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8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26
조회
1,927
추천
9
글자
12쪽

빈민가의 꼬마

DUMMY

내가 그 사람을 만난 것은 불과 한달 전의 일이다.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그는 나를 용기있는 소년이라고 말했고, 몇몇 사람은 싸가지없는 꼬맹이라고 불렀다. 그를 처음 만났던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빈민가에서 배를 쫄쫄 굶주리고 있던 나는 오늘만큼은 더 이상 참기 힘들거라고 생각했고, 뭐라도 먹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음식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기에 한탕 뛰자고 생각할 수 밖에.

벌써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꼽시계는 시도 때도 없이 요란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물이야 운 좋게 밤 사이에 비가 내려 그 빗물로 목을 축일 수 있었지만, 뱃속을 채울 수 있는건 없었다.

그냥,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아 씨, 배고파 죽겠네···.”


나는 주변을 짜증섞인 시선으로 훑었다. 이 빈민가는 영지의 어둠과도 같은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영지에는 세 가지 구역이 존재한다. 귀족가와 평민가. 그리고 빈민가였다. 모두 사람들의 거리이지만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 빈민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꾀죄죄하고, 더럽고, 배우지 못했고, 나약하고, 나태한 가축들!

그들이 생각하는 우리는 그랬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

그 날은 아무래도 한 탕 뛰더라도 먹을걸 구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들이 보는대로 정말 사람 아닌 가축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짐승이니 가축이니 뭐든지 지껄이라지!’


원하는대로 짐승이라도 되어서 먹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어차피 부모도 가족도 없었으니까.


“그게 몇 일 전이더라?”


부모가 죽은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역병이 돌았네 또 누군가는 저주를 받았네 떠들어댔지만 누가봐도 평범한, 그렇지만 조금 지독한 감기에 불과했다. 치료받지 못해 죽어버렸다. 새삼 생각하지만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이미 죽어버린 부모는 빈민답지않게 자식에게 관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날 죽이려고도 하지 않았고, 팔아먹으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마지막 가는 길에 한 가지 당부만을 했을 뿐이었다.


‘적어도 사람 고기는 먹지 말라고했지?’


무얼 숨기랴?

그들이 짐승이라고 부르는 대로, 우리는 짐승과 같았다. 사람 고기를 먹는 사람은 공공연하지만 제법 많았다. 아니, 오히려 빈민의 절반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먹을게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아 씨···”


평생 바란것 없던 부모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아무래도 좋다고 무시하려했지만 먹지 않기로했다. ···그냥 기분이 내키지 않을 뿐이다.

사람 고기를 먹으려면 결국 사람을 죽이거나 시체를 구해야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빈민가에서는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나라도 할 수 있고, 나보다 더 어린 꼬마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사람을 죽이는 것과 먹을 것을 훔치는 것.

어느쪽이 쉽겠는가?

결코 부모의 당부가 신경쓰여서가 아니라 그저 난이도의 차이일 뿐이었다.

더 쉬운쪽을 고르기로 했을 뿐이었다. ···정말 그것뿐이다.

주린배를 움켜쥔 채 슬금슬금 걸음을 옮긴다. 결심을 다진건 방금이었을텐데 내 다리는 어느새 빈민가 골목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벽에 찰싹 달라붙어 조심스레 움직이고, 건물의 그림자 사이로 숨어 움직이면 쉽게 들키지는 않을것이다.

침을 꼴깍 삼켰다.

삼킬 수 있는 침이 남아있는것은 밤 사이 내렸던 빗물 덕분이다.

충분히 훔칠 수 있다며 난 스스로를 분기시켰다.

빈민가에서 평민가로 넘어가는 경계가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병사들은 언제나 저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평민가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흔히 말하는 꿀보직이라고 한다.

병사들은 빈민가의 사람들이 평민가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골목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대놓고 울타리를 쳐서 넘어오지 못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평민가에는 적어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사람 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며 살인과 강도를 일삼는 빈민가와는 전혀 달랐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빈민들이 넘어오지 않게끔 병사들이 경계를 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알고있었다.


“넘어갈 방법이 없는게 아니야.”


골목의 길목마다 병사들이 지키고 있을것이다. 단지 한 골목, 그 짧은 길목만 지나면 되건만 비켜주지 않는 병사들에 의해 빈민들은 빈민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빈민들이라고 좋아서 이 빈민가에 있는것은 아니다.

다시말하자면 그들도 탈출법을 궁리했고 실제로 몇 가지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소리죽여 웃었다.


“쿡쿡···”


병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겠지.

이 빈민가에는 평민가로 향하는 통로 아닌 통로들이 몇개씩이나 있었다. 사실 그 중에서 몇몇개는 들켜서 봉쇄당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곳이 더욱 많았다.

예를 들어서 전방의 저 큰 나무를 보라.

저 나무는 튼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아름드리나무라고 한다. 먹을게 없어서 서로 먹어대는 빈민들조차 저 나무는 건들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다. 저 나무의 가지는 크게 뻗어서 건물 벽에 닿아있는데 그 건물벽이 제법 낡아있고 발 디딜곳이 많았다. 사층 높이의 건물이지만 굶주린 자들에게 그런게 눈에 들어오겠는가?

나무의 가지를 밟고 이층 높이쯤 닿은 건물에서 건물벽을 밟고 건물의 지붕까지 올라가면 된다. 지붕까지만 올라가면 언제나 놓여있는 사다리로 들키지 않고 내려오면 끝이었다. 밤중에 이용하면 들킬 염려도 적었고,‘그나마’안전한 통로이기도 했다.

애초에 이건 그들의 상식밖의 일이었다.

어떤 미친 인간이 골목 하나 지나겠다고 건물벽을 타고오르겠느냐 말이다.

그런 상식밖의 통로들이기에 빈민가의 탈출로는 막겠다고 막아지는것들이 아니었다.


“그치만 이건 안 되는데···”


아직 어린 내가 저런 나무를 타고 건물벽을 오른다는 것 또한 말이 안된다. 하지만 어리기에 가능한 탈출법도 있었다.

대단한것도 거창한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면돌파였다.

빈민가는 대체적으로 어두운데 병사들이 한눈팔 때에 허리를 굽히고 그림자속에 숨어 달리면 병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자신과 키가 비슷한 어른이라면 아무리 한눈을 판다고해도 모를리 없겠지만, 허리춤에도 오지 않을법한 아이가 숙인채로 지나가면 의외로 눈에 띄지 않는 법이었다.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인 나는 들키더라도 동정심을 끌 수 있었다.

열에 아홉번은 잡히는 이 방법을 몇번 시도해보았는데 두 번은 흠씬 맞았고, 세 번은 돌려보내졌고, 또 두번은 설교당했고, 남은 두번은 먹을걸 건네받기도 했다.


‘배고파’


나는 다시 한번 허기짐을 느끼며 목울대를 넘겼다. 허리를 숙여 그림자속에 몸을 숨기려했지만 금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없잖아?’


감시하고있을 병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골목도 없었고,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쪽 골목에도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간 거지?


“뭐야?”


빈민가를 감시하는 일을 이렇게 팽개쳐둔다고? 아니면 무슨 일이 있는걸까?


‘모르겠어. 하지만 운 좋은 일이야!’


다시 한번 앞뒤를 살폈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었다. 병사도 없고, 뒤를 밟는 사람도 없는듯 했다. 난 조용히 그늘 속에서 몸을 일으켜 달렸다.

타다다닷!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어 예민해서 그런진 몰라도 평소보다 오히려 빠른 것 같았다. 뱃속에 내용물이 없으니까 그런가?

동시에 현기증이 살짝 올라왔지만 굶주림에는 익숙했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단숨에 골목을 벗어난다.

벽을 짚고 양옆을 재빨리 살폈다. 탁 트인 광장이 나를 맞아주었다. 이 광장이야말로 빈민가와 평민가의 경계와 마찬가지였다. 그런만큼 많은 병사들이 배치되어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별안간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나는 크게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금세 그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좋아!”


함성이 들려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몰려있다면 당연히 경계도 적을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도둑질을 하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소리기도 했다.

이건 마치 신께서 빵을 훔치라고 계시를 내려준것은 아닐까? 이렇게까지 멍석을 깔아주는데 받아먹지도 못한다면 그건 내 주린 배에 대한 모독이었고,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대한 모독이었다.

광장에서 조금 직진하자 금세 두 갈래 길이 나타났다. 나는 고민하지도 않고 오른쪽으로 뛰었다. 오른쪽 길이 상점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시장이었다.

아무래도 거주지인 왼쪽 길보다는 상점가인 오른쪽 길이 먹을걸 훔치기엔 좋았으니까.

그리고 함성은 왼쪽 길, 거주지 쪽에서 들려왔다.

멈칫하고 걸음을 옮기자 다시 한번 크게 함성이 들려왔다. 방금보다 더 큰 소리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슬슬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무시했다.

나는 달리며 꾀죄죄한 옷을 털어냈다. 먼지라도 조금 털어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훔치기도 전에 빈민임을 들켜 단숨에 붙잡힐지도 모른다.


“보자···”


눈을 반짝 빛내면서 주변을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햇던 것은 오히려 최악의 상황이었다. 부풀어올랐던 기대는 단숨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그 자리에 실망감이 차올랐다.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러 다 모였는지 가게가 하나도 문을 열지 않고 닫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게 문을 열지 않으면 훔칠수조차 없잖아!


‘방금 함성이랑 관계가 있는거겠지?’


어쩌면 평민들이 전부 그곳에 모여있는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크게 함성이 들려왔다. 시끄럽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평민들은 어째서 이렇게 무책임한거야?! 내가 먹을걸 훔칠 수 있게 가게문은 열어놨어야지!’


누가보면 적반하장이라고 어이없이 손가락질할 소리를 마음속으로 당당히 내뱉었다. 사흘을 내리 굶었는데 적반하장같은게 문제겠는가? 가능했더라면 가게문을 때려부숴서 뭐라도 훔쳤을지 모른다.

다만 사흘을 쫄쫄 굶었고, 그럴 무기도 없는데다가 사람들이 몰려올까봐 그러지 않을 뿐이었다.

꼬르르륵!


‘내가 한번 봐주는거야!’


상점가를 흘겨보며 나는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날 허탕치게 만들었는데 적어도 무슨일인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억울해 미칠지도 몰랐다.

억울해서라도 이렇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꼬르르르륵!

뱃속은 진작부터 우렁찬 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사흘간 굶고 야심차게 뛰어왔더니 허탕이라니? 솔직히 눈물이 나올 정도로 짜증났다. 사실 말이 좋아 사흘이었지, 그 날 먹은것도 조그마한 빵 한조각 뿐이었다. 그걸 빼면 일주일 가까이는 굶은게 아닐까?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멍청한 함성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짜증에 짜증을 더한다.

억울해서라도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오른쪽길을 벗어나 왼쪽길로 향하려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실수였지싶다.


작가의말

조회,추천,선작,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첫작인지라 많이 부족할테지만

눈쌀 찌푸려지는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리는 것들은 조아라에서 올린 부분까지입니다.

27화까지일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붉은 숲 3 18.01.26 387 6 12쪽
25 붉은 숲 2 18.01.26 382 5 12쪽
24 붉은 숲 18.01.26 432 4 12쪽
23 전조 3 18.01.26 409 6 11쪽
22 전조 2 18.01.26 414 6 13쪽
21 전조 18.01.26 425 6 16쪽
20 신전에서 6 18.01.26 476 7 17쪽
19 신전에서 5 18.01.26 509 5 14쪽
18 신전에서 4 18.01.26 518 5 15쪽
17 신전에서 3 18.01.26 509 6 11쪽
16 신전에서 2 18.01.26 632 7 14쪽
15 신전에서 18.01.26 580 6 15쪽
14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6 18.01.26 606 5 11쪽
13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5 18.01.26 643 5 10쪽
12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4 +1 18.01.26 690 6 13쪽
11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3 18.01.26 738 6 11쪽
10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2 18.01.26 789 7 10쪽
9 소년은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운다 +1 18.01.26 842 7 10쪽
8 수련의 시작 3 18.01.26 870 7 13쪽
7 수련의 시작 2 18.01.26 923 8 11쪽
6 수련의 시작 18.01.26 1,019 11 13쪽
5 빈민가의 꼬마 4 18.01.26 996 11 15쪽
4 빈민가의 꼬마 3 18.01.26 1,099 9 9쪽
3 빈민가의 꼬마 2 18.01.26 1,281 13 12쪽
» 빈민가의 꼬마 18.01.26 1,928 9 12쪽
1 묘비 앞에서 18.01.26 2,622 9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