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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님의 서재입니다.

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676
추천수 :
66
글자수 :
174,507

작성
19.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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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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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DUMMY

아래쪽의 대기 인원과 만난 기사는 길리안의 안위를 확인할 새도 없이 경비대의 기지로 옮겨졌다. 짐짝이라기엔 제법 고이 다뤄졌지만, 기사는 거의 짐짝처럼 옮겨졌다. 정신을 차리고 길리안에 대해 묻기 위해 사람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주변에는 석상처럼 앉아있는 경비대원 한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기.. 저기요?”


라는 물음을 수십번 정도는 던졌을 것이다. 이제는 저기요가 안면이 없는 누군가에게 주의를 끌기 위해 던지는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가 되었을 무렵, 기사는 문을 열고 기지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희끗하게 센 머리에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주름이 곳곳에 퍼져 있었지만 결코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니었다. 눈 꼬리가 처져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그 안의 눈빛은 아직도 빛나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온 남자는 사무실 한 켠에 나무처럼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를 보곤 놀란 듯 눈을 치떴다. 그리곤 석상같이 앉아있던 경비대원을 보고는 혀를 가볍게 차며 기사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아, 밤도 늦었는데 주무시게 숙직실이라도 내주지 그랬나.”


“죄, 죄송합니다! 지금 안내해 드리겠..”


“지금 꼭 그러란 게 아니야. 죄송합니다. 이 치가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자라서 융퉁성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기사는 그제야 그가 알베르트라는 것을 알아챘다. 기사는 드디어 반강제적인 묵언 수행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알베르트에게 다가섰다.


“아, 괜찮습니다. 정말, 정말 괜찮습니다.”


뜻밖에도 지나치게 환영해주는 기사의 모습에 알베르트는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건가 싶어 아직까지도 석상처럼 앉아있는 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기사는 상관이 들어오든 말든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정말로 말만 할 줄 아는 석상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보게, 번즈. 그렇게 앉아있지만 말고 뭔가 마실 거라도 가져다주겠나?”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기사에게 의자를 권했다. 기사는 번즈라 불린 석상이 일어나 사무실의 밖으로 향하는 것을 보곤 움직일 수 있는 석상도 다있군. 하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기사가 자리에 앉자, 알베르트는 자신도 의자를 하나 가져와 기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곤 뭣부터 말을 해야 할지 말을 고르듯 잠시 자신의 무릎을 두드렸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같은 얘기는 아무래도 아닌 듯 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빠른 귀환으로 보건데, 산채를 공격하는 데에도 실패한 듯했다. 기사는 턱을 쓸어 만지는 알베르트를 바라보다 자신 쪽에서 먼저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저와 함께 탈출했던 사람은 어째서 안보이지요?”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곧 기사가 묻는 말에 대한 옳은 대답을 떠올린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도망 노예들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 걸 묻는 거라면 두 명을 붙잡긴 했었지요.”


알베르트의 말에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그 이야기가 길리안을 말하는 것일까? 기사는 왕국에서 노예에 대한 대우가 제국에 비교하여도 비교적 좋지 못하단 것을 들었던 것을 기억했다.


“저어.. 혹시 붙잡았다는 사람을 좀 만나 볼 수 있을 까요?”


기사의 말에 알베르트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움찔하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군요.”


이번에는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길리안들이 위험한 인물도 아닌데 만나지 못한다니. 기사는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건지 불안함을 느끼며 알베르트에게 바짝 붙어 앉았다.


“힘들 것 같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미 주인에게 넘겼습니다.”


알베르트는 곤란한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사는 팔을 모으곤 눈을 아래로 떨구고 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인이라니.. 벌써 떠났습니까?”


“밤이 늦었으니 아마 오늘 밤은 이 도시에서 머물겠지요.”


이 도시에서 머문다면.. 기사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았다. 알베르트는 제국인이 어째서 도망 노예따위한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건지 의아한 눈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들어온 경비대원이 테이블에 차를 놓자, 알베르트는 기사 쪽으로 차를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조금 이상하긴 하더군요.”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목 뒤쪽을 주물렀다. 최근 과로가 잦아 목이 결리곤 한 탓이었다. 목을 잠시 꺾으며 병사가 가져다준 차를 홀짝인 알베르트는 테이블에 놓인 자료를 뒤적이다 기사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응? 왜 그러십니까?”


“방금 이상한 일이 있다하지 않으셨습니까?”


기사의 물음에 알베르트는 자신이 말을 하다 말았음을 깨닫곤 아,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자기 생각에 골몰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던 지도 잊었던 모양이었다.


“아아.. 그 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난 시점이 좀 이상해서요. 노예를 잡아서 돌아와 보니 이미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산채를 공격하러 간다는 것은 일반에는 공개한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알베르트는 말을 내뱉고 보니 더욱 기묘하다고 생각되는지 턱을 쓸어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제법 규모가 큰 작전이었기에 정보의 단속에는 만전을 기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차를 다시금 홀짝이며 알베르트는 생각했다.


병사가 자신의 가족에게 실수로 흘렸다고 했다 쳐도, 그 주인이라는 자는 수상했다. 거주지역도 관도와는 거리가 멀었고, 병사와의 접점도 없어보였다. 낙인과 대조를 해 주인임을 확인 하기야 했지만, 어쩌면 진짜 주인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아챈 거고, 왜 이렇게 급히 데려갔을까.’


알베르트가 이 문제는 조금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할때였다. 차를 벌컥 들이킨 기사가 목이라도 데인 듯 끄으윽.. 하고 신음을 내더니 몸을 일으켜 문으로 향했다.


“어디에 가십니까?”


의아한 얼굴로 기사를 따라 몸을 일으킨 알베르트는 기사가 손에 든 회백빛의 검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해 검은 압수해 두었어야 했는데, 남아있던 경비대원은 그런 간단한 일조차 해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다리시오!”


알베르트는 허리춤에 찬 검의 자루에 손을 얹으며 문 밖으로 나서려는 기사를 향해 외쳤다.


“죄송하지만 지체할 수가 없어서요!”


기사는 알베르트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지만 멈추지 않은 채 휙 밖으로 뛰쳐나갔다. 알베르트가 뒤늦게 기사를 쫓아 문으로 달려갔지만 기사는 그 짧은 사이에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


기사는 기지의 담을 손쉽게 넘어섰다. 제법 높은 담이었지만 그 때문인지 특별한 조치는 취해져 있지 않았다. 뒤늦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알베르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지금은 길리안 쪽이 조금 더 중요했다.


대로로 나서자 뒤늦게 뛰쳐나온 알베르트가 보였다. 두리번거리며 기사를 찾았지만 기사는 그사이 건물의 그림자 아래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알베르트는 기사가 보이지 않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기지 안으로 다시금 뛰어 들어가 버렸다.


길리안을 중심으로 무언가 묘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고 기사는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면 당연히 눈치를 챌 터이다. 하지만 고작 노예 한 둘을 위해 경비대를 움직일까?


움직인다 한들, 그리 많은 수의 병사를 운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적을 치러간 병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산채는 제법 깊은 곳에 있었다. 아직도 헤매는 것을 보면 아침나절은 되어야 병사들이 복귀할 수 있으리라.


‘후, 그럼. 길리안이 있을 곳은 대강이지만 짐작이 가는군.’


기사는 건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며 생각했다. 이 관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에 비해 투숙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굳이 투숙을 하겠다면 조금 시간을 들여서라도 관도 너머에 있는 강하나, 제국령의 아델리아 영지에서 머무는 것이 나았다.


관도의 여관에서 머무는 경우에는 운이 나쁘게도 관문이 전부 폐쇄된 밤 시간에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 경우뿐이었다. 그리고 그 경우란 길리안의 주인이라는 자에게도 해당 될 터였다.


아직 해가 뜨기에는 시간이 조금 있었다. 기사는 천천히 여관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길리안을 구하는 것은 분명 왕국법상으론 범법 행위가 될 터였다. 그러니 이제부터 할 행동으로 기사는 ‘제국인’에서 ‘범법자’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길리안을 구한 이후, 병사들이 돌아올 아침이 되기 전에 도시를 빠져나가야했다. 지체하여 주인이 경비대에 수색신고를 넣어버리는 상황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았다. 숨을 곳 없는 작은 도시 임에도 전진기지였던 관도는 병사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지체한다면 금세 발각될 것이다.


슬슬 여관이 보이자 기사는 검을 손 안에서 몇 번 쥐었다 놓고는 여관으로 달려갔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4/27일, 알베르트와의 대화 부분을 포함한 뒷부분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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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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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28 2 13쪽
15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8 34 3 7쪽
14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2 3 10쪽
13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6 46 2 10쪽
12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47 2 11쪽
»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25 50 2 9쪽
10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7 57 2 9쪽
9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6 54 2 8쪽
8 2. 황금의 기사와 마법의 갑옷 19.04.14 61 3 11쪽
7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4 68 2 9쪽
6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73 2 8쪽
5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3 94 3 7쪽
4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2 105 2 8쪽
3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142 3 7쪽
2 1. 황금의 기사와 탈출의 밤 19.04.10 215 3 11쪽
1 0. 황금의 기사와 시작의 이야기 19.04.08 3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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