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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58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10 23:59
조회
139
추천
3
글자
7쪽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DUMMY

“어이, 이봐. 일어나 보시오.”


기사의 몸을 흔드는 손길에 기사는 몸을 옹송그리며 반대편으로 돌렸다. 어깨에 닿는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지만 머리에 안개라도 낀 듯 의식이 흐릿해 돌아오지 않았다.


“으..”


기사가 간신히 신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꼼지락대기 시작하자 손길이 조금 더 거세게 기사를 흔들기 시작했다.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리자 머릿속의 안개가 빠져나가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걷혀가는 것을 느끼며 기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오, 드디어 일어났군. 하루를 꼬박 자고 있었었다고, 자네.”


“에.. 으..”


기사가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은 듯 멍한 얼굴로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자 목소리의 주인은 혀를 가볍게 차더니 기사의 뺨을 거세게 올려붙였다. 눈앞에 번개가 한차례 번쩍이고 나자, 기사의 목이 크게 돌아갔다.


기사는 얼얼한 뺨의 느낌에 잠이 완전히 깬 듯 눈을 깜빡이다 두 번째 번개를 부르려 하는 상대를 발견하곤 움찔하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


“이, 이제 정신 들었습니다! 네! 이제 괜찮아요!”


기사의 말에 상대방은 어쩐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 뺨을 매만지며 작게 한숨을 쉰 기사는 그제야 그가 주막으로 함께 왔던 고슴도치 같은 수염을 한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주변이 허름한 주막의 마루 수준이 아닌 산을 깎아 만든 차가운 돌감옥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기사가 의아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남자는 기사의 반대편 벽에 기대앉으며 앞주머니의 담배를 꺼내 물었다.


“주막에 산적이 들었더이다.”


무의식 중에 품을 뒤져본 남자는 곧 불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찌그러진 담배를 입에서 빼내며 철창 밖으로 노란 가래를 퉤, 뱉었다.


“에이, 성냥을 뺏겼었지.”


담배를 매만지며 투덜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기사는 어찌 반응해야할지 모른 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다 철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 크지 않은 자연 동굴의 양 옆을 깎아 만든 듯한 감옥은 가운데의 통로를 두고 네 칸 정도의 감방이 있는 것 같았다.


기사가 있는 칸, 그리고 맞은편에 하나, 그 옆에 하나. 마지막으로 짐작컨대 기사의 방의 옆쪽에 또 하나. 이렇게 네 개의 감방이 자연 동굴 안에 만들어져있고, 가운데에 있는 동공에 횃불을 둬 감방의 포로들을 감시. 그것을 입구에 두어 명의 보초가 그들을 감시하는 구조였다.


팔 하나는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철창에 기사는 혹시나 싶어 손을 슬쩍 내밀어보았지만 눈을 빛내며 위협하듯 칼을 보이는 보초의 모습에 얼른 팔을 회수했다.


“에이, 소용없소. 그보다 기사 나으리. 괜히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구먼.”


“아, 아닙니다. 말려들다니. 서로 운이 없었던 거죠.”


불 없는 담배를 습관적으로 매만지며 사과하는 남자에게 기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남자는 그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된 듯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마주 미소를 짓는 기사의 모습에 남자는 문 듯 기사의 팔을 가리켰다.


“그런데, 그 팔은 안 불편하오? 녀석들이 기사라고 하니까 기겁을 하며 달아놓던데.”


남자의 말에 기사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응?”


왠지 팔이 묵직한 느낌이다 싶었더니 어느새 팔에 둥근 철 팔찌 같은 것이 채워져 있었다. 기사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손목에 감긴 팔찌를 매만졌다. 제법 굵직한 팔찌에는 보석이 하나 박혀있을 뿐 세공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장식으로 달아놓은 것이 아니란 것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


‘이 보석은.. 분명 디스피넬인가.’


디스피넬은 마력을 차단하는 보석으로써, 생산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조각으로도 마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마법을 제어하거나 사용하면 안 되는 환경에서 흔히 쓰이곤 하였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각 나라에 있는 기사를 포함한, 마법의 사용을 기본 소양으로 하는 장교를 포로로 잡을 경우 디스피넬을 박은 구속구를 채우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개 산적이 디스피넬이 박힌 구속구를 가지고 있다니.


기사는 이 산의 산적이라는 자들의 규모가 상상이상으로 굉장한 것일까 생각하며 양팔에 달린 팔찌를 멍하니 바라보다 남자를 올려보았다.


“어.. 뭐 저는 마법은 못 쓰지만 서도..”


기사의 말에 남자는 의외라는 듯이 기사를 바라보았다.


“음? 기사님들은 전부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오?”


“하하, 저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해야 할까.. 아.. 혹시 뭔가 날붙이 같은 게 뭔가 있을 까요? 막대라도 괜찮습니다.”


기사의 말에 남자는 자신의 품을 툭툭 두드리며 뒤져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산적이 포로로 잡았을 때 몸수색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고, 몸수색을 했다면 흉기가 될 날붙이는 뭐든지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기사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역시나 실망스러운 결과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당연한 일.. 응? 당연한 일?’


기사는 그제야 남자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 당연한 일을 당했을 것이란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자신의 몸을 살폈다.


“아!”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는 기사의 모습에 남자가 놀란 눈으로 기사를 바라보았지만, 기사는 당황해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몸을 살필 뿐이었다.


“무, 무슨 일이오?”


“제, 제 검집! 혹시 빼앗겼습니까?”


기사의 말에 남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 아아.. 그 화려한 검집 말이지. 뭐 그리 화려한 물건이니.. 당연히 가져갔소.”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기사는 사색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얼마나 참담한 지, 남자는 귀신이라도 본 듯 덩달아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귀, 귀한 것인가 보오?”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기사는 완전히 침울해져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웅크렸다.


“굉장히 귀한 검의 칼집이었는데.. 그 검을 제 실수로 부숴버려서, 하다못해 검집만이라도 가져가려고 했습니다만..”


“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을 다 부숴먹고 그러셨소?”


동정하는 얼굴로 묻는 남자에게 기사는 이야기를 할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곧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게, 얘기할 만한 것도 못되는 부끄러운 일이라..”


“그, 그렇소? 그렇구먼..”


이야기를 해줄 듯 하곤 하지 않는 기사의 모습에 남자는 호기심이 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사가 우울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곤 다시금 캐물어보진 못하고 앞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물었다. 불이 없는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물고 있어야 안정이 되는 것은 흡연자의 안타까운 버릇이었다.


“응?”


담배를 문 채 우물거리고 있던 남자는 문 듯 철창 밖, 뒤쪽의 감방에서 굴러오는 돌을 발견하곤 달팽이처럼 점점 더 둥글어지는 기사를 발끝으로 건드렸다.


“이보시오. 기사 나으리. 뒤쪽에서 뭔가 굴러왔는데.”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3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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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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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7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1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5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6 2 11쪽
11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9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6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0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7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2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4 2 8쪽
»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0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2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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