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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68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7 20:55
조회
56
추천
2
글자
9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오닉, 서둘러 가죠!”


길리엄 일행이 걱정되는 듯 재촉하며 산 아래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기사의 말에 오닉은 기사의 팔을 붙잡았다.


“아니, 상대가 그 마갑이면 아무리 나으리가 강해도 가망이 없소.”


“나으리?”


오닉의 정중한 말에 도무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얼굴로 오닉의 말을 되씹는 케이를 오닉은 흘끗 바라보았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오닉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케이, 지난번에 받아온 그걸 준비해 놔.”


“아, 역시 그것밖에 없겠지요?”


케이는 오닉이 설명을 해주지 않는 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듯 스스로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케이는 귀찮거나 성가시거나, 혹은 설명을 해주지 않는 게 나은 일은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는 오닉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미주알고주알 캐물어 일을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상황은 급박하고 동료들이 수도 없이 다치거나 죽어가고 있으니 시간을 헛되이 할 이유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여 최종승인을 하는 오닉에게 케이는 경례를 올리듯 손을 번쩍 들어올리곤 서둘러 산 위로 뛰어올라갔다.


“나으리, 우리도 갑시다.”


다가오는 흙먼지를 걱정스레 바라보며 오닉이 말하자, 기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의 손을 밀어내었다.


“저는 길리안씨를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가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에요.”


기사의 말에 오닉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방금 전의 실력을 떠올리고 혹시나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갑을 보통의 인간이 상대해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기사는 보통을 훨씬 상회하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가겠다고 한다면 무언가 방법이 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으리. 그 팔찌라도 제거해 드리겠소.”


오닉의 말에 기사는 팔찌가 아직도 있는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내려 보았다.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보통 굉장히 성가셔하는 물건이었기에, 오닉은 기사가 정말로 마법을 못 쓰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걸 여기에 맞추는 거였던가..”


오닉은 주머니에서 꺼내든 붉은 빛이 도는 돌을 팔찌의 디스피넬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팡, 하는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디스피넬 팔찌가 반으로 벌어지며 기사의 손목에서 떨어져 내렸다.


“어이쿠쿠!”


오닉은 그것을 서둘러 집어 들고는 팔찌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소중히 품속에 집어넣었다. 기사는 그제야 손이 좀 편해진 듯 손목을 털어내었다. 오닉은 팔찌를 갈무리한 품을 툭툭 두드리곤 기사에게 말했다.


“이제 되었소. 나으리. 조심하시오.”


“그럼..”


기사는 작별 인사를 하려 하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곤 눈을 데굴 굴렸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자신이 갱생시킨 악인을 굳이 또 만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몸 건강히 라고 하면 되는 걸까. 기사는 생각하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몸 건강히.”


“네, 다시 봅시다.”


기사의 손을 끌어 잡으며 말하는 오닉의 말에 기사는 슬쩍 눈을 돌리며 손을 빼내었다.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꼭 다시 만날 것 같지 않은가. 기사는 어색하게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두어번 꾸벅 숙이곤 산 아래 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오닉은 산 아래로 내려가는 뛰어 내려가는 기사를 내려 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기사는 그를 만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오닉은 다시 그를 만날 생각이었다. 칼 밥을 먹던 산적이 나쁜 짓을 그만 두면 뭘 해야겠는가.


‘뭘 하긴 뭘 해. 산적 질이 아닌 다른 칼 밥 먹는 짓을 해야지. 나으리, 그 쪽이 저지른 일이니까 그 쪽이 수습해야 할꺼요.’


오닉은 그렇게 생각하며 서둘러 산채로 향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나이에 안 맞게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


저 멀리에서 새하얀 빛이 떠올라 점멸하며 가라앉는 것을 보곤 기사는 그 방향을 목표로 삼았다. 빛이 올라온 방향이 산채로 올라가는 방향과는 아주 동떨어진 엉뚱한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산적들이 굳이 그런 방향으로 향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굳이 엉뚱한 위치로 향해야 할 사람이라면 길리안 외에 누가 있겠는가.


기사는 일부러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돌려주지 않은 회백빛의 검을 쓸어 만졌다. 폰이라고 하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또한 일단은 제국의 기사였으니 자신의 나라에서 사용되는 병기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외피가 두꺼운 것이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봤자 철이었다. 이정도로 좋은 에스폴리크-검이 있다면야 몇 군데 베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싶었다.


점멸하는 빛이 사그라들어가는 것을 보며 기사가 다리를 더욱 재게 놀리고 있을 때에, 눈앞의 나무 몇 그루가 뽑히듯 넘어지는 것을 보며 기사는 급히 발을 멈추었다. 흙 없이 메말라 있는 산길은 제법 미끄러워, 슬라이딩이라도 하듯 미끄러져 내린 기사는 커다란 강철에 다리를 콱, 박으며 멈춰 섰다.


부딪힌 충격으로 찡하게 올라오는 고통에 기사는 치밀어 오른 비명을 볼 안에 가득 담았다. 부풀어 오른 볼 안의 비명을 푸욱 내쉰 기사는 기어코 앓는 소리를 내버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야야.. 갑자기 뭐..”


‘긴 뭐겠어, 이거겠지.’


기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눈앞에 선 동그란 계란 형태의 기계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쪽에 동그란 헤드라이트 두 개를 달고 있는 폰은 꼭 개구리처럼도 보였다.


방금 전에 휘두른 듯 뻗어진 팔을 멈춘 채 기사를 내려 보고 있는 거구에 기사는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며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뺐다.


‘큰 놈 뒤에 또 큰놈.. 세 기씩이나 되네.’


기사가 부딪힌 가장 앞쪽에 있는 기체에서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듯, 뒤쪽에 있는 두기가 앞선 기체의 양 옆으로 와 기사에게 헤드라이트를 비췄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쏟아지는 헤드라이트에 기사는 눈이 부신 듯 눈을 가린 채 거리를 벌렸다.


“제국인? 그 산적 놈들의 산채에서 탈출하신 겁니까?”


몸체 앞면에 있는 눈구멍 건너편으로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는 이 정중한 대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하며 눈을 살짝 굴렸다. 빛은 이제 완전히 사그라지고 말았다. 저 어둠 어딘가에 길리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커다란 산을 계속해서 내달리며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기사는 그러고보면 이 경비대와 자신이 싸워야할 이유가 없단 것도 깨달았다. 어째서 산적들과 같이 생각을 해버린 걸까. 기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함께 탈출한 이들이 있습니다만.. 아마 경비대 분들이 발견하시지 않았을까 싶군요.”


“아, 그렇습니까. 저는 알베르트 롬. 이 경비대의 대장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쪽에서 보호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간단한 사정 청취를 좀 듣고 싶습니다.”


알베르트의 제안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신호탄이 올라왔던 걸 보면 길리안 쪽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는 듯 하지만 그들도 기사와 같은 피해자 입장이니 금세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기사가 빼앗긴 물건들도 이들이 찾아 줄 것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사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알베르트는 자신의 왼편에 서있는 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존, 이 신사 분을 아래쪽의 대기 인원에게 인도해주게.”


“알겠습니다. 대장. 자,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저희가 나무를 부수며 온 탓에 걷기가 좀 불편하실 겁니다만..”


“아아, 괜찮습니다. 하하..”


기사는 세대의 폰이 숲을 뚫고 오며 만든 벌목장을 방불케하는 풍경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조금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덩치는 큰 데 구동성이 떨어지는 폰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 존. 부탁하네.”


동그란 몸체를 까딱여 인사를 하곤 다시금 산채로 향하는 두기의 폰을 보며 기사는 오닉이 말한 ‘그 것’이 과연 이 많은 폰들을 전부 상대 할 수 있을까 하며 존을 따라 산 아래로 향했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10화, 수정했습니다. 이걸로 수정 작업은 끝이로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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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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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6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1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4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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