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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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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954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46
조회
510
추천
6
글자
11쪽

신전에서 3

DUMMY

"흐아아아암···"


일어나니 낮이었다. 엄청나게 오래잤나보다. 도대체 몇시간을 잤길래 낮에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인거지?

나는 눈을 슬슬 비볐다.

묘한 느낌에 팔을 보니 놀랍게도 어느샌가 '묵직한' 쇠팔찌가 채워져있었다. 내가 자는 사이에 채웠단말이야?


“거짓말쟁이···”


일주일이라고 해놓고서 나흘만에 2킬로 짜리로 바뀌었다. 하기사, 내가 생각하기에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제법 재능이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훈련이 도움이 되는걸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불평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가볍게 기지개를 키려고 했지만 무거워진 무게가 팔을 들지 못하도록 누르는것 같았다. 겨우 숫자 하나 차이에 체감은 이만큼이나 컸다.

그때, 똑똑하고 누군가가 내 방문을 노크했다. 하쉬겠거니해서 들어오라고했는데 처음보는 얼굴이다.


"아, 반가워"


그가 손을 들어 인사하자 나는 인사를 받지 않고 되물었다.


"누구세요?"


들어온 사람은 이전의 하쉬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순백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쉬의 것은 낡아 보였지만 그의 것은 새것같았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그는 스물을 갓 넘겼을것 같은 외모였다.

하쉬에게는 아래로 열살, 나에게는 위로 열살 차이 정도가 있을것이다. 말해주지 않아도 그가 성기사라는건 복장을 보고 대충 짐작할만했다. 신전에서 성기사를 사칭하는 미친 작자는 없을테니까.


"신전의 성기사야. 네가··· 하쉬 경의 제자인거지?"


아무렇지도 않은듯 가볍게 물어보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건 마치 떠보는듯한 질문이었다. 정말 네가 그 사람의 제자가 맞느냐는듯한.


"그래요."


이 질문에는 이제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난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그래··· 부정하지 않는구나. 아무튼 반갑다. 다시 소개할게. 내 이름은 마셸이야. 말했다시피 성기사고···"


만난지 십초만에 무슨 말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

뭐 하쉬의 제자니까 눈도장이라도 찍으러왔다는건가? 그만큼 할일없는 양반인걸까?


"그래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뭔데요?"


말을 잘라버렸다.

그가 성기사이건 아니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었고 난 일어나자마자 처음보는 상대를 친절하게 상대해줄만큼 착해빠지진 않았다. 그리고 어제··· 아니다. 이젠 아침이 되었으니까 이틀전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셈일까? 배고파죽겠는데 제발 내 앞길을 막지 말아줬으면한다.


"하하, 성격 급하구나."


누구라도 이틀을 굶었으면 급해질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고보니 이건 레너 왕자가 나한테 거짓말을 한건가? 굶을일은 없을거라더니··· 이틀정도 굶는건 익숙하기는 하지만.

꼬르르륵 하고 뱃속이 울렸다.

초대면의 상대였지만 부끄럽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내고싶어서 낸 소리도아닌데 뭐 어쩌란말인가? 나는 사람들이 배꼽시계를 울리는걸 부끄러워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었다.

그거랑은 별개로 왠지 이 사람, 좀 맘에 들지가 않는다.

그는 곤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런 어물쩡한 태도가 싫다. 시간 아까우니까 하고싶은 말은 확실히 하면 좋겠는데··· 그리고 밥먹으러 가고 싶으니까 좀 가줬으면 좋겠다. 혹시 눈치까지 없는건가?

그건 아니라는듯 그는 내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신전의 배식은 한 시간전에 끝났어. 지금 가봐야 밥은 못 먹을테고··· 점심식사 배식은 다섯시간은 기다려야하는데?"


내게 암담하리만치 참혹한 소식을 들려준다.

아, 이건 무슨···

음식이 가까이 있는데도 먹지 못한다는건가? 아니, 아니다. 훔치자. 훔치는거다.

것보다 저 사람은 왜 하필 나에게 저런말을 하는거지?

어쩌면 저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신전의 배식은 아직도 하고 있고 사실 다들 맛있게 먹고있는데 내가 먹는걸 보기 싫은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돈은 없겠구나. 상점가에라도 갈까? 내가 사주는건 괜찮을것 같은데."


잠결에 착각했나보다.

그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를 재촉했다.






알 수 없는 소년이다.

소년에게 품은 마셸의 감상은 바로 그거였다.


"오, 저건? "


소년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진했지만, 모든것에 의심을 품고 있어 긴장은 늦추지 않는다. 먹을걸 사준다는 것에는 순수하게 좋아하고 있는것 같지만 이따금씩 마셸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텐데.'


반쯤은 열등감이라고 했지만, 사실 구 할이 호기심이었다. 그 바닥에 깔린 열등감이 있는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이처럼 어린 소년과 드잡이질을 할 마음은 없었다.


"그건 덴쿼지라고 부르는데··· 추천하지는 않아."


"왜요? 맛있어 보이는데?"


소년의 자연스런 반문에 솔직히 알려줄까말까 고민했지만 굳이 숨길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셸은 다시 한번 참혹한 진실을 소년에게 전했다.


"아, 사막부족들이 좋아하는 지렁이튀김이거든···"


"······그게 장사가 되요?"


미심쩍어하는 소년의 눈초리에 마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신기하게도 사 년이 넘도록 가게문은 안 닫네. 사는 사람이 있긴 한가보더라고"


흥미가 사라졌다는 듯이 입에 물고있는 닭꼬지를 양껏 베어물고 우물거리는 소년의 모습은 또래의 모습과 비슷해보였다. 마셸은 자신의 지갑을 한번 확인했다. 예상보다도 더 잘 먹는 소년의 모습에 예상치못한 타격이 오고 있었다.


'닭꼬지 여섯 개, 오뎅 세 개, 샌드위치 세 조각, 쥬스 세 잔, 오징어튀김에 기타 등등··· 잘 먹네. 정말로'


물론 돈은 얼마든지 더 있었지만 가지고 나온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 나름 넉넉하게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소년의 먹성에 신전으로 한번 돌아갔다와야하나싶다.


“저기, 저거 맛있어보이는데요?"


소년이 맛있는걸 포착해서 사달라고 소매를 이끌었다. 소년이 거리에서 골목사이를 지나가려는 순간에 언뜻 고개돌려 보인 골목에서 무언가를 보았는지,


“음?”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골목안으로 들어갔다. 마셸은 거기가 길이 아니라고 말해주려했지만


“하···쉬경?”


거기엔 만신창이가 되고 얼굴이 벌겋게 술로 달아오른 두 명의 남자가 어깨동무한채로 쓰러져있었다.

둘 중 한명은 누가 보더라도 하쉬였다.







시간은 조금 되돌아가서, 밤으로.


하쉬는 주인장에게서 그가 아는것만큼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나타난 시간, 언제부터 저랬는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 작자인지 등등의 이야기를 말이다.

주인장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레너 왕자의 말대로 그는 폐인이 되다시피해서 술과 노름으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어쩌면 악마가 실존하는지도 모른다. 지푸라기잡는 심정이었던게 동아줄을 잡는 심정 정도로는 변했다. 아, 그건 다른 뜻이던가? 하지만 악마가 존재하는게 아니라면 실력있는 용병이었다는 남자가 저렇게까지 허름해질 수 있을까?

당장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하쉬는 고민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는 강체력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를 노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했다. 그런데 그를 찾아가도 괜찮을까?

적어도 지금같은 몸상태로는 괜히 봉변을 당할지도 몰랐다.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더라면 쉬고 강체력을 회복한 뒤에 찾아가는게 맞으리라. 하지만 그의 직감이 예고한다.

지금 가지 않으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하쉬는 비교적 자신의 감을 믿는 편이었다. 사선을 걷는 전사들이 모두 그러하듯 날카롭게 닦여진 감은 제법 잘 맞는다. 특히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후우···’


긴장이 풀린 몸을 다시 다잡는다. 조금이지만, 흩어졌던 강체력이 모여들었다. 전신에 흩어져있는 세포 하나하나에서 힘을 이끌어온다.

평소에 비하면 무력하리만치 미약한 힘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만한 힘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가볼까?”


한스의 낡은 검이 달빛에 반짝였다.

부디 낡은 퇴역병사의 칼을 뽑을일이 없기를.









수정구로 보이는 사내의 얼굴과는 달리 레너 왕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좋은일이지 않은가?”


수정구의 남자, 그는 호센 남작령의 영주인 호센 남작이였다. 여유롭게 웃는 레너 왕자와는 달리 불안한듯 연신 머리를 메만지고 귓볼을 건드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전하. 최악의 결과가 아닙니까? 하쉬 경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네크로맨서는 하쉬 경을 처치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하쉬 경에게 죽지도 않았습니다.”


호센 남작의 걱정어린 말에 레너 왕자는 자신의 체스판을 움직였다. 바라보고 있던 흑색의 비숍과, 백색의 나이트와 폰을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렸다.


“반대지. 최고의 결과라네. 모르겠나? 호센”


어째서 최고의 결과인걸까? 호센 남작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네크로맨서가 살아남은 이상, 신전에 '그것' 들의 존재가 알려질 수 있었다.

하쉬 경이 죽지 않은 이상, 낌새를 눈치채고 계속해서 ‘그것’들에 대해 캐내려고 할것이다.

‘그것’들에 대해서 알려진다면 아르미안 왕국도 좋은꼴은 못 볼건 뻔했다. 왕자도 마찬가지일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호센 남작도 책사에 속하는 남자였지만 레너 왕자의 생각만은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 타입의 문제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조차 초개처럼 망설이지 않고 배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제 아둔한 머리로는 모르겠습니다. 고견을 알려주십시오.”


“후후, 멀리 생각하게. 하쉬 경이 살아남은 이상, 네크로맨서는 신전에 죽을테지. 그들이 쫒기 시작한 이상 도망칠수는 없어. 하지만 그건 기정사실이니··· 과연 ‘그것’들이 꼬리가 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을 가만히 둘까?”


레너 왕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크로맨서는 수천의 언데드를 일으킬만큼 강대한 힘을 가졌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네크로맨서는 일개 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도마뱀의 꼬리라는 말처럼 ‘그것’들은 네크로맨서를 과감히 잘라버릴것이라고.


“또한 하쉬 경이 살아남았으니 처치곤란했던 ‘악마’의 처리를 맡아줄지도 모르지. 아니 그렇게 되도록 복선을 깔았다네.”


레너 왕자는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다.


“장렬히 악마와 함께 하쉬 경이 사라지는걸세. 그리고 신전은 우리편이 되겠지.”


레너 왕자는 백색의 나이트와 흑색의 킹을 판 위에서 제외했다.


“신···전? 그건 어째서··· 입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호센 남작은 레너 왕자에게 물었다.


“후후, 말했지않은가? 나는 정말로 그 아이가 마음에 든다고.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판을 그 아이가 확실히 만들어줬어.”


레너 왕자는 백색의 폰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었다.

수정구 너머로 보이는 호센 남작의 표정이 두려움에 물들어갔다.


작가의말

댓글,추천,선작,조회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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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2 18.01.26 79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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