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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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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5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7.19 07:23
조회
186
추천
5
글자
13쪽

전쟁 6

DUMMY

전쟁.

승자는 패자를 약탈하며 모든것을 빼앗아간다.

돈과 명예, 가족과 연인, 친구와 동료, 꿈과 미래.

구체적이고 명확한것들은 물론이요, 애매모호한 추상적인 개념들까지 모조리 앗아간다.

끔찍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양자는 최선을 다해 싸우지만, 언제나 끝은 있다.

누군가는 패배해 절망하고 누군가는 승리에 도취된다. 이번에도 그럴터였다. 비록 수천의 정병들이 스러질터이나 승자는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아르미안은 코아티르를 약탈할 수 있었을것이다.

어느 소년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러니까 일개 소년이 전사들을 물러나게했단 소리요?”


어이가 없다는듯이 레너 왕이 웃어버렸다. 하지만 그럴만도 했다. 제 3세력의 개입. 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었다만, 그게 개인이라고? 심지어 단 한명의 소년이 전쟁을 멈췄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전하!”


미치지 않고서야 거짓을 고할 리 없건만. 아니, 오히려 미쳤으니 이런말을 지껄여대는걸까? 아니면 자신이 미쳤거나.

어찌됐던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현실을 부정해봤자 변하는 것 따위는 없으니까.


“···알겠소. 그래서 그 소년은?”


레너 왕의 물음에 귀족은 침을 삼켰다. 현왕임에는 분명하나, 성군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입을 벌린 괴물처럼 무시무시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두뇌가 있으니.


“밝혀진 바가 없사옵니다. 다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일컫기를···”


레너 왕의 귀가 쫑긋거렸다. 무에는 관심이 없다하나 그만한 인재를 욕심내지 않는단건 군주로서 실격이었다.


“리드, 리드리스! 스스로를 그리 칭했다합니다.”


“···리드리스? 이끄는 자를 잃어버린 자? 아니. 이 경우에는 잃어버린 자들을 이끈다는 것이겠지.”


레너 왕은 팔걸이를 두드렸다. 앉아있는 시간이 한없이 많은지라 이제는 아주 익숙해져버린 자세다. 문득, 레너 왕의 머릿속으로 언젠가 보았던 빈민가의 꼬마가 떠올랐지만 금세 지워버렸다.


‘그럴린 없겠지.’


하쉬라는 성기사의 제자였던 리드라는 빈민의 아이. 이곳 아르미안에 있다는 소식은 모렉 공작을 통해 들은바 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천재이긴하나 세월을 뛰어넘진 못했다했다.

겨우 한달 남짓한 시간만에 대전사를 비롯해 코아티르 왕까지 물러나게할 무력을 가지게되었다고?

아무리 무예에 문외한이라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란건 잘 알고있다.


‘하지만 걸리는군.’


리드와 리드리스. 과연 이게 우연인것일까? 단순한 우연이라면 좋겠지만 레너 왕의 감각이 맹렬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가 있노라고.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확인해볼까?’


만약 그 소년이더라도 상관없지않을까? 그 소년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 뛰어난 실력이라면 영입을 생각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군주의 덕목.

레너 왕은 일단 상념을 멈췄다. 그 소년도 소년이나, 더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지시한대로 움직였는가?”


레너 왕의 지시.

그 지시란 대기하던 모든 병력들로 하여금 코아티르의 전사들을 추적하는것이었다.


“예. 명령은 하달해두었나이다. 하지만 정말···”


사실, 레너 왕의 지시는 그야말로 광인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레너 왕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같은 명령을 내렸다면 차라리 때려죽이라 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너 왕이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아르미안의 병력을 모두 소집했다하나, 그 수는 삼십만이 채 되지 않는다. 파악된 코아티르 전사들의 숫자는 이십만이다.

삼십만으로 이십만을 쫒는게 뭐가 문제냐? 묻는다면 그럴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코아티르의 늑대들이라는 점이다.

전사 하나가 병사 두 세명이 함께 상대해야할만큼 강하다. 또한, 저들은 자신들의 땅에 익숙해져있겠지만 병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숫적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전력차는 열세라는 명제 하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것이다.

레너 왕이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


“자네가 걱정하는 바는 알고있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네.”


“···묘안이라도 있으신것입니까?”


“후후. 묘안이라.”


“그런건 없다네.”


레너 왕은 싱겁게 웃어보였다.

묘안이랄것까지도 없었다. 코아티르의 왕이 쓰러졌다. 그들의 대전사가 쓰러졌다.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코아티르의 입장에서는 그 소년이 영락없이 아르미안의 인물로 보일 터. 이건 써먹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어이하여.”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정면에서 맞붙게된다면 병사들에게 승산은 희박했다. 설사 이기더라도 말도 안되는 피해가 생길 터.


“기억해두게. 상처입은 맹수는 혼자 쫒아선 아니된다네.”


움직이는건 왕국만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




“뭐라고? 푸하하!”


모렉 공작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센 남작! 네가 이곳에 있었느냐!”


어이없었다. 그토록 찾아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자가 이렇게 코앞에 있었을줄이야. 그야말로 등잔밑이 어둡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오랜만입니다. 공작.”


“크하, 크하하하! 도망친 녀석이 잘도 말하는군! 그 말쑥한 꼴을 봐라!”


아직 병상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모렉 공작은 범인이 함부로 다가오기 어려운 기운을 마구 뿜어댔다. 이미 그의 기세가 아니라 온 몸에 베어든 일종의 품위같은 것이었다.


“···겨우 그 꼴을 보려고 왕의 곁을 떠난것이냐?”


“살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모든것이 네놈 지레짐작이었을뿐! 왕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나의 왕께서는 그리 어리석지 않다! 신하를 함부로 죽일 성 싶더냐!”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어떤 왕이 신하를 겁박하고 협박한답니까?”


모렉 공작은 눈쌀을 찌푸렸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너 왕의 광기는 범인이 보기에는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같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걸 파멸시키기 전까지는 절대 멈출 수 없는 미치광이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한때, 모렉 공작은 악마 신봉자들만 멸절한다면 왕의 광기가 사라질거라 여겼다. 하지만 왕의 광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작아지기는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


“나는 도망쳐야했습니다. 그 불안감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습니다. 내 몰골! 내 몰골을 말했습니까! 모렉 공작! 나는 차라리 지금의 내가 좋소! 왕의 아래에서는 배불리 먹더라도, 따듯하게 자더라도, 좋은 옷을 입더라도 사는게 사는것 같지가 않았단 말이오!”


“지껄이는구나. 결국 넌 배신자일 뿐이다.”


“누가 배신자란말이오!”


오히려 자신을 위협한건 너희가 아니냐며 한센 남작이 눈을 부라렸다. 모렉 공작이라면 맘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한센 남작의 목을 꺾을 수 있었다. 그러지 않는다는것은 한센 남작의 말이 틀리지 않았단거겠지.


“당신은 알고있었잖소! 왕이 어찌 그런 광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걸 말해줬다면, 그 이유를 나도 알았다면 왕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오!”


“···흥. 군주의 터부를 말하는 신하도 있더냐?”


“공작! 정녕 모르시겠소?!”


비쩍마른 몰골이었지만, 그래서 잃을 게 없는 자처럼 보였다. 헐벗은 자의 분노는 가릴것이 없기에 무섭다고 하던가. 모렉 공작에게 통할것은 아니겠지만.


“레너 왕은 멈추지 않소! 그의 광기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소! 언젠가는 다시 타오를것이란것을! 레너 왕이 교국과 제국에 도움을 요청했소! 전쟁은 벌어졌고! 이게 무슨 뜻인지 당신은 모를리가 없지않소!”


“······.”


모렉 공작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렇다해도 나의 왕이다! 나는 왕국을 수호하는 검! 이 노구老軀가 흙속에 들어가 썩을때까지도 왕을 섬길것이다!”


“레너 왕의 뛰어남은 물론 인정하오.”


한센 남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코아티르를 멸망시킬 계획이겠지. 제국과 교국이 참가하면 제아무리 전사들의 나라인 코아티르라도 버틸 재간이 없을거요.”


“잘 된 일이 아니더냐. 크헐헐! 역시 뛰어나구나! 그 늑대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다니 말이다!”


“···지금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뚜벅뚜벅. 바닥을 걷는 걸음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들어온 자는 교국의 문양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으며, 백색의 검을 허리춤에 패용하고 있었다.

바로 마셸이었다.


“흠?”


“푸른 악마. 이 이름을 당신이 모를리가 없을겁니다.”


“···물론 알고 있다. 그래서?”


모렉 공작은 슬쩍 한센 남작을 곁눈질했지만 그는 꾹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말인즉, 지금부터는 마셸이 얘기하는것으로 상의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푸른 악마.”


모렉 공작도 물론 알고 있는 명칭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두려운 괴물. 저 네크로맨서가 섬기는 악마신봉자들의 ‘악마’ 였다. 바로 그것에 대해 자신의 왕인 레너 왕이 판을 깔았지 않은가. 그래서 성기사 하쉬가 목숨을 잃었고···


“그 푸른 악마가 다시 깨어날지도 모릅니다.”


“······흠?”


“푸른 악마를 깨우기 위한 조건. 혹시 아십니까?”


“모른다. 다만 네크로맨서 놈이 해왔던 짓거리를 보면 아마도 사람들을 학살··· 그렇군. 영혼이겠지?”


“···정확합니다.”


과연 공작이라는걸까?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마셸이 던진 물음 하나에 그 사실을 유추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거냐?”


“예?”


“푸른 악마가 부활한다고? 그럼 다시 봉인하면 되지 않겠느냐?”


괴리감.

그랬다. 모렉 공작은 푸른 악마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있었다. 막연히 그런 존재가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지,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는 몰랐던것이다. 그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기만하고 전혀 모르고 있다.

하기사,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는데 그런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푸른 악마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건 진짜 괴물이라는 말입니다!”


“네놈들이 봉인했지않더냐? 헌데 아르미안에선 불가능하다고? 푸른 악마라는것이 진짜로 있다면 봉인이 아니라 이번엔 소멸을 시켜주마.”


“···단언컨데 당신이 백 명이 있더라도 푸른 악마에게는 미치지 못할겁니다.”


그 때, 느꼈던 푸른 악마의 위압은 모렉 공작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인간 중에서 최강이라 칭해지는 모렉 공작이지만 푸른 악마에게는 세발의 피였다.


“네놈에게 내 바닥을 보인적은 없다!”


마셸의 말에 모렉 공작이 기세를 내뿜었다. 마셸은 어금니를 악물고 그에 견뎠다.


“그 존재가 부활하면 모든게 끝입니다! 당신은 전혀 모르고있는겁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두렵지않다!”


“이미 그 존재를 이용까지 해 봤으니 당연한 일일테지요!”


“······!”


모렉 공작이 크게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한센 남작을 노려보았다.


“네놈! 어디까지 입을 연 것이냐!”


“······.”


한센 남작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모렉 공작은 입술을 씰룩였지만,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신전. 제아무리 모렉 공작이라한들 부상당한 몸상태로는 결코 쉽지 않은곳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한센 남작을 살려둘수는 없는데다가 그에게 들어야할것들이 생겨버렸다. 모렉 공작은 입술을 씹고 승산을 가늠했다. 당장이라도 싸움을 시작할 것처럼.


“하쉬 경을 그렇게 만들었던 때처럼! 어디까지 해야 만족하시겠습니까!”


“···이것이 나의 충성이다.”


“하쉬 경조차 푸른 악마에게는 상대가 전혀 되질 않았습니다! 하쉬 경조차 말입니다!”


“그런 애송이가 나와 비교될거라 생각하느냐!”


모렉 공작이 코웃음쳤다. 하긴 그럴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서 보기에 서른 남짓했던 성기사는 어린아이로 비칠테니까. 모렉 공작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한껏 발휘하고 있었다. 한센 남작의 입을 막기 위해서는 일전이라도 불사할것이다.


“그래. 네놈과 한센 애송이 말고 누가 더 그 사실을 알고있지?”


“···사실이라는거군요?”


그 순간, 문 밖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빙하처럼 차갑고 딱딱히 굳은 목소리였다. 한이 가득 서린 소리에는 모렉 공작조차 침을 삼켜넘겨야했다.


“하쉬 경을 누가 어쨌다구요?”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문 밖에 있었던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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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드리우는 암운 18.08.10 20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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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제국으로 4 18.08.08 17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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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전쟁 8 18.07.23 16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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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전쟁 3 18.07.16 435 4 12쪽
149 전쟁 2 18.07.13 171 5 13쪽
148 전쟁 18.07.12 2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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