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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66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2 04:29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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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DUMMY

남자의 말에 기사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연속해서 돌조각 몇 개가 더 굴러 오는 게 보였다. 돌조각이 굴러오는 방향으로 조금 고개를 빼어 바라보자 횃불의 그림자의 아래로 흔들리는 새하얀 손이 보였다.


“으엇!”


깜짝 놀라 남자의 쪽으로 후다닥 기어오는 기사의 모습에 남자는 한심하다는 듯 기사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손 아뇨. 기사 나으리. 보기보다 겁이 많으시구먼.”


“아, 아니 귀, 귀신인가 했지요.. 귀신은 칼로도 못 베잖습니까..”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기사의 모습에 남자는 가볍게 혀를 찼다. 왕국에는 기사라는 계급은 없었지만, 기사와 비슷한 장교 계급이야 있었다. 천검이라 불리 우는 그 계급은 왕과 백성을 자기 목숨보다 귀히 여겨야 함을 기본 마음가짐으로 삼았다. 이름이야 다르지만 기사라고 다르진 않으리라.


“그래도 기사라면 보통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을 지킨다. 뭐 그런 거 아니오?”


그런 생각에 남자는 질책이 서린 듯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라 기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움찔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럼 제가..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그냥 손이라니까.”


다시금 혀를 차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등을 떠밀리듯 기사는 울상을 지으며 천천히 벽에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어.. 사람.. 이신가요?”


어물어물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 기사의 말에 손은 재촉하듯 다시금 흔들렸다. 기사는 괜찮은 건지 묻듯 여전히 울상으로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답답한 듯 가슴을 쓸어 만지더니 기사를 밀치곤 벽으로 다가 앉았다.


“그래, 보이오.”


남자의 목소리에 손이 움찔하더니 쑥 감방 안으로 사라졌다. 기사는 그 모습에 남자를 감탄의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만으로 귀신을 물리치시다니, 굉장하십니다.”


“나참, 그러니까 아니래두.”


남자가 투덜거리는 사이 다시 손이 안에서 튀어나왔다. 기사가 거기에 반응해 어깨를 들썩이는 것을 보며 남자는 기사를 그를 흘겨보았다.


“쯧쯔.. 군인이 그래서야 누가 마음 놓고 다리 쭉 뻗고 자겠소. 제국 기사들이 전부 나으리 같진 않으리라 생각해도 되는 게요?”


“그, 그럼요.. 제 동료는 귀신 같은 건 없다는 걸 밝혀내겠다면서 혼을 분리시키는 실험을 했었는데..”


기사가 더듬더듬 변명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가려하자, 문 듯 하얀 손이 보이는 방향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조금 흥미로운 얘기긴 한데, 이 쪽에 집중 좀 해줄래요?”


“여, 역시 귀신은 처녀 귀신!”


질겁하는 목소리로 외치는 기사에게 남자는 그의 등을 팍 소리가 나게 후려쳤다. 등에 전해지는 어딘가 익숙한 강렬한 고통은 어머니를 찾기에 적합했다. 기사가 옛 추억에 몸서리치며 몸을 공벌레처럼 뒤트는 동안, 남자는 조용해진 환경 속에서 한숨을 내쉬며 그 목소리에 대답했다.


“그래, 뭐요?”


“아, 방금 전에 그 괴팍한 목소리.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이따 탈출을 하려는데, 혹시 생각이 있다면 같이 갈래요?”


여자의 목소리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보초는 그들이 나누는 밀담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남자는 꿈틀대는 기사를 옆으로 치워내곤 벽에 몸을 기대앉았다. 그리곤 벽 너머에서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방법이라도 있는 게요?”


“있으니까 말하는 거죠. 어쩔래요? 갈래요, 말래요?”


보채듯 성급한 목소리로 묻는 여자의 목소리에 남자는 기사를 흘끗 돌아보았다. 기사는 아직도 귀신인지 사람인지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지만 어찌되었든 탈출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있어선 희소식이라 여기는 듯했다. 실행하죠, 라고 말하듯 등을 차가운 벽에 식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의 모습에 남자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우리도 함께 하지.”


“헤헤, 좋아요, 좋아. 그럼 이제 곧 보초가 교대할 테니까, 그 뒤에 봐요.”


안녕이라고 말하듯 흔들린 손이 벽 안으로 쑥 사라지자, 남자는 ‘묘하게 활발한 아가씨로군.’하고 생각하며 기사를 돌아보았다.


“들었소? 곧 탈출할 수 있겠군.”


“하아.. 그러면 일단 경비대로 가죠. 찾아야 할 물건도 있으니까.”


기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질겅였다. 그리 기뻐보이진 않는 남자의 모습에 기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산적들에게 털린 주막 생각 때문인가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산적을 전부 퇴치하지 않는 한 주막은 몇 번이고 산적들의 노림을 받게 될 테니, 확실히 그리 마음이 편할 리가 없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기사는 남자를 동정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경비대가 순찰을 강화해 준다고 해도 그 순간뿐이고, 그들도 관할 지역이 있고 할당 가능한 인원에 제한이 있으니 늘 주막에 붙박이처럼 붙어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막을 통째로 옮기는 것도 힘들테니, 주막이 정직하게 장사를 하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 될 터였다.


‘응? 그런데 지금에서야 들킨 건가?’


디스피넬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산적단이 갑자기 생겼을 리가 없을텐데. 하고 문 듯 기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설마..’


기사는 남자에게 의혹의 눈길이 미치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벽에 기대앉았다. 혹시라도 도적의 관계자라면, 포로들의 탈출 계획을 듣고도 굳이 저리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이상했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며 기사가 혼란스런 얼굴을 무릎에 가릴 무렵, 갑작스레 동굴 안쪽으로 거센 바람이 들이닥쳤다.


“우왁, 뭐, 뭐야 이 바람은!”


보초의 몸이 떠밀릴 정도의 강한 바람에 보초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는 것과 동굴 안의 횃대가 쓰러져 퍽 소리를 내며 꺼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에 따라 동굴 안은 갑작스런 어둠이 내려앉았다.


우왕좌왕하는 보초들의 발소리 속에서 경첩이 쓸리는 소리가 슬그머니 들려왔다. 기사가 고민하는 사이 보초의 교대가 끝난 모양이었다. 기사는 이 기묘한 돌풍이 마법사의 마법임을 깨닫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철창으로 다가앉았다.


기사와 같은 장교와 마법사의 마법은 그 규모나 사용 방식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런 돌풍을 일으키는 정도의 마법이라도,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


촉매, 주문, 영창의 세 가지로,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마법은 발동하지 않았다. 또한 이 세 가지의 동작 중에는 술사는 무방비 상태가 되기에 검을 쓰며 전장에 뛰어 들어 싸워야 하는 기사와 같은 군사 장교는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마법사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그래, 예상외로군.”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지만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에 섞여 기사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기사의 눈이 슬슬 어둠에 익숙해져가기 시작할 무렵,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철창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 이제 나와도 되요.”


활달한 여자의 목소리에 기사는 더듬더듬 손의 감각에만 의지해 출구를 찾았다. 그러던 중 문 듯 손에 느껴지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기사는 움찔하며 손을 서둘러 떼었다.


‘이, 이건 설마..’


기사는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손에 남은 감촉을 확인하듯 손을 꼼지락대었다. 기사로써 여성과 아이는, 특히나 여성에 관해서는 정해진 단 한명의 레이디를 제외하곤 멀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 기사는 아직 정인이 없었다. 게다가 이건 어둠이 만들어낸 불가항력의 상황이 아닌가.


기사는 어둠 속에서 흐리게 보이는 철창 건너의 가냘픈 모습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불가항력이라지만 어쨌든 책임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레, 레이디.. 이, 이건 불가항력으로..”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4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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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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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6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6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0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1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4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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