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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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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3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43
조회
643
추천
5
글자
10쪽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DUMMY

제법 내려온 것 같았다. 얼마 가지 않으면 산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하쉬도 이리로 오고있으리라.


“크으! 다리가··· 이건 도무지 장난이 아닌데!”


“조금만 참게. 끙!”


케인과 멕이 서로를 부축하며 얼마 걷지 않아 산 아래에서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다분히 지친 기색이었는데, 횃불이 아직 타오르고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합류하지 못할뻔했다.


“오, 이게··· 괜찮나?! 이봐! 붕대··· 아니지! 물이랑 수건좀 가져와!”


멕과 케인의 몰골을 본 화촌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멕은 조금만 깊었으면 상처 너머로 저편이 보이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가 여러개였고, 케인은 정강이가 뜯겨나가 뼈가 보일만큼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으니까.


“으음··· 그런데 한스는 오지 않았나?”


수건과 물을 건네받은 중년 남자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케인의 상처를 감쌌다. 최대한 환부는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드러나지 않도록 노련한 손놀림이었다.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멕의 상처를 보고 있었는데, 수건이 없자 자신의 소매를 찢어 감싸는게 보통이 아니었다.

멕은 잠시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중년 남자의 질문에 작게 고개저었다.

화촌민들은 침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햇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서 얼굴을 닦더니,


“이봐요! 이 아이는 헨리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요?”


화촌민들이 웅성거렸다. 무슨말을 하는걸까?


“한스의 아들, 헨리가 없어요! 헤, 헨리는 어디있는거죠?!”


그녀는 몹시나 당황스러운듯이 눈동자를 떨고 있었다. 케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크읏! 헨리는 여기있는것 아니었소?”


케인이 오히려 여자에게 되묻자 여자는 얼굴이 새파래지다가 그 다음으로는 새하얘졌다.


“무슨 소리에요! 헨리는, 헨리는 처음부터 없었다구요!”


그들은 피난할때부터 헨리는 없었다고 했다. 헨리가 보이지 않았기에 자연히 헨리는 아비인 한스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스는 멕에게 사태를 알리러 왔을때부터 피투성이에 혼자였었다. 처음부터 헨리에 대한 말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난 그 때를 더올리려했다.


“그럼 헨리는 아직 마을에 남아있다는 소린가?!”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나는 헨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와 한스를 이곳으로 이끌어준 내 또래의 아이였다. 착하지만 멍청하진 않은 인상이었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걸까?

그럴리가 없었다.


“그건 아닐거에요. 제가 한스의 집에 갔을때는 분명 아무도 없었어요.”


멕과 케인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저 아이가 한스의 칼을 가져와서 뒤늦게 온 성기사 양반한테 건네줬지. 그게 아니었다면 우린 도망치지 못했을지도 몰라.”


좀 더 생각해보자.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한스는 애초에 헨리의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헨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거에요.”


머리가 회전했다. 의심되는 부분을 되짚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크으! 그래, 그럼 한스가 멕에게 알리러 가기전부터 헨리는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여기의 누구도 헨리를 못 봤다는소리는?”


언데드가 쳐들어왔지만, 한스를 제외하고는 화촌에는 누구도 사망자가 없었다. 지금 얘기되고있는 헨리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탈출한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헨리와 함께하거나 헨리와 남아있을 다른 사람은 없었다.

케인의 다리를 응급처치하던 중년남자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 사이 일이 생긴거로군!”


모두가 머리를 맞대자 그럴듯한 추리가 완성되었다. 멕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대체 왜 이런일이······!”


누군가는 헨리를 데려와야한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데려오냐며 언성을 높였다.

서로 삿대질하며 인정머리가 없다느니 현실을 직시하라느니 시끄러웠다.

어른들의 분위기가 나빠지자 아이들은 그저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싸움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가만있질 못했다.


“제가 다녀올게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말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살짝 위축되는 기분이었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을 마주했다.


‘······.’


사실 이게 그들의 본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네들과 상관없는 외부인인 내가 가주길 원했을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수치심이 떠올랐으나 차마 가겠다는 날 말리지는 않았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저들을 위한게 아니야.’


오로지 한스를 위해서였다.

선의를 베푼 헨리를 위해서였다.

선의가 얼마나 쉽게 잊히고 의미없는지 알고 있기에 그 선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누군가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면 내가 가야했다.

난 그럴 이유가 있었다.


“네가···”


멕은 무언가 말하려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다. 순간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멀게 느껴졌다.


“···힘들텐데 그래줄 수 있겠니?”


그 말이 그의 최선이었으리라.

나는 웃었다.


“그래요. 나는 성기사의··· 제자니까요.”


처음으로 떳떳하게 하쉬의 제자라고 말할 수 있었다.






산을 오른다.

간단해보이는 일이지만 이미 숨 쉬기가 불편하다. 한 걸음 내딛기가 이렇게나 힘든줄 몰랐다. 밤중의 산은 무척이나 추웠지만, 덕분에 정신이 맑아졌다.

하쉬는 말했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하다고. 그 말에 투덜댔던걸 지금은 후회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아직까지 움직일 수 있는건 그 수련 덕분이었다.

지금에 이르러서 발걸음이 오히려 가벼워졌다. 수련의 효과는 지대했던 것이다.

숨이 차올라도, 부숴진 어깨가 쓰려도, 발끝이 저려도, 심장이 터질것만 같아도 견딜 수 있었다.

멈추고 싶었지만, 한번 멈추는 순간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걸 알기에.


“여기다!”


하쉬의 목소리가 들린것만 같았다. 밤공기에 정신이 맑아졌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나보다. 환청까지 들릴 정도라니.

언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봤다고?


“그만!”


하지만 그건 환청이 아니었다. 내 어깨를 잡고 그가 날 멈춰세웠다.

내가 미친게아니라면, 그는 정말로 하쉬겠지. 확인할 기력도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와 터질듯이 뛰는 심장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내게 시위하는 것만 같았다.


“여기까진 무슨 일이냐?”


바로 대답하려했지만 거칠어진 숨결은 내 말을 막았다. 입으로 헥헥대봤지만 달라지는게 없었다.

허나 그의 가르침대로 코로 숨을 쉬자 금세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헨리, 한스의 아들··· 헨리가 안보, 구해야···해요.”


아직도 숨이 차 제대로 말할수는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하고싶은 말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이제서야 하쉬를 보는거지만, 그 또한 지친 기색이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옷은 찢겨지고 한스의 칼은 흙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중상의 상처는 없지만 간간히 보이는 상처들은 그리 얕은게 아니었다.


잠깐, 고민했다.

어느 용감한 퇴역병사를 위해, 그리고 선의를 베푼 그의 아들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하쉬에게 기대는 것이었다.

그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지않나?

선의를 갚기 위해서라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물며 그 대상은, 한스와 헨리 이상으로 선의를 베푼 하쉬였음에도.

허나 그 고민이 무색하게도 하쉬는 씨익 웃어주었다.

그 웃음에 모든 고민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잘 했다. 어쩌면 네가 한 아이의 목숨을 구했구나. 그리고···”


하쉬는 말을 삼켰다. 그가 내게 하려던 말이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그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어째서 스켈레톤은 화촌으로 쳐들어온걸까? 화촌에는 그들이 원할만한게 아무것도 없을텐데.


“하지만 아이를 찾기위한 단서가 없구나.”


하쉬가 무어라고 말했지만 반쯤 흘려들었다. 지금은 생각해야한다. 필요한 것만 알면 된다. 그 외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 하쉬의 얘기보다도, 생각하는게 더 중요하다.


“네크로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있던건 시체더구나. 이미 도망쳤던거야. 영리한 놈이지. 아마 헨리라는 아이는 그 놈이 납치했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놈을 붙잡을 단서가 없어.”


“······!”


어영부영 떠돌던 생각이 확신처럼 변했다.

전제가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다.

목표가 애초부터 이런 아무것도 없는 화촌이 아니라 하쉬였다면?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하쉬가 목표였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인질”


빈민가에서는 강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약점을 잡았었다. 대게 그 약점이란 비밀이나 가족, 혹은 친구였다.


“······!”


등골이 오싹해졌다. 스켈레톤들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만약에 애초부터 목표는 하쉬였고 내가 그의 약점이라면 어떨까? 나 같은 아이를 잡아오라했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 스켈레톤들이 실수했을지도 모른다. 헨리와 나는 비슷한 또래였고 덩치도 비슷했다.

만약에 나 대신 헨리를 잡아간거라면? 그리고 잡아간 헨리가 사실은 내가 아니라는것을 알게된다면 다시 찾으러 돌아오지 않을까?

마치 멕의 집에서 누군가를 찾듯이 서성거렸던 그 두 스켈레톤처럼 말이다.

비틀거리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두가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나를 허물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을로··· 마을로 가야해요. 아직 찾고있을 거에요. 해골들이 날 찾고있을지도 몰라요.”


그 가능성을 확인해야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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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4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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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빈민가의 꼬마 2 18.01.26 1,281 13 12쪽
2 빈민가의 꼬마 18.01.26 1,9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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