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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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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72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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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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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주인의 의무

DUMMY

“응?”


차를 마시다가 에밀리가 갑자기 창문 밖을 바라봤다.


“왜 그래?”


“방금 뭔가 느껴졌어.”


“뭐가 느껴져?”


“모르겠는데 뭔가 거대한?”


“거대한?”


잠시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시겔도 거대한 무언가를 느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지금은 사라졌어.”


“착각이었나 보지”


“그런가?”


둘은 다시 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또 느껴졌어.”


“또?”


“이번에는 아까 전보다 가까워”


“가깝다고?”


에밀리가 느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엄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이쪽으로 오고 있어”


“이쪽으로 온다고?”


“빠르게 오고 있어”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을 하는 에밀리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너무 평화로웠다.


“아무것도 없는데”


혹시나 에밀리가 장난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렇기에는 표정이 심각했다.


“어?”


숲 쪽에서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잠깐 밖에 나가서 확인 좀 하고 올게”


“그럼 나도 같이 갈게”


“혹시 모르니까 너는 여기 있어”


“뭔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도 따라갈게”


“진짜 확인만 하고 올 거야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칠 거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


“알겠어 조심해야 해”


에밀리를 겨우 말리고는 시겔은 빠르게 숲 쪽으로 갔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긴장을 유지한 채 검을 뽑고서 갔지만 숲속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흔한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았고 숲을 감싸고 있는 정적은 소름마저 돋을 정도였다.


“방금 뭐였지?”


희미하게 땅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하지만 기분 나쁜 진동이었다.


“이 진동 어디선가 느껴봤어.”


분명 경험해본 것이었지만 기억이 날 듯 말듯 희미했다.


마치 먼 곳 어딘가에 놓여 있는 것을 바라보려 하는 것같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잡히지 않는 기억을 잡으려 애쓰는 동안 진동은 점점 강해졌고 다른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오고 있어?”


많은 동물이 맹렬하게 뛰어오는 것같이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지만, 숲이 너무 울창한 탓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


얼핏 사람의 형태를 본 것만 같았다.


그것도 아주 많은


“어째서 여기에 사람이?”


저택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숲으로, 그것도 뛰어서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마녀척살단!”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시겔은 황급히 몸을 돌려서 저택을 향해 뛰어갔다.


대규모 습격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습격이라니 그리고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지만, 소리 짐작하건대 저번보다 훨씬 많았다.


“에밀리!”


“무슨 일이야?”


시겔이 크게 외치며 다급하게 돌아오자 에밀리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마녀척살단이 오고 있어”


“마녀척살단이?!”


에밀리 역시 그들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도망치자”


“어디로?”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돼!”


저 많은 사람에게로 부터 도망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서 죽임을 당하느니 시도라도 하는 게 좋았다.


“어서!”


에밀리의 손을 잡고서 억지로 끌어당겨 달렸다.


“시겔 좀 천천히 가”


강제적으로 끌어당기며 앞에서 너무 빠르게 가니 에밀리는 따라가기 버거워했지만 시겔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시겔!”


결국 에밀리는 더 크게 외치며 강하게 손을 뿌리쳤다.


“진정해!”


붉어진 에밀리의 손목을 보고 나서야 시겔은 자신이 조급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안”


시겔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네가 왜 이렇게 초조해 하는지는 이해 하지만 우리만 도망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야?”


마녀척살단만을 생각하는 라 잊고 있었지만, 이 저택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도 같이 도망가야지”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어”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일해줬던 사람들이고 어찌 되었든 난 이 저택의 주인이야 그런데 이렇게 쉽게 도망칠 수는 없어”


“그럼 어떻게 하려고”


“당연히 싸워야지”


“하지만 너무 많아 저번보다 더 많다고”


“우리는 시간만 벌자 다른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게끔 어차피 목적은 나니까 내가 여기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을 거야”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말하는 에밀리의 말이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이미 눈에서 굳은 의지가 보였기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알겠어 네 말대로 하자”


“고마워”


“그러면 일단은 사람들을 모아야겠네”


“응, 서두르자”


시겔과 에밀리는 재빠르게 움직였고 불행 중 다행히 그들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서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케르디도 그 장소에 있었기에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네, 시겔이 가서 이미 확인을 했습니다.”


“이럴수가...”


평소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케르디는 침음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들 도망쳐 주세요.”


“에밀리 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여기에 남을 겁니다.”


에밀리의 말에 다들 당황한 듯 소란스러워졌다.


“에밀리 님만 두고 갈 수 없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어찌 되었든 이 저택의 주인이고 제가 여러분과 같이 가게 된다면 저것들은 끝까지 추격해 올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어떻게 에밀리 님을 두고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여러분이 있다면 제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서 여길 벗어나서 왕궁에 이 사실을 알려 지원 병력이 올 수 있게끔 해주세요.”


분명 지금 상황은 위기였고 다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얼굴에서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침착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설득시켰다.


그 모습은 정말로 이 저택의 주인이었고 불의 마녀라 불리는 사람다웠다.


“알겠습니다. 에밀리 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재빨리 저택을 벗어날 준비를 했다.


“최대한 빨리 지원 병력을 보내도록 할 테니 그때까지 부디 무사하시기 바랍니다.”


“네 조심하세요.”


저택 사람들이 떠나고 이제 시겔과 에밀리 단둘이 남았다.


“도망치지 않는 거 후회하지 않아?”


“당연히 후회하지”


“근데 왜 안 도망쳐?”


“지금 나는 불의 마녀잖아”


에밀리는 씁쓸하면서도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싸울지 생각해야겠네”


“저택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니까 앞마당에서 싸웠으면 좋겠어.”


“그래 네가 저택의 주인이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


둘은 앞마당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녀척살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네”


시겔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아직이야”


“뭐?”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게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무언가 다른 게 느껴져”


시겔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기에 에밀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거에 집중하자”


에밀리가 말한 무언가가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눈앞에 있는 마녀척살단 만으로 벅찼다.


“많이도 왔네”


수를 세기 힘들 정도의 인원이 똑같은 하얀 가면을 쓰고 일렬로 서 있는 서 있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사람들 사이로 페오와 닮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의 마녀!”


푸른 눈동자에 담긴 복수심은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반드시 죽여서 내 앞에 데려와”


하라즈의 말과 함께 마녀척살단은 일제히 시겔과 에밀리를 향해 뛰었다.


“시겔 부탁해!”


“알겠어”


에밀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녀척살단을 향해 검을 겨누었고 몸에 푸른 빛을 둘렀다.


“후우~”


긴장으로 인해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점 느려져 갔고 호흡은 안정을 되찾았다.


타앗


마녀척살단이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땅을 박차고 앞으로 가 앞에 있는 사람을 찔렀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사람을 베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하앗!”


검을 휘둘러 사람을 베었고 왼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몸을 틀어 피하고는 검을 내려쳤다.


다시 한번 땅을 박차며 나아가 검을 내리쳐 앞에 있는 사람을 벤 뒤 뒤돌며 검을 휘둘러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베었다.


“뭐해! 어서 죽여!”


동시에 사방에서 다가오려 하자 먼저 왼쪽에 있는 사람을 찌르며 틈을 만들어 포위당하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처음에 시겔의 기백에 주춤거렸던 그들은 방금 전 여자의 외침 덕분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 해오기 시작했다.


“윽”


아무리 시겔의 검술이 뛰어나다 한들 동시에 여러 명이 공격해오는 이상 힘을 쓰기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며 방어하며 포위당하지 않게끔 움직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적들의 공격을 쳐내는 와중에 간간이 검을 휘둘러 한 명씩 쓰러뜨렸다.


반면, 마녀척살단은 의외로 잘 대응하는 시겔에게 쫓는 것에 급급했다.


“이런 멍청한 놈들!”


하라즈는 멀리 떨어져 있는 시겔을 향해 손을 뻗었고 손바닥만 한 마법진을 만들었다.


“뭐야?!”


보이지 않는 손이 발을 잡은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시겔은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이다!”


시겔이 움직이지는 못 하는 틈을 타서 맹렬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하앗!”


수세에 몰리자 시겔은 검신에 푸른 마력을 두르고는 휘둘렀고 시겔의 검에 닿는 모든 것들이 종이 잘리듯이 잘렸다.


강철로 만들어진 무기들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반 토막이 나버리자 겁을 먹고는 다가오기를 주저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공격해!”


하라즈의 외침에 공격하기는 했지만 하는 척이었을 뿐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시겔, 발 쪽에 검을 휘둘러!”


그 혼잡한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에밀리의 외침만은 뚜렷하게 들렸고 시겔은 곧바로 발 쪽에 검을 휘둘렀다.


분명 허공에 휘두른 검이었지만 무언가 잘리는 감각이 손끝에 느껴졌다.


“됐다!”


묶여있던 발을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마법을 벴다고?!”


자신이 걸었던 속박을 풀고 다시 마음대로 움직이는 시겔의 모습에 하라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자 하라즈는 치를 떨었지만, 곧바로 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시겔, 피해!”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마법진이 에밀리 앞에 떠 있었다.


“저건?”


어렸을 적, 에밀리가 시도하려다 실패한 마법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에밀리의 붉은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고 굵고 붉은 마력의 줄기가 마법진에 연결되어 있었다.


“불태워라!”


에밀리의 외침에 반응하듯 마법진이 강한 붉은 빛을 발현하더니 전방으로 붉은 빛줄기를 내뿜었다.


굉음이 울리며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강한 풍압이 밀려왔다.


“콜록콜록”


흙먼지를 뒤집어쓴 시겔은 기침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무언가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이럴수가...”


빛줄기가 내리꽂은 곳에는 거대한 화산의 분화구같이 땅이 패여 있었고 그 주변에 모든 것들이 검게 불태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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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버텨야 한다. 21.02.08 67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8 0 11쪽
» 주인의 의무 21.02.06 62 0 11쪽
57 사건의 행방 21.02.05 63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1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7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6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0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51 의외의 선물 21.01.30 72 0 12쪽
50 특이한 선물 21.01.29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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