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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60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3 16:43
조회
72
추천
2
글자
8쪽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DUMMY

길리안은 산채에서 빠져나갈 길을 잘 아는 듯했다. 몇 번이나 와본 듯 익숙하게 수풀을 헤치고 내려갔다. 그러고 보면 수풀의 마디마디가 어느 정도 길이 든 듯이 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듯도 했다.


다음 교대시간까지의 시간은 아직 넉넉한 편이라, 길리안은 그리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아이들도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다. 다들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길리안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들도 제법 잘 따라오고 있고.. 그 둘도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괜찮은 거 같군.’


제일 걱정스러웠던 기사는 도주행에 오르자 조금 진정한 듯 별말 없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여전히 애지중지하게 검을 안고 있었지만 출발하기 전의 그 소란에 비하면 크게 문제가 될 법한 부분도 없었다.


“제법 익숙해 보이오.”


문 듯 오닉이 길리안에게 말했다. 길리안은 아이들 눈높이의 수풀을 만곡도로 쳐내다, 그의 말에 슬쩍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


“이 근방의 산은 어느 정도 익숙합니다.”


“호오, 이 근방 출신이신가? 아니면..”


길리안의 말에 오닉이 흥미를 보이듯 가까이 다가섰다. 길리안은 오닉의 눈빛이나 언행에서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오닉의 관심이 탐탁치 않은 듯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의 대답은 없었지만 오닉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길리안 대신 자신이 대답을 하듯 입을 열었다.


“최근에 소문을 들어서 말이오. 산적단에서 포로로 잡힌 자들이나, 노예들을 몰래몰래 빼가는 의적들이 있다고.”


오닉의 말에 길리안은 잠시 눈썹을 꿈틀 거리더니 걸음을 천천히 멈추곤 오닉을 돌아보았다. 오닉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만 명백히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에 길리안은 오닉의 모습을 새삼스레 훑어보았다.


‘주막 일을 한다고 했던가.’


길리안은 그제야 자신이 이 근방에 주막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소개를 들었을 때는 서둘러야 하는 것도 있고 자신이 모르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오닉의 모습을 자세히 보려하자 그러지 않았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닉은 분명 겉보기에는 후줄근해 보이는 노동자의 모습이었지만, 그 옷 뒤에 감춰진 몸은 전사의 몸이었다. 그리 크진 않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은 근육과 굳이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듯이 보여주고 있는, 손안에 자리 잡은 굳은살. 그것은 분명 숙련된 검사의 것이었다.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 산적단의 두목은 어느 유명한 병단 출신이라는 고슴도치 같은 수염에 도깨비 같은 얼굴을 한 자라고.’


길리안의 눈빛에 경계의 빛이 어리자, 오닉은 그 눈빛에 대항하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간의 조금 무뚝뚝하지만 순박한 노동자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탐욕스런 악당의 미소가 그곳에 자리했다.


길리안은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었다. 만약 길리안의 짐작이 맞다면, 그리고 오닉의 저 표정이 의심하는 자신의 눈에만 비치는 악마의 조화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 남자는 왜 그 자리에서 동료를 부르지 않은 것일까.


‘무언가 덫이라도 깔아 둔 것 일까, 아니면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나?’


길리안은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저도 들은바가 있었던 것 같군요.”


“흐음, 뭘 말이오?”


길리안의 말에 오닉은 자신의 수염을 쓸어 만지며 묻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르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길리안의 뒤로 다가왔다.


“잠깐, 길리안. 뭐하는 거에요?”


질책하듯 속삭이는 르네의 물음에 길리안은 가만히 자신의 뒤로 숨으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르네는 그 손짓과, 검에서 손을 떼지 않는 길리안의 모습에 상황이 원활히 풀리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쟝과 제가 보호할께요.”


속삭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는 르네의 말에 길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는 늘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뭘 해야 할지도 아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었다.


“산적단의 두목은 수염이 삐죽삐죽하고 도깨비같이 험악하게 생긴 남자라고.”


말투에는 적의가 담겼지만 표정은 농담을 하듯 장난스러웠다. 오닉은 길리안의 말에 눈썹을 꿈틀하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크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그런가! 그렇게 말하던가?”


만족스러운 건지, 불만스러운 건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오닉은 길리안을 바라보았다. 검을 끌어안고 뒤따라오고 있던 기사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불기 시작한 냉랭한 공기에 상황을 선뜻 파악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어.. 두분.. 지금 무슨 얘길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사가 눈치 없이 슬쩍 사이로 끼어들어 중재를 시도해 보려하자, 길리안은 오히려 기사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그 겨를에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기사의 어깨를 쟝이 조용히 다가와 지탱했다.


“왜, 왜 그러세요, 길리안씨.. 넘어질 뻔 했잖습니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던 기사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칼을 뽑아드는 길리안의 모습에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르네는 길리안이 칼을 뽑아들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뒤쪽 수풀로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로크. 당신도 따라오시죠.”


여전히 딱딱하지만, 배려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다독이듯 쟝은 기사의 팔을 끌었다. 기사는 자신만 이해하지 못한 채 상황이 빠르게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한 것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가를 매만졌다.


“저, 저어.. 저는 여기에 있겠습니다.”


이윽고 어물어물 말하는 기사의 말에 쟝은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냥은 갈 수 없다는 듯 여전히 힘이 빠지지 않은 쟝의 손에 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쟝을 바라보았다.


“그럼 칼을..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쟝의 말에 기사는 그런 전개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쟝을 바라보았다. 쟝은 그 표정에서 칼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억지 같은 것을 읽어내곤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어른의 억지 같은 것이 통하는 것은 칼을 받을 때까지였던 모양이었다.


기사는 그 표정에 분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허리춤에 걸려있던 칼을 끌러내었다. 분하지만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대의가 저쪽에 있는 한 기사로써 거부할 수는 없었다.


“에스폴리크..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에스폴리크는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안심하라는 듯 쟝은 칼을 어르듯 흔들었다. 순간적인 기지와 임기응변에 기사는 아이들 얘기가 아니었어도 이건 넘겨줄 수 밖에 없었겠다고 생각하며 잘근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끄으윽..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칼을 놓아주는 기사의 말에 쟝은 고개를 끄덕이며 칼을 둥기둥기 안아들고는 르네를 따라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기사는 끝까지 컨셉을 존중해주는 참된 배려의 정신에 전율하듯 몸을 떨고는 갑작스레 열린 콩트 극장이 끝나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길리안을 흘끗 돌아보았다.


“..끝났습니까.”


“네. 이제 다시 심각해져도 괜찮습니다.”


확인하듯 묻는 길리안의 목소리에 기사는 이젠 자신이 배려를 돌려줄 때라는 듯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6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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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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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6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6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0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4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0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3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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