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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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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3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26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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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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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동문으로 가야겠죠.”


빚이 바랜 것들뿐이었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마을사람처럼 보이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길리안은 기사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나온 쟝은 맞는 옷이 없어 커튼 같은 것을 몸에 둘렀을 뿐이었지만, 커튼 같은 것이라도 두르고 나니 그럭저럭 로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도시에서는 변장이 큰 의미가 없겠지만, 도시를 탈출하고 나면 이 변장들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 사람 모두 도시를 탈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법 낙관적이었다. 때문에 벌써부터 각자 마음속으로 도시를 탈출한 이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길리안은 먼저 도망친 르네의 일을, 기사는 자신 나름의 일을 생각하며 생긴 정적을 깬 것은 여관 주인이었다. 끄응.. 하고 목을 붙잡으며 고개를 드는 여관 주인의 모습에 다들 시간을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아,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하늘을 흘끗 보며 길리안이 중얼거렸다. 아직 아침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일단 얼른 가볼까요. 제가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앞장서겠습니다.”


기사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문으로 향하는 도중 길리안이 대장간이 있는 것을 떠올리곤 들러볼 것을 제안했지만, 대장간은 굳게 문이 잠겨있어 결국 무기를 가진 것은 기사뿐 채로 동문에 도착했다.


“응?”


동문에 도착한 길리안은 건물의 그림자 아래에 숨어 동문을 살펴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기다리고 있는 병사는 그리 많진 않았지만 폰이 한 대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모여 있는 병사들은 전부 그들이 오리란 것을 알고 있는 듯이 창끝을 도시 안쪽으로 겨눈 채였다.


“로크, 폰이 있는데요. 게다가 왠진 모르겠는데 전부 도시 안쪽을 경계하고 있어요.”


길리안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기사에겐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설마 정말로 대기하고 있을 줄이야 몰랐지만 어쨌거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그였다.


“그거라면, 제가 당신들을 구하러 가겠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뛰쳐나와서가 아닐까 싶네요.”


기사의 말에 길리안은 어이없다는 듯 기사를 바라보았다. 기사가 경비대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야 알았지만, 굳이 범죄를 저지르겠단 걸 표출하면서 뛰쳐나올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아.. 그러니까 저게.. 당신 때문이시다.”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기사를 바라보는 길리안의 말에 기사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길리안은 여기서는 그런 표정을 지을 때가 아니지!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가지고 채근해봤자 였다.


“으음..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한숨을 푹 내쉬는 길리안을 보며 문 듯 기사가 묘책을 생각한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래. 뭔가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얼굴로 길리안이 물었다. 기사는 그러자 씨익 웃으며 검을 들고 건물 그림자 밖으로 튀어나갔다.


“엇, 어이!”


길리안은 기사를 제지하기 위해 건물의 그림자 밖으로 나서려다 알베르트의 폰이 기사를 발견한 듯 움직이는 것을 보곤 이마를 짚었다.


“저.. 저 바보.. 대체 어쩔 셈이야?”


길리안은 기사가 폰의 손에 짓눌러 피곤죽이 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성인이 팔을 벌려 안아도 다 잡지 못할 정도로 두터운 나무가 설탕공예품처럼 부서지는 것을 보았건만.


기사는 그런 길리안을 보며 ‘내가 시선을 끌테니 당신은 그 사이 빠져나가라.’ 라는 몸짓을 보냈다. 길리안은 기사의 몸짓을 이해하지하지 못했지만 이미 기사를 버림돌로 쓰고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의 의사가 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길리안이 쟝과 함께 건물의 반대편으로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보곤 기사는 자신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달빛에 새하얗게 물들이며 알베르트의 앞에 멈춰 섰다. 병사들은 기사를 경계하듯 창을 겨누었지만 먼저 공격해오지는 않았다. 무언가 언질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알베르트의 폰은 그 거체로 관문을 빽빽하게 막고 서있었다. 넉넉하게 퍼져있는 두터운 강철의 몸은 폰으로도 문을 대신 할 수 있을 듯 했다. 기사는 틈을 찾듯 폰의 어깨 너머를 흘끗거리다 가볍게 혀를 차며 알베르트를 바라보았다.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방어는 단단했다.


“음.. 저기. 지금 나갈 수 없을까요?”


기사는 뻣뻣한 자세로 아무것도 모르는 제국인인 척 연기를 하며 물었다. 워낙 어색한 연기 탓에 병사들의 눈총만이 쏟아지자, 기사는 안 통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알베르트는 그런 기사를 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리고 오신 노예는 어디에 숨겨 두셨습니까?”


노예를 데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에 기사는 발뺌을 해보려 하다, 이미 범죄자 취급을 하며 노려보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에 더 발뺌을 해봤자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기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게.. 후.. 그건 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걸 여쭤보죠.”


“물어보시죠.”


포기한 듯 선선히 기사가 말하자 알베르트는 지체하지 않고 물음을 던졌다.


“그 노예는 뭘 하는 자입니까. 그리고 경께서는.. 제국은 그 노예에게 뭘 원하고 있지요?”


알베르트의 말에 기사는 눈썹을 꿈틀하며 알베르트를 바라보았다. 경이란 것은 기사임을 알고 있는 듯한 말이 아닌가. 분명 그 이전까지는 단순한 제국인의 취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알베르트의 호칭의 변화는 예사롭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일입니다.”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폰의 안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터였다. 알베르트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조금 더 깊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경께서 빠져 나가신 뒤,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자료를 조금 살펴봤습니다. 그 노예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분은 왕실 외척에 연줄이 닿아 있는 분이시더군요. 그리고 그 노예는, 그 노예도 기록이 기묘합니다. 그 노예는 한번 노예기록이 말소되었습니다. 그 뒤로 수년간 노예였던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수일 전에, 갑작스레 노예 기록이 생겼더란 말입니다.”


알베르트는 대꾸를 하지 않는 기사를 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했다.


“그 산적들도, 오늘의 소탕 작전도 마찬가지로 이상한 것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노예의 노예 기록이 생긴 것과 동시에 소탕 작전이 발의되었고, 그간 뇌물이라도 먹은 듯 그 산적한테 무른 태도를 보이던 상부에서 소탕 작전이 승인 되었습니다.”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곤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기사의 표정에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기사는 무언가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노예의 노예기록이 생성된 날, 그러니까 소탕작전이 발의된 날이 선왕의 서거일에서 불과 며칠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이게 우연이겠습니까?”


알베르트는 떠보듯 말했다. 기사는 그 말에 어깨를 움츠리고는 작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회백 빛의 검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알베르트는 그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손짓으로 경비대원들에게 응전 준비를 시켰다. 정비가 잘 된 폰의 손등에 내장된 칼날 또한 스릉, 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뽑아져 나왔다.


“에, 에스폴..”


기사는 뽑아져 나온 칼날을 보고는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보듯 화색을 지었지만,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있는지 헛기침을 하며 알베르트를 바라보았다.


“흠, 흠.. 어.. 그러니까. 대장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선왕께서 서거하신 것과 더불어, 왕실 내에서 무언가 음모가 시작되었다? 그런 말이시군요?”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기사는 그것을 동의의 뜻으로 해석했다. 그리곤 머리를 긁적여 자신의 금빛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제국이.. 그러니까 제가 연관되어있다..”


흠흠. 기사는 추리를 정리하듯 턱을 쓸어 만지며 고개를 끄덕이다, 손가락을 탁, 튕기며 알베르트를 가리켰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것 같은 오해로군요!”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여유로운 기사의 태도에 알베르트는 고개를 흔들며 기사에게 다가섰다. 제국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전부터 제국이 이 왕국을 호시탐탐 노려온 것은 사실이었다.


왕국은 제국에게 있어 남부대륙 진출의 교두보였다. 왕국을 둘러싼 5대국이 없었다면, 제국은 다소의 희생 따위는 무시하고 왕국을 어떤 수단을 써서든 집어삼켜 버렸을 터였다.


“그렇다면 기사께서는 어째서 그를 위해 뛰쳐나가신 겁니까?”


“그건, 제가 그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단순 명료한 이야기로 알베르트의 억측을 막아섰다.


“산채를 탈출할 때, 그가 없었더라면 저는 빠져나오지 못했을 테죠. 그 덕분에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이니 그 보답을 하려 한 것뿐입니다.”


“그가 그저 노예일 뿐인 데도, 제국의 기사라는 분께서 굳이 범법을 해서라도 탈출을 도우려하셨다..”


기사의 답은 알베르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국과 왕국의 노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죄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보답을 한다고? 지나치지 않은가. 변명은 되지만, 그저 그런 변명일 뿐이란 것을 알베르트는 직감하고 있었다.


“흠. 좋습니다. 그렇다면 원하시는 대로. 감옥에서 조금 더 천천히 조사해 보도록 하죠.”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왕국법을 우습게 아는 이 범법자를 연행해라!”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4/27일,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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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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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8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2 3 10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6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1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5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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