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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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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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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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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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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알베르트의 명령에 창날을 겨눠진 병사들의 창끝을 기사는 뒤쪽으로 껑충 뛰어 피했다.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알베르트와 병사들의 이목은 기사에게로 집중되었다.


기사가 거리를 벌리자 알베르트는 병사들과 함께 포위망을 만들 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사는 조금씩 조금씩 관문에서 멀어지며 알베르트를 유도했다. 그 사이 길리안은 관문 근처의 건물까지 와있었다.


‘좋아, 길리안이 빠져나가면 나도 도망쳐야겠다.’


알베르트는 찔끔찔끔 물러서기만 하는 기사의 모습에 문 듯 걸음을 멈춰 섰다. 마치 유인하듯 관문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는 모습이 알베르트와 병사들을 관문에서 떨어뜨리려는 것만 같았다.


“멈춰라!”


알베르트의 명령에 기사에게 다가서던 병사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시야가 좁은 폰으로는 주변을 살피는 것이 원활하지 못했기에 알베르트는 옆쪽에 서있는 부관에게 손짓을 해 다가오게 했다.


“주변에 숨어있는 자가 없는지 살펴보게.”


알베르트의 명에 따라 물러선 부관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기사는 자신의 생각이 간파되었음을 알아챘다. 아직 관문에서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기사는 다음 방법을 실행해야만 했다.


‘계속 물러나기만 하면 바보가 아닌 한은 알아채지, 그래.’


기사는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검을 단단히 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은 전투를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길리안도, 쟝도 무기가 없었기에 병사들이 한명이라도 빠져나가선 안 되었다. 기사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투명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아니, 금발의 기사가 울부짖었다. 갑작스레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지르는 기사의 목소리에 병사들과 부관, 알베르트의 시선이 일제히 기사에게로 쏠렸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기사는 자신을 향해 겨눠진 창 중 하나를 다리를 크게 들어 올려 짓밟았다. 기사의 다릿심이 얼마나 강한지 일격에 창대가 부러지며 창을 들고 있던 병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아악!”


창대에 찍힌 손을 싸매며 비명을 지르는 병사의 모습에 다른 병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기사를 향해 창을 찔렀지만 창들은 헛되이 허공을 향해 내질러졌을 뿐이었다. 사라진 것처럼 모습을 감춘 기사를 찾아보기 위해 병사들이 눈을 돌렸을 때는 회백 빛의 섬광이 다음 병사의 몸통에 내질러진 뒤였다.


“크헉!”


복부 깊숙이 칼자루가 박힌 병사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만약 내질러진 것이 자루가 아닌 칼날이었다면 병사는 이미 유명을 달리했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자 병사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어디, 어디냐!”


병사들의 창날이 기사의 흔적을 더듬으며 허공을 헤매는 동안에도 기사는 병사들 사이를 헤집으며 한명 한명을 착실히 쓰러뜨려갔다. 한 번의 섬광이 지나면 한명의 병사가 쓰러졌다. 알베르트는 병사들이 막아선 탓에 쉬이 접근 하지 못하고 뒤에서 이 광경을 눈으로 좇고만 있었다.


‘마치 번개라도 내리치는 듯한 움직임이잖은가..’


눈으로 쫓는 것조차 힘든 움직임을 멍하니 보고 있던 알베르트는 뒤늦게 다음 병사의 비명을 듣고는 팔을 흔들며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내가, 내가 상대하겠다!”


마력을 공급받아 일반인의 수배가 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폰이라면 어느 정도는 맞붙을 수 있겠지. 알베르트는 생각했다. 게다가 평범한 검으로는 폰의 두터운 갑옷을 뚫을 수조차 없으리라.


알베르트의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기사는 물러섰다. 알베르트는 자신을 끌어내려는 듯 물러난 기사의 모습에 입이 쓴 듯 얼굴을 찌푸렸지만 앞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주고도 기사는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기사의 실력으로 보건데, 그를 제압할 수 있을 만한 자는 자신하나 뿐 이었다.


“후우.. 이 몸은 천검의 말석, 알베르트 롬. 경의 이름을 청합니다.”


앞으로 나서며 알베르트가 검을 내밀었다. 검을 내밀며 이름을 밝히는 것은 장교간의 싸움에서 결투를 청하는 의례 중 하나였다. 명예가 있는 자라면 이름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기사는 달랐다.


“밝힐 이름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검을 맞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알베르트는 미간의 홈을 더욱 깊게 패이게 하며 먼저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럼 먼저 시작하지요!”


마력에 의해 강화된 폰의 팔은 일반 병사들이 보기에는 기사의 검과 거의 엇비슷할 정도의 속도로 보였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날아들었지만 기사는 무척이나 침착했다.


“들어오시지요.”


여유롭게 말하며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서 폰의 첫 번째 검을 피한 기사는 사선으로 떨어지는 다른 팔의 검을 몸을 조금 옆으로 기울여 피했다. 옆에서 보던 병사들의 눈에는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처럼 보였기에 아쉬운 듯한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기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알베르트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를 계속해서 끌어내려는 것인가!’


알베르트는 검을 더욱더 빠르게 휘둘렀다.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여기가 안된다면 다른 방향으로, 찌르기도 베기도 검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뭐든지 했다.


알베르트의 검은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그 가운데에 있는 기사는 폭풍의 눈 같이 보였다. 검 끝에 닿은 흙이 튀어 오르고 찢어지는 공기가 쌔액쌔액 비명을 질렀지만 칼 끝에 닿는 것이라곤 바람에 휘말려 펄럭인 기사의 옷자락 뿐이었다.


“으으윽!”


마갑은 안에 탄 조종사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기에 고속 구동을 장시간하는 것은 금하고 있었다. 근육의 피로를 줄이는 마법과 몇 가지 보조 마법으로 조종사의 움직임을 보조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도 완전하진 않았다.


알베르트는 이내 근육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느끼며 기사와 거리를 두었다.


“크윽.. 어떻게 된 거냐.. 상처 하나 없지 않은가!”


분한 듯 외치는 알베르트의 말에 기사는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까지 분해하니 어쩐지 미안한 기분마저 들었다. 알베르트를 응원하듯 함성을 지르던 병사들의 목소리조차 고요히 가라앉아 정적이 맴돌았다.


“어.. 아! 자칫하면 알몸이 될 뻔 했네요.”


하하. 농담을 던지는 기사의 말에도 알베르트와 병사들은 웃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고 한들, 방금 전의 그 폭풍 같은 연격을 전부 피할 수 있었을까. 알베르트는 마법은 조금 모자라도 검술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천검의 말석밖에 되지 못한 이유는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건만.. 허나 지금 꼴을 보라. 알베르트는 실소를 흘렸다. 팔을 늘어뜨린 채 물러난 것은 자신이고 멀쩡히 서있는 것은 기사였다.


“이렇게 된 이상 전력으로 붙잡겠습니다.”


오기가 서린 알베르트의 말에 기사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열을 내실 것까지는.. 저도 필사적으로 피한 건데..”


기사는 기가 죽은 듯 웅얼거렸다. 하지만 알베르트의 눈에는 그것조차 놀리는 것만 같았다. 이쪽은 진지하게 검을 휘두르는 데, 저쪽은 한 번도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다니. 결투에서 이토록 분한 일은 없었다. 알베르트는 이를 부득 갈며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 손에 든 검은 장식입니까! 이름을 대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검 한번 휘두르지 않은 상대에게 패배한다면 그 이상 가는 치욕은 없을 겁니다!”


알베르트의 말에 기사는 그제야 아, 하고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지금부터는 맞받아치겠습니다.”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폰의 검은 바위도 쪼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맞받아치겠다니. 자신이 검을 휘두르라곤 했지만 그건 받아치라는 말까진 아니었다.


“해 볼 테면 해보시지요!”


적당히 근육이 회복한 듯하자, 알베르트는 검을 빠르게 내리찍었다. 궤도가 큰 탓에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맞받아치겠다는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굳이 내려찍는 것을 선택했다. 폰의 팔의 무게는 굵은 나무나 바윗덩이보다도 더 무거웠다. 폰의 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공격이라고 하면 이보다 더 강력한 공격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기사는 자신이 말한 대로 알베르트의 검을 맞받아쳤다.


‘맞.. 받아쳤다고?’


기사의 검이 옆으로 뉘어져 검을 받는다 싶더니 어느 순간 폰의 팔이 크게 튕겨져 올랐다. 알베르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덕분에 다음 공격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사에게 있어선 호기였다.


“앗!”


병사들을 쓰러뜨릴 때 보았던 회백빛의 섬광이 길게 그어졌다 싶었다. 알베르트가 정신을 차리고 팔을 휘둘렀을 때에는 이미 폰의 몸이 크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콰앙!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알베르트의 폰은 다리 한쪽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어.. 어떻게 된 것이냐..”


알베르트는 이해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기사가 폰의 다리를 베고 지나간 것이었다. 병사들은 달려오는 기사의 모습에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길을 열었다. 막았다고 해도 수초도 버티지 못했을 테지만.


“앗, 관문이 열려있다!”


기사와 알베르트의 싸움에 이목이 쏠려있을 동안, 길리안이 탈출을 한 듯했다. 활짝 열려있는 관문의 옆에는 혹시 몰라 남아있던 병사 한명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기사는 그의 위를 놀리기라도 하듯 폴짝 뛰어넘어선 관문을 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4/27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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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2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1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5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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