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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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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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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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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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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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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이트와 파괴자 (3)

DUMMY

“카를! 괜찮아!?”


“엘르, 집중해!”


“그렇지만!”


“그래, 하스트 말을 들어. 난 저, 전혀 안 괜찮지만, 절대 다가오지 마. 위험, 하니까.”


카를이 다시 정면을 향해 일어선다.


나이트의 갑옷은 완벽하게 원상 복구되었다.


“젠장, 힘드네.”


그럼에도 걸어가려는 카를의 몸에, 균열이 점점 커진다. 자연력이 너무 뚜렷하게 보여서 그렇지, 만약 자연력이 아니었다면 근육과 뼈들이 보였을 정도다.


카를은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상대는 처음과 비교해서 힘의 손실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쳇. 검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엘르는 카를의 말에 순간, 자신의 무기를 보았지만, 카를에게 건네주지는 않았다.


‘소용없겠지. 못 버텨. 저 힘에는.’


술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카를은 무기를 강화시킬 수 없다. 무기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언제나 망가뜨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지금 카를의 방어구가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카를의 자연력이 피부 밖으로 새어 나와 갑옷이 있는 곳까지 잠식했기 때문이다.


“카를.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하스트가 카를에게 부탁한다.


“지금 술법만 완성되면 막을 수 있다는 거야? 왜 지금까지 안 썼어?”


“못 맞추니까. 그리고 이 술법에는 너도 영향을 받을 거야. 만약 네가 나이트를 혼자 쓰러뜨렸다면 이 술법을 쓸 필요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것만 바랄 수가 없네. 카를, 나이트의 움직임을 멈춰줘.”


“하스트, 그 말은···?”


스트라가 하스트를 바라본다. 지금까지의 말을 들어보면, 카를에게는 별 다른 술법이 없다. 원거리에서 나이트를 정지시킬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오직 몸으로 잡고 있는 거 말고는 나이트의 움직임을 강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말은 마치 카를을 희생시키더라도 끝장내겠다는 말로 들렸다.


일행은 모두 동요했다. 특히 하스트와 더불어 카를과 가장 오래 지낸 엘르의 동요가 가장 컸다.


“하스트 너-”


엘르가 하스트에게 소리치려는 찰나.


“좋아.”


“카를!”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하스트는 그 길을 택했겠지. 그러니 하스트 말 들어 엘르. 어차피-”


쩌적!


카를의 몸통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균열에서 화염이 번진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균열을 통해 카를의 자연력이 빠져나간다. 그 공백을 불의 자연력들이 차지하려 한다. 카를의 자연력에 밀리고는 있지만, 점점 카를의 육체에는 불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것이 카를의 균열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카를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화염과 함께 앞으로 걸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이라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이다. 고개는 계속 땅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한다.


“편히 죽어라, 카를.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트의 목소리에 카를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하스트가 용케 내 방해를 뚫고 소리를 차단했지만,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똑같다. 너희는 패배한다.”


나이트가 천천히 다가온다.


‘저놈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알아서 죽겠지. 그러나 하스트의 술법을 그저 가만히 놔두는 것도 꺼림칙하다.’


하지만 그냥 멍청하게 가까이 갈 필요는 없다. 멀리서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파직!


“이런!”


“크하하하! 내 술법진에 이토록 쉽게 오류를 만들다니!”


엘르와 퇴기가 자신들을 보조하기 위해 설치한 술법진은, 나이트의 쐐기에 너무나도 쉽게 고장나버렸다.


“아직도 꿈에 취해있나? 예언은 그릇된 것. 너희의 친구라는 카를이 그 무엇보다 큰 증거가 아닌가? 예언 어디에 그의 존재가 있었지?”


파직!


“역시 안 되네요.”


“나이트···”


시미와 스트라의 술법진도 고장난다.


“아직도 자신은 특별하다는 망상에 빠져있나? 천만에.”


이제 남은 것은 하스트뿐이다.


“너희들은 더 이상 예언의 아이들이 아니다.”


파직!


“음?”


파직! 파직!


나이트는 계속해서 하스트의 술법진을 파괴하기 위해 쐐기를 박아 넣었다.


“잘 안 되나 보네?”


그러나 막힌다.


“하스트, 이 자식.”


나이트가 하스트의 술법진에 간섭할 때마다 하스트의 술법진은 더욱 견고하게 쌓여간다. 더욱 촘촘하고, 더욱 복잡하게.


“지금 네 술법은 다른 녀석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술법진이 파괴된 와중에 너 혼자서는 용을 써도 아무 소용없다!”


나이트는 크게 소리쳤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울컥 샘솟는 불안 때문이었다.


하스트의 술법진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나이트는 어지간한 술법과 술법진은 일견하는 것만으로 이치를 깨우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하스트의 술법진은 아니었다.


카를의 몸과 마찬가지로,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았다. 저것은 단순하게 자연력을 사용하는 술법진이 아니다.


속성조차 한 가지가 아니고, 그 안에 깃들어있는 방향과 정제, 변화 또한 어떠한 술법에서도 보지 못한 종류다.


나이트의 몸이 튀어나간다.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쐐기로는 도저히 막기 힘든 수준이다.


“하스트!”


잠시 잊었다. 그 스스로도 말했다. 유일하게 자신과 시야가 같은 사람. 그게 하스트였다. 비록 힘이 약하다고,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파괴해야 한다. 저 술법진을, 하스트를!


“상대를 그렇게 자주 바꾸면 안 되지.”


쾅!


“쳇!”


앞을 막은 카를의 주먹에 의해 나이트는 잠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반송장 자식이! 비켜라!”


나이트는 카를을 떼어놓기 위해 연신 검을 휘둘렀다.


“큭!”


카를은 최선을 다해 나이트가 지나가지 못하게 그의 앞을 막았다.


‘놓치면 끝이다.’


몸상태가 나빠진 카를은 아까와 달리 나이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나이트가 자신을 제친다면, 절대 그를 막을 수 없다.


더욱이 최악인 것은.


으직.


‘이런 망할!’


육체가 멋대로 변형되고 있다. 카를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자연력이, 강력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전해지자, 카를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근육이 쪼그라드는 느낌과 함께 몸이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팔을 옆으로 벌리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참격이 상체에 집중되어 다리는 아직 평범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트에게는 카를이 오직 방어에 전념하려고 팔을 앞으로 모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이트는 마음이 급해졌다. 갑옷을 얻고 난 이후로 처음으로 겪는 초조함이다.


이렇게 방해를 받는 와중에도 하스트의 술법진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나이트는 어차피 방어밖에 못하는 카를을 놔두고 하스트에게 달려가려 했다.


‘이런!’


하지만 실패한다. 카를의 옆으로 빠지려 했건만, 어떻게든 따라잡은 카를에 의해 오히려 간격이 좁혀진 결과만 낳았다.


나이트는 카를을 떼어놓기 위해 그에게 참격을 날렸다. 그러나 카를은 그대로 왼팔을 내주며 더욱 가까이 붙었다.


지직!


그래도 이번에는 효과가 있던 것인지, 카를의 왼팔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언뜻 봐도 힘이 빠진 게 느껴질 정도다.


“꺼져라!”


나이트는 이번에야말로 카를의 왼팔을 베어버리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안 된다. 너무 가까워졌다.


격투가와 검사가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경우, 검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격투가가 검의 사정거리 밖에서 한 번에 달려들어 검사를 쓰러뜨리기는 정말 힘드니까. 격투가가 자신의 사정거리로 검사를 끌어들이는 시간 동안, 검사는 충분히 대응 방책을 세우기 마련이다.


육체는 철을 이기지 못하니 그냥 대놓고 같이 공격한다 해도 피해가 큰 쪽은 무조건 격투가 쪽이다. 사정거리가 짧기까지하니 동시에 공격하는 것조차 요원한 일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칙이 지금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카를은 지금 그것을 무시하고 있다. 검을 이기는 육체를 앞세워서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여놓았다.


“이런!?”


나이트는 난감해졌다. 검을 휘두를 공간이 나오지를 않는다. 안 그래도 공격이 통하지 않는데 힘조차 제대로 안 들어가니 상대를 밀쳐내기조차 힘들다.


“더 같이 있자고.”


“방어밖에 못하는 놈이-”


나이트는 자신의 눈 앞으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주먹을, 고개를 돌려 겨우 피했다.


“이 자식?”


계속해서 내질러지는 주먹을 겨우겨우 피하며, 나이트는 놀랐다.


그가 아직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나, 저런 몸 상태로 엄청난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놀란 게 아니다.


‘갑자기 주먹질을 잘하잖아?’


아까처럼 불필요한 준비동작이 많이 사라졌다. 불안정한 자세로 내질러 힘을 낭비하고 있지도 않다. 쓸데없이 크게 휘두르지도 않고 최단거리로 곧게 뻗어온다.


쾅!


“큭!”


나이트는 자신에게 묵직하게 전해지는 충격에 잠시 주춤했다.


‘분명히 신체 능력은 아까보다 훨씬 약해졌어. 그런데.’


정작 주먹에서 전해지는 집중력은 더욱 크다. 만약 아까 싸울 때 이랬다면 진작에 패배했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거냐!?’


그러나 나이트의 생각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아, 불편해. 몸이 굳어있으니 이렇게밖에 주먹을 못 뻗겠네.’


지금의 공격들은 카를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를은 지금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카를도 바보는 아니다. 지금 이 간격이 얼마나 자신에게 유리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


나이트는 검을 휘두르기 변변치 않아지자, 조금은 거리를 벌린 다음에 일격을 가하려했다.


그러나 카를은 죽기 살기로 나이트에게 따라붙었다.


나이트가 다시 카를을 떼어놓기 위해 검을 휘둘렀지만, 너무 가까워 검이 아니라 팔이 먼저 부딪힐 정도다.


카를은 지금 이 상황을 적극 이용했다.


스윽.


‘사라졌어?’


순간 나이트의 시야에서 카를이 사라진다.


‘왼쪽?’


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자연력 덕분이었다. 시야에서는 완벽하게 놓쳤다.


쾅!


‘큭!’


카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순간, 옆구리에 묵직한 충격이 울린다. 그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새 또다시 카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오른쪽이었다.


쾅!


이번에는 나이트도 대응을 했기 때문에 카를은 원래 목표하던 머리를 가격하지 못했다.


나이트는 견갑이 우그러진 것을 느끼고 지금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 그래도 공격이 잘 통하지 않건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번번이 사각으로 사라지기까지 한다.


아무리 자연력으로 느껴도, 예측하지 않으면 공격을 허용하고 말 정도로 초근접전이다.


카를의 덩치라면 사각으로 사라지기가 쉽지 않지만, 나이트는 투구를 사용하고 있기에 시야에 제한이 생긴 상태다.


나이트는 전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갑옷은 이리저리 우그러진 것이 이미 성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투구를 없앨 수는 없어.’


카를과 다르게 나이트의 방어력은 오직 갑옷에 의존한 상태다. 투구를 벗는 순간 한 대라도 머리를 가격 당했다가는 그대로 즉사다.


자신의 공격은 통하지 않고 상대의 공격은 통한다. 이 압도적인 불합리함에 나이트는 어지러움과 더불어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상대의 공격 경로가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카를의 주먹질은 낭비가 적어졌지만, 반대로 말하면 더욱 단순해졌다는 말이니까.


이 와중에도 하스트는 눈까지 감은 채로 술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술법진은 더 이상의 발전은 멈추고, 안정화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아이들도 술법진을 포기하고 계속 자연력을 모으고 있다.


분명하다. 무슨 술법인지는 몰라도,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놈을 떼어놓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놈의 공격이 나를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게다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나이트는 기동성을 포기하는 대신, 자연력으로 방어력을 보강했다.


‘몇 대 맞아도 괜찮다!’


나이트는 하스트의 술법을 먼저 방해하기로 했다. 나이트의 자연력이 은밀하게 예언의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하스트, 넌 내 쐐기를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아쉽군. 넌 내 쐐기를 막아도,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다. 출발이 없다면, 종착도 없다!”


나이트의 쐐기가 예언의 아이들의 술법에 침입한다.


“오류 따위 필요 없다! 그대로 술법을 파괴해주지!”


쐐기가 예언의 아이들에게 모이는 자연력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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