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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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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19.06.27 21:17
최근연재일 :
2019.11.18 11:17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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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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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44
글자수 :
77,525

작성
19.10.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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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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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5 - 팀 프로젝트 (2)

DUMMY

신예은의 입술이 벌어지기 직전, 내가 말을 잇는다.


“···그리고 화학.”

“···!”


곧이어 신예은의 눈동자가 커진다. 크게 충격을 받은 눈치다.


“물리랑 화학이랑 비중이 비슷비슷한데? 물리를 더 좋아할 관상이긴 한데··· 전공은 왜인지 화학인 것 같네. 왜 화학을 택했지?”

“너 그걸 어떻게···”

“아까도 말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누구한테 들었어?”

“응?”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말을 이으려는 그 순간 이민희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그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포스에 좌중은 곧바로 조용해졌다.

물론 신예은이 말없이 날 쏘아보고 있는 건 여전하다.


“조는 다 짜셨겠죠?”


4명씩 5개의 조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를 둘러보고, 이민희 선생님은 자문자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한 손에는 종이뭉치가 들려있었다. 아마 우리가 조를 짜는 동안 그걸 인쇄하러 나갔다 오신 모양이다.


“과학고에 올 정도면 실험해본 경험은 꽤 있겠죠? 그러니 기초적인 실험 장비를 다루는 부분은 패스하고 바로 실험으로 들어갈게요?”


그렇게 말하며 이민희 선생님은 들고 온 종이뭉치를 한 장씩 각 팀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왜 질문을 해놓고 답은 안 들어? 저러니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불리지.



<아스피린의 합성 정제 및 분석Ⅰ>

*관련단원

-유기화학


*실험목표

-유기산과 알코올을 이용한 에스테르화 반응의 이해

*실험 내용 및 절차

1) 살리실산 2g을 0.001g까지 정확히 달아 100mL 삼각 플라스크에 넣는다.

2) 아세트산 무수물 4.00mL를 플라스크 벽을 따라 흘려 내리며 벽에 묻은 살리실산을 모두 씻어 내린다.

3) 촉매로 85% 인산을소량 (1~2 방울) 가하고 섞는다.

4) 후드 안에 물중탕 장치를 하고. 온도를 70~80°C 로 유지하면서 ······

5) ···???

6) ···???


*생각해 볼 문제

-아세트산 무수물과 무수아세트산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설명하시오.

-실험 도중, 물을 가하여 여분의 아세트산 무수물을 분해 시키는 과정이 있다. 이때의 일어나는 변화를 반응식으로 쓰시오.

- ···


이민희 선생님의 성격답게 참 심플하게 작성된 실험 계획서다.

그런데 뭐야? 왜 실험과정이 끝까지 안 쓰여있지? 우리 것만 이런 건가?


“보시다시피 실험과정은 다 안 쓰여 있구요. 여러분이 알아서 적어나가시면 됩니다. 실험 시작 전에 5분 드릴게요. 토의하며 계획서를 채울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첫날부터 하드하다. 실험과정조차 다 공개를 안 하다니.


“실험이 시작하고도 한참 동안 채우지 못하시는 조는 제게 오시면 점수를 조금 깎고 남은 실험과정을 공개해드릴게요. 물론 그 전에 자기 힘으로 채울 수 있는 팀이 먼저 끝낼 수 있겠죠?”


그렇게 말하고는 이민희 선생님이 씨익 웃으며 5분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그 웃는 모습이 되게 히스테릭하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그리고 높은 수율로 아스피린을 얻어내는지로 이번 실험 점수가 매길 거예요.”


저 말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난 안다.

수득률은 이 실험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수득률이 요동치는 실험이다. 그러니 실험 오차가 발생한 이유만 그럴듯하게 쓰면 된다. 수득률이 높게 나온다면 가열 시 물이 완전히 날아가지 않아 물의 무게가 포함되어 수득률이 높게 측정된 것 같다고 쓰면 될 거고. 낮게 나온다면 실험 기구에 붙어있는 게 남아 있다던지, 뭐 그런 것들.

실험 계획서를 채우는 일도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고요한이며 김병학이며 신예은이며. 얘들의 수준이면 꼴랑 실험 계획서 채우기는 가벼울 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 이다. 그 차이에서 등수가 결정된다.


“···일단 시작하자. 내가 팀장 하는 건 다들 불만 없지?”


신예은이 여태껏 날 쏘아보던 것을 멈추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팀장은 기본적으로 점수가 좀 더 주어진다. 신예은이 화학전공인 걸 모두가 알게 된 후로, 우린 만장일치로 신예은이 리더를 하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리더를 해야만 하는 그녀의 폭풍 같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먼저 실험과정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신예은을 뺀 우리 셋은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실험과정을 채워볼게. 너희는 그 밑에 ‘생각해 볼 문제’ 먼저 풀고 있어 줘. 아세트산 무수물과 무수아세트산의 차이점부터.“

“응?”

“아세트산 무수물이랑 무수아세트산의 화학식 말이야.”

”······.“

”···설마 아세트산 화학식을 몰라?“

”······.”


우리 셋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선생님께 혼나는 유치원생들처럼 가만히 있다. 신예은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다.


“아니 어떻게 아세트산을 몰라? 진심이야?”


그리고는 현기증이 나는지 손을 얼굴에 짚으며 말했다.


“이 둘은 그렇다 치고··· 세아야, 너도 바보였니?”

“헤헤··· 그런 가봐.”


머쓱머쓱 뺨을 긁으며 이세아가 대답한다.

···어쩐지 앞으로도, 다른 과목에서도 쭉 그녀가 팀장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분 남았습니다.


그때 타이밍 좋게 선생님이 앞에서 마이크로 1분 남았다고 알려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신예은이 우리를 질타하는 분위기의 기세가 꺾였다.

노처녀 히스테리 만세.


“하아··· 일단 그래도 생물 전공이니까 나랑 같이 해보면 알 거야. 세아는 나랑 같이 실험방법마저 채우고. 김마루는 1분 뒤에 시작하면 준비물 가지러 가줘. 아, 준비물 중에 시약 쪽 먼저. 가져오면 내가 실험할 테니까.”


그때 문득 나는 내게 부여된 임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나는?”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자리 맡아줄 애도 필요하니까. 실험과정 기록해줘.”


이건 분명 멕이는 거다. 자리를 맡긴 왜 맡아? 내가 해변가 파라솔이냐?


“너 화났어?”

“···딱히?”


화났다. 100% 화났다. 1000% 화났다.

아까 내가 관상 어쩌구 하면서 전공을 넘겨짚은 것이 신예은의 뭔가를 건드린 게 분명하다.


—그럼··· 시작하세요!


마이크의 외침과 함께 각 조에서 한두 명씩 애들이 뛰쳐나왔다. 일어선 사람 중에는 고요한도, 김병학도 섞여 있었다. 물론 우리 조의 김마루도. 그리고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약품 통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약품 통은 하나다. 그러니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살리실산과 아세트산 무수물, 인산 등 각종 시약을 먼저 얻으려는 계산이다.


그래, 솔직히 화학식이며 원리 같은 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그런데 실험의 핀포인트 정도는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실험에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 어디서 고생했었는지 정도는.


나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다투는 실험에서, 그것도 이런 단체 실험이면 준비물을 먼저 챙기는 것이 급선무다.

나는 그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뛰쳐나가려는 내 손목을 신예은이 붙잡았다.


“아니, 넌 가만히···”

“물중탕을 먼저 준비해야 해.”

“···뭐?”

“실험과정에는 4번에 있지만, 물중탕을 먼저 준비해야 해. 물 데우는 데도 시간 걸릴 거고. 가열하는 데도 시간 따로 걸릴 거고. 후드(실험 시 발생하는 유독 연기 등을 처리하기 위한 환기 시설)가 딱 3개뿐이라 5팀 중 2팀은 못 해. 서둘러야 해.”


나는 내 말에 벙찐 신예은을 뒤로 하고 나섰다.


예상대로 애들은 약품 통 앞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줄을 서고 있었다. 중간에 여과지와 전자저울을 가져다 달라고 다른 팀원을 부르기도 하고. 시장통이 따로 없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아직은 아무도 없는 비커와 알코올램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고요한이 무언가 눈치챈 듯 슬며시 내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제법인데?”

“뭘, 이정도 가지고.”

“너희 조 신예은 생각인가?”

“아마 신예은도 생각해냈을 거야.”

“그래? 그 말은 네 생각이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고요한이 웃으며 말했다.

비커, 온도계, 알코올램프를 비롯한 가열 도구만 챙긴 우리는 곧바로 후드 쪽으로 향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우릴 보고 뒤늦게나마 눈치챈 김병학이 허겁지겁 뛰어와 남은 후드의 마지막 자리마저 채웠고, 남은 두 조는 뒤에서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신예은은 그 잠깐 사이에 상황 파악을 끝냈는지 내 뒤로 따라붙어 속삭였다.


“실험과정 1에서 3까지를 세아랑 김마루가 맡고 있어. 가서 도와줘. 이제 이쪽 실험은 내가 할 테니까.”


그 말만을 기다렸다. 이 뒤는 사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



우리 조가 1위를 했다.

그 지긋지긋한 고요한을 이겼다. 비록 화학에서, 그것도 팀플에서지만.


‘선생님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화학에서라면, 난 고요한을···’


신예은은 이해우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런데 이해우는 내 전공을 어떻게 안 걸까.’


이해우가 신예은의 시선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잘했지?”


어디까지나 팀장은 자신이었다. 이해우가 지시를 어기고 독단으로 행동한 건 맞다. 실험에서는 언제나 단독행동이 아니라 단체행동. 그러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그 얼굴을 보니 픽 웃음이 나오며 화낼 마음도 들지 않았다.


“네가 비커랑 알코올램프를 빨리 준비해줬기에 후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덕분에 10분이나 걸리는 가열을 먼저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사이에 시간 낭비 없이 앞의 실험과정들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네가 한 90% 정도 해줬다고 볼 수 있지.”

“정말??”

“그리고 내가 한 910% 정도 했지. 1000% 만점.”


가차 없는 말에 이해우가 추우욱 늘어진다. 그걸 보고 김마루와 이세아가 이해우에게 달라붙어 위로해준다.

그래도 자신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실험과정을 채우는 것 하며, 예시 문제들이며 전부 자신이 풀었으니까.

혹시라도 자신이 이 조가 아니었다면 이 바보팀은 진작에 망했다. 1등은커녕 5등은 확정이고 아직도 실험이나 하다가 저녁도 못 먹었을 거다.


그리고 솔직히 이해우가 그렇게 해주지 않았어도 우린 분명 후드를 차지했다. 나도 곧 4번 실험과정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분명 고요한보단 느리긴 했지만.

문제는 그 속도다. 어떻게 화학전공인 자기보다도, 그리고 고요한보다도··· 그 사실을 먼저 깨달을 수 있었냐는 거다.

게다가 분명 그에겐 처음 하는 실험이었을 텐데도.


1000% 중 90%. 100% 중 9%. 그 차이 덕분에 고요한을 이길 수 있었다.

진짜 바보인데.

바보인 게 분명한데. 어떻게.


신예은은 앞의 세 얼간이가 두리둥실 춤을 추는 걸 보면서 머리를 짚었다.


“앞으로 한 달··· 얘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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