나를 가리켰다.


하지만 확증은 없었다.


“확증은 없지만, 확인은 할 필요가 있겠지”


카일은 마차에 타고는 마부를 향해 말했다.


“마차를 돌려라!”


“네”


마부는 마차를 돌려 그 길목을 빠져나갔다.


“애딘의 저택으로 간다.”


“네 알겠습니다.”


마부의 채찍질과 함께 마차가 빨라졌다.


“방금 뭐라고?”


“카일 님이 오셨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왜 온 거야?”


“그건 모르겠습니다.”


애딘은 손톱까지 물어뜯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돌아가라고 전할까요?”


“아니 잠깐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응접실로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집사가 나가고 애딘은 숨을 길게 내쉬며 진정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그걸 알고 온 건 아닐 거야 의심 정도는 할 수 있어도 확신은 하지 못할 거야”


자신한테 최면이라도 걸듯이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후우~ 그럼 가보자”


응접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크게 벌려 안면 근육을 풀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게나 카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온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네”


“아니네 딱히 하는 것도 없었으니까”


“몸이 아팠다고 들었는데 이제 좀 괜찮나?”


“이제 멀쩡하네”


그냥 오랜만에 동료를 만나는 것 같은 훈훈한 모습이었지만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은가?”


“곤란한 질문만 아니라면 괜찮다네”


분명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마녀척살단이 이번에 대규모로 마녀의 저택을 습격한 거 들었나?”


“당연히 들었지”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졌다.


“근데 이번에 마녀척살단이 침입할 때 마차로 들어왔다던데 어떻게 그 마차가 거기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아는가?”


“나야 모르지”


“보초를 서고 있는 기사들이 기사의 증표를 보여줬다고 하더군”


“그래서?”


잠깐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만 보았다.


애딘은 애써 웃고 있었고 카일은 아무런 표정 없이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자네가 날 의심하는 것 같은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네”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애딘은 초조함을 감추기 애썼다.


“마녀의 저택이 습격받던 날 우연히도 자네가 몸이 아프다고 쉰 날이 아니던가?”


“그렇지 그때 몸이 안 좋았지”


중간중간 끊기는 대화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는 숨 막히게 무거웠다.


“마녀의 저택을 습격했던 마차는 귀족이 사용하는 것처럼 고급스러웠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이번 일에는 귀족 출신 기사가 연루된 것 같네”


“그런 것 같네”


“들어올 때 보니까 마차가 없던데 어떻게 된 건가?”


갑자기 들어온 카일의 질문에 그 좁은 공간은 아무 소리도 없이 적막만이 흘렀다.


데앵데앵


괘종시계가 울리며 정각을 알렸고 그 소리에 영원히 유지 될 것만 같던 적막이 깨졌다.


“마차는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빌려줬다네”


“그런가”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맙네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벌써 가는 건가? 조금 더 있다가 가지”


“그러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카일이 떠나고 애딘은 거칠게 숨을 쉬었다.


“젠장! 내가 왜 이딴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애딘은 분풀이했다.


“이게 다 그것들이 일을 그따위로 처리해서 그런 거잖아!”




책상이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게 내려쳤다.


“다시 만나봐야겠어”


애딘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애딘 님 어디 가십니까?”


“잠깐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 말을 가져와라”


집사가 가져온 말을 곧바로 올라탔다.


“저녁 식사 전까지는 돌아오겠다.”


집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애딘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떠났다.


“이럇!”


초조함이 가득한 그는 최대한 빠르게 말을 몰았고 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눈이 있었다.


“곧 돌아올 테니 너 여기서 기다려라”


“네 알겠습니다.”


카일은 마차에서 뺀 말에 올라타고는 애딘을 쫓기 시작했다.







“페오 미안해...”


관속에 누워 더 이상을 눈을 뜨지 않는 페오를 부둥켜안고는 얼마나 울어댄 것인지 하라즈의 푸른 눈동자 주변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게 다 그 망할 마녀 때문이야!”


슬픔에 젖어 있던 눈에는 이제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반드시 복수 하겠어!”


페오를 조심스럽게 관속에 눕혀주고는 좀 더 진한 분노가 서린 눈을 했다.


“거기 있나!”


“네 부르셨습니까?”


촛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망토를 두른 사람이 나타났다.


“그걸 준비 해”


“그건 아직 준비가 덜 됐습니다.”


“상관없어! 흔적도 없이 전부 삼키게 해버릴 거니까!”


하라즈는 더 이상 이상적인 판단이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마녀의 저택으로 쳐들어갈 준비 해라”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전원 소집해!”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소집시키겠습니다.”


그 사람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하라즈는 다시 페오에게로 갔다.


“내가 너의 복수를 해줄 게 반드시 그 마녀를 잡아서 네가 보는 앞에서 찢어줄게”


하라즈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페오를 볼을 쓰다듬었다.


“넌 이 누나만 믿고 잠들어있어”


방금 전까지 분노가 서려 있던 눈은 다시 슬픔에 잠긴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라즈 님 준비됐습니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보지 못하게 눈물을 훔치고는 일어나 복수심으로 물든 눈을 했다.


“가자!”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소리? 무슨 소리?”


“뭔가 진동하는 것 같은?”


“글쎄 난 모르겠는데”


“잘못 들었나?”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응? 또 들렸는데?”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이상하다?”


다시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쿠우웅


“들렸지?!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지?!”


“어 들렸어 근데 무슨 소리지”


“뭔가 땅속에서 오는 것 같은 진동이지 않아?”


“땅속?”


둘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진동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이제는 땅에 발밑에서 진동 느껴지고 있었다.


콰왕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마침 화산이 분화하는 것 같이 토사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고 두 기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그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진짜로 놀랄 것은 따로 있었다.


“뭐야!”


토사의 분출이 끝나고 여태껏 본적 없는 괴기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끈하고 새하얀 피부와 있는 거라고는 흉악하게 큰 입과 끔찍하게 자라있는 이빨이 전부인 마수였다.


“저게 도대체 뭐야!”


기사들은 황급히 검을 빼 들었지만, 주변의 나무보다도 큰 몸짓에 공격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얏!”


그래도 기사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한 명은 흉폭한 입에 집어삼켜졌고 다른 한 명은 거대한 몸뚱어리에 깔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끄아아아악


신선한 음식을 먹은 것에 대한 희열인지 그 생명체는 괴성을 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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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둘 중 하나는 끝이 난다. 21.02.09 65 0 13쪽
60 버텨야 한다. 21.02.08 67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7 0 11쪽
58 주인의 의무 21.02.06 61 0 11쪽
» 사건의 행방 21.02.05 63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1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7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6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0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51 의외의 선물 21.01.30 72 0 12쪽
50 특이한 선물 21.01.29 67 0 11쪽
49 목걸이 21.01.28 75 0 13쪽
48 우리는 적이다. 21.01.27 74 0 11쪽
47 특별한 만남은 의외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21.01.26 77 0 12쪽
46 미끼가 되자 21.01.25 8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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