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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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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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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507

작성
19.04.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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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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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여관 벽에 바짝 붙어 안쪽을 본 기사는 내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바닥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자, 생각하자. 이 여관 어디쯤에 길리안이 있을까.’


기사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노예의 취급이 나쁜 왕국에서 주인이 노예를 위해 방을 빌릴 리는 없었다. 여관 측에서도 노예를 위해 방을 내준다면 콧방귀나 뀌고 말 일이었다. 노예의 그 더러운 몸으로 객실을 뒹군다면 다음 손님은 어떻게 받겠냐고 하며. 그렇다면 객실은 전부 다 제외였다.


그 다음은 여관 옆에 딸려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해도 관도의 유일한 여관이었다. 일손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노예 한둘 정도는 고용하고 있었는데, 그 노예를 재우기 위한 건물이 있었다.


기사가 이전에 호기심에 한번 들여다 본 바에 따르면 헛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그 집은, 정말 잠만 잘 수 있을 정도의 시설로 밀짚을 채워둔 넓은 공간에, 간신히 배나 가릴 정도의 낡은 이불 몇 개가 있을 뿐인 공간이었다.


허나 헛간은 주인이 머물 객실과 너무 멀었다. 길리안은 도망을 쳤던 노예였다. 그렇다면 또다시 도망칠 것을 우려해 근처 잘 보이는 곳에 두려할 것이란 게 기사의 생각이었다. 언제 건 감시가 가능한 곳. 혹은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게 감금 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가둬두리라.


그런 곳이 여관 안에 한 군데 있었다. 여관 주인의 방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창고였다. 여관 에 며칠 머물며 이곳저곳 기웃대다 언제 한번 여관 주인을 도와 뭘 좀 옮긴다고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잡동사니로 어지럽혀져 있긴 했지만 그만하면 문도 제법 튼튼한 편이고, 사람 한 둘 정도 가둘 정도의 공간도 있었다.


‘좋아. 거길 일단 한번 찾아볼까.’


기사는 결심을 굳히곤 위쪽이 뚫려 있는 문을 타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살짝 흔들리며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자, 기사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후, 뭐야. 문소리입니까.”


기사는 괜히 너스레를 떨 듯 문을 툭, 치고는 다시금 삐걱대는 소리에 움찔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이 정도 소리로 깨어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기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를 조심조심 타넘었다. 카운터 위쪽에 있는 물건들이 기사의 옷에 쓸려 떨어지려는 것을 겨우 받아내곤 복도로 들어서자 동굴이라도 들어온 듯 발소리가 울렸다.


‘이거 공사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좀 너무 소리가 울리지 않나?’


괜스레 툭, 발을 굴러본 기사는 이내 그 행동이 바보 같았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툭하고 찬 발소리가 퉁, 하고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알아챌 정도였기에 곧 주인의 방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앗.. 아아..’


기사는 발소리를 죽여 벽에 등을 붙였다. 귀를 기울이자 가족을 조용히 시키는 주인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몽둥이를 집어든 듯 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끼익-하고 문이 조심스레 열리는 소리에 기사는 서둘러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우왁!”


깜짝 놀란 여관주인이 휘두른 몽둥이가 기사의 머리에 적중했다. 크게 휘청 이는 기사의 금발을 기억한 듯 여관주인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소, 손님?”


며칠 동안이나 머무는 손님은 오랜만이라 얼굴을 기억해 두었던 손님이었다. 아침에 제국으로 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머리를 싸매고 자리에 주저앉은 기사의 모습에 여관주인은 얼떨떨한 얼굴로 몸을 숙였다.


“소.. 손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습니다..”


기사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혹이 나진 않았는지 걱정스레 바라보는 여관주인의 모습에 기사는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엔 웬일로?”


“저기, 창고 방에 노예 둘이 갇혀 있는 게 맞습니까?”


기사의 말에 여관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 즈음이었던가. 관문이 닫힐 때 즈음이었던가, 갑자기 들어와 방을 달라고 하더니, 그 뒤에는 또 밤늦은 시간에 방문을 두드려 노예 두 명을 맡아 달라던 진상 손님이 떠올랐다. 웃돈을 얹어주질 않았으면 무시했으련만.


“확실히.. 아,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여관 주인의 말에 기사의 동공이 흔들렸다. 사실 여관 주인과 맞닥뜨리는 상황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상상속의 기사는 소설 속의 괴도처럼 삼엄한 경비를 뚫고 우아하게 날아 들어와 길리안을 훔쳐선 분하다! 하고 외치는 알베르트를 두고 풍선이라도 잡아타고 달아나-


‘-는 건 너무 멀리 왔군.’


삼엄한 경비는 둘째 치고 여관 주인 한사람한테 쩔쩔매는 상황인데. 기사는 일단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따라 미소를 짓는 여관 주인의 모습에 기사는 이내 눈을 피하며 여관주인의 뒤를 가리켰다.


“앗, 저기에 날아다니는 돈주머니가!”


“으, 응?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하고 말하면서도 여관주인은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몸이 저절로 돌아갔다. 기사는 돌아선 여관주인이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서둘러 손날을 세워 여관 주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여관 주인을 조심조심 눕히자 소리를 들은 듯 여관 주인의 아내가 문 밖으로 고개를 기웃했다.


“여보? 괜찮아요?”


기사는 고역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진 여관 주인을 안고 있다 천천히 눈을 올렸다. 놀란 눈으로 쓰러진 여관 주인과 기사를 바라보고 있는 여관 주인의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기사는 서둘러 그녀의 뒤로 손을 뻗었다.


“저, 저기 날아다니는 금덩어리가!”


같은 수가 두 번 통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기사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비명은 기사가 예측한 것이 아니었다.


“꺄아아아악! 도둑이야!”


째지는 비명과 함께 여관 주인의 아내는 문을 쾅 닫아 잠가버렸다. 기사는 철컥철컥하고 연이어 들리는 걸쇠의 소리에 안고 있는 여관 주인을 멍하니 내려 보았다.


“어.. 저..어.. 주인 분도 데려가셔도 괜찮은데..”


기사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문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잠긴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기사는 개인주의의 극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생각하며 주인을 문간에 눕히곤 창고 쪽으로 돌아섰다.


“흡!”


기사는 짧은 기합을 내지르며 칼을 높이 들어 창고의 문을 크게 베어 내렸다. 그러나 문이 어찌나 두터운지 깊게 베어내린 흔적만 남기곤 부서지지 않았다.


‘창고 안에 귀한거 하나 없던데 왜 이렇게 튼튼하게 지어놨담.’


기사는 주인을 흘끗 바라보곤 연이어 검을 내리 베었다. 마치 발굴이라도 하듯 몇 번을 베어 내렸을까. 드디어 문 반대편의 검은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 드디어!”


기사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외쳤을 때였다. 문 반대편에서 기합 같은 것이 들리더니 우지끈 문이 부서졌다. 기사가 튀어 오르는 파편을 팔로 막아내며 뒤로 물러나자 울끈불끈한 근육을 뽐내는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쟝?”


기사의 목소리에 쟝은 대답대신 근육을 꿈틀, 움직였다. 기사가 튀어 오른 톱밥을 털어내며 이게 근육의 대답인가.. 라고 생각을 할 즈음, 쟝의 뒤에서 길리안이 몸을 털며 나왔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온 길리안은, 쓰러진 여관 주인을 보곤 그의 앞으로 가 품을 뒤적이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았어요?”


“저.. 경비대 기지에서 들었습니다.”


계면쩍은 미소를 흘리며 기사가 말했다. 길리안은 그 말에 더욱 의외라는 듯 기사를 돌아보았다.


“그럼 왜 여기로?”


그 질문에 기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망친 노예를 주인이 찾아 갔다고 하는데, 굳이 찾으러 올 이유가 있을까. 머뭇거리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입을 슬쩍 비틀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쨌든 고맙다고 해두죠. 무슨 이유든 간에. 저 문을 부수기 쉽게 두들겨 준 덕에 빠져나왔으니까.”


길리안은 어깨 너머로 창고를 턱짓하곤 여관 주인의 품을 조금 더 더듬거리다,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듯 손을 털며 일어났다.


“어찌되었건,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아버렸군. 빚은 나중에 갚을게요.”


길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 보았다. 잡히며 원래 입고 있던 옷도 빼앗긴 것인지 길리안과 쟝은 둘 다 허름한 차림새였다. 낡은 옷의 사이로 쇄골 부근에 새겨진 낙인이 슬쩍 보이는 것을 본 길리안은 혀를 차며 쟝의 어깨를 툭, 쳤다.


“이거, 누가 봐도 도망 노예로구만. 쟝, 안쪽에 옷이 몇 벌 있는 거 같던데. 그 것 좀 가져와봐.”


길리안의 지시에 쟝이 창고 안으로 도로 들어가자, 길리안은 벽에 기대서며 기사를 흘끗 바라보았다.


“창고 안에 잡동사니는 많은데, 무기로 쓸 만한 건 하나도 없더군요. 어디서 구할 만한 데 있을까요?”


“하하, 경비대 기지라도 털어야 할까요.”


“하, 농담도 더럽게 못하시는군.”


기사의 말에 길리안은 기사를 툭, 치며 말했다. 기사는 길리안이 처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다. 길리안은 쟝이 돌아올 동안 잠시 생긴 침묵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금세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렇게 도와주는 이유가 뭡니까.”


침묵을 견디지 못해 하는 질문치고는 제법 경계심이 강한 것이었지만. 기사는 길리안의 말에 대답을 피하듯 눈을 돌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해지는 길리안의 무언의 압박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 길리안씨들은 전부 착한 사람이니까요..?”


그 말에 길리안은 코웃음을 쳤다. 어떤 호의도 도움도 전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기사의 답이 이유가 될만한 것이 아니란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만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길리안은 덮어두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당신이 그렇게 해두고 싶다면 그렇게 해두죠.”


길리안은 그렇게 말하곤 옷을 찾은 듯 창고 안에서 옷을 흔드는 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벽에서 떼어냈다.


“어쨌든 그 쪽이 같은 배를 타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이쪽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않는다면 뭐든 써드리지.”


내뱉듯 말하며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길리안의 말에 기사는 차갑게 식은 자신의 손을 뺨에 대었다. 맞닿은 손에 온기를 옮기며 기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야 이쪽도 안심이지요.”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4/27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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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1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4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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