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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54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3 10:00
조회
93
추천
3
글자
7쪽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DUMMY

“이봐. 나올 거면 얼른 나오라고.”


조심스레 실루엣을 향해 입을 연 기사는 철창 너머의 가상의 레이디가 내뱉는 딱딱하고 굵직한 목소리에 고민에서 해방되어 평안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곤 감방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도 가상의 레이디는 기사가 굳이 지켜줘야 할 정도로 연약한 사람이 아닌 듯했다.


곧이어 화륵하는 소리와 함께 횃불에 불이 붙고, 기사는 갑작스런 불빛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가상의 레이디의 모습을 확인했다.


‘으, 응? 내 눈, 어딘가 잘 못된 거 아냐?’


기사가 본 가냘픈 실루엣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구릿빛 근육의 거구가 보이자 기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목소리가 걸걸한, 선이 가는 남자 같은 게 아닐까.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렇게 생각했던 기사는 선이 두 배는 굵어진 듯한 남자의 모습에 시신경은 물론 뇌에도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근육의 어딘가가 가냘픈 것이었던가를 탐구하듯 근육을 빤히 바라보며 입구를 막고 서있는 기사의 등을 툭, 치며 고슴도치 수염의 남자가 빠져 나오자, 횃불을 들고 있던 갈색 머리의 활달한 인상의 여자가 철창 너머를 확인하듯 기웃거렸다.


“아, 이게 끝인가 보네. 반가워요, 옆방 아저씨들. 나는 르네. 그 쪽의 덩치는 쟝이고, 이쪽의 그나마 멀끔하게 생긴 쪽이 길리안. 우리 리더에요.”


르네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의 말에 따라 구릿빛의 거구와 반다나를 두른 호남형의 남자가 연이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기사는 그제야 울끈거리는 근육에서 시선을 거두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반갑.. 음? 잠깐.”


기사는 인사를 하다 말곤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길리안이라 소개된 호남형의 남자 손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길리안은 자신의 손으로 기사의 열렬한 시선이 부딪혀오자 움찔 놀라 검을 숨기듯 팔로 가리곤 쟝과 르네를 바라보았다.


‘이거, 줘야하나?’


속닥이며 길리안이 묻자, 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도 호신용으로 필요하겠지.’


‘우리야 뭐 마법도 있으니까요.’


쟝의 의견에 르네 또한 호응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말에 길리안은 고민하듯 기사와 검을 번갈아 보다 표정을 바꿔 하하, 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이거? 하하, 물론 그 쪽에도 한 자루 줘야지.”


“하아! 하아! 검! 주세요!”


길리안의 말에 기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들 듯 손을 뻗었다. 며칠 굶긴 개가 음식냄새를 맡고 뛰쳐나오듯 격렬한 기세에 길리안은 질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고슴도치 수염을 한 남자는 기사의 격렬한 반응에 서둘러 고삐를 잡듯 기사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기사는 목이 걸린 듯 켁, 하고 멈춰섰다가 고슴도치 수염을 한 남자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듯 천천히 돌려지는 기사의 얼굴에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던 고슴도치 수염의 남자는 생각보다 유순한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사의 표정에 천천히 팔을 풀었다.


“저.. 일단은 제가 기사니까..요..?”


기사가 내뱉은 말에 고슴도치 수염의 남자는 선뜻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의문에 찬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머뭇거리며 자신과 검을 번갈아 보는 기사의 모습에, 고슴도치 수염은 기사의 의도를 알아채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놓았다.


“응? 아, 물론. 물론이지. 가져가시오. 상대가 귀신이 아니라면 나 같은 범부보다야 낫겠지.”


제법 뼈가 있는 남자의 말에 기사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천천히 길리안에게 다가갔다. 조금 얌전해진 모습에 안심한 길리안은 검 자루를 기사 쪽으로 내밀었다.


“아, 그러고보니, 그 쪽들도 소개를 좀 해주시지.”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애매한 길리안의 말투에 고슴도치 수염의 남자는 눈썹을 조금 꿈틀거렸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들을 감옥에서 구해준 사람이고, 동시에 서로 통성명은 하고 넘어가는 편이 여러모로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결론 끝에 고슴도치 수염의 남자는 길리안의 말투에 딴지를 넣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툭,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저 아래 쪽에서 주막 일을 하고 있는 오닉이라 하오. 이 쪽은.. 일단 기사 나으리라고 부르곤 있는데..”


“아, 저는 그냥.. 어.. 로크? 아, 로크라고 불러주세요.”


오닉이 소개를 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던 기사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급조한 듯한 이름을 대었다. 그 모습에 길리안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기사를 바라보며 손을 거두자, 기사는 눈을 슬쩍 피하며 검을 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르네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길리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이름을 숨기는 것은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이렇게 어설픈 모습만을 연속해서 보여주자 의심을 하는 것이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음.. 뭐, 이렇게 대놓고 의심스러우니까 오히려 의심하기가 어렵네. 자, 여기 받아요.”


“하아! 하아! 에, 에스폴리크!”


의미 불명의 이름을 외치며 검을 핥듯이 만지기 시작하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질린 표정으로 서둘러 검에서 손을 떼었다. 기사는 검을 받자마자 검날을 살펴보는가 싶더니 검등을 쓸어 만지고, 자루와 검막이에 볼을 부비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검을 애인처럼 사랑한다고 호언하는 무인이야 제법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로 애인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변태처럼 구는 사람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길리안은 혐오에 가까운 감정마저 느끼며 기사에게서 몇 걸음은 넘게 떨어져 서며 오닉에게 말을 걸었다.


“워, 원래 저런 사람인가요?”


그 말에 오닉은 길리안처럼 기가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쪽도 어제 처음 본거라 잘 모르겠소.”


“아.. 그러시군요..”


길리안은 두 자루뿐인 검 중 한 자루를 기사에게 넘긴 게 잘한 짓일까 고민하는 얼굴로 기사를 바라보다 문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쟝의 손길에 상황을 깨닫곤 마음을 다잡았다.


“아, 크흠. 어쨌건 서둘러 빠져나갑시다. 이런 산채에 오래 있어봤자 득될 건 없으니까. 르네, 애들은 챙겼지?”


“물론이죠. 애초에 얘들이 목적이었잖아요?”


르네는 어느 사이엔가 구출한 아이들을 슬쩍 보여줬다.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아이들의 불안한 눈은 주로 기사를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길이 닿는 곳을 흘끗 바라본 길리안은, 마찬가지로 불안한 표정이 되어 보기 싫지만 억지로 봐야하는 혐오영상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기사를 흘끗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이 매끈매끈한 검면.. 최고야..”


검면에 볼을 부비며 인간 이외의 것을 향한 페티시즘을 거침없이 돌출시키고 있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역시나 보지 않을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눈을 가리곤 서둘러 동굴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서.. 서둘러 가자.”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5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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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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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6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6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0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6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2 2 8쪽
»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4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38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2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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