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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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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4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10 07:31
조회
199
추천
4
글자
12쪽

드리우는 암운

DUMMY

‘포르텐-아르쿠잔?’


목 아래 비늘에 음각된건 분명 포르텐 아르쿠잔이라는 문자였다. 아르쿠잔이란것은 말할것도 없이 벤터스 아르쿠잔의 아르쿠잔 가문일테고, 포르텐이란건.


‘알덴 씨가 향한 영지?’


아마도 추측컨데, 포르텐 가문과 아르쿠잔 가문의 합작이라는 거겠지. 그렇다해도 몬스터를 길들이다니···


‘방법은 모르겠지만, 분명 단서로군.’


생각할 것도 없었다. 포르텐 가문과 아르쿠잔 가문이 무언가를 함께 한 거라면, 그 작품의 공동저자라 할 수 있는 포르텐이라면 상대방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거겠지.


‘제길. 시간 지체하면 안되는데.’


네임리스가 언제 행동을 개시할지 모르는데 이런건 좋지 않았다. 애초에 각하라는 작자가 영지도 없다는게 말이 된단말인가?


“비루 씨. 아무래도 가야겠는데요. 포르텐 영지로.”


“그러니까 난 알고있었다고! 아, 것참! 뭐해? 빨리 가지않고!”


후우. 이번에는 비루 씨의 말이 옳았기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모른다면 행동을 개시해야했던것일까.


“출발!”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뒤늦게나마 단서는 착을 수 있었으니까.

사실 원래는 단서를 찾을 수 없다면 교국으로 향하려했다. 비행선에 내려서 부터 교국으로 향하는 길은 알고 있었으니까. 교국에서라면 무언가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단서를 찾은 이상엔 그럴 필요 없겠지.


‘그것보다··· 포르텐 가문의 사람을 만나야할텐데. 쉽게 만나주려나?’


그래도 교국의 성기사··· 는 아니지만, 제길. 대주교 영감님의 신물. 아직도 가지고 있으니까 만나는 주겠지.

뭐니뭐니해도 교국과 제국은 형제국이니까.




***




“오, 이런···”


우중충한 먹구름이 밀려온다. 거대한 먹구름은 세상을 집어삼킬듯 컸고, 모든것을 끝내버릴 종말의 막이었다.

태풍에 밀린 먹구름처럼 빠르게 다가온 먹구름이 곧 푸른 하늘을 밀어내고, 검은 장막으로 모든것을 뒤덮는다. 그것이 평범하지 않다는것은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이렇게까지 인위적인 기후의 변화라니. 도대체 그 대상은 얼마나 강대하고 위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단말인가?

신이라도 되는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단말인가···”


대주교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을 섬기는 그이기에 더 명확하게 피부로 와닿았다. 괴물을 넘어서는 절망··· 차라리 전쟁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벌어질 미래가 눈에 보일듯, 손에 잡힐듯 보였고 잡혔기에.


‘학살.’


압도적인 힘에 유린되는 사람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손을 뻗지만 마찬가지로 스러지는 안타까운 생명들.

빛을 잃고 어둠속에 물들어버리는 타락한 자들과 공포와 두려움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미쳐버리는 자들.

부모를 잃고 목놓아 울어 외치는 어린아이와 아이의 앞에서 죽어가 숨을 거두기 직전, 아이를 쳐다보는 마지막 눈빛.

전쟁이 벌어지건,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지건, 그 어디에도 빛은 있었다. 목숨을 잃을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남을 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대주교조차 그 빛을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시련··· 인류사에 다시 없을 시련이 오리라!’


두번 다시 이런 시련이 있을까 싶었다. 그 자신조차 몸이 떨려오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정보사제! 헤인즈!”


곧 헐레벌떡 뛰어온 헤인즈 정보사제가 당도하자 대주교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준비해라.”


“대, 대주교님?”


밑도 끝도 없는 준비하라는 말. 저 불길한 먹구름은 도대체 무엇이고 대주교는 자신에게 무엇을 준비하라는것일까?


“놈! 사제인 주제에 모르겠단것이냐!”


쏘아보는 눈초리가 매서웠다. 한동안 잠잠했지만, 대주교는 이런 인물이었다는것을 뒤늦게 기억해낸 헤인즈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아, 아닙니다!”


눈치로 살아온 세월. 대주교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리가 없었다. 되물은건 그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저 불길한 먹구름과 관련이 있는거겠지.


“교, 교국에 연락하면 되겠습니까? 병력···을?”


떠보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대주교는 나지막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교국의 병력이 이곳에 당도해야할 것이다.”


대주교는 몸을 돌렸다. 더 할말이 없다는 듯이.


“나는 대주교가 아니라, 성기사로서 자리에 설테니.”




***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교황은 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섯 자리 중에서 두 자리가 비어있었다.

한 명의 교황, 한 명의 성자, 한 명의 대주교와 세 명의 추기경.

교황석과 추기경석을 제외하면 두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함부로 움직일 순 없습니다. 성하. 아르미안이 우리의 의도를 곡해할 수 있습니다.”


교국은 작다곤하나 일국임에는 틀림없다. 일국의 전병력이 왕국을 향한다면 누구라도 경계할 수 밖에 없겠지. 하물며 최근에 전쟁을 겪었다면 더더욱.


“이득이 없습니다. 저희가 움직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게 없습니다. 대주교의 연락대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한들 그건 아르미안의 일이지 교국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먹구름이 드리운것은 분명 아르미안이었다. 가만히 있는다면 교국에게 피해가 없이 지나갈지도 모른다.

아니, 꿈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들은 일말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세명 중 두 명의 추기경이 이미 반대한 시점에 교황과 그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직까지도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마지막 추기경. 알렉에게로.


“알렉 추기경.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


세 명중 두 명이 반대한 상황이었다. 결정권은 교황에게 있었다지만,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기에 모든 추기경이 반대한다면 출전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알렉 추기경?”


교황이 그를 재촉하자 알렉 추기경은 곧 조용하게, 그러나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야합니다.”


그의 눈빛에는 또렷하게 빛이 새겨져있었다.


“아니, 알렉 추기경. 도대체 무슨 소리요? 우리가 굳이 출전할 이유가 없다는···!”


그 아들인 마셸이 일컫기를, 권력과 기회만을 탐하는 사람이라 했던가. 하지만 지금 알렉 추기경은 그런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추기경들과 교황에게 묻는 말.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있단말인가?


“교국···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우리는 교국敎國! 우리의 신이신 운명의 신, 듀란드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교敎국이라 합니다. 신의 가르침을 어겨 어찌 교국을 자칭할 수 있겠나이까?”


한대 맞았다는 표정이었다.

사제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에 신자들도 다 알고있는 소리였다. 교국이 어째서 교국인지.


“대륙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거대한 어둠이 우리가 모르는 곳에 도사리고 있었고, 그 어둠은 이제 빛을 삼키려합니다.”


한 차례 목을 메만지고 가다듬은 알렉 추기경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익을 쫓는 상인이 아닙니다. 대륙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한,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교국입니다. 어찌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정설, 정석, 정론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지만 정설, 정석, 정론이 있기에 바른 길을 갈 수 있는것이었다. 만약 지금 이를 부정하게 된다면 신을 모시는 자로서 실격이라는 딱지를 뗄 수 없을 터.

모두가 입을 꾹 다물자 교황이 물었다.


“알렉 추기경··· 그대는 그런 자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네만.”


“···저 또한 성기사입니다.”


신을 믿는다는 소리였다. 교황의 시선이 여전히 떼어지지 않자, 알렉 추기경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며 누군가의 가족이기도 합니다.”


“헐헐. 알겠소.”


속이 보이는 말이었다. 아르미안에 있는 자신의 아들, 마셸 경이 걱정된다는 소리일 터. 하지만 전혀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속내는 저것일지 몰라도 겉으로 말한 그의 말은 전혀 틀린곳이 없었으니까.

출정을 망설이던 자신들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허면 교국의 전 병력이 출정하도록 해야겠군. 대륙의 백성들에게 알리도록 하시오. 듀란드 신성교국은 결코 약하지 않으며 빛을 수호하는 자들임을.”


“예 성하!”


교국은 출전을 결심한다.




***




“···암운暗雲이 드리우는가.”


레너 왕의 표정이 드물게 어두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미소와 날카로운 판단을 하던 그 표정이 먹먹해진 하늘처럼 먹구름이 드리웠다.


“막을 수 있을것인가.”


무엇이 저리하는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마 그들이 말했던 네임리스라는 또 하나의 악마의 소행이리라. 수호자라는 존재 덕분에 나름 안심하고 있었거늘, 결국 일을 벌리는가.


“···후후. 부탁을 써 볼 기회도 없을지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이능과 싸움에 문외한인 레너 왕이라도 확연하게 알 수 있을정도로 저것은 격이 달랐다.

힘의 격도 격이지만, 존재로서의, 차원으로서의 격이 달랐다. 자신들의 한참 위에 존재하는 두려운 무언가.

악마라는 단어가 이토록 어울리는 존재가 또 있으랴.

힘의 단위가 몇 자리는 다른 초상적인 존재의 앞에서 레너 왕은 전율했다.


“‘학살’에 저항할 수 있을것인가···”


레너 왕은 자신의 백성들을 믿었다. 설령 이런 상황일지라도, 그들은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죽음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자들, 덧없이 스러질지 모르나 언제나 잡초처럼 되살아나는자들. 그것이 레너 왕이 생각하는 아르미안이었다.

악마신봉자들의 마지막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악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레너 왕은 어느새 굳은 표정을 풀고 웃고 있었다.


“···그 밤을 이제 끝낼 수 있겠지.”


자신의 광기를 멈춰세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




***




“아··· 아!”


에르네스 메르실은 무너질듯 휘청거렸다. 당황한 마셸이 그녀를 부축했지만, 몸이 떨려오는건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서, 성자님. 저건 도대체···”


거대한 먹구름이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뒤덮어진 먹구름에 아침해가 가려지고 바람조차 잦아들다, 다시 태풍이 되어 돌아온다.

산의 나무들을 태풍에 꺾이고 짐승과 몬스터들은 울부짖으며 도망쳤다. 본능에 새겨진 공포가 말해주는 것이리라.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분명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고.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집어삼켜지고, 멸망하리라. 어둠이 집어삼키는 힘의 파동속에 모든 자연이 전율한다.


“···가만히 있어선 안 될거에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그녀가 일어선다. 공포속에서 전율만 한다고 바뀌는건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있는것이다.


“저항해야해요.”


하지만 이겨낼 수 있을까.

저 존재는 악마惡魔. 일전에 만나봤던, 네임리스라는 악마.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일개 악마따위가 아니라 마왕魔王이라는 전설속 단어를 연상케했다.


“···성자님.”


떨리는 그녀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마셸은 먹구름을 직시했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믿음이 필요한듯 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성자조차 고개를 저을 뿐.


“모르겠어요.”


마음속으로는 아마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것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영웅이겠죠.”


하지만 그녀는 알고있을까.

어둠을 몰아내고 막고있던 영웅은 스러져 사라졌음을. 다음대의 영웅은 아직 어리고 약하다는것을.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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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수요일 휴재 18.08.14 147 3 1쪽
171 드리우는 암운 3 18.08.14 174 3 11쪽
170 드리우는 암운 2 18.08.13 158 4 13쪽
» 드리우는 암운 18.08.10 200 4 12쪽
168 제국으로 5 18.08.09 173 4 11쪽
167 제국으로 4 18.08.08 171 5 12쪽
166 제국으로 3 18.08.07 151 4 12쪽
165 제국으로 2 18.08.06 173 4 11쪽
164 제국으로 18.08.03 399 5 12쪽
163 밝혀지는 것들 18.08.02 41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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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전쟁 13 18.07.31 166 5 12쪽
160 전쟁 12 18.07.30 1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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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전쟁 10 18.07.26 175 4 13쪽
157 전쟁 9 18.07.25 19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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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전쟁 8 18.07.23 166 4 12쪽
154 전쟁 7 18.07.20 167 5 17쪽
153 전쟁 6 18.07.19 186 5 13쪽
152 전쟁 5 18.07.18 414 5 11쪽
151 전쟁 4 18.07.17 200 4 12쪽
150 전쟁 3 18.07.16 434 4 12쪽
149 전쟁 2 18.07.13 171 5 13쪽
148 전쟁 18.07.12 213 4 13쪽
147 영웅의 시련 5 18.07.11 189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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