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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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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19.06.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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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25

작성
19.10.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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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9 - 라그랑주 역학 (1)

DUMMY

여긴 물리과 2교실. 조별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실답게 크기 자체도 커다랗고, 또 그에 걸맞게 큼직한 책상이 6개가 배열되어 있다. 우리 반은 총 20명, 한 조에 4명씩 해서 그중 5개가 채워져 있는 상태다.


—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교실의 앞에는 금방 교무회의라도 있었는지 정장을 갖춰 입은 백기현 선생님이 서 있다. 선생님이 목을 가다듬자 그것만으로도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른다.


“뭐야, 슈트 왜 이렇게 멋있어요.”

“선생님 잘생겼어요~”


뭐, 내가 봐도 백기현 선생님은 정말로 분위기 있게 잘생기셨다. 조용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고······. 아무튼 김마루는 그게 영 아니꼬운 눈치다.


“솔직히 백기현쌤 잘생긴 거 난 잘 모르겠던데. 여자애들은 왤케 좋아하냐? 솔직히 내가 더 낫지? 인정?”

“······.”

“······.”

“······.”


다들 할 말이 많은 얼굴이지만 용케 참았다. 이세아도 신예은도 침묵으로 김마루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것 같다.


— 저번 수업까지는 솔직히 좀 지루했죠? 이론 위주였고. 그래서 다른 과목이랑 달리 제 과목인 물리는 발표 수업으로 좀 바꿔볼까 합니다. 아마 2차 시험에 도움이 될 거에요.


백기현 선생님이 웃으며 말한다.

발표 수업. 과거에는 분명히 없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발표 수업이 어떻게 2차 시험에 도움이 된다는 거야. 결국 2차 시험도 지필 시험이면서.


— 지금 5개의 조가 있죠? 이 조별로 문제가 각각 주어집니다. 각 조 내에서 문제는 다 같이 풀되, 발표는 한 명씩 나와서 합니다. 그럼 다른 조는 발표 조의 내용을 듣고, 질문을 하는 거죠. 이 풀이가 별로였다, 나라면 이렇게 접근했겠다, 아니면 풀이에서 어떤 점이 좋았다, 뭐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대학교 수시 입시에서 나오는 심층 면접 문제처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소문항이 여러 개 달려있는 형태였다. 기본적인 테크닉에 창의력도 조금 필요한 문제들.


— 그럼 푸는 시간 좀 드리고, 그 뒤에 발표 시간 가지겠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쭉 돌면, 다시 푸는 시간 드리고 반복하는 거예요, 알겠죠?


그럼 즉 맨 처음 시작하는 1조가 제일 불리하겠다. 물론 어느정도 어드벤티지야 고려하겠지만은.

그리고 우리가 1조네.



#



“...이상입니다.”


5조의 두 번째 발표 차례가 끝났다. 5조에서 발표를 나온 아이는 처음에는 꽤 자신 있는 목소리로 시작했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다.


가장 먼저 1조인 우리 조.

2조의 김병학, 김민철이 속한 조.

3조의 고요한 조.

적당한 4, 5조.


4, 5조는 왜 적당하냐고? 아마 이미 점수가 적당하게 되었을 거다. 1, 2, 3조는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의 질문에 발표자들이 침착하게 잘 대답한 반면. 4, 5조는 겨우 두 바퀴째인데 벌써부터 망했다.

물론 걔들이 못했다는 게 아니다. 1, 2, 3조가 비정상이다. 김병학과 고요한. 이 둘이 괴물이다.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다 받아낸다. 아주 자연스럽게.


“후··· 역시 난 천재라니깐.”


한참 전에 자리로 돌아온 신예은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물론 우리 쪽도 괴물이다. 맨 처음 시작하자마자 첫 문제를 빠르게 풀어버리더니 두 번째 문제까지도 해치워버렸다.


“혹시 이번 1차 시험 물리 2등이 누군지 아는 사람? 그것도 무려 물리 전공도 아닌 사람이 2위를 했다고 하던데···”

“······.”

“그게 누구?”

“······.”

“누구???”

“···신예은.”

“누구???????”

“갓 예 은!”

“대 예 은!”


이세아와 김마루는 신예은을 띄워 주는데 여념이 없다. 이 자존심도 없는 놈들.


— 두 바퀴 정도 돌아보니까 각 팀의 에이스가 누군지 알겠네요. 너무 한 사람만 발표하면 공부가 안되니까, 다음 바퀴부턴 다른 사람이 나오도록 합시다.


“선생님이 말 잘하시네. 이제 너희도 제발 좀 나가라, 엉? 최근에 내가 너무 자주 나간 거 같지 않냐?”


그건 맞다. 수학이든, 물리든, 화학이든, 심지어 생물에서도. 신예은 위주로 발표를 했다. 이게 다 1차 시험 성적 때문이다. 원래라면 신예은은 화학, 이세아는 생물, 김마루와 나는 물리니까. 각자 전공에서 힘을 써야 하는데. 지금은 전공이고 나발이고 우리 조원 중에서 모든 과목의 압도적 1등이 신예은이니까.


“아···우리의 정신적인 구세주, 유일한 빛, 신예은 선생님이 없으면 저흰 어떻게 해나가란 말인가요. 흑흑흑.”

“···세아야. 평소에는 이렇게 입 잘 터는 애가 왜 발표에서는 이렇게 못 하는 거야?”

“그건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그래. ”

“···네가? 내성적?”


신예은이 떫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상으로 추궁하진 않는다. 며칠 전, 이세아가 수학 수업에서 발표하러 한 번 나갔다가 긴장하며 떨어서 망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세아에겐 나름의 면죄부가 있다. 아마 아직까지도 살짝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곧 신예은의 눈동자가 나와 김마루에게로 옮겨왔다.


“좋아 그럼 김마루.”

“어? 나?”

“왜? 너 물리 전공이잖아. 이럴 때 안 나가면 언제 나가게.”

“그치만···”


그때 마침 타이밍 좋게 선생님이 새 문제를 주기 위해 우리 책상으로 걸어오셨다.


“이번 발표자는 누구로 할지 정했니?”

“아, 네, 기현쌤~ 저희는 김마루로 하려고 해요~”


벌써부터 성을 빼고 기현쌤? 게다가 방금 우리랑 얘기할 때랑은 180도 달라진 목소리다. 어릴 때 나랑 걸쭉하게 욕하면서 게임을 하다가 전화가 오자 갑자기 목소리를 바꿨던 사촌 누나를 보는 것 같달까. 그 모습을 보는 김마루의 입도 떡하니 벌어져 있다.


“그래? 흐음··· 뭐 아무튼, 이번 문제부터는 좀 어려워질 테니까 재밌을 거야. 아, 그리고 다른 조에 질문도 하고 해, 너무 사리지 말고. 질문으로 다른 풀이, 더 좋은 풀이를 알게 될 수도 있는 거고. 추가 점수도 있으니까.”

“네에~”


어이구, 아기새처럼 대답도 잘한다. 저 신예은이 방금 전까지 김마루를 갈구던 걔가 맞나. 그런데 왜 백기현 선생님이 말하면서 자꾸 나를 보는 것 같지?


백기현 선생님이 떠나고 우리는 문제를 봤다. 공기저항과 종단속도에 관한 문제다. 굳이 추가하자면 관성력 개념도 포함될까?

첫 소문항은 엘리베이터에서의 여러 운동을 정성적으로 생각해보는 문제로 시작했다. 관성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일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다. 그런데 워낙 정성적인 부분이라.

이 문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공기저항이 있는 상태에서의 종단속도 구하기. 종단속도란 점점 증가하는 공기저항으로 인해 가속도가 0이 되어, 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될 때의 속도를 말한다.


나는 문제를 훑어보기만 했다. 어차피 정성적인 부분은 생각을 말하면 되는 거고. 마지막 문제 같은 건 적분을 해야 해서 그렇다. 난 아직 적분을 완벽히 못한다.

그래도 신예은은 막상 문제 풀이에 들어서자 나름 친절하다. 김마루가 최대한 자기 힘으로 풀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다가, 문제 풀이에 주어진 시간이 다 없어질 정도가 되자 그때 설명을 해준다. 여기서는 이렇게 적분을 하면 돼, 그 다음 나온 결과를 보고 상수를 맞추고~


그때 문득 나는 그 모습에서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히 선생님께선 좀 더 난이도가 어려워질 거라고 하셨는데, 그건 어떤 의미로 어려워진다는 거지? 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무슨 차이가. 혹시···


“···신예은.”

“왜?”

“이거 공기저항력이 속도에 비례한다고 가정하고 푼 거네?”

“엉. 원래 다 그렇게 푸는 거야.”

“문제에 속도에 비례한다는 조건은 없어.”

“야야, 원래 이렇게 푸는 거라니까. 내가 이 문제만 몇 번째 보는지 모른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불안하다, 김민철이. 나는 이전 생에서의 김민철의 성격을 아니까. 이건 반드시 질문이 들어올 거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적당히 빠른 속도에서는 공기저항력이 신예은이 가정한 것처럼 속도에 비례하지 않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리고 문제에 사용된 쇠구슬은 충분히 무거워 보이고, 적당히 빠를 것 같다. 그러면 적분하는 방식도, 답도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오게 된다.


“이거 질문 들어오면 어떡하게?”

“안 들어와, 안 들어와.”

“그래도···”

“안 물어본다니까? 네가 나보다 물리 잘해?”


신예은의 목소리가 순간 커졌다. 그 목소리를 낸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본인도 이렇게까지 크게 말할 생각은 없었던 듯 당황하는 눈치다.


“아니, 못하지.”


나는 쓰게 웃으며 물러섰다. 신예은이 그런 나를 보고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 앞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1조, 김마루. 발표하러 나오세요.



#



“~~ 이렇게, 이렇게 해서 최종 종단속도는 이런 형태의 꼴이 나옵니다.”


김마루가 발표를 마쳤다.

백기현 선생님의 표정은 무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저건 만족한 표정이 아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


역시나 2조의 김민철이 입을 열었다. 반 모두의 시선이 김민철에게 모인다.


“아까 제가 잘못 들었나 해서 그런데, 수식을 읽으실 때 dt분의 da라고 했던 것 맞죠?”

“예? 아, 네··· dt분의 da······.”

“아직 우리가 정식으로 미적분을 배운 건 아니지만 그건 잘못된 읽는 방식이에요. dadt라고 하셔야 해요.”

“아, 네······.”

“또 2번 소문항에서, 그 갈릴레이 피사의 사탑 실험을 정확히 이해 못 하고 계신 것 같던데.”

“네···?”

“그건 공기저항이 없을 때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거니, 실제로는 실험 시 그렇게 안 나오는데, 그게 맞는 것처럼 설명을 하셨더라구요? 그리고~”


악의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진짜 순진하게 몰라서 물어보는 것처럼, 존댓말로 말을 높인 질문들.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에서 시작했던 게. 어느새 날카로운 공격으로 변해있었다.

김마루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옆의 신예은도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만.”

“넵.”

“어느 정도 빠른 속도에 다다르면 공기저항력이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이 전혀 고려 안 되고 속도에 비례하는 걸로 푸셨던데.”


사실 이건 자신감이 필요하다. 애드립이.

신예은이나 내가 나갔다면, 이렇게 답했겠지. 애초에 비례니 제곱으로 비례하니 하는 것들이 어차피 다 근사적인 식입니다. 깊게 들어가면 아무 의미 없고, 우리는 고등 과정에서 이걸 구하는 과정을 볼 뿐이고, 비례하든 제곱에 비례하든 적분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그러니 큰 문제 없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답했겠지. 별 내용 없다.

···하지만 김마루는 거듭된 질문, 아니 공격으로, 그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 있었다. 그리고 절대로 해선 안 될 말까지 해버렸다.


“죄송합니다······.”


그 말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죄송할 게 없는 거였다. 그냥 ‘아 그거나 이거나 비슷하죠, 뭐.’ 이렇게만 애드립 쳤어도 상관없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죄송하다’라고 말한 순간 ‘저는 나머지를 모르고 있어요’라고 인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군요··· 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철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저 얼굴이 가증스러웠다. 이건 분명 일부러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무슨 이유로?

그 순간 김민철이 나를 보고 웃었다. 웃었다. 그 입꼬리를 더욱 올려서.


아, 나 때문이구나. 저번 식당에서의 일 때문에.


— 그다음 발표는 2조에, 김민철.


천천히, 저놈이 웃으며 걸어 나간다.


“야, 신예은. 나 좀 도와줘.”

“···뭐?”


교실 앞의 화면에 김병학 조, 아니 김민철 조의 문제가 띄워진다.

언젠가 봤던 문제다. 줄에 진자가 두 개 매달려 있는 형식. 진자에 진자가 꼬리를 물고 매달려 있는 독특한 형태. 거기에 더해 줄의 질량이 있는 게 특히 특이한 문제였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다양한 풀이법들을 떠올렸다.

좀 더 간단하고, 좀 더 명료하고······.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풀 수 있는 법.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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