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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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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4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09 07:08
조회
173
추천
4
글자
11쪽

제국으로 5

DUMMY

어느새 우린 비행선을 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티켓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비행선에서의 일이야 별 다를게 없을테지만, 공중을 떠 다니는게 그리도 신기한지 비루 씨는 창가에서 몸을 떼질 못했다.


“오오···”


설마싶었지만, 그는 비행선을 타 본 적이 없는것이다. 그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국 최고의 용병이라는 작자가 비행선을 못타봤다니···


‘오히려 안델 씨는 아무렇지 않아하네.’


가난한 보부상이라는 이미지와는 반대로 안델 씨는 너무 자연스럽게 비행선을 타고 있었다. 당황하거나 무서워하는 낌새조차도 없는것이 한두번 타본 솜씨가 아닌데···

타봤건, 안 타봤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관심을 끄고 지도를 들었다. 아르미안이 아니라 제국의 지도였다.


‘으음···’


몇번을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내 눈이 이상한게 아니라면 지도가 바뀔리는 없겠지.


‘벤터스 아르쿠잔··· 아라넨 아르쿠잔···’


그들은 아르쿠잔이라는 혈족에 묶인 가문이었다. 나름대로 아르쿠잔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았다. 벤터스 아르쿠잔이라는 걸출한 무인에 대해서 몰랐던건 아니지만, 단편적인 정보 밖에는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먼저, 벤터스 아르쿠잔은 억울하게 누명이 씌워져 죽었다고한다. 정확하게는 너무 강한 힘을 가진 그를 황제가 두려워했다는듯 하다. 아르쿠잔 가의 일가가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혈육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아라넨 아르쿠잔은 있어.’


일가가 몰살당했다면 살아남은 혈육이 남아있을 리 없다. 모종의 수단으로 목숨을 부지했거나 아니면···


‘···혈육이 아니라 사칭이라면?’


나는 잠깐 아라넨 아르쿠잔을 떠올렸다.

아주 잠시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그런 거짓부렁을 늘어놓을 사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혈육일까?


‘이상해.’


각하라고까지 불린 사람이다. 각하라고 불리려면 최소한 후작의 위位에는 올라야 할텐데 아르쿠잔이란 가문을 몰살한 제국에서, 다시 아르쿠잔의 인물을 후작의 위에 올려뒀다고?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이거였다.


“이 지도 어디에도 없다는거지.”


각하라고까지 불린 아라넨 아르쿠잔. 그가 다스리고 있을 아르쿠잔 령이 제국의 지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것이다.

후우우웅.

그런 사이에도 비행선은 무심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




제법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이쯤이면 고마가 무조건 달려들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고마는 커녕 수호자조차 나오질 않는다.


‘···정말로?’


고마가 없다.

그런 의심을 품었기에 이 장소까지 왔고, 감히 결계를 건드린 것이지만 고마란 존재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겠구나.”


고마가 없다면 십만의 영혼을 모으기는 너무나 식은 죽 먹기. 당장 자신이 나선다면 십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몰살시킬 자신조차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마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며칠이나 기다렸던가.


“···이제 그대는 이 곳에 없노라. 고마여.”


이해가 되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고마의 행위에는 모순되는 점이 많았다. 세계를 수호하는 수호자가 타락했다는듯이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네임리스는 정말로 타락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큰 상처.’


그 투마왕, 푸른 악마와 싸운것이다. 고마조차도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해 봉인하는것에 그쳤는데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게 이상했다. 정말 큰 상처를 입었고, 그대로 만년동안 살아왔다면.


‘타락이 아니라 숨겼단 말이더냐···’


그 쪽이 타당성이 있었다. 타락했다고 생각했지만, 수호자는 끊임없이 움직였지않은가. 수호자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 고마가 타락했다고 믿게끔 되려 수호자만을 움직인 것이었다. 수호자들의 독단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었다.


‘···고마가 없다라.’


그렇다면 세계는 끝.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뿐이다. 투마왕 발로그라면 능히 그곳의 문을 열어줄 수 있겠지.

네임리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원한다면 가지고 있는 삼만의 영혼만으로 지금 푸른 악마를 부활시킬 수도 있겠지만, 온전한 부활이 아니어서는 안됐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는 온전한 발로그만이 이루어줄 수 있을테니까.


“자, 막을 올리겠노라. 세계종말의 막을!”




***




“제국이라···”


제국에 도착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안델 씨는 포르텐 남작령으로 향한다고 말했지만, 나와 비루의 행선지는 정해진 바가 없었다.

아르쿠잔 령으로 가고 싶었지만 지도에는 전혀 적힌 바가 없었으니. 사람들에게 말을 물어도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볼 뿐이었다.


“차라리 그 안델이라는 양반을 따라가는게 좋지 않겠냐고.”


안델 씨는 행운을 빈다며 포르텐 남작령을 향했다. 비루는 이미 헤어진 안델 씨를 쫒아 가자고 말하는것이다. 술잔을 기울이더니 어지간히 친해진 모양이었다. 아쉬운듯 입맛을 쩝쩝 다지는것이 안델 씨는 둘째고, 술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지만.


“···하지만 우리가 갈 길이 아닐수도 있어요. 되려 멀어질지도 모르구요.”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비루 씨도 툴툴대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아라넨 아르쿠잔이 자신의 이름을 속이기라도 했단말인가? 아니면 내 귀가 먹어서 아르쿠잔이라고 들린걸까?

전자라면 모르되 후자라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이!”


비루 씨가 갑작스레 나를 잡아 이끌었다. 나는 지도를 들고 보던 상태 그대로 뒷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인데요?”


내가 눈쌀을 찌푸리자 비루 씨는 저거 보란듯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거 보라고! 몬스터잖아! 몬스터!”


몬스터 처음보나. 몬스터가 무슨 대수란말인가? 세살배기 아이도 아니고···


“엥?”


나도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비루 씨의 말대로, 그것은 박제되지도 않았고 이미 죽어버린 시체도 아닌 살아있는 몬스터였다.

밖에서, 숲이나 산에서 만나면 모르되 버젓한 제국의 영토 그것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만날 것들은 아닌것이다.

심지어는 그 몬스터에게 다가가는 꼴조차 보였다. 그런데도 몬스터는 사람들을 해치거나하지 않는다. 멀뚱멀뚱 관심없다는 듯이 애완동물처럼 가만히만 있는다.


“···몬스터를 길들인건가?”


2M는 되어보임직한 몸길이. 그렇게까지 크다고는 못하겠지만, 생김새는 위엄이 넘쳐났다. 도마뱀의 몸을 하고 있었는데 다리가 세개씩 양쪽에 여섯개씩이나 되었고, 전신이 가시로 둘러쌓여있는 회색의 몸체였다.

꼬리 끝은 곤봉이라도 되는것처럼 뭉툭했고, 큰 가시가 뻗어나와 있었다. 이빨은 뾰족하고 거대했다. 한번 물리면 뼈까지 전부 아작이 나겠구나 싶어 새삼 몬스터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산악지배자라고!”


“산악, 뭐요?”


“산악지배자! 하위종이긴 하지만, 그 중에선 나름 상위에 랭크되있는 몬스터라고.”


과연 용병 생활로 인해서 그 쪽에는 빠삭한가.


“산악지배자? 이름이 엄청나네요.”


산악의 왕이라는걸까? 천적이 없는, 뭐 그런것? 나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 제국에는 볼 거리가 많은 모양이겠지만, 그런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몬스터가 버젓이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테이밍했겠지 싶었다.


“몬스터는 테이밍이 불가능한데··· 역시 제국이구만!”


그 자신도 몇번이나 시도해봤으니 알고있었다. 비루는 몬스터라는 존재들은 결코 고개숙이지 않으며 두려움에 떨기는 하더라도 굴복하지는 않는다고 알고있었다.

그런데 저 꼴을 보라.

인간들에게 둘러쌓여서 이리저리 만져지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저게 몬스터란 말인가? 새삼 웃기는 꼴인지라 비루는 관심을 표했다.


“히햐, 오래살고 볼 일인데?”


비루는 성큼성큼 산악지배자에게로 다가갔다. 외팔의 날카로운 눈빛을 한 사내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내 주었다.


“이 놈 때문에 애먹었던 적도 있지.”


하위종이라고는 하나, 그 전투력만큼은 상위 몬스터와 비견될 정도였다. 몬스터치고는 작은 덩치이나 날렵하고 재빨랐고, 가시와 꼬리의 곤봉때문에 싸우기가 어지간히 까다로웠다. 비루도 몇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산악지배자를 처치할 수 있었으니 놈이 절대로 간단한 몬스터가 아님은 명백한것이다.


‘사실 외견은 참 멋지지.’


산악지배자나 다른 여타의 몬스터들, 이를테면 다크 울프 같은 것들을 보면 용병들이 으레 하는 생각이 있었다. 저런 녀석들을 애완용으로 기른다면 어떨까 하는 시덥잖은 어린애같은 생각말이다.

그러나 초짜 시절에는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이기도 했다.


“으하하. 옛날 생각 난다고!”


비루는 산악지배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산악지배자는 눈을 꿈틀거리는 것 같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과연 길들어졌다 싶었다. 항상 창으로 꿰뚫기만 했지 직접 손으로 만져본건 놈들이 죽은 뒤인지라 감촉이 새로웠다.

칼날같은 가시, 칼날같은 비늘이라 했지만 정말 칼날같았다. 냉혈동물인 도마뱀일테니 겉이 차가워 더욱 그랬으니 오죽하랴.


“당신 겁이 없군.”


“어차피 테이밍 된 녀석 아니냐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지.”


“그런 주제에 손은 떨리고 있지만 말이에요! 아하하하!”


제기랄. 수전증일뿐인데. 비루는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제 사정을 말해봤자 무엇한단말인가?


“아, 것참. 하나도 안 무섭다니까? 어차피 테이밍됐잖아? 이것 봐!”


아주 산악지배자의 콧잔등을 쓰러내리다가 이빨을 메만진다. 거기까진 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어색하니 고개만 돌렸다.


“테이밍 된 녀석이 뭐가 무섭다는거냐고.”


사람들은 그건 그렇긴 하지만 보통 쉽게 다가가진 못한다고 말했다. 비루는 코웃음만치고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응?”


한참을 목 아래를 쓰다듬고 있던 비루는 묘한 감촉을 느꼈다. 그것은 음각陰刻. 비늘을 파내고 무언가 글씨나 그림을 그린것이다. 비루는 눈쌀을 찌푸렸다.


‘몬스터라지만 장난치면 안 되지. 뭐냐?’


더듬더듬.

손가락으로 한참을 더듬고서야 음각된 문자를 느낄 수 있었다.


‘Forten-Arkuzan’


포르텐-아르쿠잔.

그 즉시, 비루는 목청을 돋웠다.


“야! 꼬맹아! 단서 찾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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