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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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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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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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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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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4)

DUMMY

일행은 호수의 주인들의 안내에 따라 집 안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집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몇십 명은 우습게 살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크기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꺄아~~!”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의 수만 30명 가까이 되었다.


일행은 알았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 아이들 모두 거북이다.


아이들이 뛰어가는 방향에는 놀랍게도 야외가 있다. 그것도 폭포와 호수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넓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본모습으로 돌아간 거북들도 있다.


“꺄하하하하!”



그 사이에는 어느새 거북들과 일체화된 시미도 있었다. 시미는 거북의 등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허허허. 시미가 신났구나. 오랫동안 물을 보지 못한 모양이야.”


실제로도 그랬다. 그리고 어느새 호수의 주인, 현귀의 부인도 시미의 손에 이끌려 물에 들어간 상태다.


엘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서 현귀를 보며 말을 꺼냈다.


“아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설마 죽은 줄 알았던 두 분이 여기 계실 줄이야.”


“허허허. 그럴 만도 하지.”


“그러게.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허허허. 하스트. 그건 틀린 말이야. 우린 그때 죽었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네?”


“이 몸은 임시로 부여받은 몸이라는 거야. 정확한 경유는 모르지만, 죽은 우리를 그분들이 붙잡은 모양이더군. 부활은 안되지만, 잠시 여기서 지내는 것은 허락해준다고 하셨지.”


“부활은 안된다고요?”


엘르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 앞에 엄연히 살아있는데, 이게 부활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겠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상태는 생물과는 달라. 정령과 흡사하지. 그나마 우리의 혈통 때문에 쉽게 가능했다고는 하더구나.”


“혈통?”


“그러고 보니 아까 번개를 부리던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얼마 전에 왔던 자들이 현무의 혈통이라고. 그게 설마?”


“그래. 우리 이야기겠지.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우리도 현무라는 조상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네. 그나마 지나가는 말로 들었을 때,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 뒤지지 않는 위대한 분이라고 하시더군.”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최강의 영물인 현귀의 조상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일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니까.


‘조상이라고 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하스트는 조용히 현귀를 바라보았다. 그는 현귀 안의 자연력을 보고 있었다.


현귀는 그 시선을 눈치채고 하스트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약해졌냐고 묻고 싶나?”


하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되는 바는 있지만, 대답을 듣는 것이 더 확실하다.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뻔히 알고 있지 않나? 그때 우리의 자연력은 흩어졌네. 이 자연력도 그나마 이 육체에 담겨있던 것이지.”


“크하하하! 대단하군! 어찌 보면 다른 사람의 자연력 아닌가! 게다가 약해졌다고는 해도 대단한 힘이다!”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귀의 자연력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 그러나 그 힘은 본래의 자연력과 똑같다. 크기만 다를 뿐이다. 그 약한 힘마저도 강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그 청년이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카를은 식은땀을 흘리며 식탁에 엎어져있다. 누워있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의자에 앉은 것이다.


엘르는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바람으로 카를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러게요. 정말 한 시가 급한데. 부탁하는 입장이라 뭐라 말도 못 하겠고.”


“허허허. 조금만 참아라, 엘르. 분명히 청년은 나아질 게다.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을 거였다면 여기까지 불러오지도 않았겠지.”


“그건 그렇지만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래도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가 입을 열지 않자, 식탁에 침묵이 내려앉고, 차를 마시는 소리만이 울린다.


침묵을 깬 것은 놀랍게도 카를이었다. 그가 힘들게 입을 뗀다.


“거북 할아버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허허허. 뭐지?”


“잠시 여기서 지내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게 언제까지죠?”


아무도 묻지 못하던 말을 카를이 물었다.


“허허허. 그게 왜 궁금하지?”


“혹시 저도 여기 있게 되는 건 아닌가 해서요.”


일행은 카를의 말과 함께 벼락처럼 다가온 깨달음에 눈을 크게 떴다.


현귀와 그 가족들은 죽은 후에 이곳에 불려졌다. 그리고 카를도 곧 죽게 생겼다. 카를의 특이성을 생각한다면, 현귀에게 일어난 일이 카를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허허. 너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겠구나. 우리에 대해서라면, 우리도 모른다. 그분들이 딱히 기간을 정해주신 게 아니라서 말이다. 우리는 그저 현재를 이별의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번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모두 죽었으니까. 이후의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건 그때 생각해볼 문제다. 허황에 몸을 맡기면,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없다.”


일행은 현귀의 말을 듣고 다시 호수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들을 보니 아까와는 다른 감정이 치솟는다.


부활이 아니라는 말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게 아닌, 죽어있는 상태로 끝을 준비한다. 이곳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일행은 숙연해졌다.


“후후. 그렇지만 사후 세계 같은 곳은 아니야.”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일행은 벌떡 일어났다. 복도에는 어느새 들어온 금발의 여성이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자. 주인님을 뵐 시간이야.”


일행의 시야가 다시금 바뀐다.




“꺄하하하하! 어?”


수영 중에 넘어온 시미는 어느새 자신이 땅 짚고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하스트의 눈짓에 몸에 묻은 물기를 얼른 제거한다.


일행이 있는 곳은 아까와 비슷하지만, 더 작은 집이었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전부인 집. 그중 한 방으로 여성이 발길을 옮긴다.


“주인님, 들어가겠습니다.”


여성의 부름에도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다. 문을 똑똑 두드려 보아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이상하다는 생각에 혼자만 살짝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하지만 힘 있게 여성의 목소리가 문 틈새로 새어 나온다.


“아니, 그새 게임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제가 말씀드린지 지금 몇 분이나 지났다고!”


“그 몇 분이면 일퀘 하나 정도는-”


“악! 그만하고 빨리 꺼요! 제가 꺼버리기 전에!”


“쳇, 괜히 승질이야.”


일행은 잠시 딴청을 피우며 뒤를 돌았다. 왠지 들어서는 안 되는 대화를 들은 느낌이었으니까.


잠시 후, 어색한 미소와 함께 여성이 문을 열어준다.


“자, 들어와.”


일행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의자에 반대로 앉아 일행을 맞이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멋들어진 은발과는 다르게, 뭔가 꾀죄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남자였다.


‘이 사람이 전설의 존재? 위대한 존재?’


하스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성에게는 하다못해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눈 앞의 남자는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아니 하나는 느껴진다. 약하다는 것 하나.


‘경지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게 아니야. 이 사람은 그냥 보통 사람과 똑같아.’


하스트는 자신의 도박에 대해서 확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달라진다. 남자의 눈빛이 변한다. 강력한 패기가 그의 눈빛에서 느껴진다.


‘웃! 이건!?’


그 앞에 있는 것이 어떠한 역경이라도 이겨내고 말겠다는 의지다. 도저히 평범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눈빛이 아니다.


그런데 눈의 방향이 이상하다. 그는 일행을 보는 척하면서 자신의 몸을 가린 등받이 쪽으로 슬쩍슬쩍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여성이 남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등받이 쪽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아, 안돼···!”


남자의 서글픈 목소리와 함께 여성은 남자의 손에서 무언가를 뺏는다.


“주~인~님~?”


여성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대상이 아닌 일행조차 움찔했다. 그러나 남자는 그 목소리에 당당하게 맞섰다.


“어허. 다 이유가 있어. 생각해보니까 한정 뽑기가 오늘까지야. 비록 확률이 0.01%도 안되지만, 난 이겨낼 자신이 있어. 그러니까 해야 해. 아니, 안 하면 안 돼.”


“현질로요?”


“당연하지. 알았으면 다시 줘.”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시는 건가요?”


“변명이 아니라, 사실-”


“좋았어. 계정을 삭제해버려야지.”


“미안해! 제발 계정만은! 거기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남자는 고개까지 숙이며 빌어댔다.


“으이그, 못 살아 정말.”


한숨을 쉬던 여성은 이내 흠칫했다. 일행을 까먹고 있던 것이다.


그 사이에 남자는 재빨리 손을 놀려 여성이 가지고 있던 기계를 빼앗는다.


“주인님!”


“알았어. 알았어. 어차피 충전해 놓은 거 얼마 안 되니까. 금방 쓰고 끌게. 아, 그래. 그게 좋겠다.”


남자가 일어나더니 일행 쪽으로 다가간다.


“내가 지금 딱 60연차할 금액을 충전해놨거든? 니네들이 해볼래?”


“예?”


일행은 지금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어려울 거 없어. 이거 여기 있지? 여기 한 번만 누르면 돼. 아, 가능하면 정말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해줄래?”


일행의 맨 앞에 있던 하스트는 얼떨결에 그 말에 따랐다. 아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 따르면 아무 말도 안 들어주겠다는 무언의 압박이 남자의 눈에서 쏘아져오고 있었으니까.


하스트가 화면을 누르자, 화면이 요란하게 바뀌더니 무언가가 하나씩 드러난다.


“오! 엘프족 5성이잖아! 이야, 안 그래도 이거 강화시켜야 했는데. 너 마음에 든다야.”


뭔지 몰라도 하스트는 무언가 해냈다.


“자, 너희도.”


일행은 한 번씩 손가락을 움직여 남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흠··· 아쉽네. 죄다 4성이잖아.”


“뭔지 몰라도 우리가 하스트에게 진 거 맞지?”


엘르는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한 명 남았네. 어이. 들리냐? 손가락 움직여볼래?”


카를은 힘들게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눌렀다.


화면에는 무채색의 인물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에이. 이번에도 꽝이네. 어떻게 1성들만 나오냐. 어떻게 보면 대단한 능력-”


그러나 잠시 후, 형형색색의 빛이 화면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어? 어?”


남자는 설마설마하는 눈빛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보았다. 카를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간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에는 화려한 복장을 갖춘 남자가 등장한다.


-최강의 남자. 부름에 응하여 왔다.


본인의 입으로 무신경하게 최강이라 말하는 화면 속의 남자 목소리에.


“우와아아악! 떴다! 떴어! 최강 캐릭인 7성이 떴어! 와! 미친! 이거 확률 0.01%도 안된다고 그랬는데!”


남자는 난리법석을 떨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남자의 반응에 여성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 여성은 남자를 잡아 자리에 강제로 앉혔다.


자리에 앉은 남자는 싱글벙글하게 웃으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특히 카를을 보는 그의 눈이 각별하다.


“에휴··· 그런데 그거 5성까지 있던 게임 아니었어요?”


“맞아. 그런데 제작사가 미쳤는지, 갑자기 6성을 내더니 한정판이라고 7성까지 팔아치우지 뭐야. 이벤트 성이라고는 하는데, 누가 그 말을 믿어?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랭커 자리 지킬 수 있겠어.”


“그런 막장 게임을 왜 하는거람···”


“야, 원래 욕하면서 붙들게 되는 게임이 대단한 거야.”


“네.네. 그럼 이제 끝난 거죠? 이야기로 넘어가도 되죠?”


“어, 그래. 키우는 거야 나중에 키워도 되니까.”


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행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인이라는 눈 앞의 남자가 지금 기분 좋아보였으니까.


“그래. 어쩐 일로 왔지?”


“이 자를 구해주십시오.”


“죽어가는 걔? 알았어.”


“이렇게 쉽게?”


스트라는 너무 빠른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그리고 이내 입을 막고 식은땀을 뻘뻘 흘린다.


“상태가 나쁘니 우선 응급조치부터 해볼까.”


남자는 눈을 깜빡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좋아. 이 정도 힘이면 되겠지?”


남자는 그 상태에서 카를을 바라보았다. 그게 끝이었다.


“이럴 수가···?”


그러나 일행은 느꼈다. 카를의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그의 호흡이 안정이 되어가고, 혈색도 돌아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연력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참 쉽죠?”


웃으며 말하는 남자의 말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일행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눈 앞의 존재는 인간으로서 가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경외보다 두려움이 먼저 생길 것 같다.


“이건 전설보다 더 하잖아···”


하스트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여기 오기 전에 하스트에게 전설에 대해 들었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호수의 주인을 넘어서는 강대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소문은 부풀어지기 마련이라고 했건만, 그 소문조차 너무나 작다.


“응? 너희 내 전설에 대해 들었다고?”


“아, 네. 드러나지 않은 세계에 사는 위대한 존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상한데? 난 여기서 나간 적이 없는데? 문제라도 생겼나? 전설이 왜 생겼지? 너희가 아는 전설이 뭔지 말해봐. 그걸 들으면 뭐가 문제인지 알겠지.”


“네? 네. 먼 옛날에 세계를 여행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공간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났는데, 상대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환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 여행자는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이 갑자기 모습을 바꾸더니 주변에 안개가 자욱해지며 천둥과 벼락이 쉴 새 없이 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천둥과 벼락?”


남자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성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감싸 쥐었다.


“네. 그리고 여행자는 도망갔습니다. 그리고 여행자는 마지막으로 안개 사이로 거대한 형체를 보았습니다. 그 형체가 참으로 기묘했는데, 뱀의 몸에 짧은 다리, 그리고 사슴의 뿔이 달린 것 같이 보였다고 합니다. 짧은 다리 끝에는 둥근 공이 잡혀있었고, 거기에서 벼락이 뿜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벼락에서 세상을 부숴버릴 것 같은 거대함을 느끼고, 동시에 정신을 잃습니다. 남자는 고향에서 발견되었고, 몸에 벼락의 흔적이 발견됨과 함께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스트는 말을 마쳤다. 그리고 남자를 보았다. 여기서 나오는 존재의 정체는 눈 앞의 남자가 틀림없다.


그 증거로 그의 부하로 보이는 자들이 번개를 부렸다. 그들의 주인이라는 사람이라면, 진짜 세상을 부숴버릴 것 같은 벼락을 뿜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하스트의 눈빛을 받으며 뺨을 긁적인다.


“그거 나 아닌데?”


“... 네?”


“나 아냐. 애초에 나랑 종족도 다른데. 네가 말하는 전설에 나오는 묘사를 들어보니 그건 용(龍)인데, 난 용이 아니거든.”


“뭐야? 우리 착각으로 여기 온 거야?”


“크하하하! 참으로 기묘하군! 하지만 착각 덕에 카를을 살릴 수 있게 된 것도 다행 아니겠는가!”


남자는 허망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일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왠지 이상하다 싶었다. 약속을 한 게 있으니, 들여보내 주기는 했는데, 솔직히 여기 안 올 줄 알았거든.”


그 말에 여성이 남자를 째려본다. 역시 그들이 안 올 거라 생각하고 한 약속이었다.


“그, 그럼 그 전설은?”


스트라의 물음에 답한 것은 여성이었다.


“그 전설에 나오는 존재가 여기 있던 것은 맞아요. 쫓겨났지만요.”


“쫓겨났다고요?”


시미는 그 말에 상상력을 발휘했다. 여기 있는 주인이라는 사람이 전설에 나오는 존재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이었다.


“네. 일을 못해서요.”


“아, 전설에 나오는 게 그놈이야? 그렇게 관여하지 말라고 했는데 모습을 드러낸 그놈? 그러고 보니 딱 맞네.”


“일을 못했다고요?”


하스트의 말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래에 번개를 부리던 자들을 보았죠? 그 사람들이 전부 용이에요. 전설에 나오는 묘사가 본체죠.”


“그리고 우리 둘은 다른 종족이지.”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우린 드래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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