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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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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0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49
조회
409
추천
6
글자
11쪽

전조 3

DUMMY

시간은 더 흘러 하쉬와 리드가 만난지 삼주째가 되는 날.

리드는 하쉬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칼을 휘두르며 나날이 발전했고, 어느새 각 팔찌의 무게도 4킬로가 되어 있었다. 알아보기 힘들만큼이지만 소년은 분명 자라있었다. 비쩍말라 미라같았던 몸은 살이 올라오고 근육이 붙어있다. 확실하게 성장해간다는 증거였다.


“리드!“


수련에 열중하는 소년에게 문을 열고 들어온 성기사가 그를 불렀다. 리드는 칼을 휘두르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로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조사단이 복귀했다. 가서 비루를 불러오거라.”


리드는 휘두르던 칼을 멈췄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손으로 다 닦아내지 못할만큼 전신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씻고 가면 안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조사대가 복귀한거라면 그리 여유부려도 될 일이 아니었다.


“······후!”


리드는 칼을 바닥에 놓고 숨을 골랐다.

양 발에 달린 4킬로의 무게는 리드를 방해했지만 그럼에도 소년의 움직임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미 그 무게에도 적응했다는 소리였다. 겨울날의 찬바람은 소년이 양손으로도 닦아내지 못한 땀을 식혀주었다. 리드는 어깨를 몇번 돌리고 발을 바닥에 대고 톡톡 차며 마치 스트레칭을 하듯이 몸을 풀었다. 금세 리드가 알았다며 여관으로 가려던차에 그보다 비루가 먼저 하쉬를 찾아왔다.

돌아온 그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리드와 마찬가지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먼저 더 이상 어설픈 나무팔을 붙이고 있지 않았다. 당당하게 외팔로 그는 신전에 들어왔다.


“흐흐, 조사대가 왔다지? 어디 날 기다렸나?”


불안해보이던 이전 모습은 완전히 날려버렸다. 술주정뱅이, 마약복용자와 같던 외견은 깔끔해졌다. 눈밑의 다크서클은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옅어졌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흘렀고, 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홀쭉했던 볼이 올라오고, 왜소해보였던 몸이 한층 부풀었다.

하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부르러가려던 참이었소. 이제 나무팔은 안 쓰시는거요?”


“영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지.”


대낮임에도 씩 웃는 비루의 안광이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위협적이고 강렬하다. 마치 표범을 연상케한다.

그리고 하쉬는 이게 흐르는 모래 용병단 단장의 원래 모습이었음을 실감한다.


“좋아보이는구려. 일은 다 정리했소?”


“흥, 제깟놈들이 까불어봤자지. 깨끗하게 청산하고 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맘 같아선 쓸어버리고 싶었는데 하쉬, 댁을 봐서 참은거라고?”


말투는 여전하다. 하쉬가 변했음에도 여전한 모습에 웃으려는데 그보다 먼저 리드가 웃었다. 아니, 비웃었다.


“팔 한짝만 두고 오신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뇌 한짝도 두고오셨나보죠?”


시비조의 말이었지만 비루는 가짢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 새끼. 난 이제 그런말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꼬맹아.”


어른처럼 무시하는 비루를 보며 하쉬는 확실히 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아주 잠시동안만.


“아, 이제보니 밑에 달린것도 두고왔나보죠?”


비루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왔다.


“하긴 서지도 않을텐데 거추장스럽겠네요.”


“이 개같은 꼬맹이! 밖으로 나와!”


리드의 도발에 폭팔한 비루를 ‘그럼 그렇지’하며 내버려두고 하쉬는 조사대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아직 주교와의 대담이 끝나지 않았을테지만, 조사대가 오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던것은 주교이니 상관없으리라.

주교실 문 앞까지 도착한 하쉬에게 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허! 그런일이···”


드물게 주교는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최악중의 최악인 소식이었다. 네크로맨서는 결국 잡지도 못했고, 교전중에 신전측의 사람이 둘이나 사망한데다가 붉은 숲으로 들어가 쫒을수도 없는 상황.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전의 베테랑 성기사와 유망주인 마셸이 붉은 숲으로 들어가버려 사실상의 실종상태였다. 그나마 미리 돌려보낸 화전민은 상처하나 없어 다행이었지만···


“알 듀란드··· 휴우”


조사대를 질책할까 위로할까 고민하던 주교는 입을 다물었다. 노린 것처럼 기막힌 타이밍에, 마침 보고가 끝난 시점에 하쉬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를 내보내려고 손짓하던 주교는 멈칫했다.


‘붉은 숲? 그러고보니 하쉬 경이 말한 푸른 악마도 붉은 숲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조사대가 오면 다시 말하자고 했던것은 다름아닌 주교 자신이었다. 주교는 들어올린 손을 어색하게 내렸다.


“그래, 하쉬 경. 무슨 일입니까?”


하쉬는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였던 몇몇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겠지. 주교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말을 꺼낸다.


“이전의 일 때문입니다. 그···”


“아아! 그래요. 분명 푸른악마랬지요?”


먼저 선수를 쳐 아는체하자 하쉬가 고개를 끄덕였고 주교는 속으로 웃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잘 하면 골칫덩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겠어’


“물론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그렇고말고요.”


갑작스레 흔쾌히 수락하는 주교에게 하쉬는 의아해했지만 고마움을 표한다.


“하지만··· 인원은 당장은 붙여드릴수가 없겠습니다. 하쉬 경이 하실 임무는 조금 달라질테니까요.”


인원을 붙여주지 않는단말에 하쉬는 단번에 눈쌀을 찌푸리고 이유를 되물었다. 밖에서 들은 내용 그대로였다. 조사대의 보고를 한번 들려주며, 주교는 2명의 사망자와 적지않은 부상자, 2명의 실종자를 이유로 말했지만 사실 핑계와 같은 말임을 서로가 알고 있다. 신전에는 200명이 넘는 성기사와 사제들이 상주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 인원이 다치고 죽었다고 다른 인원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핑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말싸움으로 넘어가도 주교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피하고 말을 돌릴것이 분명했다. 또한 확실히 푸른 악마에 대한 일은 근거가 적은 소문에 가까운 일이긴했다.


”···일이 달라진다는건 무슨 소리입니까?”


하쉬가 그리 묻자 주교가 설명한다.


“방금 말했다시피 네크로맨서가 붉은 숲으로 도주했습니다. 그리고 마셸 경이 그를 쫒아 숲으로 들어갔고, 벤자민 경도 마셸 경을 찾으러 붉은 숲으로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하쉬의 눈이 좁혀졌다.


“그래서, 최고의 성기사로 손꼽히는 하쉬 경이 이 두 성기사를 구하고 도주한 네크로맨서를 직접 처단하면 좋겠군요. 허허!”


뻔뻔한 말이지만, 하쉬로서는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말이기도 했다. 하쉬는 푸른 악마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지만 주교가 먼저였다.


“물론, 푸른 악마에 대해서는 경이 직접 소문의 진위를 확인해 복귀하시면 신전에서는 기꺼이 경을 도와 푸른 악마를 처치할것입니다!”


너구리같은 영감!

하쉬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이 달라진다는게 이런 말이었나. 한방, 아니 열방은 먹었군’


하지만 빠져나갈 길은 없고 애초부터 빠져나갈 생각도 없었다. 두 사람을 구해야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일은 원래 하쉬가 아니라 신전이 먼저 나서야하는 일일테지만.


“알겠습니다. 장비와 포션같은 물품들은 확실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된 이상, 원하는대로 해주는 수 밖에 없었다. 지친 조사대의 일원들은 그 이름 높은 성기사 하쉬가 직접 자신들의 동료를 구해오겠단 말에 그저 기뻐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때려 죽여도 못 하겠단 말은 나오질 않는다. 하쉬는 그들을 내버려둔채 주교실을 나섰다.

뒷뜰에서는 아직도 투닥대고있는 비루와 리드가 보인다.


“이 자식이! 어쭈?! 피해? 피해?!”


“하, 그런 반쪽짜리 주먹에 누가 맞는다고요? 아! 팔이 외팔이었으니 반쪽밖에 날리지 못하긴 하겠네요!”


싸우는 광경이지만 하쉬는 오히려 그런 광경을 보고 두통이 사라지는걸 느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하쉬는 작게 웃었다.


“그만하시오.”


티격대격대는 두 사람을 말리고 하쉬는 방금의 일을 설명했다. 조사대의 상황과 주교가 떠맡긴 일들을 듣자마자 비루는 씩씩거리며 당장이라도 주교실에 쳐들어갈 기세다.


“이 개같은! 비켜! 이번엔 못 참겠다! 성직자가 어디서 그 지랄을 하고 있어? 하쉬! 댁도 뭐라고 했어야지! 답답한 양반 같으니!”


참지 못하는 그를 보며 하쉬가 말리려하지만 비루는 정말 사생결단이라도 낼 법한 기세였다. 말릴 방법이 없겠다 싶었는데,


“진정하고 앉아요.”


의외로 비루를 말린건 소년이었다. 비루는 소년에게 뭐라고 욕설을 퍼붓다가 뚝 멈췄다.


“진정했어요?”


젠장, 하며 기운빠진듯 비루가 주저앉는다.


“하! 하하! 결국 복수는 물 건너간건가?”


허탈해하는 비루에게 하쉬는 말한다.


“그렇지도 않소.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않아있소.”


“이게 도대체 뭐가 잘 된거야! 이 빌어먹을 상황이? 참 좋기도 하겠군! 왜? 갑자기 푸른 악마가 무서워졌나?!”


하쉬를 모욕하는 듯한 말에 리드가 화내는것보다 먼저


“그렇지않소. 애초에 네크로맨서는 내가 처치해야했소. 그러니 잘 된거요. 마셸과 벤자민 경이라는 두 성기사와 함께라면 붉은 숲이라도 놈을 처치하는건 문제되지 않을거요. 붉은 숲은 놈에게도 위협적이고 방해가 되는 장소일테니.”


“이보라고! 네크로맨서는 내 알바가 아닌데?”


“후후, 겸사겸사 덕을 보는거요.”


이어서 하쉬는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답을 받아냈지않소? 푸른 악마의 진위여부를 확인한다면 신전에서 나서겠다고 말이오. 그는 능구렁이같은 사람이지만, 적어도 주교로서 한 말을 번복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오.”


뻔히 이용하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과는 별개로 주교의 수완은 뛰어나고 능력있고 신뢰할만했다.


“그러니까 주교 자리를 꿰차고 있는것이오. 아무튼 마셸과 벤자민 경을 구하고, 네크로맨서를 처리하고, 푸른 악마의 실체를 확인하면 되는일이오. 억울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투자라고 생각해주시오.”


그렇게만 하면 푸른 악마는 신전이 처치할것이다. 라고 하쉬가 단정지어서 말했다.


“후! 그래. 댁의 말이 맞아. 하쉬, 당신 말이 맞다고··· 근데!”


주먹을 꽉 쥐고 비루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이 일이 끝나면 나는 저 작자 턱주가리를 날려버리겠어. 그땐 절대 막지 말라고!”


하쉬는 부디 그래달라며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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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전에서 4 18.01.26 518 5 15쪽
17 신전에서 3 18.01.26 509 6 11쪽
16 신전에서 2 18.01.26 632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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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3 5 10쪽
12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4 +1 18.01.26 690 6 13쪽
11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3 18.01.26 738 6 11쪽
10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2 18.01.26 789 7 10쪽
9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1 18.01.26 842 7 10쪽
8 수련의 시작 3 18.01.26 87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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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빈민가의 꼬마 3 18.01.26 1,09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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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빈민가의 꼬마 18.01.26 1,9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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