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95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38
조회
790
추천
7
글자
10쪽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2

DUMMY

화전민들이 언데드를 발견하기 조금 전.


하쉬는 가볍게 산책을 하러 나왔다. 촌민들이 뭐가 그렇게 술이 많은지 온갖 술이 펑펑 쏟아져나온다. 성기사인 주제에 하쉬는 제법 마시는 편이었지만, 역시나 숫자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마시다 마시다 겨우 파토난 자리에 얼마전처럼 토라도 쏟을것 같아서 찬바람을 쐴겸해서 가볍게 나왔더니···

하쉬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며칠사이에 왜 이렇게 사건사고가 펑펑 터지는지 모르겠다. 왕자는 암살당할뻔하질 않나 몬스터에게 쫒기는 사람들을 보질않나 몬스터에게 쫒겨보질않나 산적을 보기도 하고 웬 이상한 동물을 보기도 했다.

이쯤되면 산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겪어봤다 싶었는데 아직도 멀었나보다.


“후, 듀란드시여.”


물론 언데드가 자연히 생겨날 수도 있었다. 가끔 그런일이 있다. 죽은 자의 시체를 묻은 곳에 음기가 강해지면 언데드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조금 아니 많이 아니지 않느냔 말이다.

자연발생은 기껏해야 한 두마리지, 눈앞에 있는건 웬만한 마을 서너개는 갖다붙인 것 만한 머릿수였다.

누가봐도 술자가 있었다.


“원래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신께서 시련이라도 주시려나 보다.

교국으로 돌아가면 없는 잘못을 만들어서라도 고해성사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하쉬는 자신의 칼을 휘둘렀다.

깡! 깡!

그건 벤다기보다는 쳐내고 부순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쉬는 묵묵히 스켈레톤들을 때려부쉈지만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성기사란 이런 언데드와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

하쉬는 진물이 나도록 네크로맨서와 싸워보았고 당연히 그에 대한 대처법도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혼자고 언데드들은 빌어먹게도 숫자가 많았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다. 수백이라고 생각했던것이 능선을 오르면서 끝없이 보이고 있었다. 어쩌면 천에 이르는 숫자일지도 몰랐다.

하루종일 베어도 끝날지 장담못할 머릿수였다. 마치 추풍낙엽처럼 스켈레톤들이 쓸려나갔지만, 그들은 지치지 않았고 하쉬는 점점 지쳐갔다.

술만 먹지 않았더라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안 되겠다.”


하쉬는 훌쩍 뒤로 물러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이 들고 있던 둔탁한 망치가 그 자리를 찍어내렸다. 이미 그 자리에 없는 하쉬 대신 애꿎은 잔디만이 으스러질 뿐이다.

하쉬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적당히 마셨어야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기사 누가 이런 숲속에서 오밤중에 언데드 무리를 볼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떨리는 손을 보다가 칼에 눈이 갔는데, 이미 이가 빠져있었다. 날카로웠던 칼날이 뭉툭해져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칼이란건 베는 무기이지 쳐내고 부수라고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십마리씩이나 베면서 용케도 부러지지 않았다.


“······.”


하쉬는 이를 갈았다.

교국으로 돌아가면 또 칼을 깨먹었냐고 대주교가 잔소리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내면의 강체력强體力이 전신을 휘돌며 술기운을 조금 날려보낸다. 정신이 맑아짐과 동시에 날려보낸 아싸한 주향이 공기중에서 코끝을 스치며 날아갔다.

하쉬의 기운은 주변 일대를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강체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이 장면을 보면 기겁할만한 일이었다. 물결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 기운은 주변을 더듬더듬 거리며 하쉬에게 많은것을 알려주었다.

사슴, 올빼미, 쥐··· 많은 동물들이 하쉬의 기감에 잡혔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층 더 집중하자 마침내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하쉬는 대지를 박차고 단번에 도약했다. 언데드들의 머리 위를 밟으며 뛴다. 둔한 스켈레톤들은 하쉬를 잡으려 이리저리 무기를 휘둘렀지만 피해를 보는건 자기네들 뿐이었다.

화촌과 이곳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스켈레톤들의 진격을 막지 못하는 이상, 술자인 네크로맨서를 빠르게 처치해야만했다.

얼마 달리지 않아 동굴이 하나 나왔다.


“과연 시체팔이 자식이 있을만한 곳이로군.”


이가 으득으득 갈렸다. 당장이라도 잡아죽일것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하쉬는 조심조심 주의깊게 움직였다. 음험한 시체팔이들은 절대로 자신이 있는곳을 타인이 쉽게 침입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심지어 그만큼의 언데드를 사역해낸 네크로맨서였다. 보기 드문 실력자일게 뻔했다. 방심은 절대로 금물이었다.

갑작스레 바닥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놀라운 동체시력으로 하쉬는 무언가를 피해내고 반사적으로 뻥! 하고 차버렸다.

그게 뭐였나 하고 보니 팔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사람의 팔이 뼈만 남은 상태로 대지를 뚫고 지면에서 올라왔던 것이다.

하쉬가 역시는 역시라며 한층 더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동굴의 깊숙한 곳까지 주의깊게 전진했을 무렵, 마침내 한 인영人影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쉬는 의자에 앉은채로 짙은 남색 로브를 입고 있는 그에게 칼을 겨누며 말했다.


“시체팔이 놈! 언데드들을 멈추고 투항하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쉬는 오히려 잘됐다며 인영을 단숨에 양단했다. 교국의 가르침 때문에 한번 물었을 뿐이지 애초에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샤악!

날카롭게 칼이 인영을 양단했지만, 하쉬는 인상을 찌푸리고 몸을 돌렸다.

데구르르르, 툭!

떨어진 머리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있는 시체의 것이었다.





하쉬를 마을로 데려온 한스의 아들, 헨리는 갑작스레 자신을 데려가는 손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치려했지만 입을 가린 손에 막혀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헨리는 이게 꿈인가 싶어 허벅지를 꼬집으려했다. 하지만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발가락도, 입술도, 손가락도 신체의 어디도 움직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건 눈꺼풀 뿐이었다. 헨리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눈을 데구르르 굴려서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을 확인하려했지만 바닥을 보고있는데다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것은 짙은 남색의 로브 뿐이었다. 조금만 더 어두웠더라면 검은색 로브로 착각할뻔했다. 자신을 옆구리 사이에 끼고 달리는 괴인은 한참을 달리더니 문득 걸음을 멈췄다.


“벌써? 생각보다 더 빠르다. 훨씬 더 빠르다.”


뭐가 빠르다는 걸까?

그의 기분이 상당히 나쁘단걸 알 수 있었다. 자연, 헨리의 몸이 더욱 떨렸다. 달달떨리는 헨리를 보고 괴인은 고개를 삐걱이며 뺨에 손을 대고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헨리는 그 순간 공포에 얼어붙고 말았다.

눈두덩이 비어있고··· 아니, 아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얼굴 대신에 그 자리에 있는것은 해골이었다.

무언가가 싸늘하게 식은 듯하다.

밤공기가 차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등골이 싸늘해졌다. 헨리는 지금 닭살이 돋아오르는걸 느낄 수 있었다. 해골이라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무섭나? 내가 두렵나?”


움직일 수 있었더라면 울면서 마구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괴인은 헨리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높게 들어올렸다.

마치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듯이.


“그렇겠지! 그래야지!”


해골얼굴의 괴인은 다시 헨리를 옆구리에 끼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헨리는 겁에 질리는걸 넘어 깊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얼굴을 보여줬다는 것은 다시 말해 헨리를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나 저런 특이한 얼굴, 심지어 언데드라면 더더욱.

헨리는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러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흐아아아암···”


레너 왕자는 손에 들린 편지를 읽고는 따분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모렉 공작의 답변은 받았으니 더 이상 호센 남작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슬슬 왕궁으로 귀환할 시간이 되었다. ‘그것’들을 쓸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 말들은 준비해두었다. 준비한 미끼에 ‘그것’들은 몰려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레너 왕자는 흑색의 비숍을 한 칸 앞으로 내밀었다.


“어떻게든 움직일테지. 안절부절 못할테니까.”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다.

더럽고, 음습하고, 비열하고, 추잡한 종자들이다. 가진 힘은 크고 강하지만 고귀하지 못했다. 레너 왕자는 도저히 ‘그것’들과 공존하고 싶지 않았다.

추잡한 것들.

‘그것’들은 전대의 왕부터 이 아르미안에 도사리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현대의 왕이자 자신의 아비되는 사람조차도 ‘그것’들에게 반항하려 들지 않고 복종하고만 있다.

복종하는 것은 왕이 아니다.

진정한 왕이라면 맞서야했다.

결코 무릎 꿇어서는 안 됐다.

레너 왕자는 오로지 ‘그것’들을 타도하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것’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세밀하게 계획하고, ‘그것’들을 등 뒤에서 찌르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였다.지금까지는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었다.

레너 왕자는 나이트 하나와 폰 하나를 동시에 앞으로 움직였다.

체스의 룰에 어긋난 움직임이었지만 레너 왕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낚일 수 밖에 없지. 그대는 그렇게나 위협적이라오. 하쉬 경.”


앞으로 움직여진 흑색의 비숍, 백색의 나이트와 폰은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조회, 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붉은 숲 3 18.01.26 390 6 12쪽
25 붉은 숲 2 18.01.26 383 5 12쪽
24 붉은 숲 18.01.26 433 4 12쪽
23 전조 3 18.01.26 410 6 11쪽
22 전조 2 18.01.26 414 6 13쪽
21 전조 18.01.26 426 6 16쪽
20 신전에서 6 18.01.26 478 7 17쪽
19 신전에서 5 18.01.26 511 5 14쪽
18 신전에서 4 18.01.26 519 5 15쪽
17 신전에서 3 18.01.26 510 6 11쪽
16 신전에서 2 18.01.26 633 7 14쪽
15 신전에서 18.01.26 581 6 15쪽
14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6 18.01.26 607 5 11쪽
13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4 5 10쪽
12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4 +1 18.01.26 691 6 13쪽
11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3 18.01.26 739 6 11쪽
»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2 18.01.26 791 7 10쪽
9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1 18.01.26 844 7 10쪽
8 수련의 시작 3 18.01.26 870 7 13쪽
7 수련의 시작 2 18.01.26 925 8 11쪽
6 수련의 시작 18.01.26 1,021 11 13쪽
5 빈민가의 꼬마 4 18.01.26 998 11 15쪽
4 빈민가의 꼬마 3 18.01.26 1,100 9 9쪽
3 빈민가의 꼬마 2 18.01.26 1,285 13 12쪽
2 빈민가의 꼬마 18.01.26 1,931 9 12쪽
1 묘비 앞에서 18.01.26 2,627 9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