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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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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49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7.16 07:29
조회
434
추천
4
글자
12쪽

전쟁 3

DUMMY

묘한 광경이었다.

한 소년을 둘러싸고, 두 개의 군대가 멈춰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범을 상대로 토끼가 제아무리 많다한들 소용이 없는것처럼.

그래. 제아무리 호랑이라한들 토끼의 수가 이십만에 달한다면 호랑이를 죽이는건 어렵지 않으리라. 그래도 토끼는 호랑이에게 덤비지 않는다.

왜냐면 순순히 호랑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 편하고 피해가 적다는걸 아니까.


“······.”


아르고는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희열을 느꼈다. 혹시라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불씨가 지펴진것이다.

방금 죽음을 각오했는데 이런 말 하기도 무색하지만 누가 죽고싶어하겠는가 말이다.


“나와아아!”


전장의 침묵속에 그 침묵을 깨버린건 침묵을 퍼뜨렸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크고 우렁차게 소리질렀다. 나직하게 말해도 잘만 들렸던 그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건 정말 괴물의 포효처럼 들려왔다.


“가장 강한 사람 나와! 정 자신이 없다면 돌아가!”




***




“가장 강한 사람 나와! 정 자신이 없다면 돌아가!”



모두가 들릴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내 강함을 그들에게 보여줬다. 싸우려는 자는 나를 꺾고 가라고 나는 이곳에 서서 시위했다. 이십만의 인원들이 모조리 나를 쳐다본다. 이만한 시선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에 긴장됐다.

지금의 나는 분명히 강하다.

하지만 이십만의 병사와 전사들을 상대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몇천은 쓰러뜨릴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먹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전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내가 부족한건 사실이지만, 그들로서는 개인으로서 압도적인 힘을 가진 나를 잡을 방법이 없다.

즉, 나를 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파국을 맞이한다는걸 알린것이다.


‘허세지만.’


허세지만 들킬리가 없었다. 그들은 사정을 모르니까.

나는 푸른 악마를 부활시키려는 네임리스의 계획을 막기 위해 여기 서 있다. 네임리스를 막기 위해서는 사상자가 없어야했고 그러기 위해 전쟁을 막아야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정을 모른다.

즉, 내가 그들을 전멸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네놈은 누구냐!”


내 외침에 응수하듯이 거대한 체구의 중년인이 자리를 박차곤 단숨에 가장 앞에 선다. 그 자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강해.’


강하다는 것이었다.

맹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코아티르의 전사들이 늑대들이라 불린다면 그는 늑대들의 우두머리. 즉, 왕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알 필요 없어.”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내 목적은 오직 전쟁을 막는 것 뿐이다. 내 명예를 드높이거나 나를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는다.

알 필요없다는 내 말이 거슬렸는지 그 사내가 와짝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건방진!”


그리곤 등에 교차되어 메달린 두 자루의 도끼를 뽑아든다.

도끼는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사내의 체구도 컸기에 적당하게 보였다. 내가 들고있다면 배틀액스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미터가 넘는 사내가 들고있자 평범한 도끼같았다.

물론, 그 모양은 범상치 않았다.

오른손의 도끼는 푸른색의 날을 가지고 재질을 모르는 무언가, 검은색로 이루어진 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왼손의 도끼는 붉은색의 날을 가지고 하얀색의 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몇번이나 제련되어 불순물이 전부 사라진 철이란걸 알았다.


‘어떻게 저런걸 만든거야?’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제아무리 나라고해도 위험해보였다.


‘···저런걸 본 적이 있어.’


몇번, 상식을 뛰어넘은 무기들을 본 적이 있다.

가장 먼저 벤터스 아르쿠잔의 ‘가시나무 요정의 갑옷’.

환상을 보여주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데다가, 어지간해서 부숴지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 제련한다고해도 그런 갑옷을 만들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모렉 공작의 ‘왕국의 검’ 또한 그랬다.

절대로 부숴지지 않는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왕국의 검도 재질을 뛰어넘은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그런 힘을 가진 무구들이 있는걸까?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걸까?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그 무기가 나를 노리고 있단게 중요한거였다. 다른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좋았다. 분명 저건 범상한 무기가 아니었다.


“음? 이 무기를 모르는거냐?”


내가 그 도끼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크게 웃었다.


“크하하! 이 무기를 모르는 자가 아직도 있었다니! 이 몸의 명성이 아직 부족하단 소리렸다!”


‘···되게 유명한가본데.’


아쉽게도 난 그 능력을 모른다. 그나저나 엄청 재는구만.


“시끄러워. 그래도 지는건 당신이야.”


투정부리듯 말하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도끼를 다시 어깨에 메었다.


“나는 코아티르의 왕!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내다!”


‘흥.’


모렉 공작이 무서워 꼬리말고 있던 주제에 잘도 말한다. 승냥이처럼 기회를 보고 있으니 그는 절대로 늑대 이상은 될 수 없는 사내다.

눈에 불을 켜고는 달려오는 그가 도끼를 크게 들어 나를 향해 뻗었다.


‘······?’


저 거리에서 말인가? 달려오고는 있다하나 아직 거리는 남아 있었다. 서너발자국은 더 걸어야할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해야했다.


‘이게 무슨!’


도끼가, 거대해진것이다. 붉은 도끼날이 쭉 뻗어나왔다.


‘아냐! 도끼가 거대해진게 아냐!’


붉은 도끼날에서 화염이 스멀스멀 솟구쳐 나를 덮치려한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말인가!


“···큿!”


나는 뒤로 몸을 날렸다. 지금의 나라고해도 화상을 입는건 사양이었다.


“크하하! 날쎄도다!”


코아티르 왕이 오른손의 도끼를 휘두른다. 그러자 내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


공기가 얼어붙은것이다. 공기중의 수분이 얼어붙어서 내 경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무슨 이런 사기적인 능력이 다 있단말인가!


“오오오오오오!”


코아티르의 전사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나는 오른손의 도끼에 얻어맞아야했다. 다행인것은 공기중의 얼어붙은 수분은 나만이 아니라 도끼의 궤적까지도 방해했다. 그래서 약간 느려졌기에 몸을 비틀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가슴팍에 흉터를 남길뻔했다.


‘···위협적인 무기란건 사실이야.’


나는 신중해졌다.

왼손의 붉은 도끼는 화염을 내뿜는다. 오른손의 푸른 도끼는 수분을 얼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어느새 얼려져 작은 얼음알갱이가 되었던 수분들이 붉은 도끼의 화염에 물이 되고 말았다.


‘태우고, 얼리고, 녹이고?’


접근하는것도 힘들었다. 무슨 저런 무기가 다 있단말인가? 안 그래도 출중한 실력인데 사기적인 무기까지 더해지자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로웠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나는 코아티르 왕을 상대하고도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과하게 힘을 쓸 수는 없었다.

전신세포의 강체술을 사용한다면 물론 어렵지않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네크로맨서와 싸웠을 때, 영혼들을 받아들인 나도 전신세포의 강체술을 사용해서 네크로맨서를 문자 그대로 압도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영혼들의 괴리감조차 사라진 내가 네크로맨서도 아니고 눈 앞의 코아티르 왕을 이기지 못할리는 없었다.


‘다만 그 시간이 없으니까 못하는거지만!’


이 싸움은 상대의 무기가 위협적이단 것과 앞으로 상대할 적들을 위해 여유를 남겨둬야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상대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렉 공작에 필적하는 실력자가, 알 수 없는 무기까지 들었는데 이걸 이겨야한다고?’


조건만 들었을때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충실히 코아티르 왕의 공세를 피하고 있었다.


“놈!”


기술과 수 읽기를 기량이라고 한다면 코아티르 왕과 나의 기량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힘과 속도를 능력이라고 부른다면 능력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크헉!”


코아티르 왕의 오른손의 푸른 도끼를 피하고 뱀처럼 더듬어 올라가 손목을 쳐냈다. 코아티르 왕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무기를 놓지 않는다. 방금 분명히 손목뼈가 부러졌을텐데도 말이다.

붉은 도끼가 곧잘 나를 추격했다. 화염을 흩뿌리며 다가오는 모습에는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지근거리에서 느껴지는 그 온도는 가까이에만 있어도 화상을 입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


내 육신으로도 뜨겁다는걸 알 정도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바베큐가 되어버렸으리라.


‘피할 수 없어.’


이미 피하는건 늦었다. 평소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피했겠지만, 푸른 도끼가 공기중 수분을 얼려서 내 움직임을 방해했기 때문에.


“······!?”


다 피하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스치는 걸로 그쳤다. 그러나 내 옷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크하하!”


스멀스멀 불길이 오른팔을 타고 올라온다. 그 뜨거움에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 보통 온도가 아니었다. 모닥불의 온도가 모래알갱이라면 이건 바위정도는···! 나는 팔을 공중에 마구 휘둘렀다. 그러라고 꺼지진 않겠지만, 공중의 수분에 조금 옅어지긴 했다.


“머리는 굴렸다만 거기까지다!”


확실히 타오르는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신보다 내가 더 빠르다고!”


속도의 차이는 명백. 오른손의 도끼를 사용해서 바로 나를 공격했다면 모르되, 손목이 부러진 이상 들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팔만을 휘둘러서는 궤적도 제대로 찾을 수 없고 힘도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따라서, 왼손의 도끼를 사용한 셈이었겠지만···


“크허억?!”


그의 명치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뻗어올라오려는 무릎을 이미 내 발이 누르고 있었기에 올라오지 못했다.


“······!”


이를 악물고 어깨와 팔꿈치 힘으로 오른손의 푸른 도끼를 쳐보지만 그런걸론 무리. 언젠가 한번 선보였던것처럼 나는 그의 무릎을 누른 발에 힘을 주어서 전신을 공중으로 뛰어올려보냈다.

공중에 뜬 그 상태로 코아티르 왕의 목을 두 다리로 휘감았다.


“커흐!”


숨막혀하는 그의 머리를 주먹으로 타격한다. 골통을 부숴놓을 기세로 쳤는데도 얼얼한게 그만인것 같았다. 맷집하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맷집은 나보다 대단한것 같은데?’


타입이 달라서 그럴까? 그가 힘에 치중한다면 나는 속도에 치중하는 타입이니까. 어느새 붉은 도끼가 다시 나를 찍으려했다. 그런걸 내가 맞을리가 없다. 게다가 그는 지금 목이 졸려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저, 전하!”


코아티르의 병사들이 한 차례 술렁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건 없었다. 몇몇은 충심인지 무엇인지 달려오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거리가 제법 멀었다.


“끼어들지마라!”


코아티르 왕이 눈을 붉혔다. 이미 목이 졸려서 숨 쉬기도 어려울 상황에서 소리치는건 하등 좋을게 없을텐데.


“이 싸움은 내것이다!”


도대체 언제? 푸른 도끼를 버리고 어깨에 올라탄 내 다리를 잡고 있었다.

으드드득!


“큿!”


힘에 치중하는 타입이라는 소리는 그 만큼 힘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 악력이 어마어마하다. 다리뼈가 으스러질것 같아 나는 남은 한쪽 다리로 그의 머리통을 차버리고 탈출했다.

끝낼 수 있었는데. 제기랄.


‘조금 눌려진것같은데.’


“크하하!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실력자다! 좋다! 좋아!”


뭐라고 지껄이는것 같긴 했는데 신경쓰지 않았다. 다리뼈가 부숴지기 전에 탈출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차저차해도 코아티르 왕은 진짜배기 실력자였으니까.


‘어차피 회복이야 되겠지만.’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피곤함이 몰려드는 기분에 잠깐 ‘자버릴까?’ 싶은 유혹도 들었지만 이 상황에 무슨 미친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런 상황에조차 여유가 생기는걸 보니 갈때까지 간 모양이었다.

조용히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한다.

싸움은 아무래도 조금 더 길어질 성 싶었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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