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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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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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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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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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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통수의 통수의 통수 6

DUMMY

“아, 하하하. 룬하임의 성전사장인가?”

그리고 가벼운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악마의 목소리.

디이나의 머리속에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여기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슬쩍 돌리고 손을 들어 가슴을 감싸 가렸다.

신성력도 바닥이다. 몸을 지킬 수단이 없다.

이런 무방비한 상황에서 그때의 기억이. 굴욕이. 치욕스러운 경험이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가린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지켜보려고.

하지만 디아나는 자신의 모습과 태도를 자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나약하다니!

“···윽.”

작은 신음과 함께 뒤로 한걸음.

그리고 무심코 옮긴 이 뒷걸음질 한번이,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성전사장이 악마를 앞에 두고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불리해도. 아무리 위험해도. 설령 사지가 찢겨 나갔다 하더라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여기서 살아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긍지라도. 명예라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몸을 가리고 뒤로 물러선 모습의 어디에 그런게 있단 말인가.

신음을 흘린 것은 그 때문이다.

레이튼. 그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눈앞의 이 악마가 그를 찢어 죽였음이 분명하다.

여기는 함정이었다. 결코, 와서는 안 되는.

‘내 실수다. 내 욕심 때문이다.’

디아나는 죽었음이 분명한 레이튼의 얼굴을 잠깐 떠올렸다. 재수 없고 기분 나쁜 인간이지만 그게 죽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구면이로군. 성녀님은 잘 계신가?”

“···.”

“그럼, 고귀하신 성녀님께 안부라도 전해주게. 그때는 실례가 많았다고, 디아나 성전사장.”

그리고 마치 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그 행동에도 디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막아서는 것도. 비켜서는 것도. 아무것도.

그때보다 더한 감정이 온몸을 사정없이 찔러왔다.

비참하다 못해 처참하다.

차라리. 차라리 저 악마가 공격했다면.

그때처럼 희롱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악마는 방 안으로 들어선 뒤다. 등을 보인 채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없다.



***



디아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 라티스를 마주했다.

그리고 라티스는 뚜렷한 경계를 보내온다.

“뭐지?”

디아나와 치고받고 싸웠지만, 몸에 상처는 없다. 대신, 바닥에 라티스와 똑같이 생긴 시체 하나와 으깨지고 짓이겨진 뱀 사체들이 온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이것만 봐도 디아나의 능력을 알 수 있다.

디아나는 적어도 라티스를 이겼다.

하지만 한번 이겼을 뿐이다.

능력이 뭔지 모르기에 당한 것이다. 쓰러뜨리면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해 힘 조절을 안 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이거다.

사실 라티스의 능력이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거긴 하지만.

그리고 나는, 라티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질문은 내가 하는 거다, 꼬마야.”

“꼬마?”

라티스는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 말하려 했으나 그만뒀다.

대신 여유를 부렸다.

“흐응?”

콧소리를 낸다. 그러자 발아래에서 뱀들이 솟구쳐 나와 서로 뭉쳐 의자 같은 형태를 만들었고, 거기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질문했다.

“이거 재밌는데? 너는···.”

그러나 말을 끝마치지 못한다.

거대한 주먹이 순식간에 라티스를 후려쳤다.

‘빠가가각! 콰직! 쿵!’

뼈가 통째 으스러지는 소리. 이어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바닥에 걸레처럼 널브러지는 사지가 뒤틀린 시체.

아니, 시체는 아니다. 저 꼬락서니가 되고서도 다시 살아날 테니까.

지금처럼.

박살이 난 시체가 벗겨진다. 마치 꽃이 활짝 펼쳐지듯 벌어지며 그 안에서 라티스가 멀쩡한 모습으로 기어 나온다.

“이게 무슨 짓이야. 아프잖···.”

‘콰지직!’

그러나 말을 끝마치지 못한다.

무게가 실린 발이 순식간에 머리를 밟아 터트려버린 것이다.

갑자기 머리가 사라지자 부들부들 경련하는 몸뚱아리. 물론 이래도 안 죽었다. 잠깐 기다리니 머리 터진 시체가 또, 활짝 열리며 그 안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이다. 이제 겨우 두 번이다. 아니, 디아나가 한 것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다.

“크, 컥!”

이번에는 기어 나오는 걸 그대로 들어 올려 손아귀 안에서 으깨버린다. 뭐라 말하려 하지만 머리와 하반신을 뺀 몸 전체가 순식간에 쥐어짠 걸레처럼 변해버리니 쩍, 하고 벌어진 입에서는 피거품이 허망하게 부글거릴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죽었다.

또 벌어지고, 그 안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또 기어 나온다.

물론 새 몸으로 바꿨다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우드득.’

‘콰직, 콰드득.’

‘빠각. 뿌직!’

전부 다른 방법. 그리고 쌓여가는 시체.

새 몸으로 바꾸고 있다지만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한참을 더 죽인다. 10번은 넘겼다. 그동안 라티스에게는 단, 한마디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체가 하나 만들어지고 새 몸으로 튀어나오는 라티스는,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

그리고 나는 웃는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재밌는데 왜 그만둬야 하지.”

분명 웃는 얼굴이다. 그러나 목소리에 감정이 없다.

“이, 미친자식. 언제까지 이 짓거릴 할 생각이야.”

“언제든 할 수 있겠지.”

“뭐라고?”

“사실 너 같은 걸 찾고 있었거든. 죽이고 죽이고 죽여도 또 죽일 수 있는 그런 거. 네 말대로 재밌는 걸 찾았군. 정말 재밌는 장난감이야.”

“···퉷.”

라티스는 바닥에 피가 조금 섞인 검은색 침을 뱉어냈다.

순식간에 맞은 몇 번의 죽음.

여기서 라티스는 판단했다.

아무래도 악마는 아닌 것 같다. 헷갈렸지만 아니다.

악마는 어둠 아래 세계의 존재다.

파괴하지만 창조하며, 공포와 기쁨을 베풀며, 거짓과 진실을 동시에 지니는 존재.

하지만 어둠 아래의 존재인 악마들은 여기, 빛 아래 땅으로 올라오면 그 힘의 대부분을 잃는다.

또한, 악마들의 순리가 반대로 뒤집힌다.

파괴는 불가능하다. 창조해야 한다.

그렇기에 흑마법사들은 악마들의 힘을 빌려 죽은 것을 되살려 창조한다.

공포 대신 기쁨을 베푼다.

그렇기에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채워준다.

거짓 대신 진실을 말한다.

그렇기에 악마들은 불길한 미래를 예언한다.

악마는 강대한 존재다. 무한한 폭력을 휘두르고 공포를 뿌리며 거짓으로 모든 것을 기만한다.

그러나 그것은 저 아래의 이야기.

이곳에서 악마는 그럴수 없다. 그게 법칙이니까.

하지만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이놈이 마족이라는 뜻이다.

“나랑 같은 마족인거 같은데.”

라티스는 말을 걸었다고 또 죽이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강자의 여유다.

“질문은 내가 하는 거라 하지 않았나? 내가 널 몰렉, 그놈처럼 처리하지 않고 살려두는 이유를 모르나?”

“뭐?”

몰렉. 이놈도 충분히 이용할 만 하다.

물론 죽은 놈이지만 그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응을 끌어올 수 있다.

“몰렉을 처리한 게 너라고?”

여기서 굳이 모양 빠지게 답해줄 필요는 없다. 이미 죽은 놈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투로.

“몰렉 그놈은 제국에서 황태자 노릇을 하고 있었지. 베린. 그년은 엘프들의 땅에서 죽은자들의 군대를 모으고 있고. 하딘은 어떻지? 내가 알기로 지금쯤 북쪽 수인들을 규합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

“테티스에 바일. 아무래도 테티스는 유폐되고 바일이 마족들을 하나로 모았겠지.”

여유롭게 말한다.

“설마 아니라고 할 텐가?”

라티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다음 말했다.

“악마··· 인가.”

예언.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보고 말하는, 오직 진실을 말하는 악마들의 불길한 예언.

강대한 악마다. 이곳에서 악마들은 힘의 제약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강하다면, 저 아래에서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니, 법칙조차 무시할 정도로 강하다. 실제로 파괴를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아무 거리낌 없이 생명을 거둔다.

즐겁다는 듯.

실제로 재밌다고 말하지 않던가.

라티스는, 하아, 하고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테티스는, 아직까지는 유폐되지 않았어.”

“···.”

“그리고 바일. 나는 바일을 섬기지 않아. 아직, 놈은 테티스와 싸우는 중이니까. 베린. 그리고 하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바일의 상황을 본다면, 당신의 말은 진실이자 정답이야.”

라티스는 진실을 말했다.

악마가 상대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 놈은 예언했고 자신의 말이 맞음을 말하고 있다.

뭘 원해서 여기 온 것인지 모르지만, 더 심기를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라티스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어?’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머리속은 혼란에 빠졌다.

분명 들었다.

테티스는 아직 유폐되지 않았으며, 자기는 바일을 섬기지 않는다고 한다. 베린과 하딘 역시.

‘아니, 개소리죠 시팔.’

거짓말이다.

내가 아는 게 있는데.

아무리 술마시며 봤다지만 그래도 잊을 게 있고 안 잊을 게 따로 있지 이건 확실히 기억한다.

바일. 이 재수없는 이름이 바로 마왕이라는 놈이다.

내 목적은 이놈을 죽이는 거다. 이걸 잡아 족치면 그때부터 두 다리 쭉 펴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바일의 부하는 넷이다.

몰렉.

뒤진 놈은 패스하자.

베린.

엘프 관련 스토리에 나오는 마족으로, 엘프들의 갈등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고 뒤에서 언데드 군단을 모으고 있다.

하딘.

북쪽 수인들을 규합하는 중이다. 여기 사람들이 야만인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들 맞다.

라티스.

최대 걸림돌인 룬하임에 고대 악마를 풀어놓는 마족이다. 이후에 주인공 파티를 따라다니며 방해를 하거나 전쟁에 변수가 될 요소들을 조사하고 다니는, 문자 그대로 뱀 같은 마족이다.

물론 라티스의 경우 스토리가 꼬여서 내 눈앞에 있지만.

테티스.

마족 여주인공.

라티스의 자매로 이쪽이 위. 즉, 언니다.

아주 강대한 마족으로 바일에게 패배해 모든걸 잃고 유폐되는데 그걸 주인공이 구해준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라티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테티스는 아직 바일과 싸우고 있다. 유폐되지 않았다.

자기는 바일을 섬기지 않는다. 베린. 하딘 둘다 마찬가지다.

그러니 거짓말일 수밖에.

“좋아, 그렇단 말이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거짓부렁을 친다.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한 듯 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안 통한다. 소설에서 신성력에 둘러싸여 엄청난 고통과 함께 봉인되는 그 순간에도 우린 또 만날 거라며 눈웃음을 치던 독한 년이다.

여기서 또 신나게 죽여봐야 소용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사로잡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면?

사실 라티스에 대해서는 대단하게 아는 게 없다.

일단 라티스는 여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냥 흔하게 나오는 눈요깃거리 섹시한 여성 캐릭터. 악역에 어울리는 최후를 맞이했고 그게 전부다.

다만 밋밋하게 소비되는 역은 아니다. 죽여도 죽여도 다시 나타나는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해치웠나? 같은 년이다.

추가로 여자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여자를 줄줄이 끌고 다니는 소설의 주인공을 시기하기도 한다.

이런 거의 입에서 죽이는 것 이상의 폭력을 휘둘러 진실을 나오게 하려면?

“···.”

라티스를 바라본다.

몸에 입고 있던 빨간색의 끈인지 옷인지 뭔지 모를 옷은 저기 첫 번째 시체에 걸려있다.

그러니 알몸이다. 아주 당당하게 드러내 놓고 있으며 거기에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계속 새 몸으로 바꾸면서 몸에는 뭔가 오일 발라놓은 듯한 미끈한 점액의, 아무튼 그런게 발라져 있다.

시선을 둔다.

먼저 얼굴.

날카로운 눈매와 붉은 눈동자. 아래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에는 미미하게 보라색 빛이 맴돈다.

그다음으로 목선을 따라 내려가 양쪽 가슴을 바라본다.

물방울 모양의 가슴. 일단 오른쪽에 점이 하나 눈에 띈다.

그 아래, 아주 살짝 두드러져 보이는 복근과 들어간 허리.

네인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로 넓은 골반. 그 아래로 쭈욱 뻗어 나간 다리.

단단하지만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와 그 사이로 보이는 틈. 조금 튀어나온 아랫배에 새겨진 검은색의 복잡한 문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옅은 갈색의 피부와 잘 어우러진다.

이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역순으로 그대로 훑어 본다.

마치 모범생이 복습을 하듯 구석 구석.

안 좋은 버릇이지만 이런 버릇도 지금은 도움이 된다.

“음···.”

그리고 이건 나도 모르게 흘린 거다.

아니, 이 정도 반응이면 아주 얌전한 절제된 반응이다.

설마하니, 거기에 원래 있어야 할 것 대신 문신이 자리 잡고 있을 줄이야.

아니, 처음 보는 건 아니다. 모델을 사귈 때에도 봤으니까. 브라질리언 왁싱, 뭐 그걸 하고 왔다는데 그때에는 진짜 피가 쏠리다 못해 터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성욕에 지배되어 일을 그르치는 머저리가 아니다.

머리속에 떠오른 방법은 지극히 이성적이다. 분명히 그렇다.

죽인다고 협박해도 말을 안 듣는 년이다.

실제로 죽여도 소용없다.

루멘 해방군을 잡을 때처럼 친구와 동료와 그 가족들을 데라고 놓고 협박할 수도 없다.

그러면 이제 하나 남았다.

“뭐야, 그 눈은.”

라티스는 자신의 몸을 향하는 정신 나간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당당한 자세다.

“거짓말을 하는군.”

“뭐?”

그리고 나는 앞으로 성큼 걸어간다. 그러자 라티스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봤다. 아래에서 솟아오른,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그걸.

이 정신나간 사이즈. 내 거지만, 내가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이건 능력이 아니다.

마기를 일으켰고 몸집이 커졌다. 키는 2M를 가볍게 넘어 3M 더 위다.

거기에 키만 큰 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근육이 붙었다.

전부 커졌다.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근육이다.

흡사 짐승과도 비슷한 근섬유들이 피부라기보다는 가죽에 가까운 시커먼 것들 아래에서 힘줄과 함께 꿈틀거린다.

그러니 이건 이상한 게 아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라티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무서울 정도로 솟구친 그것.

“아?”

보고도 믿기 어렵다는 비명과 의문이 섞인 이상한 목소리.

하지만 나는 이미 바로 코앞까지 와 있다. 덩치가 크니 몇 걸음 안 때도 바로 지근거리다.

배 전체. 배꼽 위를 넘어 밑가슴까지 닿아오는 그 후끈한 열기와 딱딱한 살점의 감촉. 고동치는 맥박.

이래도 라티스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들어 묘한 미소와 함께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나는 손을 뻗어 검은 머리칼을 슬그머니 틀어쥐고 뒤로 젖히며 말했다.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뭘.”

“내가 아는 것과,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다르지 않길 빌지.”

“···.”

“그럼 다시 묻겠는데, 라티스. 북쪽 끝, 검은 대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질문.

그리고 라티스는 고정된 목 대신 눈만 슬쩍 내려 아직도 자신의 배에 닿아있는 그걸 내려다보았다.

몇 초 정도. 그리고 눈을 들어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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