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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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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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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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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통수의 통수의 통수 3

DUMMY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술이 따라진다. 주변에는 여자들이 있고 음식도 있다.

병사 막사에서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셀턴이다. 셀턴은 습격이 있고, 그게 수습된 다음 날 밤이 되자 알아서 술과 여자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술을 보기 좋게 따라주더니 자기가 씩씩, 거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일을 벌인 자들을 가만두면 안 된다느니, 뭐 하나도 남김없이 사형시켜야 한다느니 하는 것들.

이게 바로 그거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

옛사람들 말이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이게 딱 그 짝이다.

대체 얼마나 후달리면 알아서 이런단 말인가.

하지만 셀턴이 하는 것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어제의 습격으로 하나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마족이 있다.

어디까지나 팔칸에 온 명분은 루멘 해방군을 잡으러 온 거다.

내가 요구한 게 아니라 셀턴이 말해서 오게 된 일이다. 나는 거기에 응했다.

게다가 나는 셀턴과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를 했다.

서로가 좋은 Win Win 전략.

물론 셀턴의 입장에서 나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걸 감안 하더라도, 여기가 살인이 우스운 도시라 하더라도, 그 정도 규모의 공격이 날 노리고 오는 것은 너무 과하다.

이건 분명히 마족과 연관된 일이다.

팔칸에 마족이 있다. 그건 확실하다. 확신했다. 그렇다면 디아나와 카리스를 데리고 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여기서 이렇게 셀턴을 만나는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게 된다.

“날 습격한 게 루멘 해방군이라고?”

“예. 시체들을 직접 확인한 결과 그놈들입니다.”

“그간 숨어있던 이유가 날 공격하려고 그런건가?”

“예. 병사들과 함께 제가 알고 있는 곳들은 전부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아, 하지만 이미 놈들은 전부 죽었으니 잘된 일 아닙니까. 이걸로 거리가 더 깨끗해질 겁니다.”

“그놈들이 전부라. 정말 전부인가?”

셀턴을 슬그머니 바라본다. 하지만 이 노련한 장사치는 이런 단순한 거에 걸려들지 않는다.

“설령 남아 있다해도 또 잡아들이면 그만입니다. 혹은 직접 처리하셔도 될 겁니다.”

“···.”

“아! 그리고 그 성물을 모으는 일은 말씀하신 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확실히 노련하다. 여기서 지난번의 그 거래를 들먹거리며 자기는 쓸모가 있다고 어필까지 하니.

자리가 이어진다. 술 몇 병이 더 들어오고 여자들이 온몸을 안마하듯 주물러주고 있다.

이제 전부 취했다. 얼굴이 붉어졌고 몸을 좌우로 흔든다.

양옆의 여자들을 쉴 새 없이 더듬고 만져댔다. 노골적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다리 사이로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교태로운 웃음소리. 잔 부딪치는 소리.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자리가 끝난다. 셀턴은 마지막 술을 마시고 흐으, 하고 더운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일어나.”

여자들이 일어선다. 노련한 여자들은 그 많은 술을 바닥에 부어가며 긴 시간을 보냈다.

“좋은 밤 되시길.”

말이야 친절하지만 목소리는 싸늘하다. 셀턴은 그렇게 말하고 여자들과 돌아갔다. 친절하게 문을 잘, 닫아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셀턴이 나가자마자 소파 위에 엎어진 몸을 일으켰다.

상의는 벗어 던졌다.

바지는 입고 있지만 거의 풀려있다.

누가 봐도 취객. 하지만 옷차림과 별개로 눈을 멀쩡하다.

“보통 이렇게 술을 퍼먹이는 경우에는 오늘 밤 뭔가 한다는 건가? 뭐 암살자라도 오나?”

남은 술을 한잔 따라 마신다.

“게다가 그 가루는 뭐야?”

여자 중 하나가 술에 가루를 타는 걸 봤다.

지금 누구 앞에서 손장난인가. 게다가 그 여자도 그런 것에 익숙치 않은 듯 너무 티나게 가루를 탔다.

그렇게 숨기려고 노력하면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술은 실수인 척, 술에 취한 척 쳐서 떨어뜨려 버렸다.

독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걸러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파에 엎어지며 취해 곯아떨어진 척을 했다. 이건 조금 과장 됐을지도. 하지만 셀턴 같은 놈이 내 연기를 알아볼 수는 없다.

술을 먹이며 뭔가 개수작을 부렸다. 그렇다면 오늘 밤 분명 뭔가 올 것이다. 다시 습격하던가, 아니면 그 마족이 올수도 있다.

준비해야 한다.

디아나와 카리스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둘이 없어도 라티스라는 그 마족년을 때려잡을 자신은 있었지만, 마족이 쳐들어온다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더 편하게 할수 있을 텐데 당최 보이질 않는다.

“이래서 종교쟁이에 귀쟁이는 안돼.”

세상 못 믿을 부류가 두개 있다. 정치인. 그리고 종교쟁이.

귀쟁이는 그냥 생각나서 한 말이다.

탁자 위의 술을 한잔 더 따른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려 할때, 창문이 열리며 누군가 방으로 쑥,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왜 느껴졌느냐면, 이건 눈으로 본게 아니기 때문이다.

700을 찍고 얻은 감각 확대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몰래 들어오다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날 죽이려 하는게 아니라면 몰래 들어올 필요가 없다.

조용한 발소리.

서서히 등 뒤로 다가오는 인기척.

그리고··· 목소리.

“모르는 척 하지마.”

그래. 내가 보통이 아니듯 카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간파했다. 이미 자신이 들켰다는 걸.

“카리스냐.”

이미 알지만 그래도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암살자. 카리스는 복면을 거두며 말했다.

“보고할게 있어.”



***



“그러니까 암살 의뢰를 받았다?”

“그래.”

“그 대상이 나다?”

“리텐의 레이튼 발렌할. 맞아.”

“흐음··· 얼마 받기로 했지?”

“6800골드.”

“좀 싼데. 내가 그 정도 밖에 안되나?”

“이건 선수금이야.”

선수금.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인정하지.”

그리고 질문한다.

“그래서 날 죽이라고 한 놈은?”

그러자 카리스는 의뢰서를 꺼내 들어 보였다.

“의뢰서는 있지만 여기 적힌 것들은 전부 가짜야. 돈을 주러 오는 자도 보통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지.”

의뢰자는 존. 그야말로 흔해 빠진 이름.

“그래서 모른다?”

“아니. 알고 있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리스가 뭔가 말하려고 숨을 조금 들이쉬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 타이밍을 빼앗았다.

“셀턴이로군.”

“셀··· 음?”

순간 동요하는 눈. 어떻게 아냐는 눈치.

지난번 습격이 실패하자 생각한게 바로 이거다.

암살자. 물론 최고의 암살자를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고용하기는 했지만, 하필 그 암살자가 카리스일 줄이야.

“끄윽!”

외마디 비명.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목을 부여쥐고 켁! 하는 소리를 연거푸 낸다.

“무슨?”

카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한다.

“끄으으, 끄윽!”

그리고 소파에 힘없이 엎어진다.

“독?”

순간 술을 바라보는 카리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 정도 정성이면 죽은 척이라도 한번 해줘야 할것 같아서.”

“······.”

“재미 없었다면 미안하군. 그래서, 우리와 함께 여기로 온 황금 조약돌 상회의 셀턴이 왜 날 암살하려 하는가. 그것 때문에 보고하러 온 건가?”

“·········.”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그래서 보고하러 온 건가?”

“···맞아.”

“흐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아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셀턴이 마족과 내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응?”

갑자기 튀어나온 말을 빨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확신이 아니라 의심이야. 그리고 제국은 황금 조약돌 상회를 조용히 감시하는 중이고. 상회 전체가 마족에게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셀턴의 독단인지는 아직 알수 없어.”

“그럼, 이번 일은···.”

“그걸 조사하는 거지. 동시에 여기 팔칸에 마족이 있을 가능성도 높고.”

확신이 아니라 의심이다. 동시에 내가 아니라 제국이 황금 조약돌 상회를 감시한다는 교묘한 말을 한다.

처음 여기 온 이유도 마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조사하러 왔다고 했지 무조건 있다고 해서 온것은 아니다. 애초에 팔칸에 온 것도 내가 추진한게 아니라 셀턴의 요구 때문에 온 것이었으니까.

뭐든 확신해서 무조건 그렇다고 말하는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항상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 마치 기자회견처럼 뒷구멍을 항상 남기는 것이다.

“셀턴 그자가 의심된다고···.”

“그래. 하지만 날 죽이라고 널 고용한걸 보니 이제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드는군. 나는 셀턴을 마족과 관련된 일로 은근히 압박하고 있었거든. 아무래도 마족의 꼬리를 잡으려면 셀턴을 한번 뒤져보는게 나을거 같은데.”

묘한 빛이 감도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리스.

이건 카리스로써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셀턴이 루멘 해방군을 고발했고 그렇기에 같이 왔다고만 알았는데 설마 이런 속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그럼 지금 당장 디아나씨에게···.”

“아니 잠깐.”

창문으로 나가려는걸 붙잡는다.

갑자기 셀턴을 잡아 족쳐서는 안된다. 그럴순 없다.

셀턴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보자.

용병에 폭력배를 동원한 공격이 실패.

그리고 현재, 막대한 거금을 들인 암살시도가 들어왔다.

“···셀턴은 놔둬.”

“놔두라고?”

“우리가 잡아야 할건 셀턴이 아니야.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 그놈은 건드리지 마.”

“···그렇게 말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카리스.

그리고 나는 카리스를 위 아래로 쳐다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복장이다.

전과 같다. 달라붙는 검은색의 옷에 가슴께까지만 내려오는 아주 짧은 로브를 입었다.

“···왜 쳐다보지.”

시선을 느낀걸까. 그리고 나는 카리스에게 암살 의뢰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좀, 이해가 안되서.”

“이해라니?”

“암살 의뢰를 한건 셀턴. 암살 대상은 나. 너는 이 두개를 다 알고 있었지.”

“그래.”

“그렇다면 여길 찾아온 이유가 뭐지? 날 죽일 생각이 없었다면 이런건 그냥 무시해도 좋았을텐데? 아니면 날 찾아오는게 아니라 셀턴을 찾아가 손가락을 하나 자르면서 심문을 해도 좋았을테고. 아니면 설마?”

눈이 마주친다.

그러더니 주변을 슥, 살피는 카리스. 그리고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술을 마신건가?”

여기서 갑자기 술 얘기를?

아니, 아니다. 모른척 하지 말자.

카리스는 이게 또 질 나쁜 장난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척하면 척이다. 이런 상황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겪었다.

보통 클럽 같은 곳에서 사인해주세요, 하며 다가오는 여자들.

은근히 강조하는 가슴. 상품처럼 파는 미소.

이 경우에는 사인해주세요는 보고하러 왔다로 대체되었고 사인지는 암살 의뢰서가 대신 하고 있다.

게다가 저 눈. 아닌척 하지만 내 몸을 슬그머니 흘겨보고 있다.

그래. 나는 카리스를 벗겨다가 실컷 주물렀다. 나도 알고 카리스도 안다.

밤이면 사람 목을 따고 그걸 들고 다니면서 지금은 저런식으로 말하다니?

아니, 오히려 그게 좋다. 속이 뻔히 보이는 여성은 매력적이지 않다.

자신을 숨기고, 그것을 상대로 하여금 한꺼풀 벗겨낼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매력이다.

절로 지어지는 웃음을 삼키며 말한다.

“아니, 내 실수로군. 여기서 힘들게 움직였을 텐데 의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야.”

“···.”

“기왕 온거 잠깐 쉬다가지 그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 소파에 조심스레 앉는 카리스. 그리고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술을 즐기나?”

“즐기지는 않아.”

“엘프가 여기서 그런일 하면서 살려면 뭔가 풀어줘야할게 있지않나? 술이라거나, 아니면 카드 게임? 설마 사람 목을 따면서 푼다거나.”

“···별로.”

마신다. 날 따라 카리스도 마신다.

여기에는 도수가 쌘 술도 있지만 알콜보다는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과실주도 있다.

바로 그거다. 그리고 이런 술의 특징은 달달해서 맛있다고 먹다보면 훅,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있어야지. 예를 들자면 그래. 남자를 만나보는···.”

“푸후우!”

좋아. 젖었다. 보통은 적셔주는걸 좋아하지만 이렇게 반대가 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남자를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걸.”

“켈록! 콜록! 무, 무슨 소리를?”

“아니, 무슨 소리가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는거다.”

“소, 솔직?”

“당황한거 같은데.”

술을 내밀자 그걸 또 넙죽 받아 반사적으로 마신다.

“내가 알기로 엘프들은 다른 남성에게 몸을 보이는게 안되더군.”

“뭐, 뭣?”

“그거 너무 고리타분한거 아닌가? 엘프들의 법을 만드는건 장로들이라고 아는데, 다 늙은 장로들이 나무 높은곳에서 헛기침만 하면서 잘난척을 하니 발전이 없는거야.”

한잔 따른다. 그리고 마신다.

“장로들은···.”

“인간은 적당히 살아도 80년정도일까? 하지만 엘프는 1000년을 살지. 인간들은 짧은 수명 탓에 미친듯이 발전하고 수십번이나 지도자를 바꿔가며 발전하는데, 엘프들은 500년 전에 장로를 한 엘프가 아직도 장로를 하고 있으니 그 사고가 낡아 빠졌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장로들의 지혜는 인간이 평가할 수준이 아니야.”

“그래? 그렇다면 그 대단한 지혜로 전쟁을 막는 방법도 생각해보지 그랬나.”

비수다. 적어도 카리스에게 이것은 그 어떤 단검보다도 더 날카로웠다.

여기서 한잔 따라주자 반사적으로 넙죽 받아 마신다.

“게다가 듣자니 엘프 노예를 구해준다지.”

“···그래.”

“노예상들은 엘프 노예의 귀를 자르지. 이유를 아나?”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조금 다르군. 내가 아는건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거야. 저기 숲의 엘프들은 귀가 잘린 엘프는 다시 받아주지 않아. 귀가 잘림으로써 숲의 소리를 들을수 없다는 이유로. 이것도 그 장로들의 위대하고 고귀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드높은 법칙이지.”

“···.”

카리스는 침묵했다. 우울해보였고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다시 한잔 따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인간들 사이에 이런말이 있지. 현명한 자는 의심하고, 어리석은 자는 신념한다.”

“···무슨 뜻이지?”

“현명한 자는 자기 자신을 의심해. 내가 잘못안게 아닐까. 사실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면 고치고 정정하지. 그렇게 끊임없이 바꿔나가. 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오직 자신. 그리고 자신을 신념하지. 어리석은 자가 자신을 신념하면 그것만큼 무서운게 없어.”

“그건, 그렇군.”

“비슷한 얘기로 현명한 자는 본것을 말하고 어리석은 자는 들은걸 말한다는 말도 있지. 그럼 어디보자. 인간의 기준이긴 하지만 무려 800년을 산 엘프 장로는 그 나무 위에서 내려오질 않고 자기가 들은것만 말하니 어리석은 자로군.”

다시 한잔.

그리고 카리스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장로들은···.”

“여기 장로들은 없어.”

“응?”

“장로라고 할 필요도 없어. 여기서 대우해줄 필요는 없지. 여기서 우리가 뭐라한들 그 늙은이들이 듣겠나?”

“그건···.”

“당연히 못 듣겠지. 당장 높으신 나무 위에서 그 바로 아래의 말도 안 듣는데 여기서 뭐라한들 어떻게 들을까. 그럼, 그 장로들중 한명의 이름을 말해 봐.”

“아드하인.”

“그래 아드하인. 그놈은 모르긴 몰라도 아주 개새끼일거야. 수염 쓰다듬으며 지 말만 말이고 남 말은 말이 아니었겠지.”

“···아드하인은 여자였어.”

“아, 여자야? 그럼 개년이로군. 그년은 아주 개년이었어. 모르긴 몰라도 축, 처진 몸으로 아주 깐깐하게 굴었겠지. 말끝은 항상 올라가고.”

“프흐.”

카리스에게 해픈 웃음이 튀어나왔다.

웃었지만 많은게 담긴 웃음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아드하인의 그 축 처진 몸에 단검을 박아 넣은게 바로 자신이기에.

그리고 마시기 시작한다. 씹을거리 안주는 개노답 엘프 장로 년놈들이다.

한잔.

또 한잔.

다시 한잔.

그리고 한잔.

그렇기에 한잔.

마지막으로 한잔.

하지만 나는 안 취한다.

이건 굳이 포장할 일도 아니다.

날 그럴싸하게 변호할 생각도 없다.

그럴싸한 소리는 이제 집어치우자.

지금 여기 있는건 여자를 취하게 하고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짐승 새끼와, 몸을 봤으니 자신을 책임지라는 되도 않는 말을 하기 위해 암살을 빌미로 밤중에 슬쩍 찾아온 답답한 여자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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