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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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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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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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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뒤풀이 5

DUMMY

레니 하이만은 귀족들의 무리에서 반질거리는 갈색 머리를 뒤로 넘기고 활력 넘치는 미소와 함께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모여드는 귀족들.

하나하나가 쟁쟁한 가문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자들이다.

그런 가문이 알아서 모여든다.

그뿐만 아니라 말석의 이름 없는 가문은 어떻게든 와서 인사라도 한번 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게 바로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는 아래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찾아온 귀족들 전부를 맞이한다. 쟁쟁한 가문이든 별볼일 없는 가문이든 미소로 맞이하고 악수를 나눈다.

이름을 말하면 그걸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가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명성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 옆자리. 저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레니 하이만은 상석에 앉아 조용히 아래를 바라보는 일리안 공주를 바라보았다.

연회에 참석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저것조차 배려다. 여기는 승전보를 가지고 온 귀족들을 축하하기 위해 황실에서 만든 자리이며, 그렇기에 황실에서는 여기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

공을 치하하기 위해 왔으나 위에서 내려서지 않고 아래만을 조용히 바라보는 모습.

모든것의 정점에 선 자가 보여야 할 모습이다. 들판의 사자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아도 왕인 것처럼.

하지만 유일하게 하나. 왕에게 어울리지 않는게 있었다.

‘저건 분명, 레이튼이라는 놈이 바친 거라고 했던가.’

제국에서 뭔가 행사가 있을때마다 일리안 공주는 저 검을 허리춤에 차고 나왔다. 그렇기에 수많은 귀족들.

아니 모든 귀족들이 저 검의 정체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저 검은 올리버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것.

그 올리버의 솜씨라면 분명 믿을만하다. 실제로 저 검은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하며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공주가 아닌 다른 사람이 허리춤에 차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수준의 검이다.

그렇다면 검을 주문한 사람은 누구인가.

알아내는 것은 쉬웠다. 뭔가 대단한 과정 없이 곧바로 레이튼 발렌할이라는 이름이 나왔으니까.

그렇다면 공주님은 레이튼이라는 리텐 출신의 애송이가 바친 검을 아낀다는 것이다.

행사마다 다른것 대신 꼬박 꼬박 착용하고 나올 정도로.

그게 불만이었다. 아니 흠집이다.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보석에 생긴 작은 생채기.

물론 저 검 자체는 훌륭하다. 비록 평민이지만 올리버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 수많은 귀족들이 줄을 서서 검을 주문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저걸 바친놈이 문제가 된다.

“이해가 안된단 말이지.”

그렇기에 레니 하이만은 그걸 소리 내 입 밖으로 말했다.

그러자 옆의 젊은 귀족들이 묻는다.

“무엇이 이해가 안되십니까?”

그리고 레니 하이만은 그 이해 안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레이튼이라는 자, 말입니다.”

귀족들이 아는체를 한다.

“레이튼. 그자 말이군요.”

“분명 리텐에서 온.”

“듣기로는 발렌할 가문이라던데.”

다들 알면서 적당히 모르는 척.

하지만 레니 하이만은 그러지 않았다.

“공주님은 왜 그런 자를 신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호소력을 싣는다.

“레볼턴 발렌할 후작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건 레볼턴 후작이 대단한 것이지 가문만 보면, 글쎄. 공주님의 신임을 받는다는게 너무 주제넘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이 말은 그대로 레니 하이만에게도 적용할 수 있었다. 지난 전쟁때 몸을 돌보지 않고 전쟁터로 뛰어든 덕에 폰트 하이만 덕에 가문은 공작까지 오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공작. 그것 역시 이미 늙고 부상떄문에 거동도 불편한 폰트 하이만 공작의 업적이지 레니 하이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알아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귀족들이 거기에 동조한다.

“맞습니다.”

“리텐같은 작은 나라에서 온 놈이 공주님의 신임을 받다니.”

“루멘 해방군이라는 역적들을 잡을때 힘을 보탰다고 하는데, 그 수법이 꽤 잔인했다더군요.”

“어디서 듣기로는 저놈이 검에서 마나를 일으킨다는데, 분명 뭔가 이상한 수작을 썼을 겁니다.”

레니 하이만이 총대를 맸다. 그리고 귀족들은 거기에 총알을 장전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실체 없는 총알에 두들겨 맞고 있는 당사자는 저 구석에서 조용히 술이나 마시고 있다.

“뭐, 신경 쓰지들 맙시다.”

저들끼리 패놓고 이제 신경 안 쓴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무리에서 레니 하이만의 말은 가볍게 던지는 것이라도 영향력이 있었다.

연회장은 젊은 귀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원래라면 늙은 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은은한 음악 속에 정치와 관련된 음습한 대사들을 끼워 넣었겠으나 지금은 젋은 귀족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미래를 위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 자신이라고 레니 하이만은 생각했다.

아니 생각이 아니다. 자신이다.

그렇기에 아버지. 폰트 하이만 공작님의 말도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니. 내 아들아. 나는 이미 늙고 몸이 아파 결국 네가 우리 가문을 이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 가문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항상 조심하거라. 위를 바라보는 자는 발목을 낚아채는 자를 보지 못하고 위에 선 자는 아래를 보느라 등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하는 법이니. 그 대단한 타크란 가문과 펜드벨 가문도 결국 영원하지 못했다. 그러니 주변을 살피고 조심하거라. 시끄러운 자들보다 조용한 자를 경계해라. 내 말 알겠느냐.”

“예, 아버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거라. 거기서 네 적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자. 레이튼 발렌할. 그는 특히 조심하거라.”

“왜 입니까?”

“왜냐면, 공주님이 그자를 신임하기 때문이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내가 그 대단한 가문들이 아닌 공주님에게 충성하는 이유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그리 긴 대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레니 하이만은 아버지의 충고를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놈을 대체 왜 조심해야 하는지.

아무리 봐도 별거 없는 놈이다.

그렇기에 레니 하이만은 아버지의 쓸데없는 걱정을 정말 쓸데없는 걱정으로 만들기 위한 것을 준비했다. 이 최고의 장소. 최적의 자리에서 준비한 것을 준비했다.

기사 두명이 상자를 들고 오다.

나무도 아닌 하얀 돌을 통째 깎아낸 고풍스러운 상자.

레니 하이만은 묵직해 보이는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실제로도 묵직하다. 하지만 이걸 못 들어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게 뭡니까?”

귀족들의 물음에 레니 하이만은 작은 미소로만 답했다. 그리고 시선을 똑바로. 가슴을 피고, 허리를 세우고 걸어갔다.

위로.

저 위, 일리안 공주가 있는 곳으로.

황금실로 자수를 놓은 붉은 카펫. 그걸 밟으며 위로 올라간다. 황실 근위대가 막아서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근위대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니까. 그리고 곧, 자신을 위해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공주님께 드릴 선물이 있네.”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잘 포장했는데, 가능하다면 공주님이 먼저 보셨으면 한다만.”

“안됩니다.”

조금의 고민도없이 안된다고 하는 말에 슬쩍 짜증이 일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 이들이 민감한 것도 당연하다.

그때, 부드러운 순풍같은 소리가 들렸다.

“올려 보내세요.”

단 한마디. 그러자 근위 기사들은 대답대신 고개를 척! 하고 숙이며 양 옆으로 물러난다. 게단 한칸마다 배치된 기사들이 동시에 좌우로 물러나 위로 향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엄청난 시선이 느껴진다.

지금 이곳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 쟁쟁한 귀족들도 아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5개의 계단은 올라갈수 없다.

그건 황실의 피. 위대한 핏줄에게만 허락되는 장소다. 저기는 그 어떤 대단한 업적을 세우더라도 들어설수 없다.

근위 기사들이 작게 창을 내리쳐 쿵 소리를 내며 멈춰 세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엄청난 것이다.

이 계단은 계급에 따라 올라오는 높이가 정해진다. 특수한 용무가 있거나, 혹은 여러 이유를 통해 더 올라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후작직이라면 여기서 10계단은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다 올라왔다. 앞으로 남은 계단은 다섯개. 이 위치는 과거 다프 타크란과 클라우드 펜드벨.

오직 두사람만이 도달한 장소다.

그리고 레니 하이만은 거기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폰트 하이만 공작의 아들 레니···.”

“레니 하이만.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이름을 알고 계신다니!

아니, 침착하자. 당연히 아실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여기까지 들고 온 묵직한 선물을 두손으로 떠받들어 내민다.

“공주님께 바칠 선물입니다.”

그러자 근위 기사 하나가 그걸 두손으로 넘겨 받는다. 그 다음 일리안에게 물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

일리안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걸 보지 못한 레니 하이만은 자신감있게 말했다.

“제국 최고의 장인에게 특별히 주문한 검입니다. 한번 보시면 분명, 그 어느 것보다 만족하실 겁니다.”

이거다.

보석에 생긴 흠집은 치워버리자.

그런건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공주님이 그 검을 받아 한번 들어보시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등 뒤로 쏟아지는 선망의 시선. 절로 떨리는 몸.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생각과 달랐다.

“선물은 받아두죠. 이제 돌아가 연회를 즐기세요, 레니 하이만.”

고개를 든다.

그리고 옆에 놓여진 하얀 상자가 보인다.

열어본 흔적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보시라고 때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아쉽다. 안 아쉬울 리가 없다. 여기서 그걸 열어보고 허리의 그것과 비교하고 바꾸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것도 분명 배려이리라.

“예.”

레니 하이만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올라갔던 그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도착하자 귀족들이 다시 모여든다.

뭐라 말하는 귀족들.

그러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우월감이 온몸을 휩쓸고 있다.

그때,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그게 보인다.

레이튼 발렌할. 리텐에서 온 애송이가 방금 자기가 올랐던 길을 그대로 올라가고 있는걸.

심지어 빈손으로.

“뭐지?”

“선물···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다면 저길 올라갈 이유가 없다. 대체 저놈이 저길 왜 올라가는가.

게다가 의아한 점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근위대가 막아서지 않는다. 자기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다.

대체 왜 올라오는지 당연히 막아서야 한다. 그 용무가 무엇인지. 계급이 무엇인지에 따라 올라가는 높이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저놈은 그냥 올라가고 있다. 근위대가 안 막으니 그냥 올라간다.

자작. 남작. 후작. 백작. 공작.

그걸 정말 별거 없다는 듯 그냥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그 다섯 계단. 거기까지도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지도 않고 그대로 일리안 공주의 옆으로 가 선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허리를 숙여 공주의 귀에 대고 뭐라 조용히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많은 귀족들이 불편해할수밖에 없다.

대체 저게 뭐하는 짓인지 이해도 안간다.

특히, 레니 하이만의 눈에는 불이 튀겼다.

“저 불경한 놈이···.”

대체 뭐라고 저기서 저런단 말인가. 자기가 대체 뭐가 된다고.

바로 그때, 일리안 공주가 조금 굳은 얼굴로 연회장을 둘러보는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몇 귀족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귀족들 사이에서는 아주 조금이지만 그런 말들이 있었다.

레이튼 발렌할. 리텐에서 온 저놈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황실에서 처리해야할 귀족을 리텐에서 온 저 레이튼이라는 자를 휘둘러 처리한다는 말.

그런 놈이 올라가 조용히 말하자 굳은 얼굴로 장내를 돌아보는 일리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움츠리는 것이다.

물론 움츠린 귀족들 대부분은 이제 위세가 많이 떨어진 타크란 공작가. 혹은 펜드벨 공작가에 줄을 댄 귀족들이었다.

두 공작 가문이 그 위세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아직 아래에는 많은 귀족들. 특히 나이든 귀족들을 중심으로 뭉쳐 있었으니까.

두 공작의 죽음에 저 레이튼이라는 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리안 공주가 또 미소를 보였다.

굳은 얼굴로 아래를 둘러보더니 이제 또 웃는 것이다.

그러더니 일어선다. 그리고 그놈과 같이 연회장을 빠져 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레니 하이만은 더 참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와, 아래에 서 있는 근위 기사에게 물었다.

“공주님이 어딜 가시는 건가.”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다.

“아직 연회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가시는건지 모르나?”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자네···.”

“······.”

건방진 놈!

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들 소용없다. 결국 레니 하이만은 다시 자기 자리. 자기 무리로 돌아왔다.



***



지루한 회식에서 빠져나간 남녀가 갈곳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마찬가지로 지루한 연회에서 빠져나간 남녀가 갈곳도 정해져 있다.

둘이 나가 뭘 할지도 보통은 정해져 있는 법이다.

“아! 응. 앗!”

거침 없이 내뱉는 신음 소리를 들으며 허리를 더 아래로 밀어 넣는다.

푹신한 침대 시트 안으로 억지로 집어 넣으려는 것처럼.

그러다가 자세를 바꿔, 허리를 잡아 감아 올리며 뒤로 눕는다.

이제 일리안이 내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됐고 자신의 몸무게 때문에 더 깊이 들어찬다.

“으읏!”

그렇게 몇번을 했는지 모른다. 실컷 맛보고 난 뒤 자세를 바꾸고 또 바꿔가며 온몸을 탐한다.

하지만 헐떡이는 숨소리만 들려온건 아니다.

“레니, 읏. 레니 하이만 입니다. 폰트 하이만 후작의··· 앗! 아, 아들···.”

“너도 알고있지? 그놈을 중심으로 뭘 하고 있는지.”

“예. 하지만 그건, 아! 귀족들을 갈라서게 만들어서 서로 견제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아! 아읏···.”

“귀족들을 견제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일이 뭔지 잊지 마.”

“으, 읏···.”

대답 대신 허리를 젖히고 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 위에 포개지듯 풀썩 쓰러진다.

슬쩍 벌어진 입 사이에서 나오는 더운 숨결이 가슴께를 간지럽힌다.

거기에 손을 뻗는다. 입술을 슬그머니 만지고 뒤에 흐트러져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다.

그러자 일리안이 말했다.

“네인은, 만나보지 않으십니까.”

네인의 이름이 나온다.

듣기로 네인은 현재 제국의 수석 고문 기술자다. 수많은 역적 범죄자들을 고문해온 제국의 경험 많은 고문 기술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술이 좋다고 하며 이미 그 소문이 퍼져 정말 죽고자 하는 놈이 아닌 이상에야 네인의 이름만 나오면 알아서 분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곳에서 질투도 없지, 설마 다른 여자를 말할줄이야.

‘아니, 원래부터 사이는 좋았지.’

여주인공끼리의 반목은 별로 없다.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다투기는 하지만 그것도 캣파이트라고 결국 섹스어필이었다.

문자 그대로 남자 하나가 여자 여럿 끼는데 다같이 사이가 좋고 여자들 특유의 욕하나 없은 숨막히는 기싸움이 없다는 뜻이다.

“네인이 일을 잘 도와주나보지?”

“궂은 일들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한번 만나 봐야겠군.”

어차피 여기 아침까지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몸을 일으킨다.

바로 그때, 일리안이 몸을 슥, 일으키더니 양 손으로 내 머리를 잡았다.

그러더니 거침없이 입을 맞춰온다.

별로 길지는 않았다. 곧, 입술이 떨어지고 자기 혼자 부끄러운지 뒤로 멀찍히 물러난다.

그러더니 무릎을 모으고 손도 모아 몸을 좀 가리더니 말했다.

“이제, 가셔도 됩니다.”

물론 나는 겨우 입 한번 맞췄다고 머리가 팩, 도는 그런놈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면 솔직히 그냥 갈수가 없다.

이미 뻣뻣하지만 더 뻣뻣해지는 아랫도리를 느끼며 손을 뻗는다.

그리고 내던지듯 침대 위에 넘어 뜨렸다.

“꺅.”

작은 비명.

그리고 다시 울리는 신음소리는, 주인을 따라 부끄러움을 탄건지, 아까보다 많이 작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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