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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70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08.28 10:52
조회
77
추천
1
글자
7쪽

(82)81화.[Broken heart](4)

DUMMY

"흐에엥...훌쩍..."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자 기숙사 밖으로 나온 나는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고 섰다.


검은 흑발 포니테일의 여자가 여행용 캐리어 옆에 쪼그려앉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행색은 누가 봐도 딱 홧김에 뛰쳐나온 여고생. 다만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아무도...아무도 날 이해 모태..!"


...누나가 꽈찌쭈냐? 괜히 흘러나오는 헛웃음에 살짝 몸을 떨렸다.


"훌쩍...으응..?"


아, 눈 마주쳤다.


"귀...귀..귀.."


"귀신 아니거든?"


"그...그그럼 악..."


"악령은 더더욱 아니거든?"


동생 보고 할 소리냐 그게?


그러고보니 유명한 아르티아 전설 중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가족으로 둔갑해 사람을 홀린다는 악마 이야기가 있긴 했지.


나는 마치 드라군마냥 네 발로 뒷걸음질치는 누나 앞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태연히 인사를 건네보았지만, 누나는 여전히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아냐, 그래. 내, 내내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거야. 날이 더워서 그런가...하하, 나도 참.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렇지..."


누나는 내가 보는 앞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비비적거리며 내 존재를 부정했다.


그래? 그럼 극약 처방밖에 없지.


"이래도 헛것으로 보여?"


스킨십. 이럴 땐 피부가 전해주는 감각만큼 확실한 게 없거든.


순식간에 품 안에 들어온 작은 누나는 깜짝 놀라 저항하지 않는 듯했다.


"부기맨 같은 것도, 망령같은 것도 아니야. 내가 누구 동생인데 그리 쉽게 죽어줄 줄 알고?"


"아...아아..."


푹신한 잔디밭에 그대로 엎어진 우리 둘은 그렇게 잠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 생시인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작은누나.


그 두 눈에서는 그리움을 담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여튼, 세 자매 전부 피는 못 속인다니까. 이 울보들.


"누나, 동생 왔어. 나도 누나 많이 보고 싶었는데."


괜히 멋쩍어진 나는 평소의 장난스러운 말투로 너스레를 떨어보았다.


"흐, 흐에엥...흐끅, 나, 나 진짜, 진짜아..."


옳지 옳지.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


등을 쓸어내려줬더니 날 와락 끌어안으며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을 건네줘 보았다.


"고, 고마어...크흥!"


"앗, 아아..."


마치 마구간에서의 누구처럼 시원하게 코를 풀어버리는 작은누나에게 나는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흐에... 나, 나아.. 너 시신이라도 찾으려고오..."


아아, 그래서 냅다 짐싸서 뛰쳐나와 버린 거구나.


"흐윽, 그, 그런데...학교 위병소에서...흐아앙!"


...위병소에서 컷 당한 건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넓은 캠퍼스를 정처없이 헤매다 여기서 울고 있던 거구나.


허당끼 있는 작은누나다운 약간은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그래도 동생 시신이나마 거둬주려고 직접 행동에 옮긴 건 너무나도 기특했다.


나는 여러 감정이 담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누나가 무사한 게 어디야. 나는 누나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옆에 앉아 마저 등을 토닥여주었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아 맞다. 그래서 큰누나의 대답은 어땠냐고?


"...그 말, 진심이에요?"


의도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큰누나에게,


"...네. 평생 이 사람 옆에 있으면서 지켜주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마음을 바쳐 사랑하게 된 분이랍니다."


케이트가 슬쩍 손을 잡으며 발갛게 볼을 물들였다. 꾸밈없는 그 풋풋한 모습에 큰누나는 헛기침을 하더니, 아까보다는 확실히 풀어진 태도로 말했다.


"으흠...여, 영훈이의 어떤 점이 좋은 건가요? 그리 길게 본 것도 아닌데 당신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그렇게 단언할 수 있나요?"


아니, 누나가 무슨 시어머니야?


어울리지 않는 큰누나의 엄한 모습에 왠지 모를 신선함을 느끼며 케이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눈썹을 늘어뜨린 상냥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어깨를 폭 감싸안았다.


"전, 영훈씨가 저를 보듬어준 이후로, 늘 그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애달픈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녀가 괴롭다는 듯 주먹을 쥐어 가슴에 올렸다.


"처음에는 이게 뭘까, 혹시 병이라도 생긴 걸까 싶어 의무과를 찾아갔지만 거기선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애달프고, 이 사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떨려요. 이 사람이 제 옆에 있을 때마다 심장은 제 의지와는 달리 마치 고장난 것처럼 빠르게 뛴답니다."


그녀는 점점 붉어지는 얼굴에 고개를 떨구면서도 마치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죄인처럼 말을 멈추지 않았다.


"가슴이 아파요. 영훈씨가 다치면요. 업무를 보다 커터칼에 베인 작은 생채기에도 그걸 보는 제 가슴은 찢어지듯 아팠어요."


"일을 하다가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제 시선은 마치 자석처럼 그를 좇고 있었죠. 그렇게 영훈씨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속 한 켠에 집을 지었답니다."


"늘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 무얼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멍하니 집무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도, 연못가의 금붕어를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그러다 보니 늘 영훈씨를 몰래 좇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이 사람의 존재는 제 안에서 풍선 부풀듯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었죠."


그녀는 괴롭게 숨을 고르면서도 아직이라는 듯 계속해서 예쁜 입술을 움직였다.


"그때 느꼈답니다. 아, 이 사람은... 이제 내 전부가 되어 버렸구나."


그리고, 물기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사랑이구나, 라고요."


말을 마친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달아있었지만, 그 얼굴은 그녀의 진심을 충분히 대변하는 지표가 되어주었다.


실제로 큰누나도 이 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고.


아린이만큼은 어째서인지 영 불만스럽다는 듯 내 팔을 더 세게 끌어당겼지만, 오랜만이라 그러려니, 하고 그냥 두었다.


"좋아요. 그럼...앞으로 또 다시 누군가 영훈이에게 해를 가하려 한다면,"


"죽일 거예요."


순간, 케이트의 눈에서 안광이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살기다. 누군가를 평생토록 끝없이 저주하고 증오해도 이 정도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차가운 살기.


싸하게 내려앉은 병실 공기와 대비되는 그녀의 눈동자는 자신의 의지를 유념없이 표현해내고 있었고, 이윽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가 한 번 죽었을 때, 마치 제 심장과 시간이 덜컥 멈추어 버린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아직도 그 흉터는...제 가슴 속에 일생일대의 후회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답니다."


작가의말

최근 들어 신경쓸 게 너무나도 많은 일병 3호봉입니다. 전차와 전차병에 대해서는 여한이 없을 정도로 배울 게 많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끝없는 작업과 당직, 훈련과 정비에 몸서리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 자주 업로드 못하는 점 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잊지 않고 찾아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 주시는 독자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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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104화.[해바라기](3) 22.01.10 122 1 7쪽
105 (104)103화.[해바라기](2) 22.01.08 139 1 11쪽
104 (103)102화.[해바라기] +2 21.12.31 80 1 7쪽
103 (102)101화.[세 자매의 약속] +2 21.12.24 63 1 12쪽
102 (101)100화.[꽃이 진 후에](4) +2 21.12.19 76 1 9쪽
101 (100)99화.[꽃이 진 후에](3) +4 21.12.12 69 1 8쪽
100 (99)98화.[꽃이 진 후에](2) +4 21.12.05 74 1 8쪽
99 (98)97화.[꽃이 진 후에](1) +2 21.11.26 68 1 7쪽
98 (97)96화.[꽃이 지기 전에](5) +2 21.11.18 87 1 6쪽
97 (96)95화.[꽃이 지기 전에](4) +2 21.11.11 139 1 6쪽
96 (95)94화.[꽃이 지기 전에](3) +2 21.11.04 133 1 7쪽
95 (94)93화.[꽃이 지기 전에](2) +4 21.10.27 103 1 8쪽
94 (93)92화.[꽃이 지기 전에] +4 21.10.22 107 1 13쪽
93 (92)91화.[추락한 에이스](3) +4 21.10.16 70 1 8쪽
92 (91)90화.[추락한 에이스](2) +2 21.10.10 69 1 11쪽
91 (90)89화.[추락한 에이스](1) +4 21.10.04 74 1 9쪽
90 (89)88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7) +2 21.09.29 65 1 5쪽
89 (88)87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6) +2 21.09.23 64 1 6쪽
88 (87)86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5) +2 21.09.20 59 1 8쪽
87 (86)85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4) +2 21.09.16 59 1 9쪽
86 (85)84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3) +6 21.09.12 69 1 7쪽
85 (84)83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2) +2 21.09.06 66 1 8쪽
84 (83)82화.[아르티아 왕립 사관학교](1) +4 21.09.02 76 1 4쪽
» (82)81화.[Broken heart](4) +2 21.08.28 78 1 7쪽
82 (81)80화.[Broken heart](3) +3 21.08.24 71 1 7쪽
81 (80)79화.[Broken heart](2) +2 21.08.20 75 1 4쪽
80 (79)78화.[Broken heart](1) +2 21.08.15 93 1 5쪽
79 (78)77화.[여우놀음](3) +2 21.08.13 105 1 4쪽
78 (77)76화.[여우놀음](2) +2 21.08.11 101 1 6쪽
77 (76)75화.[여우 놀음](1) +2 21.08.07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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