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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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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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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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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수련의 시작

DUMMY

나는 이후, 하쉬와 다시 만났다.

하쉬는 검동으로 당신을 따라가겠다고 말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선택지가 없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하쉬에게 끌리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리드. 다시 소개하마. 나는 하쉬 그렌테일. 듀란드 신성제국, 성 교국의 성기사다. 그리고··· 앞으로 네 스승이 될 사람이지.”


자신을 다시금 소개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이름을 묻지도 않더라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네. 저는 리드에요.”


따로 소개할것이 없었고 길게 말하고싶지도 않았던 나는 짤막하게 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수수한 만남이었다. 나는 이제 하쉬에게 질문이나 조금 해볼까하며 궁금해하던것을 물으려하던 찰나 하쉬가 먼저 내게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오늘 떠나야겠다.”


“네?”


얼떨떨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리드는 처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앞으로 이렇게 하거라. 그리고 이렇게 하거라. 하는 말따위를 할줄만 알았다. 하지만 하쉬는 바로 떠나겠다는 말을 했다. 잠시 얼떨떨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의 호위임무는 이곳에 온 것으로 끝났다. 아직 수도까지는 도착하지 못했지만, 내 일은 여기까지 데려다주는 것이었으니 나머지는 이 나라의 사람들이 알아서 할테지.”


오히려 환영하는 바였다. 어째서인지 그 왕자님과는 좀 더 같이있고 싶지 않았다. 분명 좋은 사람이고 관대했지만··· 왜인지 모르겠다.


“가져가고 싶은 것은?”


하쉬는 내게 따로 물었다. 하지만 내가 가져올건 없었다. 그리고 무얼 가져와야하는지도 몰랐다. 부모는 유품도 남기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빈민촌의 작은 판잣집이 그 유품이지만 집을 들고갈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호시탐탐 집을 노리던 패거리가 있었던 참이다. 차라리 잘됐다며 리드는 깨끗하게 털어버렸다.


“없어요.”


그것말고 집에 있는것은 낡은 이불따위였다. 하나같이 필요한것은 아니었다.


“의연하군. 좋은 태도다. 그러면 가기 전에 씻는게 좋겠다.”


“네?”


나는 눈을 끔뻑이며 자신의 손발을 내려다보았다. 며칠전과는 달리 깨끗하고 때 묻지 않은 팔다리였다. 난 지금까지 자신의 살색이 이렇게 하얗다는 것을 몰랐다. 분명 자는동안 그네들이 씻겨놓았던 것이리라. 그런데 또 씻으라니?


“무슨 생각을 하는줄을 알겠지만 지금 당장 짐을 싸서 출발하겠다고 말하려던건 아니다. 오늘안으로는 떠날 생각이지만··· 한 동안 다시 씻기는 어려울거다. 그러니까 한번 씻고 가자는 뜻이었어.”


“아, 네”


하려던 말과는 달리 퉁명스럽게 대답해버렸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달리 말은 나오지 않았다. 평소의 싸가지가 여전했다.

일단 행선지를 물어볼까? 라고 생각했지만 관뒀다. 어차피 영지 밖으로 나간적도 없는 몸이었다. 들어도 어디인지 알 수 있을리가 없다.


“이왕 영주성에 있는김에 씻어두는게 낫지. 하녀들에게는 내가 지시해둘테니 여기 있으면 널 찾아올거다. 기다리고 있어라.”


그의 행동에는 배려가 가득했다. 딱딱한 말투로 보였지만 그건 기사로 살아가기 위한 말투였을 것이다.

할 것도 없이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하쉬가 뭐라고 했더라?


“···영주성에 있는김에?”


그러니까 여기가 영주님의 성이라는 소린가?


“···탈출해야하나.”


혹시라도 내가 있단걸 알면 빈민가로 쫒아내거나하지는 않겠지? 살짝 고민이 들었다.




하쉬는 리드에게 씻어두라고 말한 후, 레너 왕자와의 인사를 마치고는 곧장 영주성 바깥의 상점가로 향했다. 광장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갔다. 상점가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자 깡깡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시끄럽게 울려댄다.

미리 부탁했던 물건을 찾으러가는 길이었다. 하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처음 본 것은 다섯 명의 사람들이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쉬가 흠흠, 헛기침을 하자 모루에서 무언가를 내리찍고 있던 노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왔구려.”


노인은 하쉬에게 먼저 인사했다. 평생을 대장장이로 산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거나 하는 선입견이 있는데 노인에 한해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물론 외모는 흔히 떠오르는것에 비슷했다.

마치 지렁이가 꿈틀거리는듯한 팔뚝, 두건을 쓴 머리, 상의는 벗고 있었고 인상은 얼핏 보기에 험악해보였다.


“부탁대로 만들긴 했소만··· 도대체 이런걸 어디다 쓰려는거요?”


노인은 뻐근하다는 듯이 허리를 쭈욱폈다.

하쉬는 남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미친듯한 사람이었다.

그건 그의 인성같은걸 말하는게 아니라 수련에 미친듯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무엇을 하던지간에 최선을 다했고 끝날때까지 혹은 자신이 만족할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하는 집중력과 노력은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해에 서른이 된 하쉬는 그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약 오년 전, 성기사로서 임명받았던 그는 견습 성기사들을 위해 자신의 가르침을 베풀라고 했을 때 자신이 했던걸 그대로 남에게 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교관 노릇은 짤려버렸다.

말도 안 되는 훈련량에 잘 시간도 없는 계획표였다.

문제는 그걸 하쉬가 십년이 넘도록 묵묵히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하쉬는 하루 여섯시간 이상을 자질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도저히 괴롭히는거냐고 비난조차 하지 못했다. 수군거리는 몇몇은 이번 임무에 하쉬가 발탁된것도 겉으로는 실력자가 맡아야할 임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에게 휴식을 주려는 대주교의 수작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오죽하면 그의 상관들이 배려할정도로 일상이 빠듯하겠는가?

아무튼 이러한 일상은 평소의 준비에서부터 시작한다. 필요한것이 없으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 물건은 전적으로 리드의 훈련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다.

아주 심플하지만 효과적이지만, 수련생들에게는 악마의 수련법이라고 불리는 세 가지 훈련법이 있었는데 그 첫번째가 '무게놀이' 라고 불리는 훈련법이었다.

누가 개발한것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훌륭하고 기본에 충실한 훈련법이었는데, 무거운 물건을 착용시키고 훈련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게를 차차 늘려가며 그 무게에 적응시키는 것이었다.

자연히 그냥 수련하는 것보다 근력, 지구력, 체력이 빠르게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과도한 훈련은 물론 근육에 무리가 갈 수도 있지만 이 훈련법을 개발한 사람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진정한 사나이는 멈추지 않는다!’ 를 연발하며 이 훈련법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하쉬가 리드에게 시킬것은 바로 그 무게놀이였다.

나머지 두 가지 방법으로도 물론 훈련시킬 생각이었지만 이것만해도 벅찰 소년에게 같이 병행한다는 것은 그냥 죽여버리겠단 소리였다.

하쉬는 아차하며 자신의 상념을 멈추고 노인에게 답했다.


“수련을 위함입니다.”


노인은 모르겠다며 고개를 휘휘 젓고 하쉬에게 가져가라고 말했다. 하쉬는 반색하며 그것들을 살폈다.

‘그것’들은 얼핏 보기에는 그냥 팔찌와 발찌처럼 보였다. 다만 그것들과는 다른것이 통짜 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가만 보면 1 킬로의 무게는 전혀 무거워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라도 들 수 있는 무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하나에 1 킬로짜리를 양팔과 양발에 착용하면 4 킬로가 되어버린다. 그걸 차고 하루종일 움직여야한다는 소리였다. 이제 열살이 조금 넘은듯한 어린 소년이 그걸 차고 하루종일 생활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하쉬는 의심하지 않는다.

소년이 이걸 해낼 수 있을거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하쉬는 자신의 턱을 쓸었다. 깔끔하게 면도한 턱에는 조금의 수염도 없었다.

물론 자신도 처음에 이 짓거리를 시킨다고 했을때는 경악했었다. 당시 하쉬의 나이는 열 여덟이었는데 갑자기 양발과 양팔에 이상한 쇠팔찌를 채우는게 아닌가?

혹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해서 벌 받는건가 했는데 대주교는 씩 웃을 뿐이었다.

그 무게가 무려 오 킬로씩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간격으로 1 킬로씩 무게가 가중되었다. 미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팔지를 풀려고해봐도 쇠팔찌답게 단단해서 부숴지지도 않는데다가 열쇠는 대주교가 꽁꽁 숨겨놔서 도무지 찾을 수 없었고, 답답한 마음에 벽에 부딪히고 칼로 잘라보려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지금와서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나라고 수련을 처음부터 좋아했던건 아니지.’


그러나 수련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분명했고, 그게 바로 무게놀이였다. 조금 변태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무게에 하쉬는 웃을 수 있었다. 더디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성장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달이 조금 더 지나고 팔찌 하나가 10 킬로가 되었을 무렵 대주교가 그만두게 하려던걸 더 무거운건 없냐고 말한건 지금도 회자되는 전설이었다.

대주교는 그때, 자신이 변태를 만들었다며 한탄했었다.


‘한 달이면 되려나?’


하쉬는 자신처럼 리드 또한 수련의 참맛을 알게 될 거라며 실실거리며 팔찌를 받았다. 노인은 어느새 모루에 있던것을 쾅쾅 찍어대고 있었다.

그 소리만 들어도 노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년이 처음 쓰러졌을 때, 마치 운명처럼 실감했다. 소년을 반드시 자신의 검동으로 만들겠노라고 말이다. 리드에게는 제안을 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검동이 되는걸 조금 생각해보라고 말했었지만 내심 하쉬는 철렁하고 있었다.

혹시나 거절하면 어떻게하나 답을 미룬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대금은 얼마였지요?”


“수련이라··· 그쪽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구려. 실링 다섯개면 되오. 어서 가져가구려.”


물건을 살피는 하쉬에게 노인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보였다.


“이 몸이 물건 하나는 확실하게 만든다오. 걱정하지 않아도 무게는 같소. 휴유증이 생기거나 할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시오.”


노인은 수련이라는 말에 무엇을 하는지 바로 알아챈 듯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악마의 수련법은 워낙에 유명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물었던 것처럼 보였다.

하쉬는 만족하며 노인에게 동전 하나를 건넸다. 노인은 실링 다섯개라 했는데 웬 동전 하나? 싶어 동전을 보니 골딩이었다. 금화 하나.

실링의 열 배나 되는게 골딩이었다. 즉, 치뤄야할 값의 두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노인은 거슬러 줄 돈을 찾으려했지만,


“괜찮습니다. 물건이 마음에 드는군요.”


하쉬는 금화 하나를 통째로 주겠다고 말한것이다. 동전중에는 가장 큰 금액에 속했다.


“비싸게 치르시는구려. 허나 거절치는 않겠소. 워낙 사정이 사정인지라.”


노인은 금화를 품에 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어찌 들고가시려오? 아시다시피 그것들은 가벼운 무게가 아닌데···?”


사람이 짊어갈거라고 생각하긴 힘든 무게였다. 노인은 일행이나 짐말이 있나 싶어 밖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걱정안하셔도 좋습니다.”


하쉬는 가죽 포대를 하나 꺼내더니 쇠팔찌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1 킬로짜리에서 5 킬로까지 각각 4개로 그 무게를 합하면 60 킬로에 달하는 것이었다.


“껄껄, 기사답구려!”


노인은 크게 웃었다. 주변 도제들은 저분이 웃은적이 언제였나? 하며 서로서로 수군대고 있었다. 그러자 노인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놈!”


···어쩌면 선입견이 아닐수도 있겠다. 손님들에게만 친절한건가?

노인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도제들이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쉬가 떠나자 노인은 턱을 긁었다.


“여기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성기사라?”


그의 로자리오는 교국의 성기사들이 착용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새삼스레 하쉬가 떠나간 방향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그 치의 칼이 많이 상했던데··· 아니, 아니지. 내가 신경쓸바는 아니겠지.”


또 직업병이 도졌다며 고개를 휘휘 저은 노인은 거세게 모루를 내리찍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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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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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의 시작 18.01.26 1,0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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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빈민가의 꼬마 3 18.01.26 1,09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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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빈민가의 꼬마 18.01.26 1,9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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