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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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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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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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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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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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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왕국의 잔재 (3)

DUMMY

“얘네들의 말은 무시하더라도, 당신들은 왕국의 기둥들 아니었나? 왜 그렇게 적대하지?”


하스트는 대장을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중할 생각도 없었다.


“사정이 있어서 말이오. 하지만 이제 그놈은 떠났으니, 지난 일이 되어버렸군.”


대장은 말을 하면서도 계속 작업을 진행했다. 대장을 가득 채우던 카를의 자연력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


“하지만 용케 그놈을 쓰러뜨렸소. 물론 기계의 성능 자체가 나보다 나쁜 것도 있지만, 그의 힘은 나에게 뒤떨어지지 않을 터인데? 우리의 경지는 비슷했으니 말이오.”


“그래? 그 파괴자가 몇 개가 모여도 당신에게는 못 이길 것 같았는데?”


카를은 둘의 무력을 확실히 눈 앞에서 봤다. 그렇기에 쉽게 비교가 가능했다.


“크하하하하! 확실히 그렇다! 분명 그 파괴자는 강했지만, 오늘 드워프 왕의 힘과 당신의 검술을 보니 그 차이가 너무나 확실하다!”


“당연하지. 그 자식은 아직 완벽하게 깨어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뭐? 그게 비몽사몽한 상태였다고? 말도 제대로 하던데? 아, 하지만 방금 검풍과 비교하면 확실히...”


하스트의 말에 엘르가 놀라면서도 수긍한다.


“하하하. 과연, 그렇게 된 거였군. 확실히 이 기계의 핵은 굉장히 복잡하기에 정상 기동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랬지. 그렇다 해도 설마 설계자 본인이 그 단점 때문에 죽을 줄이야. 하지만 다행이군. 그놈이 완전히 깨어나서 세상을 돌아다녔다면, 세상은 한번 더 끝장났을 테니.”


“확실히 파괴자의 흡수 능력이라면···”


“아니야, 스트라.”


“응?”


하스트의 말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 자식은 지금보다 훨씬 술법이 발달한 시대의 술사였어.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 게다가 정령과 싸우면서 얻은, 술법과 자연력에 대항하는 경험도 다른 자들과 비교가 안 돼. 놈이 정상이었으면, 파괴자의 흡수 능력이 없었어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야. 술법을 사용한다는 명제부터 사라질 테니까.”


“하하하. 확실히 그렇소. 그놈의 술법이면 주변 정령력을 모두 정지시켜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오. 적어도 외부의 자연력을 끌어오는 술법은 모두 무위로 돌아갈 것이오. 역시 당신은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구려.”


“나름 공부 많이 했거든, 당신들에 대해. 하지만 이상하군. 당신은 깨어난 지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인가?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나이트와 만났다. 그리고 그때쯤 그 자식도 깨어났을 거야. 그런데 둘의 차이는 너무나 현격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니, 애초에 당신이 어떻게 살아있지? 먼 옛날 화염산에 떨어졌다고 알고 있는데?”


“당신의 그 모든 의문은 하나로 연결되오.”


대장은 카를의 자연력을 뭉쳐서 공처럼 만들고 있다.


“당신 말대로 난 먼 옛날 용암에 몸을 던졌지. 그곳의 정령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물론 그건 기계의 판단이었고, 난 달랐소. 죽으려 했지.”


“죽는다고? 자살했다는 건가?”


“그렇소. 결과야 어찌 되었든, 내 임무는 끝났으니까. 더 이상 이 땅 위에 있을 필요가 없었지. 물론 이 기계는 용암에 빠진다고 해서 어떻게 되진 않소. 그 위에서 헤엄도 칠 수 있는 튼튼한 기계니까. 그렇기에 어떻게든 최대한 흡수 기능을 억제했소. 정령력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면 적어도 기능에 장애가 생길 것이라 믿었지.”


점점 반듯해지는 공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대장은 난데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런데 내 생각보다 이 기계의 기능은 뛰어났던 모양이오. 게다가 그때는 내 의지대로 이 기계를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으니. 이 기계는 그렇게 억제했는데도 용암의 정령력을 죄다 빨아먹고 잠들어버린 거요. 그 후, 계속 산 아래에 파묻혀 있게 되었소. 이 산의 정령력이 커지고서야 다시 잠에서 깨어났지. 그때는 다행히 기계의 힘이 약해서 내가 어떻게든 장악하는 것에 성공했소. 그다음에는 기계의 감지 기능을 약화시켜서 계속 잠들게 했지. 어떻게 보면 이미 그때부터 서서히 깨어나고 있던 것일 수도 있겠소.”


‘화염산의 자연력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라고? 그건 이 근래의 일이 아니잖아?’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소. 그런데 어느 순간 정령력이, 갑자기 내가 잠든 곳에 쏟아져 들어왔소. 결국 억제해왔던 기계가 활동을 시작해버렸지. 하지만 그래도 이미 내가 장악을 한 상태. 예전처럼 멋대로 움직이게 두지는 않았지. 그러나 그 장소에 계속 있는다면 정령력에 침식당해 기계가 폭주할 수도 있기에 빠져나왔소. 그때 드워프 청년을 만났지.”


하스트는 소름이 끼쳤다. 그 말인즉슨, 눈 앞의 파괴자는 훨씬 옛날부터 활동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현시대의 사람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말을 이해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러니까, 파괴자는 세상을 파괴했고, 저 대장은 그 후에 파괴자를 막았고. 그게, 그러니까···”


“세상을 파괴했으니, 나쁜 사람은 맞는데, 또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네요?”


“크하하하! 그렇다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군!”


“확실히 착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군요.”


“뭔 소리들 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나쁜 놈이지.”


하스트는 주변으로 손을 펼쳤다.


“이 광경을 봐라. 이 광경을 만들어낸 게 누구인지,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를 봐.”


일행은 하스트의 말에 따라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폐허뿐이다. 정상적인 건물은 어디에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수습을 시작하자,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는 살인의 후회에 젖어있다.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통곡에 빠졌다. 누군가는 자신의 적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증오를 간직하고 있다.


살아있다는 기쁨과 함께, 수많은 부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웃음과 울음, 욕설과 위로가, 뒤섞인 채 허공을 떠돌고 있다.


“일부러 말을 흘리는 건가? 당신은 현재의 요점을 정확히 말하지 않았어. 왜 나이트에게 힘을 주었지? 왜 이 광경을 만들게 내버려 두었지? 그래, 당신이 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거였겠지. 그러니 그를 왕으로 만들었겠지. 그래, 그렇게 해서 다시 예전의 영광이라도 찾고 싶었나? 다시 왕국을 만들어 세상을 휘어잡고 싶었나!”


계속 대장을 고깝게 쳐다보던 하스트는 기어이 폭발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장에게 달려들 기세다. 그는 너무나도 맹렬하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아니, 살기를 드러냈다.


“하스트?”


일행 모두 그의 모습에 놀랐다. 파괴자나 나이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기까지 드러내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빌어먹을 소리만 하는군, 파괴자! 사태가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고? 임무를 끝냈으니 죽으려 했다고? 파괴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고? 웃기는군!”


“미안하오. 하지만 그 모든 게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었소.”


“헛소리 집어치워! 당신들은 세계를 파괴했어! 인간을 죽였다! 수많은 생물을 사라지게 했다! 그따위 말을 하면 누가 과거의 일이라고 용서해주길 바라나! 그 모든 변명이 당신의 죄를 청산이라도 해줄 거라 생각했나! 당신이 한 행동은 세계를 지키는 게 아니야! 세상의 이치를 거슬렀을 뿐! 당신은 씻지 못할 죄만 늘렸어!”


그 말에 대장은 카를의 자연력을 정제하는 것을 멈추고 하스트를 마주 보았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오. 우리가 한 행동들이 세상의 이치에 반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 이치는 잘못되었소. 그 이치의 끝에 인간은 없소. 그렇기에 모두를 살리려고 했소. 이치를 부수더라도.”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떻지? 이치를 부순 결과가 어땠지? 부서진 세상은 당신의 생각대로였나! 지금은 이렇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되니 과거를 잊기라도 했나! 웃기지 마라!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단지 과거라고 말하지 못해!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직 당신들이 살아있으니까!”


“...”


대장은 하스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거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그날 밤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른다.


-우리들은 친우였을 터!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에게 독을 먹이다니··· 저기 있는 애나는 겨우 5살이란 말이네! 자네랑도 친하지 않았던가! 그런 아이에게 어찌···!


악몽과 함께 죄책감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장은 엘르를 쳐다보았다. 애나와 분명히 다른 얼굴이건만, 그녀를 볼수록 그 해맑은 미소가 떠오른다.


벌써 수백 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네놈들은 저주를 받을 것이야! 네놈들이 죽인 수많은 영혼들이 한이 되어 영원토록 따라다닐 것이야!


저 멀리서 흐느끼는 소리가 자신을 옭아매는 것 같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 같더냐··· 그것이··· 결국 세상의··· 이치이거늘··· 허억··· 허억··· 네놈들은 그저··· 씻지 못할 죄만··· 늘린-


그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 말이 하스트의 말과 섞여 머릿속을 뒤집어놓았다.


모든 일이 끝나고 지옥에 가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인간으로 살게 하겠다 결심했다. 그렇게 죄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 없이 다짐했던 결의는, 죄를 짓는 순간 환영이 되었다.


결의의 부재 속에서 각오했었다. 밤마다 시달릴 악몽에, 죽을 때까지 함께할 죄책감을.


하지만 그 모든 게 허상이 되었다. 세상을 지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친우여··· 자네 말대로요. 결국 난 저주를 받았소.’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현실과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저주받은 몸뿐이었다.


대장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 이후로 똑바로 보지 못하던 하늘이었다.


왕성의 폐허를 중심으로 도시의 하늘을 메우던 연기가 사라지고 있다.


‘또다시 나를 비추는구나.’


흩어지는 연기는 이번의 과오였다. 그 위로 다시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수많은 빛들이 있다.


찬란하게 빛나는 두 개의 달빛과 무수히 많은 별빛들이, 대장을 꿰뚫듯 비추고 있다.


마치 다시 그날로 돌아온 것만 같은 상황에, 대장은 침묵을 지켰다.


대신 카를의 자연력을 정제하는 것을 마무리짓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모두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오래지 않아 작업은 완료되었다. 대장은 그것을 바로 앞의 라피에게 건네주었다.


“가져가려무나.”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공에 라피가 당황했지만, 순순히 받았다.


대장은 다시 하스트와 눈을 맞추었다.


“당신이라면 이 것을 어떻게 사용해하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겠소.”



“...”


“당신 말이 맞소. 결국 난 실패했지. 우리는 세상을 지킬 수 없었소.”


하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 말이 사실이오. 세계가 다시 정상화된 것을 보고, 다시 나에게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렇기에 힘을 빌려주었소. 난 이미 실패자였으니, 다른 사람에게 그 힘을 빌려주었소.”


대장은 일행과 마주 선 몸을 꼿꼿이 세웠다.


“하지만 그것조차 잘못된 선택이었소.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현재에 개입하고 말았소. 난 또다시 실패한 거요. 그리고 이제야 알겠소. 내 결심을 실행할 때가 왔다는 것을 말이오.”


대장의 가슴이 열린다. 그 안에 담긴 핵이 모두의 눈에 보인다.


“난 이 시대에 개입하면 안 되는 거였소. 지금은 그것이 너무나 후회되는군. 하지만 이 후회는 마지막이 될 거요. 생물이란 끝이 있는 법. 이런 몸이 된 나에게도, 드디어 끝이 올 때가 된 거요.”


“참, 대단하시군. 그러면서 왜 지금까지 죽지 않았지?”


하스트는 빈정거렸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주 본 대장만이 알았을 뿐이다.


“이 기계는 자살을 할 수 없게 만들어졌소. 내 손으로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말이지.”


“당신··· 우리 보고 죽여달라는 건가?”


카를은 대장을 보며 말했다.


“수명대로라면 난 아주 옛날에 흙으로 돌아갔어야 할 몸.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오. 혹시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소. 천하의 대악당을 응징하는 것뿐이니.”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는 데 말릴 필요는 없지. 내가 하겠어.”


“하스트···”


하스트가 대장에게 다가간다.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소.”


“이제 와서 부탁할 염치가 있나? 아니면 살려달라는 건가?”


“내 목숨은 필요 없소. 애초에 내가 대화의 장을 연 것은 이 부탁과 저 청년을 살리기 위해서였으니.”


“무슨 부탁이지?”


“왕을 막아주시오.”


“뭐?”


“우린 과거의 존재요. 옛 시대의 잔재요. 이제 이 시대에 우리의 역할은 없소.”


“...”


“변명이겠지만, 우리는 기계에 몸을 맡긴 순간부터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소. 나야 오랫동안 단련한 것이 있으니 어떻게든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만, 왕은 아니오. 그 능력에 비해 심약하고 상냥한 분이었소. 아마 나중에 정신을 차렸어도 자신의 죄에 망가졌겠지. 지금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아, 이미 제정신이 아닐 거요. 난 그에게 더 이상의 죄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소.”


“뻔뻔한 부탁이군.”


“그렇다 해도 당신들은 그것을 해야 하지 않겠소? 왕이 시대를 망치지 못하게 하려면.”


“... 부탁은 그게 끝인가?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


하스트는 마침내 대장의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술법이 맺혀있었다.


“더 하고 싶은 말이라···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군.”


“...”


“이제 되었소. 날 보내주시오.”


“... 그래.”


하스트는 망설임 없이 대장의 핵을 찔렀다. 핵은 잠시 요동치더니, 그 힘을 잃어갔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대장의 안광이 점점 흐려진다.


“후후후. 드디어 이날이 왔구나.”


죽어가는 와중에도 대장은 웃었다. 그 웃음에 담긴 것은 후련함, 그리고 죄책감과 후회였다.


대장의 몸이 쓰러진다. 단지 서있는 것조차 이제 허락되지 않았다.


대장의 몸에서 힘이 사라지고 있다. 파괴자가 힘을 잃고 있다.


이제는 제대로 말할 힘조차 없는 것일까. 대장의 입이 달싹거리며 조그마한 소리만 흘렸다. 가까이 있는 하스트에게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소리였다.


하스트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대장의 눈에서 안광이 사라졌다.


“멍청한 인간 같으니···”


하스트는 작게 중얼거리며 뒤를 돌았다. 분명히 후련해야 하는데,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 씁쓸함이 그를 맴돈다.


하스트는 하늘을 보았다. 그의 눈길을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하늘을 본다. 동쪽 하늘에 색이 돌아온다. 얼마 안 있으면 동이 튼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길었던 하룻밤이 막을 내린다. 여명이 밝아온다.


“모두 수고했어.”


하스트는 다시 지상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오늘은 쉬자.”


하스트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마찬가지로 자리를 떠났다.


하스트는 모두의 눈에서 벗어나자 빨리 걷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그러다 마침내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대장의 마지막 말이 맴돌고 있었다.


대장의 마지막 말은, 친우와 애나에게 전하는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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