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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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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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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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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뜻밖의 침략자 3

DUMMY

포효의 벽.

북쪽에 위치한 리텐에서도 가장 북쪽에 지어진 성벽으로 그 역사는 벽에 새겨진 흉터라고 부를만한 전투의 역사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깎아지르는 듯한 협곡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벽은 두껍고 높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경탄을 자아낼 정도다.

여기서 리텐은 수십번의 공세를 막아냈다. 북쪽의 야만족부터 시작해서 언데드. 마족들의 군대까지도.

물론 이 포효의 벽이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난공불락의 요새지만 그야말로 시체로 산을 쌓으며 뒤 없이 달려드는 마족과 악마의 군대에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뚫린 적은 손에 꼽아도 막아낸 적은 수십 번이다. 게다가 이 포효의 벽 뒤로 리텐은 더 많은 벽을 쌓았으며 협곡 양쪽으로 가파르고 위험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계단과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 등으로 방어를 더욱 보강했다.

즉, 여기로 적이 쳐들어온다면 양쪽 협곡에서 거의 수직으로 굴러떨어지는 바위와 화살비.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포효의 벽에 의한 병목 현상으로 그야말로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설령 여기를 뚫어낸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레볼턴 발렌할 후작의 영지.

리텐 최고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역시 두터운 성벽과 성을 끼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미 포효의 벽을 뚫느라 만신창이가 된 적들은 여기서 섬멸될 것이다.

정말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발렌할 영지마저 뚫린다 하더라도.

리텐은 기본적으로 산악 지형에 좁은 산골에 도시가 자리 잡은 형국이라 적들은 여전히 피곤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이것이 리텐이 인류의 수호자라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 자랑스러운 방어선. 포효의 벽 위.

최전방 중의 최전방. 보이는 거라곤 양쪽으로 솟은 바위산과 앞으로 길게 이어진 산길. 그리고 북쪽의 차가운 눈바람이 몰아치는 이곳에서 페트릭은 후우, 하고 더운 입김을 내뱉었다.

발렌할 가문의 기사 훈련소에서 졸업 후 곧바로 오게 되는 곳이 여기다. 리텐의 모든 기사들이 여기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 와 근무하는 것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자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될 정도로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때, 페트릭의 옆으로 덩치 큰 기사가 다가왔다.

레인손이다. 한명은 명문가의 귀족 자제고 한쪽은 평민 출신의 준 귀족이지만 둘은 계급 따위는 저 차가운 바람에 휙, 던져버린 듯 스스럼없었다.

“빌어먹을, 더럽게 추운데.”

레인손이 투덜거렸다. 두터운 방한 장비를 입고 있지만, 냉기가 그 틈을 파고든다. 더 개 같은 점은 파고든 냉기가 빠져나가질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신발.

이 개 같은 방한 신발은 그냥 신으면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다. 가죽을 두껍게 해서 냉기를 막는다는데 어떤 지랄 같은 놈이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게 따뜻하냐고 윽박지른 후에 신발을 머리에 씌워 저 북쪽으로 걷어차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신발에 양털을 듬뿍 집어넣고 양말을 겹으로 신어야 한다.

그리고 레인손은 손에 들린 방금 덥혀온 차를 페트릭에게 하나 건네며 말했다.

“별일 없지?”

“늘 그렇지.”

“여기도 이렇게 추운데 저기 북쪽 놈들은 어떻게 사는 거지? 다들 미쳐버린 건가?”

“글쎄···.”

“혹시 북쪽이 여기보다 더 따뜻한 거 아냐?”

페트릭은 차를 한 모금 후룩, 마시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럴 리가.”

북쪽 야만인들이 심심하면 쳐들어오는 이유는 하나다.

북쪽의 척박한 땅 대신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북쪽이 따뜻하고 살기 좋다면 뭣 하러 쳐들어오겠는가.

그리고 페트릭은 차를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사정이 좋아. 저기, 협곡 양쪽으로 가는 병사들은···.”

포효의 벽 바깥. 양쪽의 절벽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경사.

거길 자세히 보면 인위적으로 만든 것들이 보인다. 좁은 계단과 굵은 밧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게다가 협곡의 바위틈에서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오르고 있는데 역시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에 병사들이 들어가 불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기. 그리고 근무하는 동안 피울 장작을 들고 산을 타는 병사들.

그야말로 진짜 최전방. 최전방 중의 최전방.

“난 저거 못해. 좆 까라 그래.”

레인손이 귀족답지 않게 욕을 내뱉었다.

물론 저 산을 타는 병사들은 다른 병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산을 타다가 삐끗해 떨어져 죽거나 부상당하는 병사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남자 둘이 모이면, 역시 그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페트릭.”

“음?”

“잘되가냐?”

“···음.”

뭘 말하는지 알기에 페트릭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도 좋지. 설마 발렌할 가문의 아가씨를 꼬실 줄이야.”

“···꼬신거 아니야.”

“그럼 알아서 넘어온 거라고? 흠···.”

그리고 페트릭의 아래를 슬쩍 쳐다보는 레인손. 그러자 페트릭이 말했다.

“처음 봤을 때는 믿음직하고 과묵한 줄 알았는데.”

“믿음직하고 과묵한 건 달리 말하면 일 시키기 편하단 뜻이지. 다른 말로 하면 호구라는 거고. 아니, 그래서 지금은 어때?”

“그냥. 그렇지.”

그러자 레인손이 말했다.

“난 조그만 여자가 좋아. 내가 덩치가 커서 그런가 나처럼 큰 여자 만나면 자식도 덩치가 클 거 같거든.”

“···뭐, 힘내라.”

어째 위험한 취향 같지만 힘내라는 말밖에.

그리고 페트릭은 레인손이 말한 아가씨. 벨 발렌할을 떠올렸다.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페트릭 본인은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정말로, 신게 맹세코 정말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벨, 아가씨가 먼저 들이댄 것이다.

‘아니, 들이댔다니. 나도 이 녀석한테 물들었군.’

여기서 잠깐 레인손 탓을 해본다.

아무튼 이게 진실이다. 꼬신적도 없고 꼬실 생각도 없다. 어떻게 감히 발렌할 가문의 영애를 건드리겠는가.

하지만 그리 가벼운 상황은 아닌 듯, 벨 아가씨는 여기까지 따라왔다.

본인의 입으로는 레볼턴 후작님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왔다는 나름 신빙성 있는 주장을 하긴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길 잃은 야만인 하나 안 내려오나? 그거 잡으면 휴가도 준다던데.”

레인손은 그새 어깨에 쌓인 눈을 툭,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그때, 저 앞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

레인손이 인상을 썼다. 페트릭 역시 마찬가지다.

이어서 검은 연기가 더 올라오기 시작한다.

적습을 알리는 경보.

포효의 벽 너머. 더 앞으로 나간 병사들의 신호다.

‘뿌우우우우!’

거의 동시에 페트릭과 레인손이 뿔피리를 울렸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뿔피리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포효의 벽 뒤쪽으로도 검은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저 멀리, 발렌할 영지와 리텐의 수도 룰르즈에서도 보일수 있도록.

리텐 전역에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어떤 병사의 고함소리가, 협곡에 울려 마치 포효 소리처럼 울렸다.

“적습이다!”



***



상황은 명확하다.

리텐에서의 소식이 제국까지 도착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데드가 쳐들어왔고 현재 리텐의 포효의 벽에서 대치 중이라 하는군요.”

일리안의 말에 귀족들이 웅성거린다.

“리텐은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왔고, 읽어보니 해골들중에 뭔가 날아다니는 커다란게 있다고 하는군요. 그걸 막기 위해 마법사들과 신관들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한번 의견들 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 귀족들.

요약하자면 이거다. 포효의 벽에서 언데드와 리텐의 병사들이 대치 중이다. 그리고 리텐은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리텐이 지원을 요청했으니 군대를 보내면 된다.

다만 그것이 순수한 호의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진 군대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때, 누군가 벌떡 일어났다.

“제가 가겠습니다.”

호기롭게 일어선 것은 레니 하이만이다. 동시에 수많은 시선들. 일리안을 포함해서 많은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레니 하이만은 그 시선들을 즐기며, 다시 호기롭게 말했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끌고 가 포효의 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만약 그 언데드들의 뒤에 흑마법사가 있으면 그놈들의 목도 들고 오도록 하죠.”

이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시작한지 채 1분이 지나지도 않았건만 벌써 이긴듯한 태도였다. 팔지도 않은 물건의 가격을 더해보며 기뻐하는 장사꾼 같은 태도.

하지만 이런 레니 하이만의 생각에 동조하는 귀족들이 많았다. 주로 젊은 귀족들이며 그와 어울려 다니는 무리들이다.

아니, 이제는 무리라기 보다는 하나의 ‘파’ 라고 보는게 더 어울린다. 말하자면 하이만 공작파인 것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다른 의견은 없나요?”

일리안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하자 조용히 일어난 것은 테이 타크란이었다.

그리고 테이 타크란은 좀더 침착하게 말했다.

“지원을 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후방에서 지원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후방 지원이라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니 하이만이 웃으며 말했다.

“제국의 용맹한 기사들이 어찌 후방을 지원할 수 있을까. 그따위 언데드들은 말발굽 아래에 깔아 눈에 처박아 버리는데 하루면 충분할 텐데.”

앞뒤 없지만 패기로운 말임을 부정할수는 없다. 이런 면은 젊은 시절의 폰트 하이만 공작을 똑 닮았다.

반면 테이 타크란은 자신의 아버지인 다프 타크란과는 달랐다.

다프 타크란 역시 나이가 먹어 말년에는 얌전했으나 젊은 시절에는 다혈질이었다.

다만, 그 다혈질을 무마할 정도의 실력이 있었기에 공작까지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테이 타크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제국의 기사들은 분명 그 어느 기사단보다도 용맹하지만, 눈 위에서는 아닐 겁니다. 마찬가지로 제국의 군마가 그 어느 나라의 군마보다도 더 튼튼하고 빠르다지만 눈 위에서는 안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가?”

레니 하이만이 다시 말을 끊어온다. 그러자 일리안이 말했다.

“일단 들어보도록 하죠.”

순풍같은 목소리에 레니 하이만은 고개를 숙이며 일단 뒤로 물러났다. 어무리 그래도 지금은 물러나는게 맞다는 정도의 눈치는 있던 것이다.

동시에 뒤에서 여기서는 한 발 빼는 게 좋다는 조언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이 타크란이 가볍게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로 포효의 벽은 북쪽 리텐에서도 더 깊은 안쪽입니다. 거기가 리텐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의심스러운 곳이죠. 거기까지 제국의 군대가 가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며, 다른 나라의 군대가 자기네 땅 깊숙이 들어가는 것도 리텐에서 불편해할 것입니다. 게다가 거기까지 들어가면 보급 역시 리텐에 의존해야 하는데, 굳이 제국에서 보급 때문에 리텐에 빚을 하나 지는 것도 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흐음. 그러니 뒤에서 지원을 하자?”

“예. 산에서의 싸움은 리텐의 사람들이 제격입니다. 게다가 눈 위에서라면 더더욱. 이미 충분히 방비도 하고 있을 것이고 그게 먹히기에 언데드와 대치중이라고 했을 겁니다. 어쩌면 자기들끼리 막아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죠. 다만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어디까지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며, 어쨌든 군사적으로 동맹을 맺은 라인하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일 겁니다.”

“그렇군요.”

“예. 그러니 저희는 뒤에서 지원을 하면 됩니다. 군사를 끌고 가서 반대로 리텐의 군대에 보급을 지원해주는 겁니다. 식량. 무기. 말, 등등. 게다가 상대가 언데드이니 기사와 병사보다는 룬하임의 신관들과 마법사들 정도만 일부 지원해주면 될거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성전사들도 지원하면 좋을듯 하군요. 그렇게 하면 서로 불편하지도 않을테고 동맹 이후에 성과를 원하는 룬하임도 좋은 일일테니. 게다가 평소처럼 야만인도 아닌 언데드가 쳐들어 왔다는 부분이 굉장히 꺼림칙하므로, 제국의 기사와 병사는 전력을 단, 한명이라도 온전히 보전하는게 옳다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테이 타크란은 전부 말했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이 있는 귀족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잘하면 기립 박수도 쳐줄 기세였다.

동시에 젊은 귀족들도 꽤 많이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인데다가, 동시에 그 추운 북쪽으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데드라는 것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다른 나라의 일이다. 동맹이지만 그게 내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제국의 일이라면 일리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서겠지만, 거긴 멀어도 너무 멀지 않은가.

그리고 일리안이 말했다.

“다프 타크란 공작이 살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훌륭한 아들을 두고 계셨다니.”

“···감사합니다.”

“더 자세한 것들. 병력의 규모나 지원 방안은 더 의견을 나눠봐야 할 테니, 오늘 회의는 길어지겠군요. 게다가 룬하임에도 지원 요청을 해야 하니. 그럼 이번 일은 타크란 공작가에서 맡아 하도록 하세요. 회의를 통해 조율하고, 어떻게 할지 정한 뒤에 보고만 하면 됩니다.”

“예?”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말하는 일리안의 태도. 뿐만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다.

그리고 말한다.

“테이 타크란. 이쪽으로.”

“아, 옛.”

올라온다. 넓은 회의실에서 가장 높은 자리.

그리고 일리안은 테이 타크란을 잡아 자기 자리에 앉혔다.

“으히헥?”

갑자기 황제가 앉던 자리에 앉혀진 테이 타크란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용수철처럼 튕겨 오르려 했다.

하지만 일리안은 다시 눌러 그를 앉히며 말했다.

“이 자리는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이 앉는 자리지 황제가 앉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번 건은 당신에게 위임했으니 여기 앉아서 타크란 공작가의 자제다운 태도와 결과를 보여주면 좋겠군요. 회의가 어떻게 됐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는 보고하면 됩니다. 과거 두 공작이 그렇게 했듯이.”

“···.”

“그럼 이만.”

그러고 일리안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회의실에는 잠깐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하지만 아무도 높은데 앉은 테이 타크란에게 불경하다 말하지 못한다.

공주가 직접 앉혔으니까.

저기서 끌어낸다는 것은 불손한 의도를 지닌 역적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불만을 토로할 순 있어도 듣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테이 타크란은 귀까지 붉어진 얼굴로 어, 어, 하더니 조금 힘겹게 말했다.

“그, 그럼, 크흠. 외람되지만 이렇게 됐으니 일단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공주님의 말씀도 있으니, 회의를 지속하겠습니다.”

그 말에 늙은 귀족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

“예, 말씀하히죠. 아니, 하시죠. 하겐 자작님.”

그리고 하겐 자작이 말했다.

“제 영지가 리텐과 비교적 가까우며 넓으니 제 영지를 중간 거점으로 삼고 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보급로를 이어가며 그것을 지킬 병사와 기사들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예. 제국을 위해 하는 일이니 아낄 것 없지요.”

하겐 자작의 말을 시작으로 회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귀족이 손을 들고 하나둘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레니 하이만이 상당히 안 좋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 타크란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레니 하이만의 시선. 하지만 쳐다보는 게 고작일 것이다.

‘새롭게 창설된 기사단은 기마 훈련이 아니라 진흙탕 늪지에서 몬스터를 상대로 훈련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트롤에 오우거 시체가 실려나간다고 하니 일반적인 훈련과는 달라. 분명 그 이유가 있을테지.’

테이 타크란은 새롭게 창설된 드래곤 기사단에 관한 정보를 떠올렸다.

분명 뭔가 있었다. 귀족들조차 모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엘프들이 제국에 왔고 룬하임과의 동맹이 성급하게 이루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 레이튼 발렌할을 떠올렸다.

그와의 약속도 있다. 그가 최근에 제국 황실 마법사 테니어 팔커스의 마탑중 한군데를 들락거렸다는 정보도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제국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일은 귀족이라고 안전하다 볼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레니 하이만. 저 무모한 병신의 지랄에 어울려줄수 없다.

그리고 일리안 공주의 신뢰에도 답해줘야 한다.

‘이건 시험이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나도 죽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제국은 죽는자는 무능하고 살아남는 자는 우수하다는 증거.’

내가 더 우수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보인다.

그러지 못하면 뒤로 물러나 도태될 것이며, 타크란 공작가의 끝이 자신이 될 수는 없다.

전부 거머쥐거나, 혹은 죽어 묻히거나.

자신은 거머쥘 것이다. 그렇기에 테이 타크란은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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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더 나쁜 새끼 6 +21 20.09.27 9,191 319 16쪽
71 더 나쁜 새끼 5 +15 20.09.26 9,484 288 13쪽
70 더 나쁜 새끼 4 +23 20.09.25 9,953 299 11쪽
69 더 나쁜 새끼 3 +17 20.09.24 10,286 305 14쪽
68 더 나쁜 새끼 2 +15 20.09.23 11,229 339 14쪽
67 더 나쁜 새끼 1 +38 20.09.22 12,002 355 18쪽
66 뒤풀이 5 +49 20.09.20 13,413 41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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