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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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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370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1.29 18:00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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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특이한 선물

DUMMY

무사히 저택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에밀리에게는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했다.


“조만간에 또 나가자”


에밀리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 나가는 건 좀 한참 뒤로 하는 건 어때?”


“왜?”


“이제부터는 위험하지 않을까?”


처음이라 마녀척살단에서 조심하는 것도 있었기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겠지만, 다음에도 똑같이 되라는 법은 없었다.


“아무 문제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시겔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천하태평이었다.


“생각을 해봐 그놈들이 아무리 막무가내여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뭔 짓을 벌이겠어? 그리고 기사들이 위장해서 숨어있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나오겠지”


에밀리의 말에 반박할 만한 말은 없었지만, 자꾸만 불안감이 들었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페오를 만나기도 했다.


물론 마녀척살단인 페오를 만난 것은 나만 아는 사실이지만


이걸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특히 에밀리가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근데 그 은발 남자, 페오라고 했던가? 어떻게 만난 거야?”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페오 얘기가 나오니 괜히 뜨끔했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잠깐 얘기해 보니까 그 사람도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더라고 그래서 같이 돌아다니고 밥도 같이 먹었어”


“으음~ 그렇구나 난 또 마녀척살단이 접근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속으로 경악했고 표정이 무너져 내릴 뻔했지만,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냥 그 사람에게서 비슷한 느낌이 났어”


“비슷한 느낌? 그게 무슨 느낌인데?”


“음~그러니까 뭔가 차갑고 딱딱한?”


추상적인 표현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시겔은 단번에 은발을 흩날리는 페오를 떠올렸다.


“그렇구나... 그건 몰랐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 순간을 넘기려 하고 있었다.


근데 어째서 난 페오가 마녀척살단인 것을 숨긴 거지?


원래라면 마녀척살단임을 아리고 바로 체포했어야 정상일 텐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겔이 했던 행동은 반역죄로 사형을 시키고도 남을 큰 죄였다.


그런 큰 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옳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일까?


자신이 행한 일임에도 시겔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에밀리가 눈치챌까 봐 조마조마할 뿐이었다.


“이제 좀 쉬자 너도 피곤하지? 얼른 쉬자”


“쉬기는 해야 하는 데 너 왜 이렇게 불안해 보여?”


“그래? 피곤해서 그런가?”


어찌어찌 간신히 넘기고 있었지만 방심하면 에밀리가 눈치챌 것만 같아 불안감에 다른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 피곤하기는 했다.


“그렇게 피곤해?”


“좀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가 봐”


“검을 쓰는 사람이 그 조금 걸어 다녔다고 그렇게 지치면 어떻게 해?”


에밀미가 진지한 표정으로 훈계를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미안”


사실 생각해보면 걷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뒷골목에서 페오와 상당히 격렬하게 검을 나누었고 병사들로부터 도망치기까지 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어쨌든 저녁 먹을 때까지는 쉬자”


이번 외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내가 피곤하다고 하니 결국 에밀리가 한발 뒤로 물러났고 우리는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하아~ 이제야 좀 살겠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긴장이 풀렸다.


“들키는 줄 알았네”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돼야 했었는데 어디서 꼬인 것인지 긴장의 연속이었고 피곤함에 물든 시겔의 눈은 스르르 감기더니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다녀왔습니다.”


촛불의 만든 그림자에 얼굴을 숨긴 사람을 향해 페오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잘 갔다 왔어?”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즐겁게 보내고 왔습니다.”


“즐겁게라...”


즐겁게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페오의 표정은 무표정이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즐거웠다니 다행이네”


말과는 상반되는 모습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페오가 원래 무표정이라는 것을 촛불 뒤의 남자는 잘 알고 있었기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마녀와 그 기사가 외출했다는 것은 알고 있니?”


“아뇨 처음 듣습니다.”


순간 움찔하기는 했지만 페오의 무표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나도 보고를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늘 갑자기 외출을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렇습니까?”


“이상하지 않니? 우리가 습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외출하다니 우리를 도발하는 건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조심하는 게 좋겠어”


페오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반응을 보이든 촛불 뒤의 남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혼자서 결론을 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에게 말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기분 나빴어?”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궁금해서”


“별 이유는 없어 그냥 너에게 이렇게 말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서 꽤 도움이 돼”


벽에 대고 말하는 것이랑 무슨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페오는 별말 하지 않았다.


“피곤할 텐데 내가 너무 붙잡고 있었네 어서 가서 쉬어”


촛불 뒤의 남자가 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어째서인지 페오는 가만히 서 있었다.


“왜 그래 뭐 더 할 말이라도 있어?”


“음...그게”


우물쭈물하며 망설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페오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거...”


페오가 조심스럽게 잘 포장된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선물입니다.”


“선물?”


선물이라는 말에 당황한 듯 촛불 뒤의 사람은 말을 잃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망치듯이 페오가 그림자가 되어 사라지고 그곳에 혼자 남은 촛불 뒤의 사람은 조용히 있었다.


“흐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연한 분홍색 포장지로 둘러싸인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보고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었고 하얀색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풋”


하얀색 상자의 뚜껑을 연 그녀는 거품이 터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한 번 냈고 표정이 미묘하게 밝아졌다.


“참나...”


하얀 상자에서 꺼낸 것은 목걸이였다.


해골 문양이 음각으로 고급스럽게 새겨진


“취향 한번 이상하네”


목걸이를 높게 들어 올렸고 굴곡진 해골 문양에 촛불의 빛이 스며들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푸흡”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녀는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그 녀석이 이런 걸 사다니”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잠깐 눈물이 날 정도로 폭소했다.


“그래서 마녀를 만난 것을 숨긴 건가?”


명령이 없었으니 페오 스스로 판단 하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이미 그녀는 마녀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어디에 갔었는지조차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선물을 샀을 줄이야”


목에 걸린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바로는 못 나간다고요?!”


“네”


갑자기 찾아온 카일 그리고 그가 들고 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에밀리는 끔찍한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왜요?”


“아무래도 자주 나가게 되면 저쪽에서 의심하고 접근 자체를 안 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그걸 포함하고 있는 계획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쪽에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가 저들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한 에밀리는 불만이 목구멍 가득히 차오르고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뭐죠?”


“이 일에는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입됩니다. 그러다 보니 왕궁에서 그 공백은 상당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일이 말해준 이유는 반박할 여지 없이 다 맞는 말이었지만 에밀리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저는 그놈들이 다시 침입하는 것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면서 지내야 하겠네요.”


꽤 애처롭게 들릴 수 있을 만한 말이었기에 카일은 속으로 안타깝게는 생각하고는 있었다.


“일단은 폐하께 말씀드려보고 최대한 빨리 다음 일정을 잡아보도록 하죠”


“알겠어요.”


타협이라 해야 할지 카일의 말에 조금이나마 에밀리의 분한 감정을 삭일 수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방을 나선 카일은 곧장 시겔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네”


“나다 들어가도 되나?”


“들어오세요.”


방 주인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니 시겔이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저번 외출로 얘기할 게 있어 찾아왔다.”


“마녀척살단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잡았나요?”


“아니, 아직 못 잡았다.”


“그러면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내가 보고 받은 걸로는 은발의 남자랑 같이 다녔다는데 그게 누구지?”


이미 지난 일이었기에 마음 놓고 있다가 다시 그 일이 언급되니 긴장되었지만, 최대한 표정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에요.”


“뭔가 수상한 기색은 못 느꼈나?”


“네 그런 것은 없었어요.”


표정 관리는 잘한 것 같지만 여전히 카일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 그날 흑발의 남자와 은발의 남자가 뒷골목에서 칼부림했다던데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 그 사람인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정보까지 카일의 귀로 들어갔을 줄은 몰랐기에 당황했지만 시겔은 애써 표정을 숨겼다.


“그거는 처음에는 좀 오해가 있어서 말다툼이 있었어요.”


“검으로 싸우기까지 했는데 사이좋게 밥을 먹고 가게에 가서 물건까지 산다?”


이상하기는 했지만 변명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런 경우 있지 않나요? 검을 나누다 보니 마음이 통해서 친구가 되는 경우”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빠르게 생각해낸 변명이었지만 카일은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네 말을 믿고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라”


“네 알겠어요.”


“그럼”


문을 열고 나가려던 카일은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시겔을 보았다.


“한 가지 더 물어보겠는데 그 은발 남자의 이름은 뭐지?”


“페오 라고 했어요.”


“페오...”


카일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미간을 찡그렸다.


“왜 그러시죠?”


“아니다 아무것도 그럼 간다.”


문이 닫히고 혼자 남은 카일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후우~ 들키는 줄 알았네”


왜 자신이 굳이 카일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페오를 지키려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정말로 검을 나누다가 마음이 통했나?”


변명을 위해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나저나 마지막 표정 이상했는데 혹시 페오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은 건가?”


여러 가지 생각하다가 시겔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야 그렇게 쉽게 들킬 이름이었다면 알려주지 않았을 거고 진짜 자기 이름이 아닐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불안감을 애써 지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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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버텨야 한다. 21.02.08 69 0 11쪽
59 죽지 마 21.02.07 69 0 11쪽
58 주인의 의무 21.02.06 63 0 11쪽
57 사건의 행방 21.02.05 64 0 12쪽
56 혼란 속 인연 21.02.04 72 0 12쪽
55 강렬한 끝 21.02.03 68 0 12쪽
54 두 개의 빛 21.02.02 68 0 12쪽
53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는 검 21.02.01 71 0 11쪽
52 비밀스러운 제안 21.01.31 65 0 11쪽
51 의외의 선물 21.01.30 72 0 12쪽
» 특이한 선물 21.01.29 68 0 11쪽
49 목걸이 21.01.28 75 0 13쪽
48 우리는 적이다. 21.01.27 75 0 11쪽
47 특별한 만남은 의외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21.01.26 77 0 12쪽
46 미끼가 되자 21.01.25 8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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