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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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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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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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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통수의 통수의 통수 8

DUMMY

“에라이, 밥버러지 새끼들아!”

날아가는 술병.

“몇 놈이 쫓았는데 그걸 놓쳐! 너희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와장창! 하고 부서지는 가재도구. 흩날리는 서류들.

놓쳤다. 엘프를 놓쳤다. 셀턴은 그게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

“찾아! 잡아! 그렇게 못하면 너희 전부 뒤질 줄 알아!”

서슬 퍼런 명령에 다시 우르르 나가는 남자들.

그리고 셀턴은 붉어진 얼굴로 푹신한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니, 놓칠게 따로 있지 세상에 그걸 놓치다니.

물론 성질을 내긴 했지만 셀턴도 인정하는 부분은 있었다.

그 엘프. 아주 잠깐 몸놀림을 봤지만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무슨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실 같은걸 하늘에 매달고 있는 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하게 움직여도 그걸 웃돌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따라가지 않았던가.

심지어 여기는 숲도 아니고 도시다.

“병신 같은 것들.”

셀턴은 술을 따랐다. 그다음 연초를 입에 물고 불을 피워낸 뒤, 연기를 한 모금 뿜고 곧바로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이제야 속이 좀 가라앉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한잔 따른다.

갈색의 액체가 채워지고, 그걸 손으로 잡아 올리려는 그때, 그때의 그 연락책이 문을 박차고 요란하게 뛰어왔다.

“셀턴님!”

저렇게 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잡은 모양이다. 방금 부하들 모아놓고 윽박 지를 때도 추격. 아니 추적은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보니 저 면상도 반가울 때가 있다. 그러니 최대한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잡았냐?”

“놓쳤답니다!”

“에라이 씨팔놈아!”

어처구니없는 당당함에 방금 따른 술잔을 들어 집어 던진다.

“꺼져!”

들어온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가는 연락책. 아무래도 저놈은 매달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방금 따라놓은 잔을 들어 마시려는 순간, 그걸 집어 던졌다는 걸 깨달았다.

“망할.”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때, 다리에서 소름 끼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으허.”

헛숨과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아래를 보니 뱀이 바지 사이로 들어와 다리를 휘감아 오고 있다.

신호다. 지금 당장 오라는.

“······.”

셀턴은 병째 술을 들이켰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그렇게 마시고 나서야 방을 나섰고 말을 타고 저택까지 갔다.

도시는 여전히 소란스럽다. 온 사방에서 엘프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걸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몰아 도착한 저택.

“이 새끼들 봐라.”

지키는 놈이 없다. 루멘 해방군. 오갈데 없는 거지새끼들을 받아줬더니 이제는 직무태만이다.

하긴, 망한 나라의 용병 새끼들한테 기대하는 게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

대의니 뭐니.

자기네가 정의고 제국은 악이라고 내뱉는 꼴같잖은 소리 들을 듣다 보면 절로 토악질이 나왔으니까.

그러니 팔아넘겼지만.

말에서 내려 저택 안뜰로 들어간다. 변한 건 없다. 분위기는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그때, 저택 모퉁이에서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

셀턴은 입을 이죽였다.

왜 부르나 했더니 저것들이 여길 와서 들쑤시니 그런 모양이다.

그럼 그냥 자기가 죽이면 되지 왜 쳐 부른단 말인가. 마족이나 되면 저런 것들은 그냥 죽일 것이지.

남자들이 다가온다.

그 얼굴들이 가까이 오자 몇 명은 아는 얼굴들이라 셀턴은 소리를 질렀다.

“뭐야? 벅이냐? 여기는 오지 말란거 못 들었어?”

종종 귀찮은 일을 처리할 때 쓰는 자들이다.

저 멍청한 것들이 엘프를 찾다가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셀턴은 씩씩거리며 걸어갔고 다시 소리쳤다.

“대답을 해!”

그리고 남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꺽!”

복부에 꽂히는 주먹.

반으로 접히는 허리.

눌려 튀어나오는 신음.

셀턴은 순간적으로 막히는 숨과 배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눈물과 침을 찔끔, 뱉어냈다.

이걸 시작으로, 구타가 시작되었다.

‘퍼억, 퍽, 퍽, 퍽, 빠악, 빡.’

자비가 없다. 손으로 치고 찍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 무릎 꿇리고 그 위로 주먹이 쏟아진다.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만다. 다리를 올린다.

마치 어머니의 몸 안에 있던 그 시절처럼 몸을 말았다.

그러나 여기는 따스한 품이 아니다.

느껴지는 것은 차갑고 축축한 흙바닥이고 위로는 발길질이 가해진다.

“으억! 억! 컥!”

쉴새 없이 쏟아지는 발길질.

그렇게 한바탕 구타가 행해진다. 마치 땅속으로 밟아서 집어넣으려는 것처럼.

그러다가 남자 하나가 셀턴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벅이었다. 여기서 나고 여기서 자란 놈이다. 용병 행세를 하지만 제대로 된 용병도 아닌 그저 푼돈 받고 일하는 살인자.

놀라운 것은 벅의 나이가 이제 겨우 20살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벅이 말했다.

“새끼가,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버, 벅. 이 개새끼···.”

“개새끼?”

벅의 거친 손이 셀턴의 뺨을 왕복으로 경쾌하게 오간다.

짜악! 하고 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입안이 터져 곧바로 피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셀턴은 퉤, 하고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다른 놈들은 몰라도 니가 이러면 안 되지.”

그러자 벅이 말했다.

“설마, 못 먹고 못 입은 거 거둬줬으니 평생 충성해라, 뭐 그런 거 말하는 거야?”

“너···.”

“기회가 있으면 잡으라고 하던 게 너 아니었냐? 응?”

씨익, 하고 웃는 벅. 그리고 품에서 두터운 가죽 주머니를 꺼내 흔들었다.

“이게 기회지. 이 쓰레기더미에서 뒤져나가는 놈들은 전부 이것 때문에 뒤지는 거거든.”

“그건··· 이봐 벅. 누구 사주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겨우 그걸로 이런 짓을 하기에는 양이 적지 않나?”

“아니. 충분해.”

“뭐?”

“나는 이제 니놈 똥은 안 치워줄 거야, 이 개새끼야.”

퉤, 하고 뱉어낸 침이 셀턴의 얼굴에 들러붙는다.

그 모멸감에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욕을 할 수도 없고 손을 휘두를 수도 없다.

그때, 저택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와 셀턴 앞에 섰다.

눈을 돌려 바라본다. 이번에는 어떤 개새끼인지.

“······.”

그러나 마냥 개새끼라 할 수 없었다.

있어선 안 되는 얼굴.

죽어 나자빠진 놈.

그런데 왜?

왜 살아있단 말인가.

아니 시체를 봤다. 확인했다. 그런데 왜?

“간만이군 셀턴.”

그리고 셀턴의 귀에, 재수 없는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아, 인사는 필요 없네. 그냥 거기 누워있는 걸 허락하지. 나는 자비로우니까.”

그리고 셀턴은 무릎을 꿇고 절로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오, 오해입니다.”

“오해라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뭘 오해? 뭘 오해했는지 알려주겠나?”

“여, 여기에 루멘, 해방군이 있었, 습니다. 분명히!”

“여기? 아, 그렇지. 뭐 루멘 해방군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내가 오해한 게 아니야.”

“···.”

“내가 말하는 건 저번 밤에 자네가 보낸 선물 이야기야. 선물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

“무, 무슨 말씀이신지. 오, 오해 입니다! 저는 대체···.”

“그렇게 말하던 자들이 꽤 있었지. 어디보자··· 대충 셋 정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클라우드 펜드벨 공작이야.”

암살자!

셀턴은 입술을 씹었다.

암살자가 팔아 넘겼다! 그 시체도 가짜였다!

그 역겨운 창녀같은게 이따위 짓거릴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걸 어떻게 따진단 말인가.

“···모, 모릅니다! 저는 그저 여기에···.”

“말 끊지 마.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그래서 다시 말하자면··· 아니 이것도 귀찮군.”

손을 든다.

그러자 벅 패거리가 다시 달려들었다.

“다리를 분질러.”

“예!”

우렁찬 목소리로 답하는 벅. 그리고 휘둘러지는 몽둥이.

‘빠악! 빡!’

“끄아아아아아!”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게 그리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벅 패거리는 요령도 없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무식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제대로 잡아!”

‘빠악! 빠악! 콰직! 우드득!’

그리고 부러져 나간다.

“끄으아, 끄으으으으!”

억눌린 비명.

“부러뜨렸습니다.”

벅의 목소리.

하지만 아직이었다.

“다리가 아직 둘 남았는데.”

“예?”

“개새끼는 네발로 다니는 걸 모르나? 남은 다리도 부러뜨려.”

“아, 아! 예!”

말을 이해한 벅이 다시 몽둥이를 든다. 그리고 셀턴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다시 휘둘러졌다.

연거푸 울리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빠각, 하고 부러지는 소리.

“끄으어어어. 끄으으으으···.”

엄청난 충격에 기절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셀턴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이 새끼, 지렸는데요?”

“줘 패고 나니 별거 아닌데 이거?”

“병신새끼, 크크크.”

벅 패거리의 조롱. 이어 작은 웃음소리가 퍼진다.

“끌고 와.”

“예!”

부러진 양팔을 잡는다. 하지만 다시 명령이 내려진다.

“머리채를 잡고 끌고 와. 너희는 개를 끌고 올 때 다리를 잡고 끌고 다니나?”

“예? 아, 그, 그렇군요.”

무시무시한 명령. 그야말로 손속에 자비가 없는 지시.

게다가 풍기는 분위기는 셀턴, 이따위 버러지와는 비교조차 할수 없었다.

위압감이다. 사람 몇 명은 우습게 죽여본 벅 역시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게다가 약속받은 것들은 이 시궁창을 떠나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러니 붙잡는다.

뚜둑, 하고 끊어지는 머리카락. 머리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고통.

셀턴은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갔다. 끌려가는 것이다.

저택의 문을 넘는다. 지저분한 복도에서 질질 끌리고 계단에서도 거의 구르다시피 내려온다.

이윽고 지하의 먼지 쌓인 복도가 나타나고 거기서도 끌려간다.

하지만 셀턴은, 눈물과 콧물. 침. 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서도 이를 악물며 씨익, 하고 웃었다.

‘너는, 너희는 죽었다! 죽었다! 죽일테다! 벅! 이 씨발놈! 내가 내 손으로 그 목을 졸라주지, 이 빌어쳐먹을 배신자 새끼!’

지하.

지하의 끝방.

원래 노예를 가둬놓던 방이다.

거기에 마족이 있다.

이놈은 저기에 마족이 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놈! 우둔한 놈!

이제 무릎 꿇리고 살려달라 비는 걸 볼 것이다.

‘레이튼? 너도 죽여주마. 그냥 죽이기도 아깝지! 그냥은 안 죽인다! 염병할 네놈을 노예로 남창 새끼들한테 팔아주마! 평생동안 강간당하게 한 뒤에 벌어진 똥구멍으로 내장을 죄다 빼내 주겠어. 이 개새끼!’

반드시 그럴 것이다. 신께 맹세코 반드시.

그리고 복도를 지나 끝방.

부서져 나간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벅 패거리들의 멍청한 소리가 들렸다.

“어? 여자?”

“에, 엘프인가?”

벅의 손에 힘이 풀린다. 그러자 지금껏 끌려오던 셀턴은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벅과 그 패거리들이 순식간에 검게 변해 엎어지는 게 보였다.

사람이 저렇게 될 수도 있다. 길거리에서 죽은지 족히 몇 달은 된 쥐새끼 같은 형태로 그냥 스러져 죽는 것이다.

작은 비명조차 없이 순식간에.

하지만 그놈.

레이튼. 이 역겨운 귀족 새끼는 아직 살아 있었다.

셀턴은 팔을 뻗었다. 오른팔. 왼팔은 부러져 움직이지 않지만, 오른팔은 피멍이 들었을 뿐 부러지지 않았다.

그 팔 하나로 필사적으로 몸을 끌어, 자신의 주인에게 찾아가며 소리쳤다.

“저, 저놈입니다, 저놈!”

그렇게 기어 셀턴은 자신의 주인 앞에 엎드려 소리쳤다.

“저, 저놈입니다! 저놈이 절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제 일을 방해합니다!”

“흐음?”

그리고 언제나 듣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어, 셀턴은 급기야 환희에 떨었다.

고개를 돌린다. 오른팔을 뒤로 보내 삿대질을 한다.

셀턴의 눈에, 아직도 방 입구에 완전히 경직돼 움직이지 못하는 그 한심한 새끼의 꼬락서니가 보였다.

저런 꼴이라니!

“저놈! 저놈을 죽여주십시오!”

그야말로 승자의 목소리.

“죽여 달라고?”

“예!”

“정말 죽여도 되나?”

“예! 죽여주십시오!”

“어떻게 죽여줄까?”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주십시오! 아니, 제가 죽이겠습니다! 사지만 잘라 주시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놈을 기어 다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미소 지어 웃는 마족의 얼굴.

다음으로 본 것은 가슴. 수많은 여자를 안았지만, 저 정도로 완벽한 모양의 가슴은 본 적이 없다.

그 아래로,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균열이 눈 안 가득, 들어찼다.

결코 가질수 없는 그것.

저걸 한 번만 맛볼 수 있다면.

비틀어 열어 우는 소리를 한 번만 들을 수 있다면.

‘꿀꺽.’

침을 삼켰다. 절로 아랫도리가 뻣뻣해졌다.

그리고 셀턴에게, 벌을 유혹하는 듯한 끈적하고, 향이 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기어 다니게 해 주마.”

순간 따끔한 감각.

빙글, 어지럽혀지는 시야.

보이는 것은 천장이다.

“어?”

몸이 안 움직인다. 몸을 일으키려 팔을 움직이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수가 없다.

이미 다 썩어 녹아내리는 팔이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근육이 문드러지고, 힘줄이 끊어지고, 그 아래 뼈가 검게 변해 툭, 바스러진다.

“어? 으아?”

다리 역시 마찬가지다. 순간 밀려오는 공포심에 도망가려 다리를 움직였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다리가 있던 자리에는 시커먼 이물질이 섞인 무언가 길게 두줄로 늘어져 있을 뿐이다.

“으! 끄아아! 끄으아아아아!”

머리. 그리고 몸. 그것만 남았다. 비명을 지르지만 놀랍게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반사적으로 내지르는 것이다.

눈을 부릅뜬다. 보이는 것은 마족. 그리고 어느샌가 그 뒤에 선 그 개자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개자식이, 감히 손댈 수 없어 꿈에서만 봤던 그 몸을. 육체를. 살덩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으, 끄으으! 으으아아아!”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여전히 꿀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후후후. 다 잘라낸 줄 알았더니 하나가 남았군. 이렇게 볼품없을 수가.”

이어 들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보기 흉한데 얼른 처리해.”

“노예라고 하니 따라야겠지.”

순간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

녹아 사라지는 살덩이.

하지만 아직도 셀턴은 죽지 않았다.

그저 처참한 모습으로 고통을 참으려 입만 꺽! 하고 벌리고 있을 뿐.

그리고 나는, 라티스에게 말했다.

“기술이 좋군. 딱, 거기만 녹이다니.”

“그럼 죽일까?”

“아니. 어울리는 최후야.”

별거 아닌 것처럼. 마치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숨 막히는 신음을 뒤로 한 채 방을 나온다.

그리고 복도를 걸으며 라티스가 말했다.

“언제까지 만질거지?”

그리고 나는 손안 가득 들어서는 감촉을 느끼며 말했다.

“익숙해지는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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