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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31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11.26 07:40
조회
67
추천
1
글자
7쪽

(98)97화.[꽃이 진 후에](1)

DUMMY

-째깍, 째깍...


15분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때였다.


"...잠, 안 자?"


옆에 누운 아린이가 물었지만 내 입에선 그저 의미 모를 한숨만 푹푹 새어나올 뿐,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진 않았다.


말할까, 말까?


슬쩍 곁눈질로 그녀를 훔쳐보니, 아린이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


"아아, 그런 거 아냐. 이건 다 나았어."


아무래도 같이 목욕할 때 직접 치료해 줬던 상처를 보고 뭔가 오해한 모양인데, 아직 흉터자국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젠 의미없을 정도로 희미한 수준이다.


뭐, 저번에 한번 죽었을 때 치른 마법 수술 자국도 거의 나았으니 그보다 훨씬 전에 다쳤던 이거야 뭐 말할 것도 없지.


"...있잖아, 아린아."


괜히 너스레를 떠느라 맥이 빠져나간 내 입은 어느새 자연스레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운을 떼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팔배게를 한 채 옆으로 뉘인 몸을 바싹 붙인다.


예전이라면 부담스러워서 피했겠지만 서로 알몸으로 목욕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던 나는 일부러 손을 뻗어 그 갸름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러자 마치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그 손길을 타고 눈을 감은 채 손바닥에 얼굴을 부비는 그녀가 있었다.


늘상 올백 상태로 뒤로 넘기는 검은 흑발이 흐트러지며 옆으로 드리우니 그 모습은 정말이지 여신 뺨칠 정도로 예뻤다.


내 여동생이라지만 도대체 왜 평소엔 그리도 수수하게 다니는지 의문일 정도로. 남자 놈들이 왜 한번만 말이라도 섞게 해 달라며 내게 대가리를 박는지 이해가 갈 법도 하다.


더군다나 이런 흐트러진 모습은 오직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다 보니, 왠지 모를 정복욕과도 같은 그런 음습한 기분까지 마음 저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냐, 안 돼. 그건 선 넘은거지.'


돌핀팬츠를 입은 그녀의 날씬하고 매끈한 허벅지에 자꾸만 자연스레 시선이 빼앗기는 걸 방지하고자 나는 고개를 붕붕 내저으며 겨우겨우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줄리엣이 하는 작별인사라면 무슨 생각이 들어?"


얼핏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법도 하건만, 똑똑한 아린이는 소재의 요지를 순식간에 파악한 모양이었다.


"..."


그러자 아린이의 눈매가 확 날카로워진다. 자연스레 내 허벅지로 향하는 손길은 덤이다.


"...여자, 문제지?"


"아니아니아니그게아니라!!!"


도끼눈을 뜨며 슬쩍 허벅지 살을 찝으려는 그녀를 만류하고자 나는 필사적으로 해명을 시작했다.


그저 생존본능에 이끌려 무슨 말을 하는지 나조차도 잘 모를, 그 주워섬김 비스무리한 해명을 들은 아린이는 곰곰이 되씹는 듯하더니, 이내 샐쭉해진 표정으로 답했다.


"...잡아달라는, 뜻."


"역시 그런가..."


"못, 알아듣는...네가 바보인 거야."


갑자기 날아와 가슴을 푹 찌르는 비수에 또다시 한숨을 푹 새어나왔다.


그래, 아무래도 내 잘못인듯 하니 내일 일어나면 사과해야겠다. 당분간 어리광도 좀 받아주고.


그런데,


-짜악!


"끼아악?!"


갑작스런 등짝 스매시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린이가 여전히 그 형형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빨리 가."


"아파라...으응?"


이윽고 금새 어두워진 표정의 아린이가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구해달라는 것처럼, 들리니까."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좀처럼 내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이번엔 발을 이용해 강한 힘으로 나를 침대에서 밀어내기 시작한다.


"빨리...! 안, 가!"


"아악! 알았어! 갈게, 간다고!!"


결국 허둥지둥 일어나 쫓겨나듯 방을 나서는 그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린은 오빠 대신 애꿎은 그의 배게로 손을 뻗어, 천천히 품 속으로 잡아당겼다.


그러곤 입술을 비죽이며 그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작게, 읊조린다.


"경쟁자가 느는 건...싫지만."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에이씨. 지금 찾아가면 민페일 텐데... "


결국 아린이에게 떠밀려 원형 층계를 오른 나는 더벅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예의 그 복도로 돌아왔다.


마틸다 말곤 아무도 안 쓰는 층이라 그런지, 방문 앞마다 램프가 켜져 있어 나름 밝은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애초에 기숙사 사감도 어째서인지 오늘은 자리를 비운 참이라, 순찰자조차 없는 마당에 이곳에 들를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던 것이다.


뭐어, 비록 몇대 얻어맞았다고는 해도 아린이에겐 역시 고마운 마음이 컸다. 솔직히 올지 말지 많이 망설이고 있었으니깐.


그녀 덕분에 확실히 마음이 섰다.


그런데 한걸음, 한걸음 마틸다의 방에 가까워질 때마다,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동안 전장을 헤쳐오며 꼴에 날카롭게 벼려진 직감이, 그제서야 뒤늦게 내게 미친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그녀에게 가보라고.


"씨발..!!"


나는 더 빠르게, 바닥을 박차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소라면 분명 나와 자겠다며 오만상 떼를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인데.


허나 친했던 사감에게 빈 방을 빌려 하루 묵을 수 있다며 그녀는 결국 홀로 남았다.


그 꼬장꼬장한 사감이 순순히 방을 내어줬다는 소릴 들었을 때엔 솔직히 좀 놀랐지만, 그만큼 학창 시절의 마틸다가 대단했겠거니, 하고 넘겨짚었었다.


평소라면 분명 갖은 핑계를 대가며 나와 동침하려 들 텐데. 여튼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아, 하아..."


이윽고 문 앞에 선 나는, 숨을 고르며 문을 똑똑 두드렸다.


-...


하지만 마치 쥐죽은 듯, 굳게 닫힌 방문 안쪽은 이상스러울 정도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었지만 해당 층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 더 엄습하는 불안감에 다시금 문 앞에 선 나는 천천히 문고리를 돌렸고, 다행히도 문고리는 별 저항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열린 것이다.


-끼이이이익...


"..마틸다?"


대답은 없다. 대신 암적응이 되지 않은 눈에 문득 들어온 것은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기묘한 검은 형상.


-두근...


...아냐, 평범하게 자는 걸 수도... 있잖아?


"불... 킬게요? 마틸다..."


여전히 대답은 없다.


-두근...


나는 심호흡을 하며,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기어코 버튼을 누른다.


-딸칵.


"...허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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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104화.[해바라기](3) 22.01.10 122 1 7쪽
105 (104)103화.[해바라기](2) 22.01.08 139 1 11쪽
104 (103)102화.[해바라기] +2 21.12.31 79 1 7쪽
103 (102)101화.[세 자매의 약속] +2 21.12.24 63 1 12쪽
102 (101)100화.[꽃이 진 후에](4) +2 21.12.19 75 1 9쪽
101 (100)99화.[꽃이 진 후에](3) +4 21.12.12 69 1 8쪽
100 (99)98화.[꽃이 진 후에](2) +4 21.12.05 73 1 8쪽
» (98)97화.[꽃이 진 후에](1) +2 21.11.26 68 1 7쪽
98 (97)96화.[꽃이 지기 전에](5) +2 21.11.18 86 1 6쪽
97 (96)95화.[꽃이 지기 전에](4) +2 21.11.11 138 1 6쪽
96 (95)94화.[꽃이 지기 전에](3) +2 21.11.04 133 1 7쪽
95 (94)93화.[꽃이 지기 전에](2) +4 21.10.27 103 1 8쪽
94 (93)92화.[꽃이 지기 전에] +4 21.10.22 107 1 13쪽
93 (92)91화.[추락한 에이스](3) +4 21.10.16 70 1 8쪽
92 (91)90화.[추락한 에이스](2) +2 21.10.10 68 1 11쪽
91 (90)89화.[추락한 에이스](1) +4 21.10.04 73 1 9쪽
90 (89)88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7) +2 21.09.29 65 1 5쪽
89 (88)87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6) +2 21.09.23 64 1 6쪽
88 (87)86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5) +2 21.09.20 59 1 8쪽
87 (86)85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4) +2 21.09.16 59 1 9쪽
86 (85)84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3) +6 21.09.12 69 1 7쪽
85 (84)83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2) +2 21.09.06 65 1 8쪽
84 (83)82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1) +4 21.09.02 75 1 4쪽
83 (82)81화.[Broken heart](4) +2 21.08.28 77 1 7쪽
82 (81)80화.[Broken heart](3) +3 21.08.24 71 1 7쪽
81 (80)79화.[Broken heart](2) +2 21.08.20 74 1 4쪽
80 (79)78화.[Broken heart](1) +2 21.08.15 93 1 5쪽
79 (78)77화.[여우놀음](3) +2 21.08.13 105 1 4쪽
78 (77)76화.[여우놀음](2) +2 21.08.11 100 1 6쪽
77 (76)75화.[여우 놀음](1) +2 21.08.07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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