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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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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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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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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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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이트와 파괴자 (1)

DUMMY

“으아아아···”


시미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몸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카를과 나이트, 두 사람이 몸을 맞부딪힐 때마다 공기가 진동한다.


“크하하하! 대단하군! 일부러 근접해서 싸우는 이유가 있었군! 설마 카를에게 밀려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 싸울 수 있다니 말이다!”


퇴기는 웃으며 들끓는 호승심을 잠재웠다. 아쉽게도 지금은 자신이 약하다.


“스트라. 쟤 원래 저렇게 검을 잘 다뤘어?”


“아니에요, 엘르 씨. 그는 언제나 술법만을 사용했어요. 저도 나이트가 검을 다루는 건 처음 봐요.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당연히 처음 보겠지.”


“하스트?”


하스트에게서 자연력이 요동친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술법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닌, 단순한 감정의 여파에 불과했다.


“나이트, 이 미친 자식··· 저건 파괴자를 단순히 개조한 게 아니야.”


“그렇다면?”


“저 힘 자체가 파괴자의 힘이야. 분명해. 나이트는 파괴자의 주인과 만난 적이 있거나, 그의 경험을 습득했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파괴자의 주인이라니?”


엘르는 하스트의 말에 다시금 질문했지만, 다시금 터지는 충격음에 전투의 현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더욱 격한 전투를 이어나가는 두 사람이 있었다.




쾅! 쾅!


둘의 힘이 부딪치는 소리는 이미 생물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검과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미친놈이군! 이 검에 맞서 주먹을 갖다 대다니!”


“미치다니, 베이지도 않았는데.”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두 사람은 멀쩡히 대화하고 있다.


나이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카를은 전혀 술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가속의 술법이 적용된 나이트와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나이트의 지식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반대로 카를도 놀라고 있었다.


‘이 녀석... 이 속도를 따라오다니. 괜히 검을 든 게 아니었어.’


지금의 속도는 카를로서도 처음으로 겪어보는 속도다. 지금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팔다리가 꼬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술사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이 속도를 따라오고 있다.


‘하스트 이 녀석.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술사와 근접전을 벌인다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어. 다행히 지금은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어.’


지금도 카를의 속도가 더 빠르다. 그러나 기술 차이가 속도의 차이를 메우고 있다.


제쳤다고 생각한 검이 어느새 다시 앞으로 돌아와 있다. 부쉈다고 생각한 방어가 여러 겹의 화염으로 겹쳐져 보강된다.


‘망할 화염 같으니, 저것만 없으면 바로 검을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강철의 파괴자를 상대했을 때, 파괴자의 강도를 알아냈다. 만약 자연력의 보조만 없다면 쉽게 부러뜨릴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말이긴 하지만···’


그러나 북부에서 자연력의 보조가 없다는 것은 맨몸이나 다름없다는 말. 카를은 자신의 가정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을 바로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승기는 이쪽에 있다. 속도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바로 승부수를 띄울 생각이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올려볼까!”


“뭐? 아직도?”


카를은 나이트가 자신에게 뒤쳐지는 속도로 전투를 계속하였기에, 나이트가 더 이상 속도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카를의 생각과 반대로 나이트가 먼저 속도를 올려버린다.


검이 선이 된다. 이미 멀리서 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검의 형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화염의 빛을 받아 어지러이 움직이는 선만이 눈에 보일 뿐이다.


그리고 방금 전과 다른 점이 또 보인다. 그 선을 따라 주변의 모든 것이 베이고 있다. 검에 닿지도 않았을 건물이 반토막이 난다.


검풍이 날카로움을 띄기 시작한다. 이미 둘의 주위는 난기류 수준이 아니라 폭풍이었다.


“이것도 따라온다고?”


나이트는 계속해서 놀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설사 예언자가 왔더라도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어디까지 따라오나 보자!”


예상치 못한 격전이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라고 나이트는 굳게 믿었다. 아직 갑옷의 힘은 끝이 아니니까.


나이트가 만들어낸 선은 모든 걸 베어버리고, 그 위에 화염을 덧칠했다.


카를이 만들어낸 점은 모든 걸 부수고, 그곳에 있는 화염을 날려버렸다.


점점 더 빠르고. 점점 더 강하게. 둘의 싸움은 더 높은 곳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두 빨리 대피해! 전력으로 뛰어라! 저기에 휘말리면 죽는다! 숨이 차도 쓰러질 생각은 하지 마! 이제 곧 성문이야!”


그 여파로 왕국의 도시는 엄청난 재앙에 휘말렸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둘 때문에 건물들이 남아나지 않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느새 왕성만이 아니라 그 주변 모두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저럴 수가... 싸움의 여파만으로 도시가 전부 부서지게 생겼어요. 왕의 힘이 이 정도였다니.”


딸과 대피하고 있던 유키는 자신이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나이트의 모습에 몸이 덜덜 떨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공포에 잠겼다. 경천동지 할 무력이다. 여기서 도망가도 다시 잡힌다는 악몽이 현실로 서서히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 카를 형은 쓰러지지 않았어요.”


“맞아요. 하스트 오빠가 그랬어요. 지금 북부에서 카를 오빠를 정면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호언을?”


유키는 라슈와 라피의 말에 왕이 아니라 카를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렇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왕의 무력이 경천동지 할 수준이라면, 그와 싸우고 있는 저 카를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키는 미조레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며, 억지로 용기를 북돋았다.


‘정령들이여... 그에게 승리를···’




‘내가 오만했군.’


러프터는 왕성의 폐허 위에서 날뛰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검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스트가 공인했을 정도로 촌장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자신이었다.


그리고 엘르와 싸우고, 왕국의 간부들이 전부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직 자신은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저 싸움을 보고 있자니, 허탈감이 몰려온다.


‘내 평생을 바쳐도, 죽을 때까지 단련만 하더라도 이룰 수 없는 강력함이다.’


재능이 없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마을의 누구보다 빨리 강해졌다. 천재라고까지 불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부정했다.


‘저것이 진짜 천재군.’


진짜 재능이라는 것을 보았다.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도달하지 못할 영역이다.


하스트가 천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엘르를 상대했을 때도, 예언의 아이들 모두 그 못지않은 천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서 보이는 것은 그 모두를 뛰어넘는 재능이다.


‘내 세계가 이렇게나 작았다니.’


세계의 넒음에 다시금 감탄한다. 그리고 잊고 있던 가능성의 빛을 보았다.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순간, 단련의 필요성을 망각하고 있던 요즘이었다.


나이트의 강함은 그 본인만이 아니라 뭔가 술수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영물의 강함은 인간이 아니니까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쾅! 쾅!


그러나 전투의 격렬함은, 러프터에게 습지대가 얼마나 작은지, 촌장이라는 직함이, 마을의 최강자라는 호칭이 얼마나 별 볼일 없는지를 일깨워주었다. 저 충격음이 자신을 밀어내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정지하려 했다는 것을 비웃는 것처럼.


인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비록 자신의 재능이 저들에게 한참이나 못 미칠지 언정 러프터는 길을 확인했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충격적이군. 저 힘으로 보아, 왕국이 세계를 지배한 후에 왕과 함께 죽으려고 했던 내 계획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겠어.’


왕의 포악함에 세계가 신음하고 말았으리라.


‘인간을 지키는 왕국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 지도자가 꼭 나이트일 필요는 없지.’


만약 이 싸움이 나이트와 싸우는 저 청년의 승리로 끝난다면, 그리고 그의 성정이 포악하지 않다면, 기필코 그를 왕의 자리에 앉히겠다고 러프터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지.’


“으아악!”


러프터는 대피 행렬에게 다가가는 화염 앞으로 뛰어들었다. 비록 팔은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술법은 사용할 수 있었다.


치이익!


러프터의 물에 화염이 물러간다.


“러, 러프터님!”


대피를 하던 사람들이 러프터에게 감사를 표한다. 탈옥수들은 그 모습을 떨떠름하게 보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아무리 적인 왕국의 간부라고 해도,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러프터는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힘차게 외쳤다.


“뛰어라! 그대들은 왕국을 이루는 자들! 인간 수호의 중심이다! 기필코 살아야 한다!”




왕국의 도시가 비어 간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에 가장 이질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예언의 아이들이 되어버렸다.


“쳇. 또 실패야! 저 녀석 어떻게 저 상황에서까지 우리를 방해할 수 있는 거야!?”


엘르는 술법을 만들어서 하늘로 날려보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술법에 분통을 터트렸다.


전투에 끼어들 수도, 도망갈 수도 없다. 그저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카를의 승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엘르, 진정해.”


“하스트, 넌 이 상황에서 진정이 돼?”


“안 되더라도 해야 돼. 자연력을 아껴. 아무리 카를이라도 파괴자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분명히 우리가 나설 때는 온다.”


“카를의 승리를 못 믿는다는 거야?”


“만약 카를이 정상이었더라면 믿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카를은 술법으로 몸을 강화하는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카를은 그 자연력에 비해 한방 한방의 힘이 약하다. 주먹질 한 번에 모든 힘을 쏟아내고 탈진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카를 또한 그렇다.


그의 움직임은 철저히 보통 사람의 움직임이다. 그저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할 뿐.


그러나 반대로 그 누구보다 자연력의 효율이 좋은 사람이 카를이었다. 단판의 술법이 없는 대신 그 누구보다 지구력이 뛰어난 것도 카를이었다.


만약 카를이 정상이었더라면, 나이트는 카를의 지구력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파괴자의 힘이 무한정이라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나이트가 먼저 지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두 준비해. 나이트가 아니라, 파괴자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준비는 그 무엇보다 은밀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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