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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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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0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2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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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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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가시나무요정

DUMMY

‘뭐였을까?’


알렉 추기경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철벽의 아르고의 시신을 보았을 때 부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몰라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진 못하고 있지만···


“오오···”


지나가는 길목에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참으로 끔찍한 모습을 보고 말았다. 한 줌 핏물이 되어버린 시체와 그 위에 엎어져있는 가슴을 꿰뚫린 소녀.

온통 붉게 물들어버린 그들의 모습에 가슴 한 구석이 쓰라렸다.


“어린것이 어찌 이런···”


“부모일까요?”


아이가 엎어져있는 어른의 시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기에 굳이 부모라고 말한 것이다.


“분명 그럴걸세.”


알렉 추기경은 안타까운 눈으로 두 부녀? 모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길 한복판에서부터 피가 뚝뚝 떨어져있고 여기까지 이어져있단걸 알 수 있었다.


“···이 소녀, 여기서 죽은게 아닌가?”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할 성 싶습니다! 성군聖軍들은 야영을 준비하며 죄송하지만 주변의 시체를 치워주시길 바랍니다!”


시체 근처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게 생긴 꼴이었다. 하지만 알렉 추기경은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힘들지는 않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마 계속 생각한 탓일 것이다. 머릿속에 개미가 몇백마리는 기어다니는 기분이다.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지 못하는 이상, 먹구름이 낀 듯한 기분은 계속되겠지.


“잠깐 말을 맡아주겠나?”


알렉 추기경은 말을 맡기고는 핏자국을 따라 이동했다. 추기경씩이나 되는 사람이 움직이니 자연스레 몇 명의 성기사들이 그의 뒤를 따르며 호위한다.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네만.”


“아닙니다. 이번 성군聖軍의 출전에는 알렉 추기경님의 뜻이 강했다고 들었습니다. 존경해 마지않는 바입니다. 호위를 하는것은 계급이나 명성때문이 아니라 저희들이 알렉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알렉 추기경은 손을 들고 쓰게 웃었다.


“아아, 됐네. 그렇다면 따라오게.”


여기까지와서 저런 아부성 짙은 발언을 듣고싶진 않았다. 다행히도 성기사들은 더 떠들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뒤를 따른다.


“여기인가.”


핏자국이 끊겨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소녀가 죽었다고 보는게 타당할것이다.


‘악마가 옮겼단건가?’


보보步步에 마력이 묻어나는 것일까? 마력의 잔재가 짙은 곳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악마의 발자국이라고 생각되었다.


“으음···”


한쪽 무릎을 꿇고 알렉 추기경은 장갑을 벗었다. 장갑을 벗은 손으로 그 피를 약간 쓸어보았다.


“아, 추기경님?”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무엇이 이상하시단 겁니까?”


“자네들은 이상한걸 모르겠단건가?”


알렉 추기경은 피 묻은 손가락들을 마주했다. 붙이고, 떼고를 반복하면서. 그런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즉, 끈적거리지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돌려말하자면 마르지도 않고 액체상태 그대로란 소리.


“피가 굳지 않았어. 변색하지도 않았고.”


공기 중에서 혈액은 산화된다. 혈액속의 헤모글로빈 성분이 증발하여 붉은 색을 띄던 혈액은 갈색으로 변색되고, 액체 상태였던 피는 말라굳어버린다.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그 기본적인 상식을 간과하고 있었던것이다.


“···그, 그럴리가요? 설마 그렇다면 아직 그 악마가 이 근처에 있다는 소리입니까?!”


알렉 추기경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걸세. 피는 굳지 않았지만, 시체는 딱딱했네. 사후경직이 이미 진행될대로 진행되었다는 소리지. 하지만 이상하게 피만 굳지 않는단말이지···?”


어째서일까?

하지만 이것은 쉽사리 알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일단 돌아가지. 혹시 모르니 그 피는 조금만 채취해두겠나?”


“알겠습니다.”




***




“···있긴한건가?”


비루 씨는 내게 업히는 순간부터 생 난리를 쳐댔다. 어찌나 몸부림이 심하던지 야이 개새끼야부터 온갖 듣도보도 못한 쌍욕이 작렬했지만 나는 그를 어찌어찌 이해시켰다.

산 곳곳을 누비며 시간을 단축하려했지만, 가시나무요정이란 존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까득! 하고 발 아래에 나뭇가지가 밟혀 으스러졌다. 몇번이나 그렇게 달리고 있다가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중앙 산맥에서 몬스터는 몇몇 보았다. 하지만 위협적이라고 느껴지는 몬스터는 없었다. 내 기준이 아니라 평범한 기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일것이다. 기껏해야 고블린이나 다크 울프 몇 마리. 이런것이라면 붉은 숲 쪽이 훨씬 위험하리라.

겨우 이 정도 수준의 몬스터가 출몰하고 마는 것이라면 아직까지 미개척지로 남아있었을리가 없었다.


“야. 꼬맹아. 아직도 모르겠냐고.”


등에 업힌 비루 씨가 내게 말을 건넸다. 무얼 모른다는걸까? 나는 의아해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밟은 나뭇가지. 내가 꺾어놓은거라고.”


“···네?”


나는 발 아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나뭇가지는 자연스레 꺾였다기에는 단면이 너무나 거칠게 꺾여있었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너 지금, 아니. 우리 지금 헤매고 있는거다.”


“그럴리가···?”


그러고보니 어째서인지 주변 풍경이 익숙했다. 산이니만큼 나무들과 흙바닥과 바위밖에 없을테니 거기서 거기일테지만, 유난히 그랬다.


“···제길.”


비루 씨의 말대로 이 상황이 평범하지 않다는건 알겠다. 말하건데, 나는 길치가 아니다. 하쉬에게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아니다.

즉, 내 실수일리는 없는데.

나 혼자라면 깨닫지 못했을지도.

비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뭐에라도 홀린건지. 젠장!”


눈앞을 가리는 안개와 가파르디 가파른 절벽과 언덕. 가끔은 길이 없어서 정말로 암반을 등반하기도 했다. 그런 지형과 계속해서 돌아가는···


“하지만 뭘 당했던 기억은 없는데요.”


“모르지. 근데 그런것도 있었잖냐?”


뭘 말하는것일까? 내가 의아해하자 비루 씨는 말했다.


“오 년 전에 붉은 숲에서 그 퍼랭이 악마놈을 만났을 때 말이라고. 그 때, 그 봉인지에는 분명 결계니 뭐니하는게 있다고하지 않았었냐?”


“···그랬죠.”


그리고 그 결계는 네크로맨서가 풀어버렸을것이다. 전혀 종류가 다른 것이겠지만 이것에도 파훼법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나의 기억속을 헤집었다. 이런저런 기억들이 수면 아래에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마법사의 기억도 있었고 기사의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나는 손톱을 깨물었다. 나도 모르게 불안증세가 드러난 것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잡아먹히게 된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여기가 왜 미개척지겠냐? 꼬맹아.”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 헤메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럴리가 있나.”


비루 씨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있었다.


“제국 놈들이 중앙 산맥을 넘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건 너도 알지않냐고. 젠장. 몇만씩이나 우루루 물려가서 이 개같은 것에 홀렸다고 생각해보면 이상하잖아.”


“···몇만씩이나 되는 사람들을 가둘 순 없다?”


“설령 가뒀다고해도 그만한 머릿수가 모두 갇혀서 가만히 죽었다고?”


왕국은 붉은 숲을 점령하려다 몰살당한 과거가 있다. 하지만 제국이 중앙 산맥에서 떼죽음을 당했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죽일 생각은 없다?”


“그 머릿수가 줄만 쫙 지어졌어도 어지간한 결계 허용범위는 훨씬 넘을거다. 모르긴 몰라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테니까! 제기랄!”


비루 씨가 이렇게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람이었던가? 나는 의아했지만 그의 경험의 발로에서 나온 추론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다시 먹구름이 스멀스멀 모여들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대륙에 펼쳐지는 이상기후는, 어째서인지 마력을 머금고있다.

나는 그걸 보며 입술을 씹었다.


‘네임리스··· 벌써 움직였나보군.’


상황이 급했다. 어떻게해야 이 상황을 처리하고 달려가야만했다.


“야.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나는 비루 씨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새소리도 아니고 바람소리도 아니고 벌레들의 소리도 아닌것이 조금씩 들리고 있었다.

강체력을 조금 이끌어서 청력을 돋웠다.


‘꺄르르르. 꺄르르. 꺄르르르.’


‘으흐흐흐. 으흐흐. 으흐흐흐.’


웃음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있었다. 웃음소리는 아이의 그것과 같았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한이 맺힌 여인의 통곡과도 같았다. 가만 듣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아 오를 그런 소리였다.


“···우리가 둘 다 미쳤을리는 없겠죠?”


“젠장. 난 몰라도 넌 아닐거라고.”


“···그러면.”


“달려!”


나는 비루 씨를 업은채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두 발을 달렸다. 그러자 그 목소리들은 당황한것인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으로 돌아!”


우리는 계속해서 달렸고, 그 숨소리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루 씨가 다시 한번 소리친다.


“거의 다 왔다!”


그 목소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무렵, 팟- 하고 시야가 암전했다.




***




반짝. 하고 시야가 다시 돌아온다.

암전됐던 시야가 밝혀지고 눈을 뜨자 보인것은 또 다른 광경이었다. 이제까지가 푸르디 푸른 울창한 산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광경은 황량한 황야였다.

그 사이에서 이상하게도 솟아오른 거대한 가시들과 여름이 다 되었음에도 겨울의 그것처럼 잎사귀 하나 없는 나무들만이 눈에 띄었다.


“···이건 무슨?”


무슨 조화인가? 비루 씨는 짜증난다는 듯이 내 등에서 내렸다.


“제기랄, 이건 또 무슨 개짓거리야?”


“···꺄르르르! 꺄르르.”


“···으흐흐흐! 으흐흑.”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함께 들려온다. 자연스레 우리의 고개가 휙 돌아갔고 그 자리에 있는것은 검은색 날개를 가진 사람과 하얀색 날개를 가진 사람이었다.

날개, 라고는 했지만 새의 그것보다는 벌레나 나비의 그것에 가까웠다. 또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 크기는 절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손바닥 만하다고 해야할까.

그래.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요정의 모습이었다.


“찾은 것 같은데요.”


“아, 그런 것 같다고.”


주변은 정말 ‘가시’와 ‘나무’밖에 없는 상황. 눈 앞에 것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요정’의 모습.


“꺄르르르. 꺄르르르!”


너무 재밌다는 듯이 하얀색 날개의 요정이 웃어제꼈지만, 마치 조울증에라도 걸린 환자처럼 웃음이 뚝 하고 멈춘다.

마찬가지로 검은색 날개의 요정이 울고 있었지만 같은 타이밍에 뚝 하고 멈췄다.

우리는 약간이지만 몸에 소름이 돋아오른것을 느꼈다.


“···정말로 이런것들이 뭘 해줄 수 있는거냐고.”


“···그렇지는 않을거에요.”


그도 그럴것이.

나도 모르는 종류의 미지의 힘이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에게서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또한,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만.

나조차도 그들의 기척을 파악할 순 없었다.


‘이야깃속에서처럼··· 신기루 같은 존재야.’


분명, 이들이야말로 가시나무요정이리라.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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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절망의 전주곡3 18.08.20 171 3 12쪽
174 절망의 전주곡2 18.08.17 164 3 12쪽
173 절망의 전주곡 18.08.16 187 4 11쪽
172 #수요일 휴재 18.08.14 146 3 1쪽
171 드리우는 암운 3 18.08.14 174 3 11쪽
170 드리우는 암운 2 18.08.13 158 4 13쪽
169 드리우는 암운 18.08.10 199 4 12쪽
168 제국으로 5 18.08.09 173 4 11쪽
167 제국으로 4 18.08.08 170 5 12쪽
166 제국으로 3 18.08.07 151 4 12쪽
165 제국으로 2 18.08.06 173 4 11쪽
164 제국으로 18.08.03 399 5 12쪽
163 밝혀지는 것들 18.08.02 411 4 11쪽
162 전쟁 14 18.08.01 169 5 12쪽
161 전쟁 13 18.07.31 166 5 12쪽
160 전쟁 12 18.07.30 175 5 12쪽
159 전쟁 11 18.07.27 184 4 13쪽
158 전쟁 10 18.07.26 174 4 13쪽
157 전쟁 9 18.07.25 190 4 14쪽
156 전쟁 8 18.07.23 172 4 13쪽
155 전쟁 8 18.07.23 166 4 12쪽
154 전쟁 7 18.07.20 167 5 17쪽
153 전쟁 6 18.07.19 186 5 13쪽
152 전쟁 5 18.07.18 414 5 11쪽
151 전쟁 4 18.07.17 200 4 12쪽
150 전쟁 3 18.07.16 434 4 12쪽
149 전쟁 2 18.07.13 171 5 13쪽
148 전쟁 18.07.12 213 4 13쪽
147 영웅의 시련 5 18.07.11 189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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