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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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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7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40
조회
737
추천
6
글자
11쪽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3

DUMMY

“가만 있을수만은 없어.”


나는 피투성이가 된 한스의 얼굴을 닦아주고 물을 두었다. 이미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의사도 아닌 내가 뭘 더 해줄수 있는것은 없다.

나는 멕의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쓸만한게 없나 싶어서였다. 마땅히 보이는게 없었지만 멕이 괭이를 들고 빠져나갔다는걸 금세 생각해냈다. 나도 그곳을 보니 나무로 된 괭이가 있었다. 사이즈가 작아서 내가 들기에 좋은 크기였다.


“이거라면···!”


나는 괭이를 꽉 쥐고 문을 박찼다. 얼마 가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이 보였다. 그 중에는 멕도 있었다. 그는 몇몇 남자들과 함께 좁을 길목을 틀어막고 밀고 들어오려는 언데드들을 마구 밀쳐내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다친 상태였다.

사망자는 안보였지만 없는 듯 했다.

스켈레톤들은 칼을 휘두르려 했지만 둔한 그 움직임보다는 사람들이 더 빨랐다. 문득 뒤를 보니 여자와 아이들이 한 곳에 뭉쳐있었다.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잠시 고민한 난 멕이 있는곳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멕은 잠깐 고개 돌려 나를 보았다. 하지만 금세 다시 언데드를 밀쳐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래, 너도 탈출해라! 네 스승인 성기사 양반은 어디있는거냐!”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있으면 금방 눈에 띌 하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설마···’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마음에서 의심의 싹이 터오른다. 혹시 우릴 버리고 간건가? 아니면 이 사태와 관련이 있는건 아닐까? 아니라면 어디에 있는걸까?


“그, 분은 산책하러 간다고 나가셨습니다!”


“뭐? 말렸어야지! 이 자식아!”


젊은 남자의 대답에 멕은 그의 멱살을 쥘 듯 흥분했다.


“마, 말렸습니다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으셔서···!”


멕은 신경질적으로 괭이를 크게 휘둘렀다. 스켈레톤에게 상처를 입을 뻔 했지만 농기구가 스켈레톤의 골통을 박살내는쪽이 더 빨랐다.


“젠장할! 어이, 꼬마! 넌 한스를 데리고 사람을이랑 먼저 탈출해라! 네 스승이 성기사라면 알아서 올 거다!”


잠깐 하쉬를 의심한게 부끄러웠다.

나는 멕에게 알겠다고 말하며 한스를 데리러 멕의 집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무로 된 작은 농기구는 손에 꽉 맞았다. 달리면서도 손아귀에서 흔들리지 않는게 아주 마음에 든다.

나도 농사꾼이 되어볼까? 라는 생각이 이 와중에 들었다. 정신을 못차렸다며 스스로의 뺨을 때린다.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볼이 얼얼해졌다.

멕의 집이 보인다. 하지만 문이 열려있었다. 나갈때 문을 열어뒀던가? 싶었지만 워낙 급했던지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다가간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집 안에는 스켈레톤이 두 마리 있었는데 놈들은 어째서인지 한스를 놔두고 집안을 서성이고만 있었다.


‘젠장!’


나는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상황을 저울질했다.


‘한스를 저대로 놔두고 가면 안될까? 어째서인지 녀석들은 한스를 공격하지 않고 있어. 이대로 도망쳐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바깥을 살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 집에 있는 두 마리 스켈레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다면 도망쳐도 되지 않을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 같은 어린아이가 스켈레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처치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나도 몸상태가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있는편은 아니었다.


“······.”


침을 삼키고 몸을 뒤로하려던 찰나.


“으으···”


한스의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들은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고개를 쳐올리더니 한스에게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내가 그것보다 빠르게 스켈레톤에게 다가가 손에 든 것을 휘둘렀다.

퍼억!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나무괭이는 스켈레톤을 자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넘어진 스켈레톤은 그 충격으로 어깨뼈가 깨져버렸다. 기왕이면 머리통이 깨졌으면 했지만 나무가 재질인 괭이와 내 근력으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허나 넘어뜨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남은 하나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놀라서 반사적으로 괭이를 가로로 잡았다. 놈이 달려들어 팔을 내리치려다 나무괭이를 잡아 자연스레 힘싸움으로 발전했다.

안타깝지만 나는 놈에게 조금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금세 뒤로 넘어가려던 순간, 녀석에게 거의 본능적으로 발을 뻗었다.

녀석과 나는 동시에 뒤로 넘어갔다.

데구르르, 쾅!

몇바퀴나 구르고도 벽에 부딪혔다. 온몸의 이곳저곳이 쑤시고 부딪힌 충격에 머리가 띵했다. 실눈을 떠보니 어느새 어깨가 부숴진 녀석이 일어나 달려들고 있었다.

주변에 무언가 던질만한게 없나 했더니 손에 잡히는게 있었다. 묵직한 느낌이라 확인하지도 않고 던지고 보니 접시였다. 캉! 하며 접시와 스켈레톤의 머리가 부딪혀지만 놈의 두개골의 앞부분이 살짝 깨진것 말고는 충격이 없어보였다. 계속해서 내게 다가온다.

몸을 옆으로 굴렀다. 녀석의 손은 그 자리를 내리쳤고, 그 손이 부숴졌다. 기회다싶어 괭이를 휘두르려 했지만, 나는 빈손이었다.

멍청하게 괭이가 어딨지? 하고 한눈을 팔았다. 그 사이 넘어져서 어깨가 부숴진 스켈레톤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한눈팔지 않았더라면.

콰직! 하고 나도 놈과 마찬가지로 어깨뼈가 부러진 듯 하다.


“아아아악!”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비명 소리가 시끄러웠다.

마치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닌것만 같았다.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몸 상태도 안좋았기에 정말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를 악물고 볼 안쪽을 잘근잘근 씹었다.

다시 휘두르는 왼팔을 고개 숙여서 피해냈다. 피하지 못했더라면 머리가 곤죽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뼈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왜 이리 힘이 좋은건지!

맨손으로 후려칠까? 생각했지만 허겁지겁 어깨를 부여잡고 구석에서 빠져나왔다. 녀석들은 둘이서 날 둘러싸려하고 있었다.

숨을 헐떡인다. 이제 완연한 겨울임에도 숨을 쉴때마다 뜨겁게 느껴졌다. 왜 달려들었을까? 내가 스켈레톤 두 마리를 이기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것을 알면서도···

물론, 스켈레톤이란걸 만나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한 마리는 어느새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문을 틀어막고 있었다. 저렇게 되면 빠져나가는것은 힘들 것이다.

어깨뼈가 부러진 스켈레톤과 마찬가지로 어깨뼈가 부러진 나는 서로를 노려보고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건 나 혼자일지도 몰랐다. 녀석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때였다.


“흐아아아아아!”


정신을 잃었던 한스는 내가 놓친 나무괭이로 어깨뼈가 부러진 스켈레톤을 세차게 내리찍었다. 확실하게 머리를 겨냥한 일격이었다.

콰앙!

나무 괭이의 날이 부러져버렸다.

통짜 나무를 깎아 만든 괭이의 날이 부러지자 한스는 멋쩍게 웃었다.


“하, 하하!”


비틀거리는것이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일전에 병사로써 갈고닦은 솜씨와 농사로 다져진 근육은 스켈레톤 한 마리를 완전히 아작내버렸다.

머리가 깨져버렸으니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남은건 한 마리였다.

한스는 반 죽음상태에서 금방 일어났고, 나는 어깨가 부러졌다.

반대로 하나 남은 스켈레톤은 멀쩡하기 그지 없었다.

문을 지키는 스켈레톤과 나가려는 두 사람.

묘한 대치가 균형을 이루었다.






“아니다··· 네가 아니다! 네가 아니야!”


서늘한 한기가 몰아친다. 어둑어둑해진 밤은 해가 뜰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헨리는 갑작스레 납치되었다. 자신을 납치해가는 괴인을 보고 마구 소리를 질러보려 애썼지만 얼어버린 몸과 자신의 입을 가린 괴인의 손에 막혀 소리내지 못했다.

짙은 남색의 로브를 입은 괴인은 자신을 보며 쿡쿡 웃어대다가, 금세 정색하더니 옆에 있던 스켈레톤을 단숨에 부쉈다.

콰앙!

동굴 안이 시끄러웠다.

헨리는 괴인이 분노하자 몸을 떨었다. 자기도 저 스켈레톤처럼 죽어버리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쉬··· 오, 하쉬!”


괴인이 꺼낸 그 이름은 분명 들어본적 있었다. 오늘 길을 헤맸던 아이와 어른 중 한명이었다. 헨리는 그 숲속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할까 그들에게 말을 걸었고, 그들은 그래서 화촌으로 왔다.

분명 자신을 성기사라고 소개한 어른의 이름이 하쉬였음을 기억했다.


“하쉬··· 하쉬! 그가 뭘 알고있는지 알아야해! 그가 뭘 하려는지 알아야해! 넌 아냐! 넌 아니다! 넌 쓸모가 없다!”


같은 말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하는것은 괴인의 말버릇일까?

헨리는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피부가 없고 살점이 없는 해골 그 자체의 얼굴이었다. 무어라고 소리지르며 비틀비틀거리는 몸짓으로 괴인은 헨리에게 다가왔다.

헨리는 뒷걸음치려다 엉덩이를 찧었다.

뒤는 벽이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얼어붙어 목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는다.


“으흐흐흐··· 네가 아니다, 네가 아니야!”


뭐가? 뭐가 아니라는 걸까?

헨리와 괴인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뒤가 벽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헨리는 좀 더 뒤로가려 몸을 마구 빼고, 움직여댔다.

세 걸음을 사이에 두고 헨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흐흐, 우는거냐? 우는거야?”


두 걸음, 괴인이 괴상하게 웃었다.

기괴한 웃음소리. 해골의 얼굴.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행동.

아직 어린 소년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사, 살려주세요···”


이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

헨리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거리가 한 걸음으로 좁혀졌다.


“크흐흐흐! 크흐흐! 으흐흐흐! 울지마라, 울지 마!”


괴인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아까까지 화가 나서 자신의 스켈레톤을 쳐부순 사람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괴인은 헨리의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말했다.


“나같이, 나처럼, ···해줄테니까.”


“······!”


괴인의 비어있는 눈두덩이 헨리의 망막에 비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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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신전에서 18.01.26 580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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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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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3 18.01.26 73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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