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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78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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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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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두 개의 불빛은 제법 거구에 속하는 쟝의 머리보다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3미터에 가까운 높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은 천천히 가까워졌다.


길리안은 그 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 개발한 마갑, 폰이었다. 선왕이 물러난 후 스멀스멀 권력을 쥔 외척세력이 군사협정이랍시고 내어준 관도에 들어앉은 제국군은 협력이라는 형태로 관도의 본래 배치된 병력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자신들이 개발한 마갑을 배치한 것이다. 신 경비대라는 형태로.


그러니 지금 가까워지고 있는 저들은 관도의 경비대였다. 그러니 길리안으로써는 반색을 하며 맞이할 법도 하건만 길리안은 오히려 뒷걸음을 치며 검을 단단히 쥘 뿐이었다. 길리안에게 있어서는 경비대 또한 적인 듯했다.


잇따라 뒤쪽에서 몇 개의 불빛이 연달아 켜지며 길리안은 자신들이 싸우던 곳이 가도의 인근임을 깨달았다. 폰의 머리 위의 불빛에 가도의 평탄한 지면이 비쳐졌기 때문이었다.


‘제길. 조금만 더 갔으면 도망칠 수 있었는데!’


길리안은 분한 표정으로 르네의 손을 잡아끌었다.


“길리안.”


불안한 듯 돌아보며 부르는 르네의 목소리에 길리안은 그녀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쪽으로 도망치죠?”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묻는 쟝의 목소리에 길리안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눈만을 돌려 주변을 훑어보았다. 경고도 없이 소탕을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저 우연히 지나가던 경비대는 아닌 듯했다.


이 산적들의 소문은 최근 곳곳에서 들려왔다. 노예상인을 습격해 노예를 팔아넘기고 그 상인마저 팔아넘겼다던가, 강도질을 하고나면 그 자리에 부서진 마차조차 남기지 않는다던가. 도망쳐 나온 피해자들은 그런 소문들을 곳곳에 흘리고 다녔다.


그런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면 경비대에 대한 평판도 나빠질 밖에. 때문에 경비대는 조금 멀지만, 이런 산까지 직접 올라와 산적 소탕 작업을 시작한 것이리라.


‘허나, 하필이면 왜 지금이란 말이냐.’


길리안은 일단 오른쪽으로 일행을 이끌며 생각했다. 운이 지독히도 나쁜 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을 조금 베풀어 보았을 뿐인데, 그 유명한 산적단의 두목이 숨어있질 않나, 경비대가 산적 소탕 작업을 하고 있질 않나.


“앗, 서라!”


폰이 휘두른 팔에 나무들이 연이어 우지끈 부러져 나가며 흙먼지를 높이 피어올랐다. 수령이 오래된 두터운 나무들은 쓰러지며 천둥이 치는 듯 날카로운 소리를 울려내었다. 마갑의 성능이 얼마나 굉장한지는 모르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검이 통하지 않는 두터운 갑옷에 휘두르는 팔은 커다란 불곰도 한방에 때려눕힐 수 있다 하였다.


나무들을 무너뜨리며 쫓아오는 폰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전혀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생각 외로 달음질 실력도 무딘 편이 아니었다. 그 거구에 나무가 계속해서 걸리지만 않았더라도 길리안 일행은 금세 따라 잡혀버렸으리라.


다른 산적을 쫓듯 폰들이 흩어진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곳곳에서 흙먼지가 치솟으며 나무들이 스치는 소리가 끔찍하게 들려왔다. 겁을 먹은 듯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안아드느라 쟝이 잠시 멈칫하는 순간, 무너진 나무가 쟝을 덮쳐들었다.


“길리안!”


자신 위로 진 그림자에 흠칫 놀란 쟝의 외침과 돌아본 길리안은 자신에게 던져진 아이를 끌어안으며 바닥을 굴렀다. 울음을 잊은 아이와 함께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폰은 무너진 나무에 누군가 깔린 것을 본 것인지 치솟은 흙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길리안은 숨을 죽이고 아이가 괜찮은지 살펴보곤 쓰러진 나무를 간신히 피해 다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르네와 시선을 맞추었다.


‘르네, 쟝은 내가 살펴보겠어. 너는 가도로 내려가서 아이들을 대피시켜.’


길리안은 쟝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거칠어 진 숨을 애써 삭이며 르네에게 속삭였다. 르네 또한 마찬가지인 마음인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이곤 아이들을 다독이며 몸을 숙인 채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 쪽이냐!”


수풀이 흔들리는 걸 발견한 건지 헤드라이트가 르네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길리안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여기다! 이 괴물 놈!”


헤드라이트가 길리안의 방향에서 멈추는 것을 본 르네가 이를 악물고 사라지자, 길리안은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듯 검을 높이 든 채 폰을 향해 다가갔다.


“무기를 버려라, 도적!”


“저, 저는 도적이 아닙니다!”


길리안은 일부러 과장되게 겁먹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검을 놓지는 않았다. 그런 길리안을 경계하는 것인지 팔을 뻗어 검을 뽑아낸 폰이 길리안을 겨누자, 길리안은 자리에 멈춰섰다.


“무기를 버리라고 하지 않나!”


“예, 예! 알겠습니다!”


길리안은 르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곤 검을 내려놓았다. 쓰러진 나무를 흘끗 바라보았지만 쟝의 상태는 알기 어려웠다.


‘쟝은 튼튼한 녀석이니까 죽진 않았겠지..’


폰의 머리 위쪽에서 뚜껑이 열리고, 그 곳에서 뻗어 나온 손이 펑, 하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점멸하는 흰 빛이 길게 솟구쳐서 천천히 떨어지며 주변을 밝혔다.


‘이제 끝인가.’


길리안은 체념하는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았다.


-


수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 허둥지둥 산 위로 달려가는 산적들의 모습에 오닉과 기사는 당황한 듯 걸음을 멈추었다. 수풀의 곳곳에서 튀어나온 산적들은 쫓겨 가는 쥐떼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올라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천둥 소리와 함께 도망쳐오는 산적들의 모습에 기사와 함께 산을 내려가던 오닉은 부하들을 몇 번이고 불러보았지만 부하들은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길게 지르곤 산 위로 사라져버렸다.


“아, 두목!”


“어이, 무슨 일이야!”


답답하다는 얼굴로 내려가던 오닉은 그를 발견한 듯 서둘러 달려오는 키가 큰 산적의 모습에, 드디어 말이 통하는 녀석을 만났다는 안도감이 깃든 표정을 지으며 멈춰 섰다. 기사는 오닉이 걸음을 멈춘 탓에 무심결에 걸음을 멈추었다가, 이내 다가오는 산적의 낯익은 얼굴을 보곤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때 그 상인 분!”


“켁.”


기사의 말에 산적은 얼굴을 가리듯 돌아섰다. 복장은 달라졌지만 분명 관도에서 기사에게 검집을 찾아주었던 상인이었다. 껑충하게 큰 키도 키였지만 집요하게 초콜렛을 원하던 모습은 기사의 기억에 깊게 박혀있었다.


“초콜렛은 잘 드셨습니까?”


반가운 듯 미소를 지으며 묻는 기사의 말에 키가 큰 산적은 오닉을 흘끗 바라보았다. 상황을 우선 파악해야겠다는 바라보는 키 큰 산적의 표정에 오닉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곤 기사를 돌아보았다.


“험, 험. 이 녀석은 키다리 케이. 내 오른팔입니다. 두 사람은 구면.. 이겠지요.”


기사는 오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를 바라보았다가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닉의 말을 듣고 보니 문 듯 그 상인이 왜 여기에서 오닉을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는지 신경이 쓰이길 시작한 것이었다.


기사마저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요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오닉은 곤란한 표정으로 두사람의 시선을 회피하며 케이를 불렀다.


“케이! 그, 그보다, 무슨 일인데!”


“아! 대장, 아래쪽에 제국의 마갑이 잔뜩 와서! 동료들이! 막! 아.. 아! 여하튼 큰일이란 말입니다!”


“뭐어? 제국의 마갑이?”


오닉은 그제야 방금 전부터 들려오던 천둥소리가 뭔지 알아챈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9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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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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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8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5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2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6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50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5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8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2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5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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