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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41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12.05 15:13
조회
73
추천
1
글자
8쪽

(99)98화.[꽃이 진 후에](2)

DUMMY

그녀의 주변은 처참했다.


주위에 널브러진 약통과 의문의 검정 케이스, 그리고 편지로 보이는 종이 한 장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둘러싸인 채, 창백한 얼굴로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그녀가 보인다.


입가에 흘러내린 물자국은 뭔지는 몰라도 그녀가 널브러진 약을 먹었음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황급히 그녀의 가슴에 귀를 들이민 채 눈을 감았다.


...미세하지만, 아직 뛰고 있어.


얼굴을 치운 나는 곧바로 의무대에 연락해 그녀를 후송시켰다.


결국 때 아닌 난리통에 장교 교육단 건물 전체가 뒤집힌 것은 당연지사. 허나 거기까지일 뿐, 다들 뭔가 쉬쉬하려고만 했지 그 누구 하나 감히 나서려 하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담하게도 왕립 사관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배후를 감히 추측하고자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정상적인 반응일 터였다.


물론 딱 한 명, 지금쯤 이성을 잃고 날뛰어야 할 사람이 나 말고도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케이트, 간부들 다 소집해줘요."


나는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케이트에게 한마디 하고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이 꼴이면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내가 나서야지.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쾅!


곧장 교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나는, 착잡한 얼굴로 보고서같은 종이를 읽던 교장의 테이블 앞으로 의자 하나를 질질 끌고 가 덜컥 앉았다.


그녀 역시 목적을 눈치챘는지, 흠칫 놀란 기색을 보이면서도 이내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벗었다.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래요? 이 학교 보안이 그렇게 허술했던가?"


내가 으르렁대자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교장은, 자기도 억울하다는 듯 항변을 늘어놓았다.


"나 역시 골치 아픈 일일세. 자네 사람이 그리 된 것은, 또 우리 학교의 졸업...생은 아니지만, 우수했던 학생이 그리 된 일에 대해서는 매우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더욱이 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니, 나 역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여전히 꼬라보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그녀는 자꾸만 내 눈을 피하려 들었다.


"...그렇게 쳐다보지는 말아주게. 왕립 사관학교이니만큼, 이 일은 자칫 여왕 폐하의 위신과도 연관될 수 있는 일이니. 만약 그녀가 이곳의 재학생이기라도 했다면 당장 내 목부터 날아갔을 걸세. 그러니, 나 역시 이 일을 허투루 끝낼 생각은 없다네. 자네가 다른 장교들과는 달리 자네 부하를 끔찍이 아낀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말일세."


그러니, 부디 안심해주게ー라며, 교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기분이 풀어지긴 했지만, 내 종복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어 그딴 짓을 하게 둔 년 상판이라도 보지 않고선 못 배기겠다.


"범인은요?"


그리 기대도 안 하고 물은 거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범인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네."


교장은 딱 잘라 말했다.


이미 안다고? CCTV도, 뭣도 없는 세상에서?


"...위병소 출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일세."


...아. 그런 건가.


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서, 누군데요?"


그 개같은 년이.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나는 내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학부모라네. 그것도 피해자, 마틸다 생도의."


...뭐?


벙쪄있는 나에게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피로한 기색이 여실해 보이는 눈으로 나를 바로 쳐다보았다.


"...자네, '귀족가의 셋째' 법칙을 알고 있는가?"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귀족가의 셋째 법칙.


말 그대로, 귀족가에서 태어난 셋째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복함을 곧 아이를 기를 능력으로 판단하는 전간기 귀족 시대이니만큼, 이 나라의 귀족가 역시 대부분 많은 아이를 출산했다.


국가의 노동 인력을 위해 더욱 많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으니까.


헌데 귀족 계층은 아무래도 신분상 노동 인력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그 대체제로 선택한 것이 군인, 즉 장교였다.


즉, 병사가 아닌 장교로써 국가의 노동력이 되어 봉사하게 하는 것. 우리 세계의 왕실에서도 형식상으로나마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그리 이상하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보통 첫째는 장차 집안을 이끌어 가야 하기에 정계에 입문하는 것이 정석이요, 둘째는 가문의 안사람이 되어 대부분 회계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 그렇기에 차후 재산 분할에서 주로 갈등을 겪는 자식들은 늘 첫째와 둘째였다.


그래, 딱 셋째가 적당했다. 허나 군인이 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미 전쟁이 일어난 마당에 그 정도 어필로는 여왕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로렌 가문은 독특하다. 그리 잘난 것 없는 집안임에도, 첫째와 둘째 모두 왕실을 수호하는 숭고한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두 딸을 길러냈다.


허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교적 후방에 위치한 부대에 자식들이 몰려 있다면ㅡ.


분명 전후에도 의원이든 뭐든 여러 이유로 걸고 넘어질 인간들과 건덕지는 충분한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한 가지의 흠결도 남겨서는 안 된다. 더욱 확고한 위치를, 자리를 잡기 위해선.


셋째는, 로렌 가의 셋째 아이는 전쟁에서 어떤 이유로든 죽어 주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가에 아이를 바친 숭고한 희생을 치른, 그런 명문 귀족가가 될 수 있을 터이니.


그래야만 먼저 자리를 잡은 두 딸에 이어 이 어미의 확고한 발판이 되어주리니.


그렇기에, 로렌 백작은 아주 옛날에 고아를 거두어들였다. 아주 갓난아기인, 아무것도 모를 아이를.


일부러 머리색도, 눈동자 색마저도 비슷한 아이로 골랐다.


사실 고아를 구하는 일쯤 그녀에게 있어선 식은 죽 먹기였다. 세상에 버려지는 아이는 차고 넘친다. 결국 보란듯이 불과 빈민가를 돈지 3시간 만에, 로렌은 그녀와 꼭 닮은 아이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자신의 뒷배경을 알지 못하게, 그러면서도 모질게 길렀다. 정도 주지 않았다. 굳이? 내 배아파 낳은 자식도 아닌 걸.


그저 이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만 다 하고 퇴장해주면 그것으로 족한, 반푼이 귀족이었으니까.


그래, 오히려 빈민가를 전전하며 살아갈 뻔한 걸 호의호식하며 살게 해 주었으니, 그 처지에 맞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터ー.


이것이, 로렌 백작의 싸구려같은 사고방식이었다. 그리고 계획은 언제까지고 완벽한 듯 보였다.


그런데, 이것이.


죽지를 않는다.


일부러 후방 부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왕립 사관학교에서 무리를 써가며 웨스트포인트로 전학시킨 뒤 졸업시켰다.


그곳은 왕립과는 달리, 최일선에서 죽어나갈 엘리트 초임 장교를 양성해내는 곳이었으니까.


헌데, 진작에 죽어나가도 이상할 것이 없던 전투를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치러내면서도, 기어이 아득바득 살아남아 돌아왔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것이 마치 모든 걸 알아채고 내게 복수하기 위해 왕도를 맴도는 것만 같아 치가 떨려온다.


"...후환은 없애두는 것이 낫겠지."


동시에 그 아이도, 이름 없는 서부전선에서 죽은 것으로 위장하면 될 터.


물고 늘어지는 이만 없다면 그녀에겐 이보다 쉬운 일은 없을 터였다.


그래,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조금 무리를 써서 왕립 사관학교에서 일을 낸다 하더라도 그 누구 하나 관심 가지지 않으리라.


그도 그럴 게, 그 아이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반쪽짜리 귀족이니까.


작가의말

최근 이런 시리어스한 에피소드에서 자꾸만 스피드가 느려져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이후에 진행될 보상 에피소드가 있으니 부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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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104화.[해바라기](3) 22.01.10 122 1 7쪽
105 (104)103화.[해바라기](2) 22.01.08 139 1 11쪽
104 (103)102화.[해바라기] +2 21.12.31 80 1 7쪽
103 (102)101화.[세 자매의 약속] +2 21.12.24 63 1 12쪽
102 (101)100화.[꽃이 진 후에](4) +2 21.12.19 76 1 9쪽
101 (100)99화.[꽃이 진 후에](3) +4 21.12.12 69 1 8쪽
» (99)98화.[꽃이 진 후에](2) +4 21.12.05 74 1 8쪽
99 (98)97화.[꽃이 진 후에](1) +2 21.11.26 68 1 7쪽
98 (97)96화.[꽃이 지기 전에](5) +2 21.11.18 87 1 6쪽
97 (96)95화.[꽃이 지기 전에](4) +2 21.11.11 139 1 6쪽
96 (95)94화.[꽃이 지기 전에](3) +2 21.11.04 133 1 7쪽
95 (94)93화.[꽃이 지기 전에](2) +4 21.10.27 103 1 8쪽
94 (93)92화.[꽃이 지기 전에] +4 21.10.22 107 1 13쪽
93 (92)91화.[추락한 에이스](3) +4 21.10.16 70 1 8쪽
92 (91)90화.[추락한 에이스](2) +2 21.10.10 69 1 11쪽
91 (90)89화.[추락한 에이스](1) +4 21.10.04 73 1 9쪽
90 (89)88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7) +2 21.09.29 65 1 5쪽
89 (88)87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6) +2 21.09.23 64 1 6쪽
88 (87)86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5) +2 21.09.20 59 1 8쪽
87 (86)85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4) +2 21.09.16 59 1 9쪽
86 (85)84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3) +6 21.09.12 69 1 7쪽
85 (84)83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2) +2 21.09.06 66 1 8쪽
84 (83)82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1) +4 21.09.02 75 1 4쪽
83 (82)81화.[Broken heart](4) +2 21.08.28 77 1 7쪽
82 (81)80화.[Broken heart](3) +3 21.08.24 71 1 7쪽
81 (80)79화.[Broken heart](2) +2 21.08.20 74 1 4쪽
80 (79)78화.[Broken heart](1) +2 21.08.15 93 1 5쪽
79 (78)77화.[여우놀음](3) +2 21.08.13 105 1 4쪽
78 (77)76화.[여우놀음](2) +2 21.08.11 101 1 6쪽
77 (76)75화.[여우 놀음](1) +2 21.08.07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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