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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19.06.27 21:17
최근연재일 :
2019.11.18 11:17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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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25

작성
19.11.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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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1 - 대어를 낚는 방법 (2)

DUMMY

원통형 전자레인지, 어쨌든 이세아가 낸 주제. 이세아는 나보고 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둥 그렇게 말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이건 이세아가 생각해낼 아이디어였어.

그러니 이세아 버스를 타게 된 만큼, 내겐 버스비를 지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도 내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그게 바로 지금이고.

3천만원은 그 책임이라는 기준에 너무 낮다. 그래서 거절했다. 적어도 그 훔쳐 팔았던 선생보다 더 낮게 받을 수는 없으니까.


“좋습니다. 그럼 얘기를 한번 진지하게 나눠보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하는 윤대리. 이 사람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내 매몰찬 거절에 화낼 만도 한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절제할 줄 안다. 이렇게 가기엔 아쉽지 않냐고, 서로 바라는 게 있으니 맞춰 가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문제점이 많습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원통형 전자레인지는 기존 직육면체 꼴보다 용적이 더 작습니다. 예를 들어서 요즘 사람들 편의점 도시락 많이 먹죠. 거기서 나오는 도시락 중 큰 게 많은데, 기존 직육면체형 전자레인지였으면 들어갔겠지만, 원통형에는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겠죠. 전체 용적이 3.14 : 4로 차이가 크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자레인지 내부 원판의 크기는 똑같잖아요?”

“그게 무슨?”

“저희 원통형 전자레인지에 안 들어가는 거면, 기존 직육면체형 전자레인지에 억지로 들어가긴 하더라도 어차피 원판이 회전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 지름에 딱 맞는 도시락을 넣는 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원판에 걸려서 고장이 날 확률이 높죠.”

“아니 그래도, 일단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들어가게 되면 일단 데울 수는 있으니까요.”

“그렇게 안 돌아가는 걸 억지로 넣는다고 해도, 전자레인지는 햇빛을 쪼이는 것 마냥 열복사 형식으로 음식을 데우는 게 아니잖아요? 내부의 마이크로파가 정상파의 꼴로 쏘아지기에 원판의 회전은 필수죠. 원판이 돌지 않는다면 도시락의 어떤 부분은 따뜻하고 어떤 부분은 차가울 거예요.”


윤대리는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그건···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원형 전자레인지는 상용화가 힘든 점도 있어요. 이미 공장에서 직육면체형의 전자레인지가 규격화 되어 있어서, 기존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점도 있고요.”


아뇨, 상용화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중에 유명 연예인이 나와 고급 가전제품으로 광고도 나가고 인기가 난리도 아니게 되거든요.



“하지만 여기에 디자인을 곁들여 고급화를 했다, 이렇게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 뜨는 에어프라이어도 원통형이지 않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뿐 아니라 더 높은 효율을 들 수 있습니다. 내부가 원형으로 되어있어 마이크로파 반사가 효율적으로 일어나 음식이 더 빠르고 고르게 데워진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더 빨리 데워진다고 해도. 시중에 나오는 냉동식품을 봐도 음식물마다 2분, 3분 이렇게 시간이 정해져서 표기되어 있는데, 그렇게 예외적으로 시간을 바꾸면 사람들이 괜히 더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전자레인지도 가정용, 영업용, 전자레인지마다 700W, 1000W 출력이 다릅니다. 이걸 신경 쓴 제품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보통은 그냥 상관없이 통일한 경우가 많고요. 또 전자레인지가 각기 노후화된 정도에 따라 출력과 데워지는 속도가 사실은 다른데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죠. 그래서 단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걸 오히려 적힌 시간보다 10~20초 적게 돌리라던지, 아니면 자동으로 더 짧게 돌려주던지, 그렇게 마케팅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쪽이 순간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이 윤대리라는 사람은 지금 일부러 우리 아이디어의 단점만을 찾아서 나열하고 있다. 좋다고 사러온 사람이 안 좋은 점을 집어주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래도 이제 그 행위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자 인정할래, 안 할래?


“솔직히 말입니다.”

“네?”

“솔직히 대회에 나가도 통할지 안 통할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중간에 탈락해버릴 수도 있는 거고요. 그걸 바꿔말하면, 지금 계약을 하면 그런 걱정 없이 확실해진다는 겁니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이시고, 아직 잘 몰라서 그러시겠지만, 그 YIC 기업발명대회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처음엔 좋아 보였던, 모든 기업에게 관심받으며 시작했던 주제도 꼬투리가 잡히면 곧바로 내팽개쳐져 잊혀집니다.”


변화구를 던진다. 이론적인 부분이 아닌, 심리적인 부분을 노리고 들어온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분명 뜬다. 난 그걸 아니까, 당당할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대회를 나가도 이길 확신이 있잖아. 오히려 다양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서 더 좋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린 계약을 지금 하든, 언제 하든 상관없단 말이야. 몸이 달아있는 게 누구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사람 혼자 독단으로 결정할 권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이미 대략적인 건 논의되어 왔겠지. 그리고 내 직감이, 우리의 주제를 따오라고 정해놨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YIC 대회는 특허청 주관이잖아. 중간에 꼼수를 부려 빼돌리는 것도 안돼. 이미 접수가 된 이상, 우리에게 얻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러니 저 사람의 말은 으름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으름장에는 으름장으로 맞받아친다.


“그럼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희가 대회에 나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

“...!”

“나가자, 세아야.”

“어? 응!”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고급기술, ‘느린 듯 빠르게, 빠른 듯 느리게’를 사용했다.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스킬이다. 이쪽의 심리를 들키면 끝이다. 우린 관심 없다는 듯 일어섰다, 천천히. 저쪽 입장을 조급하게 만드는 거다. 동시에 발걸음 역시 티 나지 않게 빠른 듯 느리게, 천천히 움직인다. 이게 핵심이다.


“...잠시만요. 일단 잠깐 다시 앉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됐다, 됐어!

그래, 이 사람 반드시 이거 따오라는 말 듣고 온 거라니까? 무엇보다, 아까의 공방에서 내 말에 설득된 기미가 보였다. 본인도 생각이 좀 변한 것 같달까. 벌써 태도부터가 아까와는 다르다.


“그럼 얼마 정도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지금이 중요하다. 아껴둔 눈치를 쓸 때가 왔다. 나는 천천히, 뜸 들이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5천이라는 금액을 생각하고 왔습니다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네, 말씀하세요.”


나는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렸다.

그래, 솔직히 천만원 정도는 더 받아야지.


“이 금액까지도 추가로 충분히 바라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

“사실 아까까진 그랬는데 막상 또 얘기하면서 장점을 말하니 이전보다 더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대답이 없으신 걸 보니, 이정도는 더 추가로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나는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잘하면 2천만원까지도 더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내 옆의 이세아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회사에 연락해보고 돌아오겠습니다.”


윤대리가 허둥지둥,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서 나갔다. 문이 닫히고 우리 둘만 남자, 그제야 제가 원하는 편한 분위기가 됐는지 이세아가 날 보고 작게 속삭인다.


“너 미쳤어?”

“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싸우려고 하면 어떡해.”

“안 싸웠어.”

“그리고 2천만원을 더 달라는 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이쯤 되니 슬슬 나도 쫄린다. 아씨, 내가 너무 크게 불렀나? 이것저것 떠들다 보니, 또 내가 한 말들이 제대로 저쪽에 통하는 것 같다 보니 스스로 좀 취해서 흥분해버린 것 같다.


그때 우리 뒤의 문이 열리더니, 그가 왠지 복잡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온 대답에 난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좋습니다.”

“...네?”

“합시다, 2억에.”

“네??”



#



“우리가 해낸 거지?”

“...해냈네.”


솔직히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하다. 2억이라니.

갑자기 이세아가 손가락을 하나 올리더니, 아까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나처럼 목소리를 깔면서.


“이 금액까지도 추가로 충분히 바라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우린 서로 마주 보고 쿡쿡거리며 웃었다.

흐아, 그런데 사실은 죽는 줄 알았다. 이미 내 머릿속에선 계약이 터질 걸 가정하고 YIC대회에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회의 일정은 어땠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었다고.


“해우야, 나 정말 믿기지가 않아.”

"그러게, 나도."

“뭔가 발명이라는 것도, 별 거 아니구나.”

“새우동맹의 힘이지.”

“후후, 그런가?”

“그런 의미로 혹시 이번 주말에 딱 한 대만 피워도 될···”

“절대 안 돼.”


윤대리님은 주말 외에는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하는 우리 사정을 듣고 조만간 다시 변리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특허 출원에 드는 비용은 다 책임지고 지원해주겠다고. 특허는 아무리 늦어도 3달 안에 받아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또 정식 계약은 나중에 특허가 나오고 나면 바로 진행된다고.

미팅을 마친 후 우리 둘만 교무실에 남았고, 지금은 뒤늦게 밀려온 탈력감에, 다행감에 우리 둘 다 의자에 늘어져 있는 상태다.


‘그리고 사실 이정도면 스펙도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고 봐야 해.’


상을 못 받으니 수상기록란에는 쓰지 못하겠지만, 이정도 규모면 대입 자기소개서에 쓰는 것만으로도 큰 스펙이 되기 때문이다. 우린 과학고에서 내신 못지않게 중요한 큰 스펙을 하나 쌓은 거다.


‘무엇보다 이 돈이면 대학 등록금을 내 힘으로 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교무실 문 밖으로 웅성웅성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학교 구조가 중앙이 1층에서 4층까지가 뚫려 있다 보니, 소리가 금방 퍼진다. 이세아와 나는 가만히 앉아 웅웅웅, 뭐라뭐라 울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말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너랑 이렇게 같이 할 일이 없겠네.”

“어? 왜?”

“예비입학 기간도 끝나가겠다, 당분간은 팀플도 별로 없을 거고. 무엇보다 이번 발명대회처럼 팀 이뤄서 나가는 대회가 드물기도 하고. 그리고 입학하면 앞으로 너랑 난 전공이 다를 거잖아. 넌 생물, 난 물리.”

“아...?”


드르륵, 그 순간 우리 뒤편의 문이 열리며 물리과 문부장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늘어져 있던 우리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그런데 너희가 여기에 왜 있냐?"

"아, 저희 그 발명 건으로 방금까지 미팅을 했어요."

"그게 오늘이었었나, 요즘 하도 바빠서..."


그런데 문부장선생님이 왜 저런 똥 마려운 듯한 표정으로 날 보시지? 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거리시면서.


"어.. 그러니까 너희 이제 그만 자습실로 가봐라."

"예? 저희 백기현 선생님만 기다렸다가..."

"자습실에, 최종 시험 결과 떴을 거다."

"...!"


작가의말

요즘 고등학생들 발명 아이디어 하나에 몇억씩에 팔리고 그러더라구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 대단하다는 뜻!!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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