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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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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04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07 01:14
조회
150
추천
4
글자
12쪽

제국으로 3

DUMMY

“후우! 고맙다. 땀이 줄줄 흐르다못해 옷이 축축하구나.”


안델 씨는 소매로 이마를 닦았다. 하지만 한참이나 닦아버린 소매는 진작에 축축해져 닦아봤자 소용이 없었다. 나는 영차 짐을 내려놓았다.


“내용물이 뭐길래 이렇게 무거운거에요?”


식량이라길래 큰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다. 쇳덩이라고까지는 안하겠지만, 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음! 스낵이다.”


“스낵? 그게 뭐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안델 씨는 내게 스낵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 뭐라고 해야하나. 일종의 과자다.”


“과자요? 그건 귀족들이나 먹는 기호품 같은거 아니었나요?”


대표적으로 쿠키가 있고··· 한센 남작령에서 레너 왕자를 구했던 그 옛날에 먹어본 기억이 있었다. 바삭하면서도 달콤한것이 되게 맛있었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맛있는건 아니다. 아, 물론 맛없다는것도 아니다.”


어느쪽이란거야.


“영양을 생각한 과자··· 그런거다. 달콤하고 맛있지만, 진짜 과자만은 못하고 영양을 챙겼지만 식사만큼은 못하지.”


“즉 어중간한 녀석이라는거네요.”


“···아, 뭐 그렇지.”


안델 씨의 선택은 나름 타당한 면이 있었다. 스낵이라는 과자를 골랐단것은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쫒았다는 소리인데, 그가 식량을 구했던 시점은 전쟁을 시작한 직후였을것이다. 전쟁에서 맛을 따지겠는가? 맛보단 영양을 따지겠지. 하지만 처음 보는 스낵이라는 이름에다가 과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스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걸 지금 이렇게 전쟁이 빨리 끝날줄 몰랐으니까 폭락하기 전에 팔아야한단거죠?”


“아, 음. 그렇지.”


얼떨떨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여관을 잡은 이유는요?”


“브라헴 자유무역도시는 붐빈다. 서대륙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곳일지도 몰라. 미리미리 잡아놓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자야되거든.”


좋은 사람만 모였을리도 없으니 길거리에서 잠이 들면 짐을 털리기 쉽상이라는 것도 안델 씨는 덧붙였다.


“···팔러 온거 아니었어요?”


“숙소를 잡아야 팔지 않겠니? 하하하.”


“뭐하는거에요! 웃을때가 아니잖아요!


“걱정마라. 스낵은 팔릴테니까.”


“묘하게 자신있네요. 불안해했던 주제에.”


안델 씨는 자신만 믿으라며 배낭속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는 내게 배낭을 건넸다.


“염치없지만 이왕 도와준거 조금만 더 도와주겠니?”


나는 그러겠다고 답했고 안델 씨는 배낭속에서 배낭을 꺼냈다. 큰 배낭속에서 작은 배낭이 나오는건 묘한 광경이었다.


“···전부 스낵이었던거 아니었어요?”


“맞다. 보부상의 필수품들만 제외하고는 스낵만 눌러담았지.”


킁킁거리며 건네받은 배낭의 냄새를 맡아보니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배가 고파지는 냄새였다.


“도와주면 답례는 하마. 저녁은 내가 사겠어. 원하는대로 배터지게 먹여주마.”


“···제가 뭘 하면 되죠?”


돈은 있지만 이왕이면 아끼는게 좋으리라.


“이 배낭을 메고 말이다.”


그는 어느정도의 스낵을 내게로 담았다. 배낭에 가득 담길만큼이었다. 나도 모르게 배꼽시계가 울린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건 그렇고 배고픈 사람한테 음식을 맡긴다는건 그야말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닐까?


“동네 한 바퀴만 돌다오너라.”


“···예?”


“주변좀 돌고 오라는 말이다. 천천히 구경도 하면서 그렇게 오너라.”


“······무슨 생각인데요?”


그는 나중을 기대하라며 씩 웃어보였다. 어지되었건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으니 나는 그러마하고 대답하고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랬을텐데.

이건 어떻게 된 상황일까. 뒷골목이 소란스러워, 신경쓰지 않으려했지만 어째서인지 이끌리듯 그리로 가고 말았다. 그곳에서 본건 안타까운 광경이었다.


“···비루 씨?”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하고 외팔로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는 분명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비루 씨였다. 그러나 나는 그가 비루라는 것을 쉽게 믿기 어려웠다.

내가 아는 비루라는 남자는 언제나 당당하고 올곧으며 노력하는 사내였는데. 짖궂고 괴짜스러운 면이 있기는 해도 절대 남에게 함부로 폭력을 행사할 사내는 아니었다.

이윽고 그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나름 단정되어있지만, 시뻘겋게 충혈된 눈과 아래로 짙게 내려온 눈검댕은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주었다.

얼굴에 튄 피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넌.”


비루 씨가 나를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리드?”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다시 되물었다. 일그러졌던 표정도 묘하게 펴졌다. 어째서인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것일까.


“넌 누구냐? 리드···가 맞는거냐?”


나는 쓰게 웃어버렸다. 이 남자가 나를 나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짐승같은 감을 지닌 사내였다. 아니, 짐승조차도 이 사내보다는 못하리라. 몸이 망가지면서 정신이 피폐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감각은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맞아요.”


나는 리드인 동시에 리드가 아니었다. 그러니 어느쪽이던 대답이 되리라. 하지만 비루에게는 맞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그 꼬맹이는 이렇지 않았는데··· 흐흐. 그래. 내가 환각이라도 보고있는건가?”


“환각이 아니라구요.”


나는 물끄러미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 사내를 보았다. 멱살을 잡고 있던것을 풀어버리니 당연히 바닥에 넘어졌는데 소리조차 지르지 않는걸 보아하니 진작에 기절한 모양이었다. 이마가 깨지고 피가 흥건했다. 그뿐이면 좋을텐데 온갖 상처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물어 뜯은것으로 보이는 흔적조차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행사한 폭력이 절대 아니라는 소리다.


“그만하세요.”


나는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더 하다가는 정말로 죽을지도 몰랐다. 기식이 옅은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한장 차이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꼴이었다.


“흐흐···”


허물어진 웃음을 짓는 비루 씨. 잠깐 위험한 눈빛이 번뜩이자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비루 씨!”


쓰러져있는 남자를 다리로 짓밟으려했던것이다. 내가 그의 손을 잡아 끌지 않았더라면 쓰러진 남자의 얼굴이 곤죽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리라.


“도대체 왜 이러는거에요!”


이 남자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비루 씨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발길질을 하려했다. 나는 그것을 계속 방해했다.


“놔라!”


마치 원수라도 보는 눈빛이었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무기를 쥐지 못한다고하나, 마셸 형에게 비루의 마지막 모습을 전해들었다하나 이건 너무나 뜻밖이었다.


“그만, 하시라구요!”


나는 힘을 주어 그를 떼어놓았다. 역시 내게까지 발길질을 할 생각은 없는듯 우뚝 멈춰섰지만 내 손가락에 힘이 빠지자 또 잡으려한다.


“도대체 왜!”


“레너! 레너! 레너 왕! 네놈만큼은, 네놈만큼은!”


증오에 가득 찬 눈빛은 도저히 정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레너 왕?’


비루가 증오를 토하는 상대가 레너 왕이란 말인가?


‘과연···’


나는 이를 아득 물었다. 하기사 그렇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는 일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한센 남작으로부터 모든것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쉬의 죽음을 위한 판을 깔아놓은것이 레너 왕이란것을 나만은 알고있었다.


“그만하세요! 레너 왕에 대한 증오는 나도 이해한다구요!”


나 또한 그러하니까. 레너 왕을 당연 찢어발기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수가 없었다.


“네가? 네가 어떻게 안다는말이냐고! 네가 뭘 알고있단거야!”


“레너 왕이! 흑막이라는거 잘 알고있다고요!”


“···너?”


비루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이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진정하라구요! 나라고 가만히 있고 싶겠어요? 나라고 레너 왕을 놔두고 싶겠느냐고요!”


내 분노는 타당한 것이었다.

하쉬는 나의 스승이었다. 적어도 하쉬에 얽힌 죽음이라면 우선권은 나에게 있었다. 물론, 비루의 경우에는 자신의 용병단 동료들을 악마를 확인하겠답시고 몰살시킨 레너 왕을 용서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분노와 증오는 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래선 안 되요!”


비루는 아마도 푸른 악마의 부활과 네임리스에 관한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지금 풀어서는 안 된다.


“···갑갑하지않냐고!”


그가 빽 소리쳤다. 나는 귀가 먹먹해졌다. 그만큼 그의 외침이 컸기 때문이다.


“너는 몰라도 나는 이제 그럴 수가 없다고! 봐!”


그는 진작에 없어진 어깨를 내게 들이밀었다.


“외팔! 외팔인데!”


그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


“···이젠 창도 못 잡는다고. 제기랄!”


그는 어지간히 원통한 표정이었다. 하루아침에 더 이상 무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들으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걸로 끝이에요?”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거 아닌가.


“뭐?”


비루 씨가 눈쌀을 찌푸린다.


“더 이상 창을 쥘 수 없다고 끝이냐고요! 정말로 동료들의 원수를 갚고 싶었다면, 하쉬의 복수를 하고 싶었더라면 이빨로라도! 그 멀쩡한 다리로라도 노력했어야하는거 아니냐고요!”


“팔이 있었을때도 그러질 못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겨우 그 정도였군요.”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내가 아는 비루라는 남자가 고작 이정도밖에 안 됐단말인가.


“네가 뭘 알아! 그 잘난 재능으로! 하쉬의 뒤나 졸졸 따라다니던 망할 꼬맹이가 도대체 뭘 아냔 말이냐고!”


“적어도 당신이 패배주의에 찌들었다는건 알겠네요.”


나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을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되 나라면, 그리고 비루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하는게 아닌가. 힘들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포기한다면 죽어간 동료들의 넋은 누가 달래준단 말인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일을 포기한 비루.

비루는 내게 그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남은 손으로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큿.”


나는 피하지 않았다. 되려 그의 주먹을 정면에서 받아냈다. 정면에서 안면으로 받아냈다.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에요?”


이번엔 내 차례라며 나는 힘껏 주먹을 쥐어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머리가 휘청일 정도로 돌아가 전신을 비틀거리는 비루의 꼴은 마치 술을 있는대로 마신 노인같았다.


“어때요!”


“컥, 커헉! 빌어먹게 아프다고!”


비루의 눈이 뒤집혔다. 내게 주먹을 휘두른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굼벵이를 보는것처럼 느릿하게조차 보였다.


“···큭!”


피하지 않고 되려 이를 악물고 받아냈다.


“정신좀 차리라고요!”


“개같은! 정신은 똑바로 차리고 있다고!”


독기를 품는 비루 씨. 그래. 내가 원한건 이런것이었다. 독기를 품는 그를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충혈되었던 붉은 기운과 내려앉은 다크서클은 여전하더라도 눈빛이 달라지지 않았는가말이다.


“그럼! 나와 함께 가자고요!”


당신이라면 복수를 할 자격이 있으리라.

나 또한, 양보할 생각은 없지만 정당하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레너 왕의 목을 딸 기회를.


“···당신의 손,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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