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19.06.27 21:17
최근연재일 :
2019.11.18 11: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094,856
추천수 :
31,044
글자수 :
77,525

작성
19.11.03 20:10
조회
50,481
추천
1,525
글자
12쪽

018 - Young Inventors & Company (3)

DUMMY

"어젯밤에 떠올랐어."


이세아가 내게 덥석, 종이를 들이민다.

흰 종이에 정성껏 손으로 그린 스케치.

이건, 설마...

“이름은 ‘원통형 전자레인지’로 해봤어.”

“세아야..!”

“응?”


해냈구나, 세아야.

믿고 있었다구...젠장...!

난 서둘러 그 종이를 받아 읽었다.


아, 이런 거였구나.

문이 원통형인 벽을 따라 감겨서 들어가는 방식. 이건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옆으로도 있었던 공간의 낭비가 지워져버렸어.'


기존 이세아의 실패작 1호였던 미닫이문 전자레인지. 그것의 단점이었던 공간의 낭비는 깔끔히 사라져버리고, 장점만 남은 희대의 역작.

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확인했는지 이세아가 말을 얹는다.


"그리고 디자인이 훨씬 고급스럽고 예뻐."


그럼그럼, 디자인, 중요하지. 요즘은 산업디자인 학과도 있을 정도니까. 하긴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면 확실히 예쁘긴 하다. 특히 전자레인지가 돌아갈 때 안에서 조명이 켜지는데, 약간 그 모습이 램프나 등잔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세아야, 진짜 미안한 말인데, 혹시 이게 끝이야?”

“응. 일단은 그런데··· 뭔가 부족해?”

“좋아, 진짜 좋아. 정말 좋긴 한데.”


이세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분명히 좋아. 정말 좋다. 그런데 뭔가가 부족하다. 2%.

이게 큰돈을 만질 정도로 엄청난 특허일까? 물론 신박하다, 신선하다는 점에선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 뭔가가...

그때 내 머리를 스친 생각.


“이거, 혹시 음식도 더 빠르게 데워지지 않을까?”

“...!”


이세아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

그리고 다시 천연하게 내게 되묻는다.


“왜일까?”

“전자레인지는 안에서 마이크로파를 쏘아주는 거잖아. 그 진동수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이 오르는 거고.

그런데 마이크로파도 어쨌든 전자기파고. 반사가 될 텐데 내부가 직육면체인 것보다 원형이면 그 효율이 더 오르지 않을까?”


즉, 음식이 더 빠르고 고르게 데워지는 거다.


“해우야...!”

“응?”

“너 천재구나?”

“난 이런 아이디어를 낸 네가 천재라고 생각해.”


그렇게 우리는 주말 동안, 2차 발표 전까지 같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고쳐나갔다. 도면을 프로그램으로 다시 구현하고, ppt 자료를 만들고, 발표 대본을 만들고.


“저번에도 느꼈는데. 해우 너 발표 자료 진짜 잘 만든다.”


당연하지. 대학에서 이때까지 발표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하지만 저번보다 더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도 맞다. 그 이유라고 하면 역시, 지난번의 아픈 기억 때문에.


“외워. 무조건 이 안에서 질문이 올 거야!”


그렇게 우리는 주말 동안, 예상질문들로 이뤄진 특훈.


“자, 다시 해보자. 원통형이라면 구조상으로 마이크로파 차폐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전자레인지 안전의 핵심사항으로 이미 충분한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원통형이 되었다고 해서 새어 나올 부분은 없습니다!”

“원통형 전자레인지라면, 기존의 직육면체 형태에 비해 들어갈 수 있는 그릇이며 음식물의 크기가 더 작아지는 것 아닌지?”

“아닙니다! 기존 직육면체 형의 전자레인지도 아래 회전판이 원형입니다! 그 판의 크기가 같기 때문에, 우리의 원통형 전자레인지에 들어가지 않는 건 직육면체 형 전자레인지에서도 돌릴 수 없습니다!”



#



“네, 선생님. 이거 받아주세요.”

“이게 뭐니?”

“오늘 저희 조의 발표 자료입니다. 미리 전달해드리려고요, 헤헤.”

“그래? 고생이 많네.”


월요일 저녁, 대망의 2차 발표날.

우리는 일찍 저녁을 먹은 후 미리 따로 인쇄해둔 자료를 들고, 소강당에 들어오는 선생님들 한분 한분께 나눠드렸다.

갑자기 주제를 눈앞에 들이미는 것과, 그나마 한 번이라도 보고 발표를 듣게 되는 것. 그 둘은 친숙함의 정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아이디어가 급변한 경우라면 더더욱. 선생님들도 사람이다. 이렇게 미리 자료를 받게 되면, 쉬는 시간 등 중간중간 짜투리 시간에 한 번씩이라도 눈이 가기 마련이다. 그럼 우리 입장에서는 성공인 거고.


‘일단 자료는 다 나눠줬고.’


어찌어찌 심사하는 선생님들께 자료를 다 돌리고 나니, 이제 정말로 할 게 없어졌다.

단지 기다리는 것, 그것뿐.


마지막으로 발표 자료를 서로서로 점검하며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어느새 한팀 차이로 우리 발표의 차례가 다가왔다.

이세아와 나는 대기실 바닥에 무릎을 껴안고 앉아있다.


“나 정말, 이번에도 실패하면. 되게 슬플 것 같아.”

“걱정하지마. 네 아이디어는 진짜 좋아. 내가 보장할게. 그래, 혹시라도 잘 안 돼도 특허 만원에 사줄게.”

“···만원? 겨우?”

“겨우라니. 학생인데 만원이면...”

“만원은 너무 적소! 4만원에 합시다!”

“···2만원.”

“4만원!”

“···너희들 지금 뭐 하냐?”

“헉.”


어느샌가 우리 뒤에 와 계신 섭쌤이 한심하다는 듯 우리를 보고 있다. 그리고는 손으로 꿀밤을 만들어 우리에게 쥐어박는 시늉을 한다.


“아야.”

“다른 조 발표도 귀 기울여 안 듣고 말이야.”

“아니, 저, 그게. 곧 저희 발표고 해서 긴장도 풀 겸, 아하하.”

“그래, 세아 네 긴장이 다 풀려야지. 오늘은 네가 발표할 테니 말이야.”


음?


“선생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다. 오늘 발표에는 세아만 올라간다.”

“선생님!”


내가 부르는 소리에도 김손섭 선생님은 굳건이처럼 굳건하다. ‘넌 못 지나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얼굴.


“선생님, 이런 게 어딨습니까...!”

“여기 있다.”

“이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왜 합리적이지 않지? YIC는 2인 1조 대회이다보니, 본대회에서도 이렇게 한 명만 집어서 발표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것을 미리 대비한다고 생각한다면 다를 건 없는 것 같은데.”

“...!”


섭쌤은 그 말을 마치고 자기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등을 돌려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난 섭쌤을 안다. 섭쌤은 한 번 정한 결정을 절대 무르지 않아. 이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다.


“해우야...”


그렇다면, 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시간이 없다. 곧 우리 발표다.

날 보는 이세아는 이미 패닉 상태.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린다. 난 그런 이세아의 어깨를 잡고 힘껏 잡았다.


“세아야 잘 들어.”

“흐읍.”


이세아의 어깨를 잡은 손이 뜨겁다.


“네가 예전에 나보고 천재라고 했지.”

“...응.”

“맞아, 난 천재야.”

“어?”

“난 엄청나게 똑똑해. 미치도록 똑똑해. 다른 애들보다도, 심지어 선생님들보다도. 그래서,”


툭툭, 내 손끝에 튕겨지는 발표 대본.


“여기 이 발표 대본에 모든 예상질문을 적어놨어. 무조건 이 안에서 질문이 나올 거야. 선생님들은 다른 질문은 생각조차 못 할 거야.”

“그렇지만···”

“이번 주말에 우리 연습 많이 했지.”

“...응.”

“넌 언제나 발표 대본을 늘 들고 다녔고. 주말 동안 밥 먹을 때든 쉴 때든, 항상 가지고 다녔잖아.”

“그랬...지.”

“그리고 전부 외웠어. 맞아?”

“맞...아.”

“맞아. 그러니까 넌 할 수 있어. 네 목소리로 직접 말해봐.”

“할 수... 있다.”


— 다음은 이해우&이세아 조. 이세아 학생만 올라옵니다.


“할 수 있다.”



#



“원통형이라면 구조상으로···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 새어 나올 부분은 없습니다!”

“기존의 직육면체··· 더 작아지는 것 아닌지?”

“아닙니다!··· 회전판의 크기가 같기 때문에··· 같습니다!”

“흐음...”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공격할 부분이 없다.

수없이 질문을 던졌는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답변이 바로 날아온다.

흡사 뚫리지 않는 방패.

선생님들 사이에선 이미 만족스러운 눈빛이 교환되고 있다.

백아연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 옆의 이민희 선생님에게 말했다.


“해냈네요, 이 둘.”

“어떻게 그 미닫이문 전자레인지라는 처음의 아이디어가 이렇게까지 변했는지. 디자인도 좋고··· 3D로 구현까지 했네?”

“어쩌면 오늘 전체 발표했던 것 중에 제일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툭툭, 이민희 선생님이 검지로 발표 자료를 건드리며 말했다.


“발표 자료를 미리 돌린 것도 좋았구요. 이런 게 정말 센스인데. 사회생활도 안 해봤을 텐데. 이런 건 어떻게 할 생각을 했을까?”

“그러게요. 게다가 이런 걸 미리 돌리면 사실 선생님들 입장에서 질문을 만들 시간이 더 길어지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자신감이···.”


포기하지 않고 거듭 질문하는 김손섭 선생님.

그걸 반복해서 받아치는 이세아.

그 모습을 멀뚱히 보면서 백아연 선생님이 말했다.


“사실 저 조금 감동 받았어요.”

“무슨 감동?”

“이번 발명 1차 때 말이에요. 세아가 엄청 혼났잖아요. 보통 그 정도로 혼나면, 아예 포기해버리거나, 다른 주제로 돌리거나 할 텐데. 그러지 않은 게 대단하네요. 뭐랄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다. 우리의 방향이 틀렸던 게 아니야. 잠깐 길을 잘못 들었던 것뿐이었다고. 우리가 좀 더 완벽하지 않았다고.”


마침내 질문을 멈춘 김손섭 선생님.

질문-답변-질문-답변의 긴박한 사이클이 멈추자, 순간 강당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유지되던 고요를 깨고, 섭쌤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YIC 기업 중에 샘숭을 지망하고 있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오늘이 본 대회고. 선생님이 샘숭에서 온 직원이야. 그러면 여기서 다른 팀들 대신 너흴 택할 것 같아?”


두 선생님은 이세아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면서 작게 웃었다.


“아, 드디어 마지막이다. 이제야 먹으라고 준 질문이네. 자신감을 보여보라고.”

“김손섭쌤은 세아가 어떻게 대답할 거라 생각하고 저런 질문을 했을까요?”

“물론 우리가 당연히 일등이죠. 다른 조 발표 보셨잖아요? 저희처럼 참신하면서도 실용화 가능성까지 갖췄던 팀이 있나요? 더군다나 저희는 스토리텔링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학생답게 역경을 이겨내며 발전했다는 스토리까지 지닌 저희 팀은 상당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이정도?”

“와, 이민희 선생님 말 잘하시네요.”



#



이세아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혼자 올라가게 된 단상, 번쩍거리는 조명.

거듭 집요하게 이어지는 질문들.


하지만 몇십 번, 몇백 번, 종이의 귀퉁이가 닳을 정도로 외웠던 대본. 그랬기에 이런 긴장한 상태에서도 겨우 말할 수 있었던 답변들.

그리고 이세아는 벌벌 떨고 있었다.

오늘의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샘숭에서 온 직원이야. 그러면 여기서 다른 팀들 대신 너흴 택할 것 같아?”


섭쌤의 마지막 질문.

동시에 해우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


‘어떡해. 대본에 없는 질문이야. 저건 안 좋다는 뜻이겠지? 안 좋았다는 건 혹시 내가 해우가 알려줬던 대본을 잘못 외웠나? 그래서 별로였던 걸까?’


“이세아?”


‘아니면 어쩌면 내 이번 아이디어도 참신한게 아니었던 걸까? 해우만 좋게 봤던 거면, 그런 거면 어떡해, 아...’


“이세아 학생...?”

“네...네!”


‘이제 대답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는데 진짜로 아 그런데 내 아이디어 진짜 좋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문이 원통형으로 감아서 말려 들어가니까 옆이든 앞이든 공간 낭비도 없고... 거기에 램프 같기도 하고 등잔 같기도 한 게 보기에도 이쁘고... 그래, 내 주제는 좋아. 용기를 가지고 말해보자.’


“그... 문이 이렇게 말려 들어가거든요... 롤케익처럼요.”


‘아니야 이건 아니잖아 세아야 여기서 롤케익이 왜 나와 아.’


“...롤케익처럼?”

“네... 맛있습니다.”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에 관한 공지 +190 19.11.21 25,318 0 -
22 022 - ISEF (1) +130 19.11.18 34,732 1,562 16쪽
21 021 - 대어를 낚는 방법 (2) +100 19.11.14 39,132 1,446 12쪽
20 020 - 대어를 낚는 방법 (1) +54 19.11.13 37,573 1,357 15쪽
19 019 - Young Inventors & Company (4) +102 19.11.12 40,064 1,375 15쪽
» 018 - Young Inventors & Company (3) +123 19.11.03 50,482 1,525 12쪽
17 017 - Young Inventors & Company (2) +71 19.11.02 47,018 1,413 15쪽
16 016 - Young Inventors & Company (1) +99 19.11.01 50,491 1,648 13쪽
15 015 - 2차 시험 (3) +202 19.10.30 53,339 1,966 14쪽
14 014 - 2차 시험 (2) +125 19.10.28 51,060 1,461 12쪽
13 013 - 2차 시험 (1) +128 19.10.27 50,971 1,458 14쪽
12 012 - 새우 동맹 +87 19.10.26 50,076 1,300 15쪽
11 011 - 라그랑주 역학 (3) +57 19.10.26 48,181 1,417 14쪽
10 010 - 라그랑주 역학 (2) +35 19.10.25 47,831 1,236 13쪽
9 009 - 라그랑주 역학 (1) +48 19.10.24 48,480 1,243 13쪽
8 008 - 변화 +46 19.10.23 49,636 1,300 16쪽
7 007 - 그거 그렇게 푸는 거 아닌데 (2) +42 19.10.22 49,209 1,302 10쪽
6 006 - 그거 그렇게 푸는 거 아닌데 (1) +48 19.10.21 50,696 1,305 14쪽
5 005 - 팀 프로젝트 (2) +50 19.10.20 50,995 1,343 11쪽
4 004 - 팀 프로젝트 (1) +42 19.10.19 53,192 1,281 14쪽
3 003 - 예비 입학 (2) +63 19.10.18 54,134 1,373 14쪽
2 002 - 예비 입학 (1) +85 19.10.18 59,472 1,306 14쪽
1 001 - 그럼 다시 한번 해보세요 +130 19.10.18 69,160 1,31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