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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35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11.18 08:00
조회
86
추천
1
글자
6쪽

(97)96화.[꽃이 지기 전에](5)

DUMMY

"하아...아직도 아랫배가 욱신거려요."


마틸다가 내 왼쪽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처럼 코트를 입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지금 그녀의 뱃속엔 두번이나 진득하게 싸질러진 정액이 한가득 들어있는 상태.


정사가 끝나고 내가 손가락을 이용해 긁어내주려 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다.


"주인님의 씨앗인걸요, 한 방울도 허투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사랑스럽다는 듯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네가 그렇 음란할 줄은 몰랐어, 마티."


"마, 마티..?"


"응. 마틸다니까 줄여서 마티."


생각보다 마틸다라는 이름 자체가 입에 잘 안 붙는단 말이지, 발음도 어렵고.


"벼, 별걸 다 줄이시는군요..하지만, 싫진 않네요."


"짓밟아도 헥헥거리면서 자지를 조르는 너한테 싫은 게 어디 있을까."


"아으, 그...그건!"


내가 놀려먹자 새빨갛게 뺨을 붉히는 그녀.


그런데,


"휴우..."


맥이 탁 풀린 듯,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제 한은... 모두 풀었어요."


그녀가 흘리듯 이야기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소원을 푼 지박령처럼 그녀가 씁쓸하게 미소짓고 있었으니까.


"뭔 소리야 그게? 왜 꼭 헤어질 사람처럼 말하는데?"


불과 방금 전까지 농지거리를 하던 그 표정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괜시리 이상한 느낌이 든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헌데 그녀는 나를 슬쩍 돌아보며 살풋 웃더니, 갑자기 영문 모를 딴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닌가.


"클레, 그 애... 조금 까칠한 건 사실일지언정 절대로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그러니 분명 중대장님께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녀는 어리둥절한 내 가슴에 손을 얹고선 슬픈 눈동자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부디... 그 아이를 잘 부탁드려요."


그러니까, 어째서 그걸 내게 부탁하는 걸까.


비록 일전에 엄하게 대했다고는 하나, 마틸다가 클레이시어를 끔찍이 아낀다는 건 누구나 척 보면 아는 사실이다.


분명 클레이시어가 마틸다를 잘 따르는 이유 역시도 평소에 그녀가 잘 챙겨주었기 때문이겠지.


허나 그녀는, 마치 더 이상 자신은 클레이시어를 지켜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신변을 내게 맡기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틸다나 클레이시어 둘 다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사람이 어지간해선 없...?


"...저처럼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골똘히 생각에 잠긴 틈을 타 그녀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너무 작았던지라 들리지 않았다.


황급히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녀 쪽이었다.


"저더러 왜 헤어질 사람처럼 구냐고 물으셨죠?"


나는 꼴깍,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른 이상한 불안감이 미친듯이 뇌에 경종을 울린다.


"...저는, 줄리엣이거든요. 로미오와 이루어질 수 없는, 그저 그를 사모했을 뿐인 가여운 여식이랍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넋두리를 늘어놓은 그녀는, 내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어느새 홀가분해진 발걸음으로 앞장서서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로미오? 로미오라니...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뒤따라 산을 내려온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꼭대기층에 배정된 그녀의 방, 404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이제 가셔요."


문간에 선 그녀가 살짝, 내 등을 떠밀었다.


아름다운 청보랏빛 눈동자에서는 언제와도 같은 나를 향한 사랑이 느껴졌지만, 눈빛과는 달리 나를 밀어내는 손에서는 일말의 단호함과, 어쩌면 그를 넘어 다급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찝찝하다.


어째선지 이렇게 떠나면 안 될 것같은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 그녀를 혼자 둬선 안 돼.


내 마음은 계속해서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속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을 본 순간, 두 다리는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떨어뜨리고야 말었다.


"잘 자요."


너무나도 편안한, 포근한 미소로 내게 웃어보인 그녀에게 말문을 열 수 없었던 건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담백하고도 단순한 그 인삿말이 괜시리 불안감을 자극시켰다.


"...내일 봐요."


결국 고집스레 한 마디 덧붙였건만, 그녀는 못내 웃을 뿐 끝내 대답은 하지 않았다.


"...휴우..."


이윽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던 영훈이 복도 너머로 사라지자, 마틸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상냥하신 분이라니까.


모자란 내게 색안경을 끼지 않고 대해 준 사람.


그에게 목숨을 빚진 횟수만 해도 족히 다섯 번은 넘을 게 분명했다.


그런 상냥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니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한 치수도 되어보이지 않는 저 작은 등이, 어쩜 저리도 믿음직스러울 수 있을까.


그래. 마치 옛 책에서 읽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실존한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곤란할 땐 언제든 달려와주는 히어로. 울고 있을 땐 한없이 다정하게 어르고 달래주는 낮은 목소리.


"푸흣..."


괜시리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이도 어린 저 히어로에게 염치없이 받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 듬직한 모습에 무심코 기대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 이 이상 곤란하게 하면 그야말로 염치없는 짓이지.


이제 줄리엣은 무대에서 퇴장할 시간인 것이다.


로미오의 앞길을 훼방놓는, 악당과 함께.


-또각...또각...


들려온다.


군홧발과는 다른,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잘 가요. 로미오."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향해, 그가 사라진 허망한 어둠 속을 향해 우아하게 코트 자락을 들어보이며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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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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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104화.[해바라기](3) 22.01.10 122 1 7쪽
105 (104)103화.[해바라기](2) 22.01.08 139 1 11쪽
104 (103)102화.[해바라기] +2 21.12.31 79 1 7쪽
103 (102)101화.[세 자매의 약속] +2 21.12.24 63 1 12쪽
102 (101)100화.[꽃이 진 후에](4) +2 21.12.19 76 1 9쪽
101 (100)99화.[꽃이 진 후에](3) +4 21.12.12 69 1 8쪽
100 (99)98화.[꽃이 진 후에](2) +4 21.12.05 73 1 8쪽
99 (98)97화.[꽃이 진 후에](1) +2 21.11.26 68 1 7쪽
» (97)96화.[꽃이 지기 전에](5) +2 21.11.18 87 1 6쪽
97 (96)95화.[꽃이 지기 전에](4) +2 21.11.11 138 1 6쪽
96 (95)94화.[꽃이 지기 전에](3) +2 21.11.04 133 1 7쪽
95 (94)93화.[꽃이 지기 전에](2) +4 21.10.27 103 1 8쪽
94 (93)92화.[꽃이 지기 전에] +4 21.10.22 107 1 13쪽
93 (92)91화.[추락한 에이스](3) +4 21.10.16 70 1 8쪽
92 (91)90화.[추락한 에이스](2) +2 21.10.10 68 1 11쪽
91 (90)89화.[추락한 에이스](1) +4 21.10.04 73 1 9쪽
90 (89)88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7) +2 21.09.29 65 1 5쪽
89 (88)87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6) +2 21.09.23 64 1 6쪽
88 (87)86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5) +2 21.09.20 59 1 8쪽
87 (86)85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4) +2 21.09.16 59 1 9쪽
86 (85)84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3) +6 21.09.12 69 1 7쪽
85 (84)83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2) +2 21.09.06 66 1 8쪽
84 (83)82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1) +4 21.09.02 75 1 4쪽
83 (82)81화.[Broken heart](4) +2 21.08.28 77 1 7쪽
82 (81)80화.[Broken heart](3) +3 21.08.24 71 1 7쪽
81 (80)79화.[Broken heart](2) +2 21.08.20 74 1 4쪽
80 (79)78화.[Broken heart](1) +2 21.08.15 93 1 5쪽
79 (78)77화.[여우놀음](3) +2 21.08.13 105 1 4쪽
78 (77)76화.[여우놀음](2) +2 21.08.11 101 1 6쪽
77 (76)75화.[여우 놀음](1) +2 21.08.07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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