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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77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28 00:42
조회
34
추천
3
글자
7쪽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DUMMY

길리안은 다리 건너에서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듯이 달려오는 금빛 머리카락의 남자를 보고선 기사란 것을 알아챈 길리안은 크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 여기에요!”


기사는 쌩하니 달려와 길리안의 앞에 멈춰 섰다.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호흡 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에 길리안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손을 내렸다.


‘뭔가 개를 부르는 느낌인데.’


길리안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기사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기다려 주셨군요!”


“아, 뭐. 조금만 있다가 갈 생각이었어요.”


길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폰을 끌어내기 전, 병사들의 사이를 섬광같이 내달리던 기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폰이 기사에게 이끌려 싸우기 시작할 즈음부터는 관문 밖으로 내뺀 탓에 보질 못했지만, 무사히 도망쳐 나온데다가 쫓아오는 이도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폰을 쓰러뜨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폰을 쓰러뜨려? 검 한 자루로?’


길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사의 손에 들린 검을 보았다.


“응? 그거 왜 그렇게 너덜너덜해요?”


길리안의 물음에 기사는 의아한 눈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때를 맞추듯 검 자루에서 툭, 부러져 내리는 검 날에 기사의 낯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가히 절규라고 할 만한 비명에 길리안과 쟝은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기사는 떨어진 날을 차마 집어 들지 못하고 멀리에서 손만 뻗으며 더듬거리다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길리안은 귀를 막고 선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날을 매만지려는 기사를 보며 짧게 혀를 찼다.


“쯧, 누가 보면 사람이라도 죽은 줄 알겠네.”


길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너덜너덜해진 검 날을 주워들며 쟝을 올려보며 말했다.


“강하에 대장간 있지?”


“네. 국경에선 가장 큰 도시니까.. 몇 개정도는 있지요.”


들었죠? 하듯 바라보는 길리안의 표정에 기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검을 가리키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렸다. 길리안은 귀찮다는 듯 날을 바라보다 기사에게 건네주곤 하류로 향했다.


어버버하며 날을 받아들곤 그래도 따라오기는 하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어쩌면 저쪽이 좀 조용해서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류를 따라 얼마정도 걸어가자 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왕국의 근처, 5대국 중 하나인 계국에서 발원한 녹하는 왕국과 대장벽 사이를 크게 휘돌아 이곳에서 마지막 물결을 토해내었다.


에메랄드같이 아름다운 녹색의 강은 강하에 이르러선 관도와 같은 거대한 삼각주 도시를 품을 정도로 넓고 장대해졌다. 강 건너의 나무가 마치 가라앉아있는 듯 보일 정도로 커다란 강은 그 나무조차 없었으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의 규모였다.


“르네가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네.”


그 정도로 넓은 강이니 만큼 관도를 지나지 않고 강을 건너려면 반드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배가 필요했다. 하류의 모래톱을 밟으며 얼마간 걸어가던 길리안은 문 듯 저 멀리 뱃전에 앉아 있는 녹하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를 보곤 빙긋 미소를 지었다.


“르네!”


길리안의 목소리에 근심어린 얼굴로 뱃전에 앉아있던 여자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겨를에 휘청거리는 배에서 잠시 비틀 거린 여자는 날렵하게 배에서 뛰어내리더니 길리안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길리안!”


활짝 웃으며 안기는 르네를 마주 안아준 길리안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려다 금세 몸을 쏙 빼고 쟝을 끌어안는 르네의 모습에 쳇, 하고 혀를 차며 배로 향했다.


“쟝!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르.. 르네도..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볼을 붉히며 서둘러 떨어지는 쟝의 모습에 르네는 장난스레 웃으며 그의 팔을 툭, 치곤 가장 뒤에서 시무룩한 얼굴로 따라오는 기사에게 달려갔다. 르네는 그의 주변에서 잠시 기웃 거리다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한 듯 엉망이 된 검 날을 쓸어 만지며 중얼거리는 기사의 앞으로 얼굴을 쑥 내밀며 말했다.


“로크, 로크도 무사했군요?”


“네? 아, 네, 넷! 무, 무사했지요!”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 르네의 행동에 기사는 화들짝 놀라 물러나며 말했다. 뱃전에 도착한 길리안은 배 안을 둘러보다 기사의 행동이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르네를 불렀다.


“르네! 아이들은?”


“아, 벌써 강하에 데려다 줬어!”


그렇게 답하며 다시금 길리안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르네의 모습에 기사는 휴,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얼굴이 붉어져 있는 쟝을 바라보았다. 마치 안겼던 곳의 감촉을 확인 하듯 몸을 더듬거리고 있는 쟝의 모습에 기사는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끼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저 치도 여자하곤 인연이 없는 쪽의 인간이군.’


친밀감을 느끼곤 쟝을 부르려던 기사는 문 듯 자신이 그렇게 사교적이지 못한 인간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냥 평범하게 말을 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렇게 친밀감을 드러내는 대화 같은 것은 영 어색했다.


“저, 저기.. 쟝.”


“아, 네, 네?”


기사의 부름에 흠칫 놀라 손을 얼른 떼며 대답하는 쟝을 향해 기사는 슬쩍 주먹을 쥐어 들어올렸다.


“저어.. 그, 화이팅하죠, 우리.”


기사의 말에 쟝은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은 기사에게 같이 주먹을 쥐어 들어올렸다. 기사는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다가 햇빛에 비춰져 드러난 그의 울끈 불끈한 근육의 그림자에 멈칫했다.


‘음? 앗!’


그 그림자가 언뜻 보면 가냘픈 여성의 옆모습 같은 것을 발견한 기사는 지난번의 실루엣의 비밀을 깨닫고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리며 배로 향했다.


배에 구멍 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배를 살펴본 길리안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배에 올라 노를 쥐었다. 르네가 폴짝 배에 오르고, 기사와 쟝이 서로를 밀고 당겨주며 배에 오른 것을 확인 한 길리안은 노 하나를 기사에게 휙 던져 주었다.


“로크, 일단 우리가 먼저 저읍시다.”


“아? 아. 네, 네.”


갑자기 날아온 노를 허둥지둥 받아낸 기사는 가까스로 노를 잡고는 길리안의 옆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르네, 물길을 좀 봐줘.”


“좋아, 맡겨만 주시죠!”


길리안의 말에 르네는 힘차게 대답하곤 뱃머리에 섰다. 원래 노를 젓는 역할이었던 쟝은 혼자만 할 일이 없이 덩그러니 남자 길리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길리안은 아련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는 쟝을 애써 무시하곤 천천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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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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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8 2 13쪽
»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5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2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6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50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8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2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5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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